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벽 -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전하는 행복한 노년의 비밀 80세의 벽
와다 히데키 지음, 김동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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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는 아직 많이 남았고, 부모님의 80대도 아직은 조금 남았다. 지금은 외할머니께서 80대를 지나시는 중이다. 2~3년 전만 해도 정정하셨던 외할머니가, 1년 새 급격히 기력을 잃으시는 것이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집안일도 손에서 거의 놓으셨고, 봄과 여름에는 텃밭을 가꾸셨지만, 겨울이 되고 나서는 그것도 못 하신다. 노인정도 종종 다니셨는데, 요즘은 집 안에만 계시며, 구해다 드리는 시니어 컬러링북을 하시는 게 유일한 낙이다.

노인 의료 전문가인 와다 히데키는 <80세의 벽>에서 80대를 현명하게 보내는 새로운 관점의 방식을 제안한다. 나이가 들면 좀 더 건강에 신경을 쓰고,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지만, 와다 히데키는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이미 80대가 되면 거의 100%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두가 암을 갖고 있고, 그것도 모르고 잘 살다가 다른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암은 80대가 되면 빨리 자라지 않으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항암치료나 절제를 하는 것을 와다 히데키는 권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80대가 되면 건강검진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 단지 검사 수치만 갖고 정상으로 돌려 놓으려는 의사들 때문에, 오히려 약을 먹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정상 수치에 맞추려고 약을 복용하다 고령의 몸이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와다 히데키는 금연, 금주, 운동 등이 암을 예방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암이 발병한 후에 진행을 막는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좋아하는 술, 담배를 참으려다 더 스트레스 받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효과가 없다. 그는 좋아하는 걸 적당히 즐기기를 권한다. 운동도 억지로 무리하게 하기 보다는 쉬엄쉬엄 산책 같은 걷기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먹고 싶은 것도 참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노년에는 살짝 살집이 있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하고 싶은 것도 이 나이에.” 하면서 참을 필요가 없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다. 어제 멀쩡하게 걸을 수 있다고 해서 오늘도 걸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쇠를 받아들이고, 병과 더불어 살며,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잔존 기능을 자주 써 주어야 더 이상의 노쇠를 막을 수 있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주장이었지만, 충분히 수긍이 갔다. 가끔 보면,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즐겁게 살다 돌아가시는 분이나, 암에 걸려도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하시는 분을 본다. 때로는 기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한 약으로 시들고, 하고 싶은 것도 못 하면서 치료를 했으나 허망하게 금세 떠나느니,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면, 더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고, 면역력도 좋아진다.
실제로 폐암에 걸린 노인이 금연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자, 와다 히데키는 차라리 담배를 피울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향후 10년을 더 살다 다른 병으로 사망했다.
외할머니뿐 만 아니라, 모든 노인 분들이 무조건 병원과 의사에 의지하며 약과 수술에 시달리다 고통스럽게 삶을 마무리 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생의 마지막에, 웃으며 세상에 인사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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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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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작가만은 많다. 정세랑, 한강, 최은영 등 국내 작가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버지니아 울프, 알랭 드 보통 등 해외 작가까지, 신간이 나오는 대로 사 읽고 싶은 작가가 참 많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어떤 곳에서, 어떤 것을 먹으며, 어떤 음악을 들으며, 무엇으로 쓰는지 한없이 궁금하다. 그 이유의 일부는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은 내 머나먼 꿈의 한 조각 때문이며, 또 다른 일부는 팬심이 가득 차올라 그들의 작업실을 훔쳐보고 싶은 욕구이다.
알렉스 존슨은 <작가의 방>에서 이런 내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조지 오웰,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커트 보니것, 브론테 자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집필실과 그들의 집필습관을 실었다. 글로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제임스 오시스가 그들의 방을 그린 그림을 함께 실어, 작가들의 방을 훔쳐본다는 실감을 더했다.
작가의 집필실과 그들의 습관은 천차만별이었다. 자신이 낸 책의 커다란 모형 세 개를 쌓은 모양의 책상에서 글을 쓰는 다니엘 스틸의 방을 그린 그림을 보고, 그만 감탄해버렸다. 나무를 너무나 좋아해 항상 가장 좋아하는 나무 밑에서 작업했던 D. H. 로런스의 습관이 참 로맨틱해보였다.



소와 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드라이브를 하며 그런 곳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소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다시 드라이브하거나 파트너가 소를 한 마리 데려오기도 했다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 가지 탐나는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구함이었다. 딥펜에 잉크를 찍어 종이에 글을 쓰던 시절, 종이와 잉크, 펜을 넣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함이었다. 함의 뚜껑을 닫으면 그 위에 종이를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받침대가 되는 물건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이 문구함을 상당히 아꼈고, 브론테 자매는 커다란 책상에서 각자의 문구함을 펼쳐 놓고 함께 글을 쓰곤 했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작가의 방을 구경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좋아하는 작가가 나오면 반가워하며 그들의 방을 그린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기도 했다. 제임스 오시스의 그림도 상당히 느낌이 좋아, 오래 쳐다보게 되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나, 작가에 관심이 많은 사람, 혹은 작가들의 생활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욕구를 오감으로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이다. 글을 읽든, 그림을 보든, 참 근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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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가벼워지는 시간 (소책자(책속책) 포함)
김유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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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영어 공부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생긴 모토가 있다. 영어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 원서를 읽든, 오디오를 듣든, 강의를 듣든, 학습서를 공부하든, 재미있어야 공부도 잘 되고 기억에도 남는다. 억지로, 어렵고 힘든 데도 꾸역꾸역 하는 것은, 아무리 효과가 좋은 공부 법이어도, 그게 뭐가 됐든 오래가지 못했다.

<영어가 가벼워지는 시간>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학습서였다. 우선 아주 멋진 명언을 필사해보고, 그에 연관된 글을 영작해보는 컨텐츠가 주를 이룬다. 좋은 문구를 즐길 수 있고, 필사로 영어 실력을 쌓으며, 영작도 키워드를 적어본 후, 부담 없이 책에 해 볼 수 있다.




김유상 작가는 영어 필기체를 구사할 줄 알고,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위에 필기체 글씨를 올려서 이 책에 수록했다. 정말 근사해 보여서, 나도 곧 영어 필기체에 꽂혀버렸다. 코퍼 플레이트니, 커지브니, 고딕체니, 예전에 한참 영문 캘리그라피에 심취해서 연습했었는데, 만년필이나 딥펜, 잉크, 잉크웰, 가이드가 그려진 종이 따위를 준비하고 다 연습한 후 한참 청소하는 지난한 작업이 지겨워져서 그만 잘 안 하게 되고 말았다. 영어 필기체라면, 펜과 연습 책만 있으면 되니 이거다 싶어서 바로 책을 사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투르지만, 언젠가 나도 내가 찍은 사진 위에 멋지게 날려 쓴 필기체를 올려볼 날을 기다려본다.
책 말미에는 부록도 끼워져 있다. 영작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주 쓰일만한 표현을 정리해두었다. 영작을 하다 막힌다면, 이 부록을 뜯어내어 보면서 해도 좋을 듯 하다.





영어 공부도 즐겁게 할 수 있고, 영어 필기체 연습이라는 새로운 새해 목표를 이 책이 가져다 주었다. 영어 공부를 하고 필기체 연습을 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일 년 후에는 훌쩍 실력이 늘어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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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7펜스 2023-01-11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기부여 쑥쑥 키워줄좋은 책 같아요ㅎ

설렘이 2023-01-11 08:16   좋아요 0 | URL
달칠님 오랜만입니다~^^ 영어공부 뿐 아니라 필기체까지 연습하게 만든 책이었어요.. ㅎㅎ
 
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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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겡끼데스까.” 설원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애타게 외치고 있는 장면. 영화 <러브레터>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굉장한 인기를 자랑하던 영화였으나, 당시 나는 영화를 잘 보지 못했다.

때로는 인터넷이 없었던 90년대가 더 낭만적이고 좋은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불편하고 때로는 느리기는 해도. 영화 <러브레터>의 원작소설인 이 책은 그 시절이 배경이다. 후지이 이츠키와 히로코가 펜팔처럼 서로 주고 받는 편지가 감성을 돋우고, 도서관 대출 카드에 이름을 적어 넣거나 낙서를 하는 또 한 명의 후지이 이츠키의 모습에서 추억이 돋는다.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를 설원에서 사고로 잃은 히로코는, 어느 날 후지이 이츠키의 졸업 앨범에서 그의 중학 시절 주소를 찾아, 그 곳으로 편지를 띄운다. 사실 그 곳은 이미 헐리고 도로가 되었다는데, 며칠 후 후지이 이츠키에게서 답장이 온다. 이것은 무엇일까. 받을 사람이 없는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답장이 와 버렸다. 히로코는 충동적으로 그 편지를 보낸 후지이 이츠키에게 다시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이들의 편지는 오랫동안 이어진다.
어쩌면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를 마음 속에서 보내주기 위해, 잘 이별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편지를 썼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중학 시절의 후지이 이츠키에 대해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진상을 밝혀내고 싶기도 했지만. 히로코는 그를 잊기 위해 그렇게 편지를 쓰고, 후지이 이츠키를 잃은 설산에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유명한 장면. “오겡끼데스까에서 그만 울먹이게 되었다. 히로코의 먹먹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된 영화의 원작 소설임에도, 지금도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다. 아주 오랜만에 개정판이 나와서, 읽을 기회가 내게도 주어져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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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 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가희 지음 / 찌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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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삶의 좋은 점이라면,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요일 낮에 하는 독서 모임에도 갈 수 있고, 금요일 오전에 하는 강의에도 갈 수 있다. 단점이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 언제 일이 생길 지 알지 못하기도 하다. 선약을 잡아 놓았는데, 급한 일이 생기면 그것처럼 난감한 일이 없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일에 매이기도 한다.
이가희 작가는 좀 더 주체적인 프리랜서로 보인다. 직접 스타트업을 차리기도 했고, 유튜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1세대 북튜버다. 시간을 자기 뜻대로 운용할 수 있으면서도, 일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분투하고, 내가 책임을 지는 일말의 모든 과정을 사랑합니다. 물론 돈을 버는 일은 대개 고되고 뜻대로 되지 않지만, 내가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오롯이 내 일임을 좋아합니다.
(p. 13)


그가 하는 일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앱을 기획해서 런칭 했으나, 그 앱은 성공하지 못하고, 앱을 알리고자 시작한 책읽찌라라는 북튜버가 잘 되었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열린 옆길을 선택했고, 성과를 보았다. 인터뷰도 하고, 출판사에서 책 광고를 맡기도 했다.
계속해서 잘 된 것은 아니었지만. 후속 주자들이 나오고, 우후죽순 북튜버가 생기면서, 미미한 조회수와 구독자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지구력이 있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인 듯 하다.

프리랜서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됩니다. 그게 비록 아주 미미한 파동에 지나지 않더라도요.
(p. 255)


<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는 이가희 작가가 출판사의 문을 여기 저기 두드려보다가, 결국 자비 출판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느낌으로는 상당히 그답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 역시다.
누구나 프리랜서의 삶을 살기는 어렵다.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자라나는 아이가 있다거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거나.
그러나 이가희 작가의 프리랜서 10년 생존기를 읽고 나면, 그들의 고뇌와 달콤함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이라는 산출물을 만들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보다 더 값진 것은 나와 대화하고, 나를 이해하는 행위였다.
(p. 176)


프리랜서로서의 그의 삶의 일환으로 출판된 이 책이 그의 열정과 좌절을 오롯이 담아낸 것 같아서 좋았다. 그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면서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길 원하는 사람 모두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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