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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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면 뭐든 어렵게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감을 잡기 힘들 때고 있고, 그저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무슨 수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철학자가 생기더라도 원저 보다는 해설서를 읽는 편이다.

서가명강에서 나온 에리히 프롬의 철학에 대한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인생에서부터 그의 철학, 그와 결을 같이 하는 다른 철학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까지를 아우른다. 에리히 프롬에 대해서 관심이 좀 생긴 참인데, 서가명강에서 에리히 프롬을 쉽게 풀어 써 주어서 즐겁게 그의 철학을 탐할 수 있었다.
에리히 프롬은 물론 약점과 단점이 많은 한 명의 인간이었지만 그 자신의 철학을 손수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유대인이었음에도 이스라엘 건국에 반대하며 땅을 잃은 아랍인들을 지원하는 사해동포주의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였던 에리히 프롬의 많은 저서 중에서도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와 지식을 먼저 설명한 후 한 챕터 정도에 걸쳐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핵심을 자세히 풀어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주일 동안 <자유로부터의 도피> 원서에 빠져있었다는 박찬국 철학과 교수가 쓴 책인 만큼,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인 듯 하다.
얼핏 보면 현대인들은 중세의 사람들보다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세에는 계급과 신분, 소속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으며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하층민을 포함한 모두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며, 자신의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최하층인 사람들이더라도 별로 불행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에 소속감과 안정감을 잃은 사람들은 고독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병적으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택하게 되었다. 현대인이 택한 해법은 절대적인 권위에 스스로 귀속되고 지배 받거나, 반대로 약한 자를 전적으로 지배하는 방법, 또는 생명을 파괴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을 잃고 권위에 복종하며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이 스스로 힘을 가질 수 없으니 약한 자를 지배함으로써 불안에서 벗어난다. 유대인을 학살하는 등 파괴적인 성향을 가졌던 히틀러는 생명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불안을 해결하려 했다. 자신에게 무력감과 고독감을 주는 외계를 파괴해버림으로써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히틀러가 패전이 확실해지자 파리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패망을 눈앞에 두고 독일을 모두 파괴해버리라는 명령을 내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랑, 책임감, 관심을 회복하여 진정한 자신의 자아를 찾기를 권한 에리히 프롬의 결론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어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쉽게 풀어주고, 그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누구나 그의 철학을 즐길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박찬국 철학교수처럼, 나도 <자유로부터의 도피> 원서를 탐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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