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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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교양 과목의 과제로 철학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처음 보는 철학 책은 무슨 소린지 당최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했고, 꾸역꾸역 읽고 나서도 기억 나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과제를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는 감정, 신앙, , 행동, 인생 등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주제들에 대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주장들을 하나씩 검토하고 반박하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섭렵한 지식에 대해 이리 저리 사고해본 결과를 쉽게 기술했다. 철학 책이지만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고,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감정, 꿈에 대한 챕터를 인상 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다각도로 분석하며, 어떤 의견이 신빙성있고 어떤 의견은 신뢰가 가지 않는지 하나 하나 짚어준다. 그 학자가 제 아무리 유명한 프로이트라고 하더라도, 그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도 요모조모 살펴보고, 비슷한 의견 사이의 차이도 분석한다. 하나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는 점과 설득력 있는 점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그리고 각 주제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그의 결론을 내린다.
꿈에 관심이 많아 꿈 노트를 써보기도 했다. 한 때 꿈 해몽에도 관심이 있었고, 꿈의 내용을 기억하는 훈련도 혼자서 해 보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꿈이 큰 의미가 없고 꿈은 단지 뇌가 생성하는 부산물이라는 입장을 처음 접했다. 꽤 설득력있는 주장이었다. 자신이 겪은 일을 소재로 우리가 자는 동안 뇌가 하는 스토리 텔링이라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꿈에는 수면을 보호하는 기능이나 우리를 좀 더 건강하게 하는 기능이 없다는 증거를 읽고 놀라기도 했다. 렘 수면을 억제하자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책을 통해 각 분야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살펴보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꼭 철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관심 있는 주제가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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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몸이 좋아하는 순간 - 하찮은 체력, 우울증을 넘어서는 운동 힐링 에세이
박윤정 지음 / 리더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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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가만히 앉아 책만 보는 걸 좋아했던 나는 운동이라면 질색이었다. 힘들고, 딱히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고,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내가 나이가 들면서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를 위해서 운동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고, 요가와 스트레칭, 필라테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여전히 운동 후에 도파민이 나오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삶을 좀 더 활기있게 만들고 체력을 키우는 효과만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몸이 좋아하는 순간>은 이혼 후 두 사춘기 아이의 가장이 되어 스트레스와 부담감, 무력감에 짓눌리던 40대 여성이 운동을 통해 다시 태어난 경험을 쓴 에세이이다. 그는 경제적 문제, 육아 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힘들어 하던 시기에 문득 헬스클럽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에 옮겼다. 그건 신의 한 수 였다. 그 이후 요가, 등산, 트레킹, 자전거뿐만 아니라 마라톤, 패들보드 등 다양한 운동을 시도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그의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 마라톤에 완주한 자신감으로 일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주말이면 늘어져 있는 대신 산으로, 강으로 떠났다. 조회 시간이면 쓰러지기 일쑤이고, 체육 시간이면 따로 떨어져 쉬어야 했던 저질 체력이 강철 체력에 최강 멘탈이 되었다. 잘 자고, 잘 먹고, 밝은 성격으로 변하자, 40대의 그는 20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체력이 강해지자 평소라면 포기했을 일까지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가 읽고 있는 이 책도 세상에 나왔다.
그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스트레칭을 하고 요가를 하며 시작해 집안일을 하고, 매일 3km를 뛴다. 아침을 준비하고 회사까지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생각만 해도 활력 넘치는 인생이다.
그는 이 책에 자신의 운동 경험과 어려운 인생사를 이겨낸 경험을 털어놓고, 운동이나 건강 지식을 정리해주었으며, 운동을 시작할 사람들을 위해 깨알 같은 조언도 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운동에 빠진 그가 참 아름다워 보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구실로, 운동을 소홀히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당장 10분이라도 요가를 해 본다. 기분 좋은 피로와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회사에 모든 에너지를 탈탈 털리고, 집으로 퇴근해 가사일에 지친다면,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넘고 있다면,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해 보라고 이 책은 슬쩍 권한다. 독서도 좋고, 가죽 공예도 좋고, 그림 그리기도 좋지만, 5분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벗삼아 산책한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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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에디터스 컬렉션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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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에 밝고 자기 자신의 사리 사욕 채우기에 열을 올리며 가끔씩은 남을 등쳐먹기도 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순진하고 올곧은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가끔은 바보 같더라도 무척 매력적인 사람일 것이다.

<도련님>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무엇 하나 뛰어나거나 잘나지 않았고 그저 막무가내일 뿐이지만, 그에게는 순수하고 정의롭다는 매력이 있다. 그는 특출난 점이 없고 사고를 쳐서 집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지만, 집에서 살림을 봐 주는 기요만큼은 그를 알아준다.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그를 100% 믿어준다. 기요만은 그의 순수한 매력을 알아본 것이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자립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월급도 적고 외진 동네에 있는 중학교에 수학 교사로 부임한다. 그러나 그 때부터 그의 시련이 시작된다. 학생들은 그가 메밀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었다는 둥, 유흥가 입구에서 당고를 먹었다는 둥 하며 놀려대고 숙직실에 메뚜기를 넣어놓는 장난을 친다.
하숙집에서도 주인이 자꾸 가짜 미술품을 팔려고 그를 귀찮게 할 뿐 아니라 미술품을 사지 않자 누명을 씌워 쫒아내려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의 세계도 그리 공정하지 않다. 다른 선생님의 약혼자를 가로채고는 아에 멀리 쫒아내려고 전근을 시킨다. 눈엣가시같다는 이유로 함정을 파고 누명을 씌워 그만두게 한다.
그는 세상 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사회에 나가자 마자 1달도 되지 않아 절절히 느낀다. 그러나 그는 그 세상 속에 섞이지 않고 올곧다. 급여를 올려 주겠다는 것도 거부하고 억울하게 사직하는 사람과 함꼐 사직해버린다. 회의 석상에서는 순진한 말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그의 속마음을 읽다보면 막무가내의 순진함에 웃음이 나온다. 나도 기요처럼 그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웃음 지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쓰메 소세키에게 인기를 안겨 준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오늘도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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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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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카페에 가고, 혼자 쇼핑을 하고, 혼자 도서관에 가는 건 즐기지만, 여행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편하게 가족과 여행을 간 적이나 혼자서 당일 출장을 간 적은 있지만, 혼자서 먼 곳에 가 본 적은 없다. 홀로 해외에 나가는 건 겁나고, 국내라 하더라도 빈 방에 덩그러니 누워 잠을 청하려 하면 멀뚱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해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으니 외로울 듯도 싶다.
마스다 미리는 마흔이 되자, 아름다운 것들을 봐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40대의 10년 동안 가고 싶었던 곳을 하나씩 다녀왔다. 가보고 싶어서 마음에 품고만 있던 곳들을 몇 년에 한 번씩 여행해 나가는 낭만이라니.
그 곳은 북유럽, 독일, 프랑스, 브라질, 타이완. 읿본에서도 상당히 먼 곳이다. 게다가 혼자 떠나는 여행의 불안을 그는 패키지 여행에 참여하며 해결헀다. 해외의 여행 장소에 도착하면 일본인 가이드가 맞아준다. 버스를 타고 단체로 관람을 하고, 필요한 수속도 모두 가이드가 밟아준다. 적당히 자유 시간도 있고, 단체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도 한다. 혼자 해외에 나가도 그리 많이 불안하지 않은 조건이다.
그가 북유럽에서 본 오로라,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먹은 소시지와 과자, 프랑스에서 찾아간 물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몽생미셸 수도원, 브라질에서 본 리우 카니발 퍼레이드, 타이완에서 날린 풍등과 핑시 풍등제에서 본 수많은 풍등들. 그것은 고스란히 마스다 미리의 마음에 들어와 그의 일부가 되었고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가슴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아름다운 풍경은 오로라였다.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 하에 그 먼 북유럽에 갔으나, 언제 오로라가 보일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날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고 그 날씨란 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오로라가 종종 보인다는 장소를 찾아가서 하염없이 하늘을 보며 오로라를 기다린다. 실패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운 좋게 오로라를 보는 날은 같이 패키지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오로라를 올려다 본다. 운치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못 볼지도 몰랐던 오로라를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을 상상할 수 있었다.
많은 여행지 중 마스다 미리를 따라 가 보고 싶은 곳은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오색찬란한 마켓 사진, 처음 보는 맛있어 보이는 간식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 떠돌것 같은 살짝 들뜬 흥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무래도 슈니발이라도 구해서 먹어봐야겠다.
마스다 미리의 진솔한 에세이와 여행지를 생생하게 그린 일러스트, 유머러스한 만화가 어우러져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시기이지만, 나는 마스다 미리와 함께 세계를 돌았다.
내게도 마음을 빼앗긴 장소가 있다. 마스다 미리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스위스의 알프스 산, 프랑스 음식점, 네덜란드의 아기자기한 마을, 내가 좋아하는 일본 만년필이 가득 전시되어 있는 일본 펜샵. 내게도 그런 장소를 돌아볼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평소에 집순이인 나이지만, 거기라면 갈 수 있다. 아름다운 것들을 내 가슴에, 눈에, 노트에 담고 싶다. 그 시간이 너무 늦게 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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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밀려온다 - 지금이 힘겨운 당신과 읽고 싶은 위로의 문장들
매기 스미스 지음, 안세라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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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이혼의 고통을 모른다. 하지만 상실의 슬픔이라면 잘 안다. 돌아가신 분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져 눈물을 흘려 보기도 했고, 살아있으나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그리워 몇 시간씩 생각에 잠겨 있기도 했다.

<푸름이 밀려온다>는 매기 스미스가 이혼이라는 시련을 겪으며 그 시절을 통과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읊조린 말과 같은 책이다. 그는 이혼이라는 상실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매일 SNS에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포스팅했으며 이 책은 그 포스팅과 매기 스미스의 에세이들을 엮었다.
시인인 매기 스미스의 SNS 글은 모두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이었으며 아름다운 시어와 같은 글들이었다. 원서의 제목부터 마음을 끌어당긴다. KEEP MOVING. 그대 멈추지 않기를. 힘든 시절이라고 해도 계속 자신을 믿고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는 자신에게,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과거로 가는 문을 열어두려 애쓰지 마라.
마치 지나간 삶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마치 지금이라도 그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듯.
당신의 힘을 낭비하지 마라.
우리는 그곳으로 갈 수 없다.
힘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써라.
(p. 17)


그는 고통 속에서도 고독의 가치를 찾아내었고 빈 자리에 새로운 것들을 채워나가는 기쁨을 말했다. 비어있기에 다시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는 것. 둘이 아닌 하나라는 새로운 자기 자신으로 태어나는 것.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것.


나는 잎이 다 떨어진 나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잎이 떨어지면 그 사이로 더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 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름. 그 찰나의 아름다움까지도.
(p. 73)


그는 또한 죽은 사람이 아니라 안보게 되어 상실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은 없다고 지적한다. 유산을 2번이나 겪고 나서, 태어날 뻔 했던 그러나 죽은 아이들의 엄마를 가리키는 말은 없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에서 상실된 것들에 대한 애도와 애정이 엿보인다. 상당히 인상적인 지적이다.
그는 이혼을 겪으며 줄곧 비관적이었던 마음가짐을 바꾸고 낙관론자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 큰 변화를 겪는다. 무언가가 촉발한 그 변화는 미래의 우리를 지배한다. 그에게는 이혼이 관점 변화의 촉매제가 되었다.
아름다운 문구와 에세이가 가득한 이 책은, 괴롭고 아픈 와중에도 빛나는 순간을 찾아야 함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지금 현재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거나,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할 만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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