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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살다 - 짧지만 강렬하게 살다 간 위대한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김성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예술가들 중에는 그들을 괴롭히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자살한 작가는 왜 이렇게 많으며, 불안정한 영혼을 가졌던 화가는
왜 자꾸 보이는지. 그러다 보니, 오히려 번듯한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게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다.
이 책은 짧고 굵게 예술을 하다 간 천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은 때로는 자살했고, 때로는 이른 나이에 사고사나 병사했으며, 때로는 술과 약물에 취해
죽었다. 그들의 짧은 삶과 극적인 인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불안정했던
상태 등은 그들의 작품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그들이 그렇게 불안해보였기에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 안에서 어두움과 죽음만을 보려 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비극이 신화가 되기도 했다. 미술 관련자들은 그 신화를 이용해 이득을 보았다.
그러나 케이트 브라이언은 이런 식의 해석을 경게한다. 그들에게서 동성애나 자살의 징조만을
보려 하기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가장 사랑받고
유명한 화가인 반 고흐는, 잘 알려진 대로 광인의 삶을 살았지만, 그는
광인이었기 때문에 작품을 창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광인임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이고 위대한 작품을 창조했다. 고흐는 건강한 시기에만 그림을 그렸으며, 그가 건강을 지켜야 하는
단 하나의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만 예술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고든 마타클라크는 빈곤한 지역을 방치해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주민들이
이사를 간 후, 수익성 좋은 재개발 사업을 하려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예술 작품을 그 자리에 만들었다. 그는 버려진 건물에 구멍을 뚫고, 집을 통째로 반으로 자르기도 했다. 그 중 부두 창고 벽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거기에 햇살이 드는
순간, 물가에 자리잡은 신전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하루의
끝>이란 작품은 너무나 날 매혹했다. 그가 건축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자신의 전공이 지지하는 신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예술가가 되다니.
파괴를 통한 이 같은
재발명 행위를 그는 종종 무질서와 건축의 합성어인 ‘아나키텍쳐’라고
불렀는데, 이 표현은 도시 경관과 관련한 그의 이력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준다.
(p. 138)
케이트 브라이언은 이 책에 의도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예술가를 포함해서 책을 썼다. 백인
남자가 아닌, 유색인종과 여성인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세심하게 들어가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예술가는 프란체스카 우드먼이었다. 사진가였던 그녀는
장노출 기법을 이용해서 사람의 형상을 흐릿하게 만든 사진들을 찍었다.
“이것이 내가 예술가로 살아 온 이유다. ….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나의 언어를 발명해 왔다. … 그들에게 무언가 다른 것을 보여 주기 위해….”
(p. 93)
그는 어려서부터 인정 받은 사진가였지만, 자신의 삶을 아주 오래된
커피 잔 바닥의 찌꺼기 같다고 여겼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자살헀다.
우드먼을 포함해서 요절한 이 예술가들이 이렇게나 불안하고 힘들지 않았다면, 그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이미 위대한 예술가들이었지만, 좀 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잃어버린 삶은 미술사를 바꾸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접어 두고, 그들이 남긴 것들에 감사하며 오늘도 그들의 작품에 위로
받는다. 자신이 일찍 죽을 것을 예감하고, 서둘러 일에 몰두해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남겨 놓은 한 화가처럼, 그들이 헌신하고, 지키고자
한 예술의 힘을 믿는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