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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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소위 장르문학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읽어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고도 의미 있게 느껴지는 작품을 종종 만난다. 한국문학 안에서도 아주 흥미로을 뿐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는 SF 문학을 만날 수 있다. 김초엽의 작품들이라거나, 김영하의 <작별 인사>라거나.

어슐러 르 귄은 장르문학을 써서 유서 깊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작가이다. 이 책은 그의 생각과 경험이 녹아 있는 에세이 및 강연, 서평과 책 서문 등을 모은 책이다. 그의 문학작품은 아니지만, 어슐러 르 귄의 정체성, 특히 작가로서의 사색이 녹아있는 책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거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읽게 된 책인데, 단순히 책에 대한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그의 좀 더 깊고 날카로운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장르문학이 폄하되는 경향을 비판한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장르 문학을 논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이에 더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훌륭한 SF 소설을 소개하기도 하고 버지니어 울프의 책에서 SF 적인 면을 찾아내기도 한다. 마침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아주 인상깊게 읽은 참이라, 다른 SF 소설의 소개에도 마음이 동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이 SF적이라는 데에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고 어슐러 르 귄이 짚어주는 부분을 찾아보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출판이 점점 자본주의에 잠식당하는 세태라거나,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견에 대한 그의 의견 또한 읽을 만 하다. 그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p. 183)


사실 어슐러 르 귄의 이 책은 상당히 진중하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그의 SF나 판타지 작품과는 상당히 결이 다를 듯 하다. 빠르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당대의 장르문학계를 평정했던 그의 생각을 한 번쯤 따라가볼 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장르문학을 포함한 문학작품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좆아 문학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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