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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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를 좋아한다.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이없게도 교보문고에서 나온 스토리K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산 일이었다. 전자책을 보고 싶은데, 그 당시는 전자책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즈음이 어서, 전자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출판되는 문학 분야 책 중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책이 얼마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두 작가가 눈에 띄었다. 김영하 작가와 김연수 작가였다. 그리고 볼 전자 책이 없어서 보게 된 두 작가의 작품이 너무 좋아, 두 작가 모두의 팬이 되어 버렸다.

김영하 작가와 김연수 작가 모두 소설도 좋지만, 나는 에세이를 정말 좋아한다. 각종 여행기와 문학에 대한 에세이, 또는 현 세태에 대한 에세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내가 김영하 작가를 알기 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후, 20204월에 재출간되었다. 그 덕에 좋아하는 작가의 예전 작품을 읽을 기회가 마련되어 기뻤다.
김영하 작가가 시칠리아로 떠나게 된 계기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학교와 방송에 목매여 작품 활동도 얼마 못 하던 생활을 청산하고, 물건들과 약정, 계약, 자동이체를 다 정리하고 시칠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작고 아름다운 마을들, 포도밭, 레몬나무,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를 마주했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p. 124)


빛이 작살처럼 내리 꽂히는 6월의 시라쿠사,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지은 타오르미나의 그리스 극장,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아그리젠토의 콘코르디아 신전 등등을 돌아보는 여행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 만난 사람들, 사람을 압도하는 경치가 자아내는 단상들. 그의 여행을 책으로 동행하며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전에 씌여진 여행기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이탈리아의 끔찍한 교통 사정, 매일 들르던 가게 주인과의 우정, 그리스 극장에서 떠올린 영화 <대부>등을 넘나드는 이야기꾼의 여정을 따라 가며 역시나 김영하 작가의 다음 책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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