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마음 일하는 마음 5
김준연 지음 / 제철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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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시리즈가 있다. 아무튼 시리즈, 지금도 나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 같은 것 말이다. 마음 시리즈도 그 중에 하나다. 출판, 문학, 번역 등 관심있는 분야의 마음 시리즈가 나오면 항상 사보았다. 첫 시리즈가 나올 때는 북펀딩도 했다. 출판, 문학, 다큐, 미술 등 한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련있는 사람들 중 인터뷰이를 선정하여 여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쓴 책들이라 관심있는 분야라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아주 즐겁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여행하는 마음>은 장기 여행이라거나, 카우치서핑이라거나, 오토바이 여행이라거나 하는 특별한 여행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을 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주인, 관광통역안내사 등 여행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좀 더 폭넓은 시선에서 여행의 이모저모를 살핀 책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자는 살사를 배우기 위해 칼리를 찾은 이다희였다. 나도 재즈댄스를 조금 배운 적이 있고, 왠지 스윙도 배우고 싶었으나, 한 때 조금 배우다 만 수준이었다. 물론 춤을 배운다는 것은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일이었으니 매우 즐겁고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릴 수 있는 일이었으나, 야근과 특근에 시달리면서 춤을 배우다 체력의 한계를 느껴 그만 두고 말았다.
먼 타국에서 길가 어디서든 살사 음악이 들리면 베이직 스텝을 밟는 그가 상상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고 사양치 않고 춤을 청하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다소 치안이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에도 살사에 대한 사랑 하나로 그 먼 곳까지 가서, 자유로운 영혼이 된 그가 부럽다. 그는 쿠바의 라틴문화가 자신의 것인 양 꼭 맞았다고 한다. 어쩌면 그에게 쿠바는 제 2의 고향이었는지 모른다.
스페인어 관광통역안내사인 인터뷰이 신애경 역시 기억에 남는다. 무려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관광통역안내사까지 되었다니 놀랍다. 스페인 사람들을 안내하며, 무엇을 설명해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인솔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인터뷰였다. 언어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으로도 보였다. 그는 스페인어뿐 만 아니라 영어, 포르투갈어, 중국어를 구사한다. 게다가 태국어까지 공부 중이다. 은밀히 트라이링구얼을 꿈꾸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불가능하다고 미리 손을 놓아버린 내게 다시 희망을 준다.
솔직히 나는 여행자라기 보다는, 집콕족이다. 집 안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프랑스 자수를 하며, 퀼트를 하는 등의 일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여행 이야기에 끌리는 지 모른다. 이 책과 함께 세상을 누비는 일이 즐거웠다. 언젠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나도 어딘가로 떠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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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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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에쿠니 가오리의 <수박 향기>라는 단편집을 읽었다. 매 작품마다 도입부가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호기심이 동하게 해서, 지금 읽는 이 단편 한 작품만 읽고 다른 거 해야지. 하다가 다음 단편을 또 읽고. 진짜 이것만 읽고 그만 읽어야지. 하다가 다음 작품을 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 기억 덕에 다시 읽어 본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역시 인상적인 독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아주 오래 전 나왔던 책이었는데, 개정되어서 나왔다. 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시어머니와 하룻밤 동안 온천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남편이 고양이를 내다 버려서 경악하기도 한다. 결혼 전에 만났던 연인을 의식하며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는 여자의 쇼핑 루트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가 그렇게 백화점 쇼핑을 좋아하는 것은 전 연인을 만나던 당시의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보호한 기억은 늘 윤곽이 애매하고, 보호받았던 기억만이 가슴을 파고든다. 미요코 자신조차 그것을 떨쳐 버릴 수 없다.
(p. 96)


식사를 하며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취미인 트럭 운전수가 있는가 하면, 바람난 남편을 어떻게 되찾을지 고심하는 아내도 있다.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던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한다. 나이가 들었다며 신경을 쓰는 언니에게 동생이 한 남자를 보낸다. 언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이지만, 어묵국과 위스키를 맛있게 먹게 해 준다.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 145)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는 우리를 매혹시키는 무언가가 빛나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계속 읽어 내려가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 모음집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에 빠져들기 충분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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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범우문고 87
F.사강 지음, 이정림 옮김 / 범우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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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즈음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내 경우는 대학 입시 준비 정도뿐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프랑스아주 사강은 19세에 <슬픔이여 안녕>을 써냈다. 그리고 이 첫 소설로 단번에 성공했다.

그런 배경을 알고 나서 막상 이 소설을 펼치면 19세 미숙한 소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정교한 심리 묘사가 펼쳐져 독자를 사로잡는다. 쎄실의 사랑 이야기과 아버지의 연애 스토리가 병치되고 쎄실 가족의 자유분방함과 안느의 질서정연함이 대비된다.
이야기는 아버지와 쎄실, 그리고 아버지의 연인인 엘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바람기가 있고 쎄실은 방학이어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이들의 삶은 방탕하고, 속되며, 어지럽지만 그들은 거기에 만족한다. 엘자를 포함해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유분방한 이들 뿐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 사이로 엄마의 생전 친구였던 안느가 찾아온다. 그리고 이들의 생활에는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안느의 질서와 안정된 삶이 옳다는 것쯤은 쎼실도, 아버지도, 안느도 아는 사실이고, 독자 역시 느끼는 바이나, 읽다보면 쎄실의 자유와 방탕함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버린다. 어쩐지 쎄실이 꾸미는 계략이라거나, 쎼실과 씨릴과의 연애라거나, 아버지의 자유로운 생활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은근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실제 삶에서의 내 모습은 쎄실보다는 안느에 가까우면서도 말이다.
소설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치닫는 스토리에 전율하고, 몰입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마지막의 극적인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사강의 책을 읽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지만, 단번에 사강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사강 자신의 인생 역시 방탕하고 자유분방했으며, 자신을 스스로 파괴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던 때문일까? 이 책에 매료되어 버렸다. 어쩌면 내 인생의 대부분이 사강과는 정 반대로 펼쳐졌기 때문에 사강에게 이끌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치 자신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성에게 이끌리듯이.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겨서 기쁘다. 사강의 자유로운 영혼뿐 아니라 그의 그늘까지도 탐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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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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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며 사는 삶을 동경한다. 언젠가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차오른다면, 한 번이라도 내 책을 내고 싶은 로망이 있다. 글쓰기와 작가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긴 이후로 이런 저런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어왔다. 그런 관심이 생기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작가의 삶이 경제적으로 절대 녹록하지 않다거나, 글을 쓰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은, 힘든 일이라거나. 출판사에 투고되는 원고 중에 극히 일부만 출판되고, 출판되는 책 중 대중에 알려지고 성공하는 책은 극히 일부라거나. 대부분 결이 비슷한 이야기였다. 작가의 삶이란, 글 쓰는 인생이란 멀리서 보는 것처럼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계속 쓰기>는 작가 대니 샤피로가 자신의 글쓰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 짧은 글로 이루어진 에세이 모음집이다.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애쓰는 일상이라거나, 정해놓은 작업 리듬을 종종 깨버리는 인생이라거나, 초고를 보여줄 독자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이라거나.
그의 가족사, 인생,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대니 샤피로는 부모님이 늦은 나이에 가진 아이였으며, 항상 외로워하는 아이였다. 또한 부모님들의 과잉 대처에 시달려야 했고, 대니 샤피로의 일을 놓고 부모님이 종종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어서 고향을 떠나고 싶어서 일찍 먼 곳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곧 방황했다.
아버지가 조수석에 어머니를 태우고 운전석에서 차를 몰다 의식을 잃는 사고가 난 후, 아버지는 그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크게 다쳤다. 그리고 대니 샤피로는 그 일이 자신의 인생을 양분했다고 한다.
대니 샤피로의 어머니는 그의 뮤즈가 되었다. 수없이 겪은 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고통스런 일은 때때로 우리를 예술적 영감으로 이끄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쓴 작가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특히 그도 글쓰며 고뇌하고, 글 쓰는 일을 어둠 속에서 운전을 하는 것에 비유하고, 방황했던 날들이 있다는 것이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글밥을 먹는 작가이든, 그저 좋아서 혼자 글을 긁적이는 사람이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써서 공유하는 사람이든, 사실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어둠과 상처가 있는 것만 같다.
작가가 말하는 글 쓰는 삶. 그 모든 장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쓰라는 격려로 느껴진다. 얼마 전 시인 선생님의 글쓰기 강의에 등록했다. 며칠 후 시작되는 그 과정에서 이 책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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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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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과히 도파민 과잉의 시대다. 꼭 약물이나 알코올이 아니더라도, 쇼핑이라거나 치킨, 피자같은 고열량 음식, 또는 설탕을 탐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 커피와 초콜릿을 잔뜩 털어넣으며 밤을 새기 일쑤였고,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이틀 후 집 앞에 갖다주는 턱에, 좋아하는 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쟁이기도 했다. 현대인은 바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에 절어 있다. 그걸 달래기 위해, 또는 힘을 내기 위해 먹거나 쇼핑을 하면서 빠른 스트레스 풀이법을 찾는다.

이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는 쾌락과 고통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쾌락을 좇는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다. 고통을 피하고 즐거운 걸 가까이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대 사회는 쾌락이 여기 저기 널려있고 손만 뻗으면 술이든, 사고 싶은 물건이든, 맛있는 음식이든 금세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애나 렘키는 쾌락과 고통은 하나라고 일설한다. 쾌락을 지배하는 도파민은 고통과도 관련이 있다. 절정의 쾌락 후에는 깊고 어두운 심연 같은 고통이 온다. 고통-쾌락의 시소에서 쾌락이 너무 자주, 또 많이 눌리면 그 반동으로 고통 반응이 온다. 심지어는 시소가 기본적으로 고통 쪽으로 기울어 쾌락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고통만을 느끼기도 한다. 너무 쾌락을 탐한 결과다. 약물 중독자 등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고통 후에는 쾌락이 온다. 찬물 목욕을 하면, 당장 하는 동안에는 괴롭지만, 끝내고 나면 고양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나도 비슷한 걸 느껴봤다. 편두통이 종종 있는데, 지독한 편두통에서 회복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너무나 좋아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심하게 아프면서도 해야할 일을 미루지 못한 후도 마찬가지다. 병이 나으면, 일만 하고 있어도, 딱히 즐거울 것도 없는데 기분이 좋다.
약물 중독 및 알코올 중독 환자를 많이 상담했던 애나 렘키는 중독된 것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중독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등의 중독 치료 방법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오랜 기간 동안 상담치료를 해왔던 애나 렘키의 사례와 자신이 로맨스 소설에 중독되었던 경험 등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책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과해서 삶에 지장을 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쉬우며, 피로와 과로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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