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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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공지영, 은희경 등의 여성 작가들이 화려하게 활동했지만, 요즈음에는 한국 문단에서 눈에 띄는 여성작가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 정세랑, 정유정, 한강, 장류진, 최은영, 조남주 등등.

그 중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우연히 읽어보고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정세랑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자 싶었다. 먼저 읽은 사람의 추천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정세랑 작가가 쓴 전작을 다 읽어버리고 싶은 정도로 반해버렸다.
주인공 한아는 말썽쟁이 남자친구 경민이를 오랫동안 만나고 있다.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서는 연락도 잊어버리고 이곳 저곳을 탐사하고 다니는 데다, 연인인 한아를 별로 생각해주지 않는다. 한아만 기다리고, 참아내고, 견뎌내고, 무진히 애를 쓰며 관계를 어렵게 이어가던 중, 경민이가 갑자기 달라진다.
그 시작은 경민이 유성우를 보러 가겠다고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서였다. 돌아오는 경민을 맞으로 나간 한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로맨틱해졌다. 그러나 한아는 돌아온 경민에게서 이런 저런 수상한 측면들을 보게 되고, 경민을 믿을 수 없어진다.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설인데, SF/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있다. 얼핏보면 로맨스와 어울리지 않을 SF/판타지적 요소가 소설의 다디단 분위기를 전혀 훼손하지 않고 극대화시켰다. 그런 요소 덕에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엄청난 전 우주적 로맨스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도저히 책장을 계속 넘길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가, 즐겁다가, 행복하다가, 좌절하다가 조마조마 하곤 했다. 그 마음의 지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완독한 시간이 새벽 한 시 반이었지만, 전혀 잠들 수 없었다. 평소에 로맨스물을 즐기는 타입이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은 내 마음에 파란을 일으켰다.
지구에서 한아만 바라보는 경민, 환경주의자이며 헌 옷을 멋지게 리모델링하는 디자이너인 한아, 자신의 마음 속을 그대로 내보이는 사이다같은 한아의 친구 유리. 이들 사이의 로맨스와 우정과 유머. 대충 보기에는 평이해보이는 주제일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결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 아니다.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만한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맨스다.
정세랑이 스물 여섯에 쓴 초기작인 것 같은데, 그 시작부터 남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또 한 명 생겨서 기쁘다. 앞으로 읽을 그의 작품들이 더욱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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