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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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에쿠니 가오리의 <수박 향기>라는 단편집을 읽었다. 매 작품마다 도입부가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호기심이 동하게 해서, 지금 읽는 이 단편 한 작품만 읽고 다른 거 해야지. 하다가 다음 단편을 또 읽고. 진짜 이것만 읽고 그만 읽어야지. 하다가 다음 작품을 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 기억 덕에 다시 읽어 본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역시 인상적인 독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아주 오래 전 나왔던 책이었는데, 개정되어서 나왔다. 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시어머니와 하룻밤 동안 온천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남편이 고양이를 내다 버려서 경악하기도 한다. 결혼 전에 만났던 연인을 의식하며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는 여자의 쇼핑 루트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가 그렇게 백화점 쇼핑을 좋아하는 것은 전 연인을 만나던 당시의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보호한 기억은 늘 윤곽이 애매하고, 보호받았던 기억만이 가슴을 파고든다. 미요코 자신조차 그것을 떨쳐 버릴 수 없다.
(p. 96)


식사를 하며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취미인 트럭 운전수가 있는가 하면, 바람난 남편을 어떻게 되찾을지 고심하는 아내도 있다.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던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한다. 나이가 들었다며 신경을 쓰는 언니에게 동생이 한 남자를 보낸다. 언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이지만, 어묵국과 위스키를 맛있게 먹게 해 준다.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 145)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는 우리를 매혹시키는 무언가가 빛나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계속 읽어 내려가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 모음집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에 빠져들기 충분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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