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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한창 읽을 때가 있었다. 학생 때 읽고 싶었으나
공부하느라 바빠 못 읽었던 게 한이 되어, <개미>부터
시작하여 줄줄이 읽었다. 그 천재적 상상력에 놀라기도 했고 흥미롭기도 했다. 수없이 읽다가 이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질렸다고 하면서도 또 신간이 나오면,
어느 새인가 또 사서는 책장을 훌렁훌렁 넘긴다. <잠>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면에 문제가 있을 때가 있어, 잠에 관심이
많으니까. <죽음>은 어렸을 적 접한 친척과 가족의
죽음 때문에 죽음에 관심이 많으니까. 또 다음 작품도 어쩌면 사서 읽을지도 모른다.
<죽음>은 허를 찌르는 한 마디로 시작한다.
“누가 날 죽였지?”
영혼이 되어버린 장르소설 작가 가브리엘은 뤼시라는 영매의 도움과 먼저 영혼이 되었던 할아버지의 추리력으로 자신의 죽음의 전말을 수사한다. 한편 영매 뤼시는 몇 년 전 사기 사건에 휘말려 자취를 감춰버린 연인 사미의 흔적을 영혼 가브리엘과 가브리엘
할아버지에게 찾아주기를 부탁한다. 뤼시가 갈 수 없는 영혼의 세계에서 가브리엘은 다른 영혼들에게 얻는
정보를 이용하여 사미의 종적을 수사하고 가브리엘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인간 세계에서 뤼시가 돌아다니며 용의자를 인터뷰한다. 결국 가브리엘은 사미의 행방을 찾고, 뤼시의 도움으로 살인자도 밝혀내게
되지만, 소설의 끝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치닫는다.
가브리엘은 어느 정도 저자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연상시킨다. 순수 문학이라기 보다는 장르
문학을 다루고, 문체보다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작품을 쓰는 가브리엘은 평론가의 혹평을 받으면서 동시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독자들을 우수한 작품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평론가의 주장에 맞서, 독자 전체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가브리엘의 주장은 스마트폰과 유투브의 시대에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죽음을 다루지만 심각하고 슬프지 않고, 흥미진진하며 유쾌하다. 사후 세계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으로 아주 섬세하게 영혼과 천계를 묘사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으며
유한한 존재로서의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