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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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작가만은 많다. 정세랑, 한강, 최은영 등 국내 작가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버지니아 울프, 알랭 드 보통 등 해외 작가까지, 신간이 나오는 대로 사 읽고 싶은 작가가 참 많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어떤 곳에서, 어떤 것을 먹으며, 어떤 음악을 들으며, 무엇으로 쓰는지 한없이 궁금하다. 그 이유의 일부는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은 내 머나먼 꿈의 한 조각 때문이며, 또 다른 일부는 팬심이 가득 차올라 그들의 작업실을 훔쳐보고 싶은 욕구이다.
알렉스 존슨은 <작가의 방>에서 이런 내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조지 오웰,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커트 보니것, 브론테 자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집필실과 그들의 집필습관을 실었다. 글로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제임스 오시스가 그들의 방을 그린 그림을 함께 실어, 작가들의 방을 훔쳐본다는 실감을 더했다.
작가의 집필실과 그들의 습관은 천차만별이었다. 자신이 낸 책의 커다란 모형 세 개를 쌓은 모양의 책상에서 글을 쓰는 다니엘 스틸의 방을 그린 그림을 보고, 그만 감탄해버렸다. 나무를 너무나 좋아해 항상 가장 좋아하는 나무 밑에서 작업했던 D. H. 로런스의 습관이 참 로맨틱해보였다.



소와 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드라이브를 하며 그런 곳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소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다시 드라이브하거나 파트너가 소를 한 마리 데려오기도 했다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 가지 탐나는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구함이었다. 딥펜에 잉크를 찍어 종이에 글을 쓰던 시절, 종이와 잉크, 펜을 넣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함이었다. 함의 뚜껑을 닫으면 그 위에 종이를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받침대가 되는 물건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이 문구함을 상당히 아꼈고, 브론테 자매는 커다란 책상에서 각자의 문구함을 펼쳐 놓고 함께 글을 쓰곤 했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작가의 방을 구경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좋아하는 작가가 나오면 반가워하며 그들의 방을 그린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기도 했다. 제임스 오시스의 그림도 상당히 느낌이 좋아, 오래 쳐다보게 되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나, 작가에 관심이 많은 사람, 혹은 작가들의 생활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욕구를 오감으로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이다. 글을 읽든, 그림을 보든, 참 근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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