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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미로 ㅣ 경기문학 20
박규민 지음 / 테오리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부터 나는 어둠을 무서워했다. 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인 탓도
있지만 빛을 좋아하고 어둠을 싫어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둠은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등대의 불빛, 밤 바다에 떠 있는 어선의
환한 빛, 화사한 낮의 경치를 좋아한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으면 왠지 우울해질 것만 같다.
박규민의 빛의 미로는 요양원 말단 행정 직원, 성수기 해변의 청소부 등 어둠 속에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이다. 요양원 말단 직원인 민주와 나는 하루 동안 직장에서 들은 잔소리가
퇴근 후에도 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퇴근 후에 시끄러운 바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수 있다. 그런 같은 증상을 앓아 가까워진 이들에게 토마스 할아버지의 요양원 탈출 사건은 이들 사이에
위기를 만든다.
민주에게 달려가며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매는 나에게 쏟아지는 여명의 빛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또한
민주의 어린 시절의 상처와 요양사의 사연이 묘하게 겹쳐지며 빚는 갈등의 이야기가 아주 흡인력 있다.
성수기 해변의 청소부가 수트를 입고 해변에 나타났을 때의 사람들의 변화 역시 아주 몰입도 있는 묘사다. 청소부는 심지어 자신을 아주 닮은 사람인 척 하기까지 한다. 드넓은
해변을 혼자 청소하는 청소부가 된 사연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소외된 이들이 그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가 어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평소에는 무심히 넘기던 우리 시대 소외된 계층에게 집중하게 하면서도 빛과 어둠을 테마로 한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권말에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평론도 읽을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