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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어느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년 10월
평점 :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영어공부나 재테크 등 실용적인
목적 때문에 읽을 수도 있고, 어디 가서 어려운 책 좀 읽어봤다고 하려고 일 수도 있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모조리 찾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읽는다. 어린 시절, 심심했던 많은 날들을 책을 읽으며 놀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몸과
마음이 힘든 많은 날들에 책으로 마음을 달랬다. 어려서는 소설만 읽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관심사가 넓어지면서 인문서도, 교양서도, 건강서적도, 과학서도 재미있게 읽는다.
그러나 나는 독서
중의 독서, 구극의 책 읽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라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선생님에게, 또는 아내에게 핀잔 받는 책 읽기야말로 책 읽는 자에게 지고의 쾌락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p. 50)
책 읽기에 거창한 이유를 대며 권장하는 사람보다, 이렇게 그저 즐거워서
책을 읽는다는 독서론자의 책을 읽으면 참 반갑다. 맞아. 책이란
무엇보다 읽기 즐거워야지. 그저 즐거워서 읽는 책들이 더 깊고 따뜻한 마음을 만든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 읽기라고 해서 독서가 아주 쉽고 편안한 활동은 아니다. 기분도
안정되어 있어야 하고, 집중력도 필요하다. 과하게 피로하거나
힘들면 책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렇게 갖춰진 상태가 아닌데 책을 읽으려 하다가 고생했던
적이 종종 있다.
게다가 책 읽기 좋은 컨디션이라고 할지라도, 더욱이 마음에 드는 책이라고 할지라도, 책이 항상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 <월든> 등을
펴 본 사람이라면 알 것 이다. 나는 저 두 권의 책을 아주 좋아한다.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독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십 여권에 달하고,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하는 프루스트라면.
그러나 책 읽기에
따라오는 이런 고통이야말로 사실은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다. 모든 쾌락은 고통의 시간 뒤에 온다. (…) 깊은 쾌락일수록 깊은 고통을 요구한다.
(p. 92)
유학하던 시절, 사재를 탈탈 털어서 너무나 사고 싶은 책을 사느라
딸에게 줄 멜론을 살 돈이 없던 에피소드. 고가의 전집이 사고 싶어서,
한 트럭의 책을 판 에피소드 등 저자의 책 사랑은 단연 돋보인다. 대학 시절, 너무나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속독 학원에 다니다가, 그렇게 빨리
읽으니 책을 읽어도 만족감이 없어서 다시 슬로우 리딩을 배우러 서당에 다니는 등, 책읽기에 대한 고뇌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서에 대한
사려 깊은 이 에세이는 아주 즐거운 읽을거리였다. 유투브와 스마트폰 게임과 TV,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대, 지하철에서는 모두들 스마트폰을 보는
세상에서 종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들의 지고지순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