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 고단한 현실의 유쾌한 어른살이를 위한 조언
김옥림 지음 / 미래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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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겹다고 느끼게 된 순간부터, 감성적인 글이 좋아졌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 보려고 자기계발서도 손에 들어보고, 스님들의 글로 힐링을 하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집이나 여행에세이 같은 감성적인 글 만한 게 없었다. 딱히 해법을 제시해주거나 현명한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내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짤막짤막한 글로 이루어진 이 책 역시, 가슴 따뜻해지고 훈훈해지는 에세이의 모음으로, 메마른 감성을 만져주는 책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그저 읽고 있으면 햇빛이 쏟아지는 소파에 누운 듯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기도 한다.
특히 현대인이 시와 에세이를 읽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시인들이 난해하고 어두운 시만을 써서 대중과 멀어진 탓이지만,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시집을 다시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시인이다. 그러나 밥벌이가 되는 글만을 쓰느라 한동안 시를 쓰지 못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함과 결핍감이 올라온다고 한다. 그 때,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들고 음악과 커피와 함께 읽고 나면 해소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책에 수록된 저자의 시 몇 편은 아주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히며 쉽게 공감이 된다. 저자 자신도 비슷한 스타일의 시를 쓰는 시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감성지수가 올라간 김에 집에 사다 꽂아놓은 시집을 펼쳐봐야겠다.
저자는 독자와의 소통 경험도 책에 옮겼다. 서평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은 독자에게 한 끼 밥을 사주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으며, 독자들이 보내는 고민을 담은 편지에 답장하며 소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자친구가 돈만 요구하며,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는 고민 상담에 미래를 위해 헤어지라는 조언을 한다. 어머니의 뜻대로 대학에 진학했으나 하고 싶은 공부는 따로 있는 예비 복학생에게는 그만하면 어머니에게 할 도리는 다 했으니 지금부터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조언한다. 복학이 죽기보다 싫었던 명문대생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 출발했다.
편안히 읽히는 글의 모음이지만, 그 안에는 통찰이 담겨 있으며 이 책이야 말로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실 수 있는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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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독립만세 - 걸음마다 꽃이다
김명자 지음 / 소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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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맞벌이로, 나는 어려서 할머니 손에 컸다. 분유를 먹인 것도, 밤에 안고 얼러서 잠을 재운 것도 할머니였고, 기저귀를 갈아준 것도, 밥과 간식을 챙겨준 것도 할머니였다. 엄마보다 할머니와 더 가까웠고 어려서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따랐다. 가끔 할머니는 젋었을 적 얘기를 하셨다. 6.25 때 위험을 무릅쓰고 월남하던 이야기, 피난 와서 어렵게 살던 이야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엄마까지 떠나버릴까봐 불안해하며 집안일에 몰두하던 이야기. 어려서 잘 이해는 되지 않았고 아직도 할머니의 철두철미한 근검절약 정신에는 거부감이 든다. 할머니보다 좀 연배가 없으신 할머니의 이야기지만, 이 책으로 나는 함께 살면서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할머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어렵지 않은 사람이 있었겠냐마는, 저자는 읽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정불화, 어린 나이에 당한 어머니 상, 심각한 건강 문제 등. 이렇게 힘든 인생이 있을까 싶다. 어쩌면 가난 보다도 이런 마음의 상처가 저자의 몸과 마음을 더 할퀴어서 한창 나이에 병원 신세를 졌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에서도 저자는 희망을 보았고, 오히려 위기가 전화위복이 된 듯,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
저자의 고난은 개인적인 불행 때문만은 아니었으니, 한국전쟁을 겪고 가부장적 유교 사회에서 여자로 살며, 억압당하고 고생한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한 구석이 아리어 왔다. 여혐이나 남녀차별, 성상품화 등 여전히 여성의 삶은 힘겹지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에 놀라며 책장을 넘겼다
.
저자는 오히려 만년이 되어 갖가지 어려움에서 해방되고, 파주에 독립하여 세간을 차리어 여성으로서 가지기 힘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가졌다.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젊었을 적 쓰고 싶었으나 엄두도 못 내던 글도 배워 이렇게 책을 내니, 인생의 황혼기에도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비록 나이는 할머니여도 그 열정은 혈기 왕성한 젊은이 못지 않다. 저자는 오히려 현재가 청춘이다. 남자친구도 있고 위해주는 동생도 있으니 스무 살 소녀 부럽지 않다
.
아프고 쓰리기만 했던 젊은 날들을 뒤로 한 채, 인생을 즐기며 제 2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멋진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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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국어 1 : 해 물어 안 가르치는 책
황이산 지음, 최미희 엮음 / 하빠꿍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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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천부적인 예술가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쉼 없이, 이곳 저곳에 그림을 그렸다. 부모님이 지우고, 또 지워도 우리는 그리고, 또 그려댔다. 그림을 그리는 법 따위는 배우지 않아도 모두 저절로 알았다.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귀여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 속에 나와 시달리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법 같은 것은 먹고 사는 일에 밀려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만다.

황이산 어린이가 4~6세에 그린 그림들과 그 시절에 했던 말을 편집한 이 책은, 우리 모두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때로는 미소짓고, 때로는 폭소하게 하면서 순수했던 시절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마도 이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그럴 기회는 어른들에게 거의 없으리라.
이 책은 사실 7세 이상의 어린이가 이 책의 그림 위에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려보고, 오리고 찢으면서 책과 더불어 놀도록 기획되었다. 마치 황이산 어린이와 함께 놀 듯 책을 갖고 놀도록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펴는 어른들 역시 귀여운 아이를 상상하고,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의도는 안 가르치는 책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이미 그 안에 무궁무진한 세계를 갖고 있다. 상상력이라면 어른보다도 풍부할 것이다. 황이산 어린이는 너무 더운 여름, 해가 미워서 해를 앙~ 물어버리려고 이빨이 나온 그림을 그렸다. 물린 해는 울고 있다. 그걸 보고 황이산 어린이는 하하 웃는다. 이러한 귀여운 상상력에 책을 넘기던 어른들은 웃음이 터지고 만다.
천부적인 예술가인 어린 아이의 서툰 그림과 아기 때 하는 말을 모은 이 책은 아이들이라면 책과 함께 놀 수 있고,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돌아가 웃음지으며 읽을 수 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지루하고 고달픈 일상에 환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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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콜 경기문학 19
문부일 지음 / 테오리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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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차서도 독신인 내게는 걱정이 하나 있다. 지금은 결혼은 필요 없다며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 죽음이 가까워오면, 자녀가 없어 곁을 지키는 사람도 없이 고독사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늦게라도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문부일의 <안녕콜>은 독거노인이나, 당장 죽어도 누구 하나 찾을 사람 없는 소외된 이들에게 하루에 한 번 안부 전화를 하는 공무원 시험 준비 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인공은 안녕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그 역시 집을 찾는 이 하나 없이 외롭게 수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나, 매년 시험에 떨어지기만 하는 소외된 계층이다. 그가 사는 곳 역시 가난한 이들이 모여서 다닥다닥 붙어 사는, 아래층에서 세탁기만 돌려도 하수구가 역류하는 곳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자신의 안부조차 안녕콜에게 맡기고, 소통할 이 하나 없는 이들의 모습에서 요즈음 늘고 있는 1인 가구의 미래가 그려진다. 공시생에게 닥치는 시련이 웃음 지어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고, 마지막에 멋진 놀라움을 선사해주는 소설이다.
<
노하우> 역시 소외된 계층이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한국에 밀입국하여 소브드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한국 사회에서 성공할 비결을 알아내어 몽골로 돌아가 멋지게 살아보려는 민주의 이야기다. 민주에게는 떡볶이 집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다. 베트남 출신의 언니 역시 떡볶이 집의 맛의 비결을 알아내어 베트남에서 떡볶이집을 차리는 게 소원이다. 이들은 소외되고 무시당하면서도 악착같고 꿋꿋이 살아낸다. 이 소설 역시 마지막에 큰 반전을 선사해준다.
두 작품 모두 평소에는 관심없던 소외된 이들의 절망과 희망, 이들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소외되었음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이들에게 진심의 화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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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미로 경기문학 20
박규민 지음 / 테오리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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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나는 어둠을 무서워했다. 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인 탓도 있지만 빛을 좋아하고 어둠을 싫어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둠은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등대의 불빛, 밤 바다에 떠 있는 어선의 환한 빛, 화사한 낮의 경치를 좋아한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으면 왠지 우울해질 것만 같다.

박규민의 빛의 미로는 요양원 말단 행정 직원, 성수기 해변의 청소부 등 어둠 속에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이다. 요양원 말단 직원인 민주와 나는 하루 동안 직장에서 들은 잔소리가 퇴근 후에도 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퇴근 후에 시끄러운 바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수 있다. 그런 같은 증상을 앓아 가까워진 이들에게 토마스 할아버지의 요양원 탈출 사건은 이들 사이에 위기를 만든다.
민주에게 달려가며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매는 나에게 쏟아지는 여명의 빛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또한 민주의 어린 시절의 상처와 요양사의 사연이 묘하게 겹쳐지며 빚는 갈등의 이야기가 아주 흡인력 있다.
성수기 해변의 청소부가 수트를 입고 해변에 나타났을 때의 사람들의 변화 역시 아주 몰입도 있는 묘사다. 청소부는 심지어 자신을 아주 닮은 사람인 척 하기까지 한다. 드넓은 해변을 혼자 청소하는 청소부가 된 사연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소외된 이들이 그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가 어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평소에는 무심히 넘기던 우리 시대 소외된 계층에게 집중하게 하면서도 빛과 어둠을 테마로 한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권말에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평론도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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