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범우문고 87
F.사강 지음, 이정림 옮김 / 범우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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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즈음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내 경우는 대학 입시 준비 정도뿐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프랑스아주 사강은 19세에 <슬픔이여 안녕>을 써냈다. 그리고 이 첫 소설로 단번에 성공했다.

그런 배경을 알고 나서 막상 이 소설을 펼치면 19세 미숙한 소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정교한 심리 묘사가 펼쳐져 독자를 사로잡는다. 쎄실의 사랑 이야기과 아버지의 연애 스토리가 병치되고 쎄실 가족의 자유분방함과 안느의 질서정연함이 대비된다.
이야기는 아버지와 쎄실, 그리고 아버지의 연인인 엘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바람기가 있고 쎄실은 방학이어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이들의 삶은 방탕하고, 속되며, 어지럽지만 그들은 거기에 만족한다. 엘자를 포함해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유분방한 이들 뿐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 사이로 엄마의 생전 친구였던 안느가 찾아온다. 그리고 이들의 생활에는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안느의 질서와 안정된 삶이 옳다는 것쯤은 쎼실도, 아버지도, 안느도 아는 사실이고, 독자 역시 느끼는 바이나, 읽다보면 쎄실의 자유와 방탕함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버린다. 어쩐지 쎄실이 꾸미는 계략이라거나, 쎼실과 씨릴과의 연애라거나, 아버지의 자유로운 생활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은근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실제 삶에서의 내 모습은 쎄실보다는 안느에 가까우면서도 말이다.
소설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치닫는 스토리에 전율하고, 몰입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마지막의 극적인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사강의 책을 읽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지만, 단번에 사강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사강 자신의 인생 역시 방탕하고 자유분방했으며, 자신을 스스로 파괴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던 때문일까? 이 책에 매료되어 버렸다. 어쩌면 내 인생의 대부분이 사강과는 정 반대로 펼쳐졌기 때문에 사강에게 이끌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치 자신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성에게 이끌리듯이.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겨서 기쁘다. 사강의 자유로운 영혼뿐 아니라 그의 그늘까지도 탐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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