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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음악도 좋고,
자신의 음악과 공연에 투자도 아끼지 않는 가수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음원을 내면 반응이
신통치 않다. 안타까운 마음과 의아한 마음이 동시에 들 즈음, 이
책에서 우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신곡 평가 회사에 따르면, 일정
점수 이상을 얻는 곡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일정 점수 이하를 받는 곡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점수가 아주 높다고 꼭 성공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의
품질 그 이상의 것은 바로 반복적 노출,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한번에 노출되는 기회였다. 그러고 보니 그 가수가 어쩌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날에는,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몇 년 전에 발표한 노래가 큰 인기를 끌고, 공연장이 많은 사람으로 붐볐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소문이라는 것은 사실 없다는 것이다. 여러 명이 여러 단계를 거쳐서 입소문을 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유명 스타가 트위터에 몇 차례 공유해준다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매체에 소개되는
등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트작은 아무리 좋은 예술작품이더라도 그 자신만의
힘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와 마케팅,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도움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열광하는 것은 “수용 가능한 수준의 진보”이다.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진보적이어서 수용 불가능한 것이 아닌, 수용 가능한 수준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친근하게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이 히트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사실 히트한 영화나 책,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브람스는 기존의 민요를 바탕으로 작곡을 했고, “스타워즈”는 “플래시
고든”의 판권을 사려다 실패하여 비슷한 작품을 직접 쓴 것이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를 살짝 변신시켜 쓴 팬픽션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이렇게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에 변화를 주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놀라운 것은 학계에서도 이런 법칙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굉장히 창의적인 연구는 낮은 평가를 받는다. 너무 익숙한 연구도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낮은 평가를 받는다. 창의적이기도
하면서 익숙한 부분이 있는 연구 주제가 결국 선택된다.
인기라는 것은 너무 복잡하게 전개되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 똑같이 창의적인데 왜 어떤
것은 메가 히트작이 되고, 어떤 것은 외면당하는지, 흥미로운
주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례를 읽다 보면 어느새 히트의 과학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세계에 빠져서 놀라움으로 500페이지를 금세 넘기게 된다. 문화
에술계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의 문화와 사회를 읽는 눈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