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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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한다. 늦은 밤 좋아하는 노트를 펼치고 필기감이 부드러운 만년필을 꺼내 일기를 쓰든, 공유하고 싶은 것이 떠올라 열심히 글을 써서 고치고 고쳐보든, 그저 노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을 끄적이며 마음을 도닥이든 간에.

노트에 글을 자주 끄적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조금씩 그리고 항상 글을 써왔다. 때로는 퇴근길 스트레스에 절어 견딜 수 없어지면, 조그만 수첩에 글을 쓰기도 했고, 예쁜 노트를 사서 일상다반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 어쩌면 글쓰기와 메모를 꼭 해야만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지우 작가는 매일 쓰는 사람이다. 일년에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쓰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구멍을 메웠다고, 결점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본디 산만하고 불안한 성격이었던 저자의 단점을 글쓰기가 해소해주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에도 강의를 좋아해 공강 없이 청강으로 꽉 채운 그였지만, 강의에 100% 집중한 건 아니었다. 노트를 두 개 들고 들어가서 하나는 강의 내용을 적고, 다른 하나에는 강의 중 드는 생각 등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다. 그런 약간 느슨한 지적 경험을 사랑하는 저자에게 동감할 수 있었다. 나는 산만한 것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에 집중하면 엉덩이가 무거운 타입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흔드는 일이 일어나면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그 마음의 동요를 종이에 풀어놓고 나서야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종일 낙서한 노트가 여러 권 책장에 쌓여있다. 별 내용도 없는데 이상하게 모아 두고 싶어, 모두 갖고 있다.
그는 글쓰기가 결점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을 씀으로 인해 좋은 것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백지를 펼쳐서 글을 쓰는 건,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멋진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 백지는 내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도 절대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는다면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 세계를 모두가 경험하기를 권한다.

마치 산소에 노출되어 산화되어가는 음식물처럼, 글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부터 글도, 글 쓰는 사람도, 글쓰기도 다른 것이 되어간다.
(….)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순간 열리는 드넓은 세계를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p. 166)


매일 쓰는 사람이어서일까.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과 에피소드는 깊은 내음을 풍겼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진한 연필의 굵은 선으로 수없이 밑줄을 그었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작가 수업을 받는 사람도 아니며, 문단에 데뷔한다거나 하는 목표도 딱히 없다. 그저 글쓰는 게 좋아서 이런 저런 글을 마음 가는대로 쓰고, 글쓰기 책이나 글쓰기 강의를 취미로 들을 뿐이다.
그러나 정지우는 그런 내 마음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글쓰기를 둘러싼 그의 이야기들에는 정곡을 찌르고 본질을 밝히는 날카로움이 있으며, 글쓰기의 힘을 믿는 사람의 순수한 열정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말해야만 했으나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도 느낀다. 나는 사람이란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p. 95)


내게도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쌓여있는 듯하다. 아주 가까운 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시커먼 구멍이 나에게도 있다. 말주변이 없고 숫기가 없는 데다, 표현도 없어 무언가를 계속 가슴에 꾹꾹 눌러 담기 바쁜 나에게 글쓰기는 마음을 깨끗이 비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글 쓰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는 것이다라는 정지우의 말을, 나는 망설임 없이 믿는다.
(p.5,
추천의 글)


글쓰기라는 좋은 것과 좀 더 자주 만나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고 싶다. 내게 남은 하나의 작은 소망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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