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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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822
요리코가 죽었다.
(2%,
전자책)



첫 문장부터 강렬하게 시작한 이 소설은 시종일관 책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요리코의 아버지의 수기로 시작해서 린타로라는 작가와 동명인 추리 소설 작가가 요리코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까지.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는 여러 번 독자를 경악시킨다. 이야기의 흐름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이리 출렁 저리 출렁거리다 컬트 영화같은 음습함과 함께 가장 큰 경악을 선사하며 마무리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요리코가 살해되어 공원에서 발견된 사건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요리코는 놀랍게도 임신을 한 상태였다. 경찰에서는 이유없는 연쇄살인범의 행각으로 결론지었지만, 요리코의 아버지는 거기에 수긍하지 못하고 사건을 파헤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한 요리코 아버지의 복수극이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사실일지. 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믿을 만 한 것인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이 이야기의 숨은 진실은 무엇인지. 결국 이 사건의 배후에는 누가 있었던 것인지. 이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이고, 숨어있던 가해자는 누구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고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며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뒷 부분이 백미였다. 추리 소설 작가 린타로의 명석한 추리 역시 볼 만 했다. 평소 추리 소설은 잘 잡지 않아서인지 노리즈키 린타로의 책은 처음 읽어봤지만, 이 한 권으로 그의 필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또는 책에 몰입해서 스토리를 따라 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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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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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창작된 세상에 가보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세계나 김영하의 <퀴즈쇼>에 나오는 신기한 시스템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졌었다.

그러나 <책들의 부엌>에 나오는 소양리 북스 키친은 내가 너무나 사랑할 수 있는 장소로 느껴져서, 이 책을 채 20페이지도 읽기 전에 간절히 가고 싶어졌다. 애서가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파주 지혜의 숲과 그 안의 숙소인 지지향이 살짝 연상되기도 했다.
이 책의 주인공 유진은 얼떨결에 소양리의 땅을 사고, 거기에 소양리 북스 키친을 열었다. 북스테이와 북카페를 겸하여 운영하며 다양한 손님들을 맞아들인다.
손님들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유진이 이들과 공명하는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오며 시종일관 잔잔한 기쁨을 준다. 인생에 치이고, 일에 소진되거나, 건강을 잃고 나서 손님들은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머물며 유진과 스태프들, 소양리 자연의 따뜻함에 치유되어서 돌아간다.
때로는 북스 키친에서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고, 밤 따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따스한 울림을 전해준다.
소설의 스토리와 더불어 이 책에서는 정말 많은 다른 책들이 소개된다. 유진이 손님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라거나, 대화 중에 나오는 책이라거나. 실제 요즘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들과 유명한 고전 등을 포함한 책들이 이야기에 등장하여, 이 스토리의 현실감을 더했다. 그리고 그 책들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동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책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하나씩 모두 읽어보리라 다짐하면서.
대단한 서스펜스와 스릴이 없어도, 그리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아주 잔잔한 이야기임에도 흥미롭게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런 이야기들에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소양리 북스 키친과 같은 곳에 꼭 가 보리라. 아직 이 세상에 없다 해도. 언젠가 생길 것이라 소망하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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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 삶의 변곡점에서 시작하는 마지막 논어 공부
조형권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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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려서부터 앞만 보고 달리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학교에서는 쓰러지더라도 학교에 나와서 쓰러지라는 말을 듣고, 회사에서는 야근에 특근을 밥 먹듯이 하며 바쁜 사람이라는 걸 은근히 드러내놓고 싶어한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 해야 하고, 학업을 마치면 좋은 회사에 가야 하고, 회사에 갔으면 빨리 승진을 해야 하고,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차를 사고, 나이가 들면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하고. 우리가 달릴 길은 끝도 없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눈가리개를 하고 마구 달리는 말처럼 달리기만 한다고 만사가 다 잘 돌아가는 것일까? 과연 그렇게 숨차게 달리는 인생이 행복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라는 제목에 눈길이 가는 이유였다.
이 책은 논어를 이야기하지만, 논어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물론 논어 원전과 그 뜻이 간단히 실려있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저자의 논어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과 설명, 논어 원전과 관련하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단상들이 붙여져 있다. 이 책은 인문학 책이지만, 저자가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자기 고백적인 에세이처럼 느껴졌다.
<
논어>를 그냥 읽기에는 지루하고 힘들 수 있지만, 저자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논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또한 그의 생각과 경험을 따라가보는 경험 또한 삼삼했다.
<
논어>에는 사실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불혹, 지천명, 이순, 고희 같은 것들은 누구나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고,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정말 깊게 생각해본 사람은 사실 드물 듯 하다. <논어>의 원전과 설명, 저자의 첨언을 읽으면서 들어만 봤던 것들을 보다 확실히 알게 되는 지점도 있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게 되기도 했다.
어릴 때는 내 앞에 무수히 많은 날들이 남아있고, 앞길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는데, 어느 새 내 인생도 막 반환점을 돌아 나가는 듯 하다. 이 시점에서 한 번 잡아 본 논어로 인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할 지 좀 더 깊은 생각에 잠길 듯 하다.
<
논어>에 관심이 있는데,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먼저 읽고 원전이나 해설서를 읽어도 좋을 듯 하다. 또한 앞으로만 치닫는 인생을 한 번 재점검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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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on Your Heart 쓰면서 새기는 영어 - 당신의 손끝에서 만나는 클래식 문학 Write on Your Heart 쓰면서 새기는 영어
고정인.고지인 지음 / 시대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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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 하는 것이 로망이기도 하고, 일에 필요하기도 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영어 원서 읽기 동아리에도 나가고, 단톡방에서 원서를 필사하기도 한다. 윌라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영문판 오디오 북을 매일 한 시간 이상씩 듣는다.

영어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저런 영어 공부 서적도 많이 해 보았다. 라이팅을 연습하도록 하는 워크북도 해봤고, 문법을 새로운 시각에서 설명하는 책도 읽었다. 비즈니스 영어에 특화된 책을 보며 비즈니스 상황에서 많이 쓰이는 문구들을 공부하고 외워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책보다 이 책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평소에도 영문이든 한글이든 필사하는 걸 좋아하고 문학 작품을 읽으며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에 밑줄을 진하게 긋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내게 고전 문학에 나오는 빛나는 문장들만을 모아 필사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게 하는 이 책은 정말 딱 맞춤한 책이었다.
<1984>, <
미들마치>,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 등 주옥같은 고전 문학에서 발췌한 문장이 카드 형태로 예쁘게 실려있다. 이 문구가 마음에 든다면 잘라서 벽을 장식할 수도 있다. 그 옆 페이지에는 해당 문구에 대한 문법이나 단어 설명이 되어 있다.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사항이 잘 설명되어 있다. 그 밑에는 쓰기새기기가 있다. 필사할 공간이 충분해서 반복적으로 쓰다 보면 저절로 외워진다.




이렇게 몇 개의 문장을 쓰고 나면 배운 것을 복습할 수 있는 문제 풀기가 있다. 공부하고 나서 잊었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한 번 더 다질 수 있다.



그렇게 끝까지 쓰고 나면, 이제 영문 문장 수집은 우리의 몫이 된다. 책의 공란에 직접 원하는 문구를 수집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이 책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그러면서 내 영어 실력도 한 뼘 늘었다고 확신한다.
요즘 믿고 있는 것은 인위적인 문법 분석이나 단어 암기보다, 실제 사용되는 영어를 대량으로 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윌라로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영어를 들었더니 내 발음이 훨씬 나아졌으며, 지속적으로 영어를 접했더니, 라이팅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 책도 그런 접근방법의 연장선상에 놓일 만 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고 효과적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다. 더 이상 영어 공부가 괴롭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쓰면서 새기는 영어>를 해 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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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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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자기만의 방>을 쓴 작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난해할 것 같고, 심오할 것 같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디 에센셜>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을 손에 넣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버지니아 울프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였다.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았다.

그의 소설 작품도 상당수 실려 있었지만, 이 책의 무게는 버지나아 울프의 산문으로 기울어 있는 듯 하다. 맨 처음에 실린 <유산>이라는 작품도 결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지만, 이 책의 백미는 아무래도 <자기만의 방>인 것 같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준비하는 그의 머릿 속 생각을 따라가면 쓴 이 책은, 아주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여성에게 왜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방해받지 않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지 하나씩 짚어준다. 또한 버지니아 울프 이전 시대의 여성 작가들을 조사하고 평가하며, 그의 동 시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탐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흐름을 읽어내서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이 책이 써진 건 1929년이다. 그리고 그는 여성이 어떻게 억압받았는지부터 풀어낸다. 여성은 절대 셰익스피어같은 작품을 쓸 수 없다는 말에 대해서, 그것이 성별의 문제인지, 사회적 억압의 문제인지 당시의 시대상을 설명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 버지니아 울프 이전의 여성 작가들이 처했던 환경을 짚어본다. 아이가 없는 귀족 여성. 그들이 해야 했던 집 안 밖의 이런 저런 많은 일과 반드시 직면해야 했던 남성들의 비난과 조롱,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의 글에서 드러나는 고통과 분노.
이후로 글을 쓰는 여성이 중산층으로 확대되면서,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이전 세대보다 조금이나마 해방되는 현상을 짚어준다.



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그녀에게 백 년을 더 주자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를 주자, 그녀가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을 빼 버리도록 허용해주자, 그러면 그녀는 조만간 더 나은 책을 쓸 거라고 말입니다.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쓴 <생의 모험>을 서가의 끝에 꽂으며 그녀는 시인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 말이지요.
(p. 245)


연간 500파운드는 물론 1929년의 기준이겠지만,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글에 전념하게 해 준다. 자기만의 방이 없다면, 하인들이며 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방해 받을 것이고, 여성들이 쓸 수 있는 것은 소설에 한정될 것이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입니다. 그 책이 몇 세대 동안 가치 있을지 아니면 단지 몇 시간 동안만 중요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p. 269)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시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p. 273)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p. 277)



버지니아 울프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글쓰기를 권하며 <자기만의 방>을 끝맺는다. 사실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이런 저런 글쓰기 강의를 듣곤 하는 내게, 그 먼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어 버지니아 울프의 응원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난해하고 진지해서 속도가 나지 않을 줄 알았던 그의 산문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그의 목소리가 위안이 되기도 했고, 충고로 느껴지기도 했으며, 한없는 애정으로도, 응원으로도 느껴졌다.
내가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가 한 것처럼 글을 쓸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나도 버지니아 울프를 따라 자기 자신이 되자고, 쓰고 싶은 것을 쓰자고 중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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