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하여 경기문학 16
정수리 지음 / 테오리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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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을 했던 노조원들이 비인도적일 정도로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청구 받으며 힘겹게 투쟁하다 결국 자살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강력 범죄 소식도 잊을 만하면 들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하며 뉴스를 보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새 잊고 만다. 절망한 사람들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코 앞의 생업에 바쁘고 가정사에 바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최하층 서민의 삶을 들여다 보자고 외치는 작가가 있다. 정수리 작가의 <아들을 위하여>는 파멸로 치닫는 절대 절망의 이야기이다. 주인공들은 독수공방, 외부의 세계와 단절된 채 오로지 그들의 삶을 통째로 쥐고 흔드는 위협적인 거대세력의 횡포와 맞서다 속절없이 부서지고 무너진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분주하고 아득바득하게, 눈물겹게 살아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헛되이 사그라지고 만다. 잘 잡히지 않는 한 줄기 희망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이내 모든 희망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파국으로 치달으며 절대 절망 속에 버려진다
.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읽는다면 비슷한 것을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삶을 외면하고 싶은 지도 모른다. 인생의 민 낯과 밑바닥 삶 따위를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바쁘고,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저 으리으리하고 휘황찬란하며 겉보기 멋있는 것만을 보고 싶은 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런 삶은 분명히 우리 곁에 실재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적든 많든 삶의 고통은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가 어떤 불행의 씨앗 때문에 이런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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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육은 세뇌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 몰입의 힘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하진수 옮김, 박홍규 감수 / 새로운제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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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똑같이 산다. 20대 중반까지는 학교에 다니고, 대학을 졸업하면 회사에 다닌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더 좋은 학교에 가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가방 끈을 늘려서 출세하려고 하고, 큰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한다. 그러나 호리에 다카후미는 학교와 회사 제도를 낱낱이 해부하며 이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에 강 펀치를 날린다.
 
학교가 세워진 것은 산업혁명 즈음 이었다.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한꺼번에 양산하기 위해서, 국가 유지를 위해 우수한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서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을 세뇌하기 위해 학교는 세워졌다. 무조건적으로 지시에 따르는 인간, 불합리하고 힘든 일을 무조건 인내하는 인간,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는 인간. 모두 공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인성이었다
.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고,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가고, 많은 아이를 낳고. 모두 국가유지에 필요한 일이지만, 국가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이 모든 일이 필요하다고 세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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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더 이상 공장 노동자는 필요하지 않고, 국가의 의미도 축소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산업혁명 시대의 가치관을 그대로 갖고 학생과 회사원에게 구세대에 중요했던 일을 여전히 강요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
 
호리에 다카후미는 G인재와 L인재를 논했다. 글로벌 세상에서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G인재와 자신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동료와 유대하며 살아가는 L인재를 구분했다. 두 삶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효하지만, N인재만큼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국가를 중시하며 권력에 영합하는 N인재는 앞으로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
 
저자는 무조건 학교를 비판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 대안으로 진정한 배움과 몰입을 제시했다.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금지 사항을 만들어 학생들을 다스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어 열정을 불태우며 필요에 의해 배우고 자신의 의지로 몰입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
 
중학생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IT 기업을 운영하고, 맛집을 찾아 다니며 즐기던 경험을 바탕으로 맛집 정보 앱을 만든 호리에 다카후미인 만큼,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쉽게 이해된다
.
 
이 책을 읽고 당장 호리에 다카후미처럼 살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기존 사회 제도에 대해 저자가 날리는 이 논리 정연한 일격에 누구나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좀 더 살 맛나는 인생을 살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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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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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음악도 좋고, 자신의 음악과 공연에 투자도 아끼지 않는 가수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음원을 내면 반응이 신통치 않다. 안타까운 마음과 의아한 마음이 동시에 들 즈음, 이 책에서 우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신곡 평가 회사에 따르면, 일정 점수 이상을 얻는 곡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일정 점수 이하를 받는 곡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점수가 아주 높다고 꼭 성공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의 품질 그 이상의 것은 바로 반복적 노출,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한번에 노출되는 기회였다. 그러고 보니 그 가수가 어쩌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날에는,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몇 년 전에 발표한 노래가 큰 인기를 끌고, 공연장이 많은 사람으로 붐볐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소문이라는 것은 사실 없다는 것이다. 여러 명이 여러 단계를 거쳐서 입소문을 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유명 스타가 트위터에 몇 차례 공유해준다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매체에 소개되는 등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트작은 아무리 좋은 예술작품이더라도 그 자신만의 힘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와 마케팅,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도움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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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열광하는 것은 수용 가능한 수준의 진보이다.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진보적이어서 수용 불가능한 것이 아닌, 수용 가능한 수준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친근하게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이 히트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
 
사실 히트한 영화나 책,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브람스는 기존의 민요를 바탕으로 작곡을 했고, “스타워즈플래시 고든의 판권을 사려다 실패하여 비슷한 작품을 직접 쓴 것이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를 살짝 변신시켜 쓴 팬픽션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이렇게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에 변화를 주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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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학계에서도 이런 법칙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굉장히 창의적인 연구는 낮은 평가를 받는다. 너무 익숙한 연구도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낮은 평가를 받는다. 창의적이기도 하면서 익숙한 부분이 있는 연구 주제가 결국 선택된다
.
 
인기라는 것은 너무 복잡하게 전개되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 똑같이 창의적인데 왜 어떤 것은 메가 히트작이 되고, 어떤 것은 외면당하는지, 흥미로운 주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례를 읽다 보면 어느새 히트의 과학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세계에 빠져서 놀라움으로 500페이지를 금세 넘기게 된다. 문화 에술계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의 문화와 사회를 읽는 눈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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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최옥정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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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던 어느 날 인가부터, 글쓰기는 내 취미가 되었다. 힘든 일이 있던 날, 집에 돌아와 가만히 글을 쓰고 있노라면 아프고 힘들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만년필을 여러 자루 사서 사각사각 종이에 그렇고 그런 글을 쓰는 게 그렇게 좋았다. 스트레스 풀이를 하기 위해서 낙서를 하기도 했다. 정말 아무 글이나 되는 대로 쓰고 나면 스트레스가 얼마간 풀려 있었다. 점점 글쓰기가 좋아지면서, 일에서 은퇴한 다음에는 글을 쓰면서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수입도 보장되지 않고, 글이란 게 항상 그렇게 수월하게 나와 주는 것도 아닌지라 솔직히 크게 자신은 없을 때, 이 책을 만났다
.
 
퇴직 후 자신의 자서전 등을 쓰고 싶어하는 오십 세 정도의 사람이 이 책의 주요 독자였다. 작가는 먼저 퇴직 후의 삶을 잘 정돈하기를 권했다. 변화하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라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변화하라고 이야기 했다
.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든 일단 완성하라, 글을 쓰기 위해 진실한 자신을 만나고 드러내야 한다, 단 세 줄이라도 매일 연습해야 문장이 는다는 등의 조언과 함께,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들을 물리치는 방법도 제시해주었다. 미리포기형, 말로만 쓰기형, 노점좌판형, 언젠가는형, 불도저형 등 글쓰기에 실패하는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그 조언대로라면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배울 수 있으니,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말라고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추천도서 및 글쓰기 방법에 대한 도서를 추천해주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 등 흥미 있고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그러한 책을 읽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이미 전국 도서관에서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를 강의한 저자인 만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실질적인 조언이 많이 담겨있는 책이다. 언젠가 은퇴를 하고, 내 안에서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이야기들이 차오른다면, 다시 한 번 이 책을 펼쳐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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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권 독서법 - 하루 한 권 3년, 내 삶을 바꾸는 독서의 기적
전안나 지음 / 다산4.0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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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괴로운 날이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밤을 새며 좌절감과 우울함에 몸부림쳤다. 그 터널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연히 집어든 책 때문이었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사진과 글이 가득한 여행기를 보며 위로를 받기도 했고, 나처럼 또는 나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과 예민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격하게 공감하고 은근한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 힘든 일이 있으면 일부러 책장을 뒤졌다. 즐거워하며 읽을 만한 책을 골라 아무데나 뒤적이기도 하고 그러다 마음에 들면 앞에서부터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힘든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
 
이 책의 저자 역시 낮은 자존감과 실패감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을 매일 책을 펼치며 치료했다. 책의 효과는 놀라웠다. 마음의 안정감과 평화, 지적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800권을 읽은 후에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워킹맘에 셀레던트임에도 매일 1권 남짓의 책을 읽어서 3년 만에 1천권을 읽어낸 결과이다
.
 
책의 치유 효과는 나 역시 경험해 본 바였으나,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정말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1천권을 읽어낸 덕인지 이 책은 전안나 작가의 독서 치유 경험과 목표로 하는 독서량을 달성하는 과정, 워킹맘과 셀레던트로 분투하는 여정을 마치 함께하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해준다. 속도감있게 읽히는 책이다
.
 
1천권을 읽어낸 독서 고수로서 독서에 대한 팁을 주기도 한다. 책을 열심히 읽기 위해 일정량의 책을 읽을 때마다 선물을 사는 방법, 서재의 사진을 찍으면 보유한 책을 정리해주는 앱과 독서기록을 있는 , 어려운 고전을 읽기 위해 해설서나 청소년용 도서를 먼저 읽고 고전을 읽는 방법,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독서에 매진하는 방법 유용한 팁으로 가득하다
.
 
전안나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다는 열망과 읽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책을 읽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것이다. 전안나 작가처럼 3년에 1천권을 읽어낼 자신은 없지만 오늘도 잠들기 책을 펼치며 언젠가 1천권을 읽어내 나은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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