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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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난 겨울에 생기더니, ,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기승이다. 좀 물러가는가 싶으면 다시 심하게 번지고, 좀 나아지나 싶으면 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만다. 처음 코로나가 생겼을 때는 올해 안에는 없어지는 건가, 하고 농담을 하곤 했는데 정말 올해 안에 없어지는 걸 보기가 힘들 듯 하다. 의료진의 탈진, 많은 사람들의 자가격리와 확진, 사망, 또는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모든 이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쓰인 페스트에서 코로나 19 시대와 비슷한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내 가까이에는 아직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나에게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페스트를 읽으며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역병의 시대에 내가 겪지 않은 일들을 추체험할 수 있었다.

현재는 견딜 수 없고, 과거와는 적이며, 미래는 빼앗긴 채, 이를테면 우리는 인간의 정의 또는 증오심 때문에 철창 뒤에서 살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참으로 비슷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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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23%


페스트는 프랑스의 행정 구역 중 하나인 도시 오랑에서 페스트가 발병하고, 도시를 봉쇄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결국 페스트가 슬며서 물러가 다시 성문을 개방하기까지의 날들을 의사 리유의 시선에서 기술하고 있다.
페스트의 시작은 쥐였다. 죽은 쥐들이 하나 둘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엄청난 수의 쥐 사체가 나온다. 그리고 쥐 사체가 사라지자 사람들에게서 페스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페스트는 멍울과 고열, 두통을 동반하며 의사 리유가 손 써볼 틈도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 급기야는 도시가 봉쇄되고, 주민들과 의사들, 타루가 주선해 만든 보건대는 페스트와의 지는 싸움을 시작한다.

그런 불행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페스트로 인한 끔찍한 하루하루는 모두 다 집어삼켜 버릴 듯 거침 없는 기세로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과도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밑에 있는 모든 것을 짓이겨 버릴 듯 끊임없이 계속되는 제자리걸음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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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사망자 수는 치솟아오르다 계속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그러면서 페스트는 폐렴형으로 바뀐다. 리유의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이 죽음을 맞았다. 파늘루 신부는 보건대 활동을 하다 결국 페스트로 사망하고,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도 일하다 죽고 말았다. 판사 오통씨의 아들은 노의사 카스텔이 새로 개발한 혈청 주사를 맞고 다른 환자들보다 조금 더 오래 버티다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러던 어느 날 페스트는 급작스럽게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급작스럽게 힘을 잃는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페스트는 구석에 침입해, 사라지는 마지막까지 악착같이 희생자를 냈으니,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있는 가운데 맞는 비극적인 죽음이란, 거리의 기쁨에 가려지고, 그들의 기쁨에 대비되는 더 큰 슬픔을 불러왔다.


타루는 스스로 말했듯이 싸움에서 진 것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리유가 이긴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단지 페스트를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우정을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인간의 정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얻었을 뿐이다. 인간이 페스트와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과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뿐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타루가 말한 바 있었던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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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87%


무엇보다 코로나 19가 지겹게 계속되는 와중에, 전염병이 물러 가고 평소의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흥분과 기쁨을 추체험하고, 도시의 성문이 개방되는 날의 커다란 행복을 그려볼 수 있었다.
페스트가 많은 사상자를 내고 물러갔듯, 코로나 19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기쁨의 날에도 역시나 코로나 19는 어디선가 남아서 희생자를 낼 것이다. 그 슬픔은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때처럼 모두의 슬픔이라기 보다는, 혼자만의 아주 고독한 슬픔이 될 것이다.
페스트에서 묘사하는 상황에서 현재 코로나 19의 상황을 찾아볼 수 있었고,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나 내가 겪지 못한 일들을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페스트가 발병했던 것은 꽤나 오래 전이지만, AI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병균을 쉽게 물리칠 수 없다니 애석하다. 물론 페스트처럼 인구의 많은 부분을 쓸어가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 덕에 추체험한 페스트가 사라져가는 날들의 기쁨과 환희의 축제는 정말 대단했다. 어서 코로나 19 사태가 종료되어 그 기쁨과 행복, 자유를 느끼는 날이 오기를 바래 본다. 그 날이 오면 따뜻한 햇살이 드는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와 파니니를 먹으며 책을 읽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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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생각 - 고전 미술의 대가들, 창작의 비밀을 말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외 61인 지음, 시슬리 마거릿 파울 비니언 엮음, 이지훈 외 옮김 / 필요한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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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다 그린 그림이 들어있는 스케치북을 훌훌 넘겨다 보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나 힘든 날들에 힐링이 되는 것 같다.

반면 대가들의 그림을 볼 줄은 잘 모른다. 전시회에 가 봐도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키가 작아, 유명한 그림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 머리 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대가들이 어떤 생각으로 예술에 임했는지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책은 고전 미술의 대가들 62명의 편지, 일기, 회고록 등에서 발췌한 그들의 삶과 예술, 그림 그리는 기법 등에 대한 견해들을 모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및 외젠 들라크루아, 장 프라수아 밀레, 고개지, 사혁, 시바 고칸에 이르기까지. 인상주의 전까지의 화가들의 생각을 모았다.
그들의 주장에서 공통되는 지점이 많았다. 다른 거장의 예술을 따라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라거나. 자연이 중요하다거나. 소묘가 중요하다거나.

기계로서의 화가는 죽고 마음으로서의 화가는 남을 것이며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는 영원하리라. – 앙투안 조제프 비에르츠
(p. 46)

또한 이 책은 예술가의 마음과 목표 및 이상부터 시작하여 공부와 연습, 만드는 방식, 소묘와 디자인, , 마감 등 예술가의 작업 순서를 따라가며 그들의 생각을 모았다. 전문 미술을 배우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살짝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 고뇌는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사물의 형태를 그리는 일에 열정을 가졌다. 쉰 살이 되었을 때, 무한히 많은 디자인을 출판했다. 그러나 내가 일흔 살 이전에 만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 가쓰시카 호쿠사이
(p. 256)


그들은 화가이면서 동시에 시인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 인상적인 말들이 이 책 안에서 춤을 추었다. 그들 안에 있는 그림에 대한 불꽃을 본 것만 같다. 그림을 전공하는 사람이든, 감상하는 사람이든, 나처럼 그저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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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상징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설영환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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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노트를 쓴다. 아침에 일어나 꿈이 기억나는 날에는 노트를 펴고 두서 없지만 꿈 내용을 적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에는 꿈이 기억나지 않거나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붙잡을 새도 없이 기억에서 날아가버리고 만다. 가끔 꿈 노트를 써봐도 내가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아리송하다. 그러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꿈 노트를 들춰보면 내 꿈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융은 꿈을 무의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의식에 전달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꿈을 꾼 사람의 심리적 평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 너무 높은 이상을 갖고 있거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추락하는 꿈을 꾸는 경우 등이다. 그래서 이 꿈을 분석함으로 인해 무의식을 통해 의식이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전달받아 자아가 성장할 수 있다.
꿈을 분석할 때는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꿈을 꾼 사람의 배경이나 개인적인 환경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위험한 일을 벌이는 꿈을 꾼 사람이 젊은이인 경우에는 그가 도전해나가야 하는 일을 의미하나, 무모한 모험을 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그에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이러한 꿈이 중요한 이유는 문명화에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의식과 지성을 발전시키고 무의식을 억압했기 때문에 본능이나 무의식으로부터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졌다. 그러나 꿈은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에 전달함으로 인해서 이러한 현실을 보상한다.
인간의 무의식은 고대 신화에도 잘 구현되어 있다. 영웅 이야기에서 영웅이 거치는 각 성장 단계는 인간의 전 생애에서 겪는 발전 단계와 동일하다. 서로 교류가 없었던 지역 사이에 고대 신화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신화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발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꿈에는 규칙성이나 방향성이 있어서 천천히 성장하는 개성화 과정을 거친다. 이 규칙성을 만드는 것은 마음의 핵 원자인 자기이다. ‘자기는 마음의 일부인 자아와 대립되는 개념이며 마음의 전체/전부를 의미한다.
꿈은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측면인 그림자의 모습을 의식에 전달한다. 이 그림자는 자신이 극복해야 할 결점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의미 깊고 가치 있으며 생명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개성화 과정은 마음 속에 잠재하고 있는 좋은 개성의 발현을 목표로 한다.
그림자 외에도 남성의 마음 속에는 아니마라는 여성 상이 있고 여성의 마음 속에는 아니무스라는 남성 상이 있다. 아니마는 모친에 의해, 아니무스는 부친에 의해 형성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모두 부정적인 힘과 파괴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아니마는 무의식에서 해결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내적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특히 아니마를 받아들여 창작 활동을 할 경우에 심원한 내적 세계와 접속할 수 있다. 아니무스는 진정한 확신을 갖도록 하며 주도성, 용기, 객관성 등 남성적인 성격을 갖도록 해 주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시각 예술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상징이 있다. 원은 정신의 전체를 상징하고 만다라는 신의 힘과 관련된 우주를 상징한다. 원과 만다라는 많은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예술가는 자신이 속한 시대의 정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인간의 공통된 무의식을 표현한다.
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의 경우 무의식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자아를 강화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이것은 꿈의 강력한 상징적 메시지를 해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무의식의 내용을 인정하고 그 힘을 경험할 때 성장이 가능해진다.
융은 무의식적인 것들이나 원형(정신의 역동적인 핵)이 개인에게 큰 힘을 미치며 인간관계 및 개인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이런 원형은 우리에게 창조적인 힘 또는 파괴적인 힘을 미칠 수 있으며 신화, 종교 예술 등 문화 전반에서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융 심리학은 앞으로 미시물리학과 심리학과의 관계, 자연수와 심리학의 관계 등을 추후 연구할 계획이다.
무의식과 꿈을 들여다 보고, 많은 꿈 분석 사례를 읽다 보니, 내 무의식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기거나 어떤 행동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내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융이 타계 10일 전에 마무리한 일생의 역작인 이 책의 메시지를 100%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지만 무의식과 꿈에 대한 흥미로운 입문서로서의 역할은 훌륭히 한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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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매튜 존스톤 지음, 채정호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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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영혼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서 일까. 난 잘 우울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주욱 그랬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주위에 안 좋은 일이 많거나, 너무 심하게 바빠서 내 시간 따위는 전혀 가질 수 없는 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꽤나 우울해진다.
이 책에서는 우울증을 블랙독으로 비유했다. 블랙독이란 말은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이 자신의 지독한 우울증을 지칭하면서 유명해졌고, 그 이후 많은 작가, 예술가, 가수들이 우울증을 블랙독이라고 부르고 이 이미지를 썼다.
저자 매튜 존스톤 역시 지독한 우울증을 겪었으며, 심지어 그 우울증을 감추려고 노력해왔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밝은 척, 괜찮은 척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진빠지는 일인지. 나도 회사에서 우울하지 않은 척을 하루 종일 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가 바로 넉다운되었다.


멋지고 괜찮은 사람인 척

사람들을 속이게 되었다.

블랙독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내 감정을 숨기고

사람들을 대하려니 너무 힘이 들었다.

마치 간질이나 심장발작, 당뇨병 같은

병을 숨기는 것처럼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p. 36)

 


이 책에서는 우울증에 따르는 다양한 증상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곁들여 설명했다. 특히 우울증으로 괴로울 때는 괴력을 발휘해야 일상적인 일들이 가능해진다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방바닥에 접착제로 붙인 듯 딱 붙어 있다. 그걸 뜯어내서 욕실로 가는 것만도 정말 큰 일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입맛이 떨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 마저 없어지고, 자신감이 상실되고, 부정적이고 까다로워지고, 잠을 못잔다. 이 세계와의 접점이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하고 어딘가를 떠도는 영혼이 되고 만다.
그러나 매튜 존스톤은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갔고 서서히 자신의 블랙독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의 전환점이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이기 위해 요가, 명상을 하며 자연을 찾아 휴식하고 안정 취하기, 운동, 기분 기록표 쓰기다. 이 중 처음 접하는 기분 기록표는 한 번 해보고 싶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그냥 글로 풀어 놓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도 나아지는 경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낙서장을 쓴다. 뭔가 마음을 갑갑하게 하거나 흔들어놓는 일이 있으면 낙서장에 끄적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거기에 내 기분에 대해서도 쓰면 특히 기분이 나쁠 때에는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블랙독 이야기에 덧붙여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와 우울증을 예방하는 마음의 기술 5가지를 실어 힘겨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용한 책이다.
세상에는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무너지기 쉬운 사람들이 있다. 영혼이 어두워져 버린 그 사람들이 정말 우울할 때 편하게 들춰보며 힘을 찾을 만한 책이다. 나도, 힘든 일이 많거나 우울감에 시달리는 날 다시 한 번 책을 들춰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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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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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를 좋아한다.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이없게도 교보문고에서 나온 스토리K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산 일이었다. 전자책을 보고 싶은데, 그 당시는 전자책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즈음이 어서, 전자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출판되는 문학 분야 책 중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책이 얼마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두 작가가 눈에 띄었다. 김영하 작가와 김연수 작가였다. 그리고 볼 전자 책이 없어서 보게 된 두 작가의 작품이 너무 좋아, 두 작가 모두의 팬이 되어 버렸다.

김영하 작가와 김연수 작가 모두 소설도 좋지만, 나는 에세이를 정말 좋아한다. 각종 여행기와 문학에 대한 에세이, 또는 현 세태에 대한 에세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내가 김영하 작가를 알기 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후, 20204월에 재출간되었다. 그 덕에 좋아하는 작가의 예전 작품을 읽을 기회가 마련되어 기뻤다.
김영하 작가가 시칠리아로 떠나게 된 계기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학교와 방송에 목매여 작품 활동도 얼마 못 하던 생활을 청산하고, 물건들과 약정, 계약, 자동이체를 다 정리하고 시칠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작고 아름다운 마을들, 포도밭, 레몬나무,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를 마주했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p. 124)


빛이 작살처럼 내리 꽂히는 6월의 시라쿠사,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지은 타오르미나의 그리스 극장,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아그리젠토의 콘코르디아 신전 등등을 돌아보는 여행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 만난 사람들, 사람을 압도하는 경치가 자아내는 단상들. 그의 여행을 책으로 동행하며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전에 씌여진 여행기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이탈리아의 끔찍한 교통 사정, 매일 들르던 가게 주인과의 우정, 그리스 극장에서 떠올린 영화 <대부>등을 넘나드는 이야기꾼의 여정을 따라 가며 역시나 김영하 작가의 다음 책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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