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기억해 - 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시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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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할머니가 파킨슨 증후군 진단을 받으셨다. 처음에는 손과 입을 떠시는 정도였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인지 장애가 생기셨다. 파킨슨 환자의 일부에서 치매가 발병한다더니, 할머니에게도 가벼운 인지 장애가 왔다. 방금 전에 같이 식사를 하셨는데도 식사는 했냐고 물어보시고, 오늘 날짜와 요일, 시간 등을 잘 모르셔서 계속 물어보신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매일 아침 패치로 붙여드리는데, 다행히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건 아니고, 아주 조금씩 안 좋아지신다.

하지만 미래에 얼마나 인지 장애가 심해지실지, 심각한 치매 환자가 되실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 때문에 <아버지를 기억해>를 읽었다.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 기시미 이치로가 치매에 걸린 80대의 아버지를 중년의 나이에 간병하면서 쓴 책이다. 아버지를 간병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 역시 실려있지만,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학자인만큼, 치매 환자를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간병을 해야 하는지, 치매 환자를 포함해서 나이듦과 돌봄이란 어떤 것인지를 풀어주었다.
기시미 이치로의 아버지는 심한 치매를 앓은 듯 하다.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기시미 이치로가 가까운 거리에서 살면서 매일 출퇴근하듯 아버지의 집으로 가서 돌봐드리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기시미 이치로와 아버지의 관계가 원래부터 썩 좋지는 않았던 듯 하다. 발병하기 전에 아버지는 기시미 이치로와 자주 부딪혔다. 그런 상황에서 간병을 하게 되어서 더 어려웠을 터. 간병하는 부모에게 기시미 이치로는 감정적이 되곤 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를 내서 무언가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시미 이치로는 나이든 아버지를 간병하는 것을 시들어가는 꽃에 변함없이 물을 주는 것에 비유한다. 꽃이 시들어가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듯이 아버지도 포기하지 않으며, 기시미 이치로도 아버지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무언가를 잘 해내고, 어딘가에 기여하는 것이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살아 있는 것 자체로,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로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아프고 병들어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자식들에게는 힘이 된다.
할머니의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여생이 파킨슨 증후군으로 인해 얼마나 힘겨운 것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컬러링북이나 워크북을 사 드리면서, 조금이라도 총기가 있어 지시길 바라지만 미래에 병세가 어떨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이 큰 의미가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정하실 때처럼 새벽에 수산시장에 가서 살아있는 게를 사와 게장을 담그시지는 못하시지만, 여기 저기 아프시고 자꾸만 졸음이 와서 누워 계시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는 할머니이다.
할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이 슬프지만, 큰 병에 걸리신 게 참 우울하지만, 그런 사실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할머니의 여생이 좀 더 즐겁고 편안한 것이 되길 바라며, 이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앞으로의 날들에 도움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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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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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면 뭐든 어렵게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감을 잡기 힘들 때고 있고, 그저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무슨 수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철학자가 생기더라도 원저 보다는 해설서를 읽는 편이다.

서가명강에서 나온 에리히 프롬의 철학에 대한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인생에서부터 그의 철학, 그와 결을 같이 하는 다른 철학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까지를 아우른다. 에리히 프롬에 대해서 관심이 좀 생긴 참인데, 서가명강에서 에리히 프롬을 쉽게 풀어 써 주어서 즐겁게 그의 철학을 탐할 수 있었다.
에리히 프롬은 물론 약점과 단점이 많은 한 명의 인간이었지만 그 자신의 철학을 손수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유대인이었음에도 이스라엘 건국에 반대하며 땅을 잃은 아랍인들을 지원하는 사해동포주의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였던 에리히 프롬의 많은 저서 중에서도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와 지식을 먼저 설명한 후 한 챕터 정도에 걸쳐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핵심을 자세히 풀어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주일 동안 <자유로부터의 도피> 원서에 빠져있었다는 박찬국 철학과 교수가 쓴 책인 만큼,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인 듯 하다.
얼핏 보면 현대인들은 중세의 사람들보다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세에는 계급과 신분, 소속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으며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하층민을 포함한 모두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며, 자신의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최하층인 사람들이더라도 별로 불행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에 소속감과 안정감을 잃은 사람들은 고독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병적으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택하게 되었다. 현대인이 택한 해법은 절대적인 권위에 스스로 귀속되고 지배 받거나, 반대로 약한 자를 전적으로 지배하는 방법, 또는 생명을 파괴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을 잃고 권위에 복종하며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이 스스로 힘을 가질 수 없으니 약한 자를 지배함으로써 불안에서 벗어난다. 유대인을 학살하는 등 파괴적인 성향을 가졌던 히틀러는 생명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불안을 해결하려 했다. 자신에게 무력감과 고독감을 주는 외계를 파괴해버림으로써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히틀러가 패전이 확실해지자 파리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패망을 눈앞에 두고 독일을 모두 파괴해버리라는 명령을 내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랑, 책임감, 관심을 회복하여 진정한 자신의 자아를 찾기를 권한 에리히 프롬의 결론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어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쉽게 풀어주고, 그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누구나 그의 철학을 즐길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박찬국 철학교수처럼, 나도 <자유로부터의 도피> 원서를 탐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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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살다 - 짧지만 강렬하게 살다 간 위대한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김성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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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 중에는 그들을 괴롭히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자살한 작가는 왜 이렇게 많으며, 불안정한 영혼을 가졌던 화가는 왜 자꾸 보이는지. 그러다 보니, 오히려 번듯한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게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다.

이 책은 짧고 굵게 예술을 하다 간 천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은 때로는 자살했고, 때로는 이른 나이에 사고사나 병사했으며, 때로는 술과 약물에 취해 죽었다. 그들의 짧은 삶과 극적인 인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불안정했던 상태 등은 그들의 작품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그들이 그렇게 불안해보였기에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 안에서 어두움과 죽음만을 보려 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비극이 신화가 되기도 했다. 미술 관련자들은 그 신화를 이용해 이득을 보았다.
그러나 케이트 브라이언은 이런 식의 해석을 경게한다. 그들에게서 동성애나 자살의 징조만을 보려 하기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가장 사랑받고 유명한 화가인 반 고흐는, 잘 알려진 대로 광인의 삶을 살았지만, 그는 광인이었기 때문에 작품을 창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광인임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이고 위대한 작품을 창조했다. 고흐는 건강한 시기에만 그림을 그렸으며, 그가 건강을 지켜야 하는 단 하나의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만 예술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고든 마타클라크는 빈곤한 지역을 방치해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주민들이 이사를 간 후, 수익성 좋은 재개발 사업을 하려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예술 작품을 그 자리에 만들었다. 그는 버려진 건물에 구멍을 뚫고, 집을 통째로 반으로 자르기도 했다. 그 중 부두 창고 벽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거기에 햇살이 드는 순간, 물가에 자리잡은 신전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하루의 끝>이란 작품은 너무나 날 매혹했다. 그가 건축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자신의 전공이 지지하는 신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예술가가 되다니.



파괴를 통한 이 같은 재발명 행위를 그는 종종 무질서와 건축의 합성어인 아나키텍쳐라고 불렀는데, 이 표현은 도시 경관과 관련한 그의 이력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준다.
(p. 138)



케이트 브라이언은 이 책에 의도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예술가를 포함해서 책을 썼다. 백인 남자가 아닌, 유색인종과 여성인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세심하게 들어가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예술가는 프란체스카 우드먼이었다. 사진가였던 그녀는 장노출 기법을 이용해서 사람의 형상을 흐릿하게 만든 사진들을 찍었다.



이것이 내가 예술가로 살아 온 이유다. ….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나의 언어를 발명해 왔다. … 그들에게 무언가 다른 것을 보여 주기 위해….”
(p. 93)



그는 어려서부터 인정 받은 사진가였지만, 자신의 삶을 아주 오래된 커피 잔 바닥의 찌꺼기 같다고 여겼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자살헀다.
우드먼을 포함해서 요절한 이 예술가들이 이렇게나 불안하고 힘들지 않았다면, 그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이미 위대한 예술가들이었지만, 좀 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잃어버린 삶은 미술사를 바꾸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접어 두고, 그들이 남긴 것들에 감사하며 오늘도 그들의 작품에 위로 받는다. 자신이 일찍 죽을 것을 예감하고, 서둘러 일에 몰두해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남겨 놓은 한 화가처럼, 그들이 헌신하고, 지키고자 한 예술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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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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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 모은 지 십 년 즈음 되었다. 사서 책장에 꽂아두고 흐뭇해하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오늘 읽을 책을 고르는 건 상당히 삼삼한 일이었다. 그 전에도 도서관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서 책을 읽었고, 특히 어려서는 꽤나 많은 양의 책을 읽었지만, 책을 사 읽는 건 그 때와는 조금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나처럼, 또는 나보다 더한 책 덕후로 보이는 작가들이 있다. 데비 텅이라거나 그랜트 스나이더라거나. 내 마음을 콕 집어 유머러스하게 표현해주는 그런 작가들과 그들의 책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랜트 스나이더의 신작은 그래서 놓칠 수 없었다. 이번 책은 책이나 독서가 주제는 아니지만, 중간 중간 묻어나는 책 사랑은 여전히 날 즐겁게 해준다.



그의 그림체는 상당히 개성있고, 그가 짚어내는 이야기는 감성적이면서도 예리하다. 유머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책은 삶의 전반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내 방에서는, 특히 겨울에 아침 노을이 너무나 멋지게 보인다. 동이 트면서 하늘이 점점 물드는 걸 모닝 커피를 마시며 지켜보고 있자면, 기분이 상쾌하고 청명해지며 그 기운에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


달 사냥을 하자는 그랜트 스나이더의 이야기는 얼마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해 주는지. 그의 책을 읽는 시간은 바쁜 하루의 끝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간이었다. 비틀어 보고, 다른 이의 시각에서 보고, 위에서 보던 걸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등 그가 세상에 보내는 다양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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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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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소위 장르문학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읽어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고도 의미 있게 느껴지는 작품을 종종 만난다. 한국문학 안에서도 아주 흥미로을 뿐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는 SF 문학을 만날 수 있다. 김초엽의 작품들이라거나, 김영하의 <작별 인사>라거나.

어슐러 르 귄은 장르문학을 써서 유서 깊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작가이다. 이 책은 그의 생각과 경험이 녹아 있는 에세이 및 강연, 서평과 책 서문 등을 모은 책이다. 그의 문학작품은 아니지만, 어슐러 르 귄의 정체성, 특히 작가로서의 사색이 녹아있는 책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거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읽게 된 책인데, 단순히 책에 대한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그의 좀 더 깊고 날카로운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장르문학이 폄하되는 경향을 비판한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장르 문학을 논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이에 더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훌륭한 SF 소설을 소개하기도 하고 버지니어 울프의 책에서 SF 적인 면을 찾아내기도 한다. 마침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아주 인상깊게 읽은 참이라, 다른 SF 소설의 소개에도 마음이 동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이 SF적이라는 데에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고 어슐러 르 귄이 짚어주는 부분을 찾아보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출판이 점점 자본주의에 잠식당하는 세태라거나,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견에 대한 그의 의견 또한 읽을 만 하다. 그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p. 183)


사실 어슐러 르 귄의 이 책은 상당히 진중하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그의 SF나 판타지 작품과는 상당히 결이 다를 듯 하다. 빠르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당대의 장르문학계를 평정했던 그의 생각을 한 번쯤 따라가볼 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장르문학을 포함한 문학작품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좆아 문학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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