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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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래 전에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인상깊게 읽었다. 그 책의 문구 중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내 플래너 맨 뒷장에 매년 적어왔다. 인생의 의미를 중시하는 로고테라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나는 꼭 이루어내야만 하는 사명을 갖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이 삶을 마치기 2년 전에 쓴 그의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를 거쳐서, 유대인 수용소에서의 경험과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책을 출판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두 번째 아내를 만나기까지의 인생을 찬찬히 이야기했다.
그의 다른 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빅터 프랭클의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 본 느낌이다. 수많은 강의를 하던 때의 에피소드와, 난감한 상황에서 항상 청중을 웃겨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의 말에 집중하고 환자를 통해 배우려 했다는 이야기. 나치의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에 미국으로 도망갈 수 있었으나 부모님과 떨어지지 않으려 남아있다 게슈타포에 끌려갔던 이야기. 아내 역시 수용소에 끌려 가지 않을 수 있었으나 빅터 프랭클과 함께 있고 싶어, 같이 수용소에 끌려 갔다는 이야기. 수용소에서 게슈타포의 알 수 없는 선의로 가스실로 직행하는 걸 면한 이야기 등등.

삶의 의미는 우리가 숨 쉬는 마지막 순간까지 발견해야 하는 것이지요. 내가 피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하더라도, ‘고통을 인간의 업적으로 승화시키면서 삶의 의미를 쟁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p. 72)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역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집필한 이야기였다. 빅터 프랭클은 원고를 소중히 옷에 붙이고 수용소에 들어갔으나 모두 빼앗겨 절망했다. 그러나 수용소에서 지급 받은 옷에 기도문이 써진 종이가 들어 있었고, 그는 잃어버린 원고를 그 종이에 다시 쓸 수 있었다. 때로는 수용소 안에서 구하기 힘든 종이를 선물 받기도 하면서 책을 집필했다. 그리고 그가 수용소에서 나오고 난 후 그 원고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한 거인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집필하고 2년 후 그는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로고테라피는 여전히 세상에 남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로고테라피를 구상하던 시기의 비하인드 스토리일 뿐 만 아니라, 빅터 프랭클이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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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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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한다. 늦은 밤 좋아하는 노트를 펼치고 필기감이 부드러운 만년필을 꺼내 일기를 쓰든, 공유하고 싶은 것이 떠올라 열심히 글을 써서 고치고 고쳐보든, 그저 노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을 끄적이며 마음을 도닥이든 간에.

노트에 글을 자주 끄적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조금씩 그리고 항상 글을 써왔다. 때로는 퇴근길 스트레스에 절어 견딜 수 없어지면, 조그만 수첩에 글을 쓰기도 했고, 예쁜 노트를 사서 일상다반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 어쩌면 글쓰기와 메모를 꼭 해야만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지우 작가는 매일 쓰는 사람이다. 일년에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쓰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구멍을 메웠다고, 결점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본디 산만하고 불안한 성격이었던 저자의 단점을 글쓰기가 해소해주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에도 강의를 좋아해 공강 없이 청강으로 꽉 채운 그였지만, 강의에 100% 집중한 건 아니었다. 노트를 두 개 들고 들어가서 하나는 강의 내용을 적고, 다른 하나에는 강의 중 드는 생각 등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다. 그런 약간 느슨한 지적 경험을 사랑하는 저자에게 동감할 수 있었다. 나는 산만한 것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에 집중하면 엉덩이가 무거운 타입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흔드는 일이 일어나면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그 마음의 동요를 종이에 풀어놓고 나서야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종일 낙서한 노트가 여러 권 책장에 쌓여있다. 별 내용도 없는데 이상하게 모아 두고 싶어, 모두 갖고 있다.
그는 글쓰기가 결점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을 씀으로 인해 좋은 것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백지를 펼쳐서 글을 쓰는 건,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멋진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 백지는 내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도 절대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는다면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 세계를 모두가 경험하기를 권한다.

마치 산소에 노출되어 산화되어가는 음식물처럼, 글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부터 글도, 글 쓰는 사람도, 글쓰기도 다른 것이 되어간다.
(….)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순간 열리는 드넓은 세계를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p. 166)


매일 쓰는 사람이어서일까.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과 에피소드는 깊은 내음을 풍겼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진한 연필의 굵은 선으로 수없이 밑줄을 그었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작가 수업을 받는 사람도 아니며, 문단에 데뷔한다거나 하는 목표도 딱히 없다. 그저 글쓰는 게 좋아서 이런 저런 글을 마음 가는대로 쓰고, 글쓰기 책이나 글쓰기 강의를 취미로 들을 뿐이다.
그러나 정지우는 그런 내 마음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글쓰기를 둘러싼 그의 이야기들에는 정곡을 찌르고 본질을 밝히는 날카로움이 있으며, 글쓰기의 힘을 믿는 사람의 순수한 열정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말해야만 했으나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도 느낀다. 나는 사람이란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p. 95)


내게도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쌓여있는 듯하다. 아주 가까운 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시커먼 구멍이 나에게도 있다. 말주변이 없고 숫기가 없는 데다, 표현도 없어 무언가를 계속 가슴에 꾹꾹 눌러 담기 바쁜 나에게 글쓰기는 마음을 깨끗이 비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글 쓰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는 것이다라는 정지우의 말을, 나는 망설임 없이 믿는다.
(p.5,
추천의 글)


글쓰기라는 좋은 것과 좀 더 자주 만나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고 싶다. 내게 남은 하나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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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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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공지영, 은희경 등의 여성 작가들이 화려하게 활동했지만, 요즈음에는 한국 문단에서 눈에 띄는 여성작가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 정세랑, 정유정, 한강, 장류진, 최은영, 조남주 등등.

그 중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우연히 읽어보고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정세랑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자 싶었다. 먼저 읽은 사람의 추천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정세랑 작가가 쓴 전작을 다 읽어버리고 싶은 정도로 반해버렸다.
주인공 한아는 말썽쟁이 남자친구 경민이를 오랫동안 만나고 있다.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서는 연락도 잊어버리고 이곳 저곳을 탐사하고 다니는 데다, 연인인 한아를 별로 생각해주지 않는다. 한아만 기다리고, 참아내고, 견뎌내고, 무진히 애를 쓰며 관계를 어렵게 이어가던 중, 경민이가 갑자기 달라진다.
그 시작은 경민이 유성우를 보러 가겠다고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서였다. 돌아오는 경민을 맞으로 나간 한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로맨틱해졌다. 그러나 한아는 돌아온 경민에게서 이런 저런 수상한 측면들을 보게 되고, 경민을 믿을 수 없어진다.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설인데, SF/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있다. 얼핏보면 로맨스와 어울리지 않을 SF/판타지적 요소가 소설의 다디단 분위기를 전혀 훼손하지 않고 극대화시켰다. 그런 요소 덕에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엄청난 전 우주적 로맨스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도저히 책장을 계속 넘길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가, 즐겁다가, 행복하다가, 좌절하다가 조마조마 하곤 했다. 그 마음의 지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완독한 시간이 새벽 한 시 반이었지만, 전혀 잠들 수 없었다. 평소에 로맨스물을 즐기는 타입이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은 내 마음에 파란을 일으켰다.
지구에서 한아만 바라보는 경민, 환경주의자이며 헌 옷을 멋지게 리모델링하는 디자이너인 한아, 자신의 마음 속을 그대로 내보이는 사이다같은 한아의 친구 유리. 이들 사이의 로맨스와 우정과 유머. 대충 보기에는 평이해보이는 주제일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결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 아니다.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만한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맨스다.
정세랑이 스물 여섯에 쓴 초기작인 것 같은데, 그 시작부터 남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또 한 명 생겨서 기쁘다. 앞으로 읽을 그의 작품들이 더욱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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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분 시력 운동
야마구치 고조 지음, 최말숙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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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갑자기 눈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작은 글자를 보려고 안경을 벗는가 하면, 가까이에 있는 걸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먼 곳의 물체에 초점이 잘 맞지 않을 때는 정말 뭔가 문제가 있는가 싶었다. 휴대폰의 작은 글씨를 보는 게 힘들어져서 휴대폰 폰트를 키우기까지 했다.

<11분 시력운동>은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고, 눈에 생기는 각종 질병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사항을 설명할 뿐 아니라, 실제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운동법 안내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 책은 먼저 현재 자신의 눈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설문 및 검사지부터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섬모체근이 약해진 상태다. 그런 경우 할 수 있는 운동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외안근이 약해지거나 홍채근이 좋지 않은 경우에 할 수 있는 운동도 안내되어 있다. 뇌와 눈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두뇌 트레이닝 역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논지는 눈에 생기는 질병은 생활 습관병이기 때문에 소식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을 지속해준다면, 수술 없이도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눈의 모세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생활습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눈 운동은 눈에 있는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다. 눈 운동에 필요한 자료는 모두 이 책이 제공하고 있으니 오려서 쓰면 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는 경우 나처럼 외안근이 약해지기 쉬우므로, 눈을 의식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눈 트레이닝으로 눈 근육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백내장, 녹내장 등의 눈에 생기는 질병도 약이나 수술로만 치료하기 보다는 생활 습관을 교정함으로써 충분히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야마구치 고조는 역설한다.
요새 눈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나이가 들어 노안 등의 질병이 걱정되는 사람, 또는 위험 인자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눈 건강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소개되어 있는 눈 운동을 따라해볼 만 하다. , 식습관과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눈 건강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설득력 있고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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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 문예단행본 도마뱀 5
이병철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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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신입 사원 취업 면접에 나오는 질문 중에, 무인도에 뭘 가져가야 하는가라는 게 있었다. 참 아리송한 문제다.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간다고 대답해야 하나.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랠 물건을 가져가야 한다고 대답해야 하나. 신입 사원의 창의성을 테스트하고자 묻는 것이겠지만, 참 지원자를 괴롭히는 질문이었다.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는 무인도라는 주제로 열 다섯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 중, 소설가는 아주 매력적이며 살짝 판타지스럽고 자본주의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소설을 쓰기도 했고, 시인은 장장 10페이지 정도에 걸쳐서 이별한 사람의 시선에서 시를 쓰기도 했다. 영화감독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그는 금토동에서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상처받은 경험을 풀어놓으며 금토동의 위악을 이야기했다. 그의 에세이는 재개발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금토동을 견딜 수 있겠냐는 물음으로 끝난다. 한편, 기자는 무인도의 법적 정의부터 찾아보며, 무인도의 기준이 무엇인가, 동해, 남해, 서해에 무인도가 몇 개가 있나 등을 말하며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다른 형식으로 풀어낸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에서 글쓴이가 보이는 듯 했다.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은 무인도 이야기가 다채로운 무지개색으로 펼쳐졌다. 무인도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살던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글들이다. 피곤한 하루의 끝에, 오늘의 힘들었던 일을 무인도 이야기를 읽으며 지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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