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 주자학의 마음훈련매뉴얼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 1
권오영 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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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26.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자학을 본래의 이념대로 자기실현을 위한 방법적 지침으로 접근하고, 동서의 철학적 자원을 삶의 기술이자 지혜의 과학으로 읽으려 시도한다. <心經> 을 내놓은 뜻이다. 다섯 명의 연구자들이 <심경>을 다각도로 접근했다. ‘체제 점검과 기본 내용 해설’, ‘16세기 조선에서 심경이 가진 정치적 함축과 사상사적 의미’, ‘주자학의 본체론 과 공부론에 대한 철학적 질문’, ‘‘수행의 현대적 적용 가능성‘,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서양은 심을 어떻게 보나등을 담고 있다. 한형조의 ‘<심경>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조선 유학의 논점<심경>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이창일의 경 수행과 그 현대적 적용을 읽어 주자학에서 공경할 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비교철학 부문에서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심경>13C 주자의 제자인 진덕수가 四書三經, 북송 유학자들과 주자의 잠명(箴銘) 가운데 마음의 수련에 관한 대표 구 37조를 골라 만들었다. 여기에 15C 명대 황돈 정민정이 진덕수의 <심경>의 주석에 손대지 않고, 보충하는 방식으로 주를 덧붙여 <심경부주>를 만들었다. 이후 조선에서 퇴계가 비평적 <후론>을 덧붙여 유포시켰다. 결국 조선에서 유통된 <심경><심경부주>에 퇴계의 <심경후론>이 병기된 판본이다.

 

“<심경>은 마음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수양해야 하는지를 적은 도학의 매뉴얼이다.”(p.12) 한형조는 삼경이 역사와 문학, 우주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사서는 사회관계에 치중하는 외면적인 성향을 띠고 있고, 비록 주자의 <근사록>이 심학에 집중했으나 이론적 체계라서 훈련으로서의 심학을 다룰 무엇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평가한다. 그 결과로 <심경>이 나온 것으로 본다.

 

순 임금과 우 임금이 주고받은 16글자인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 人心은 위태롭고, 道心은 은미하다. 다만 하고 또 하여, 삼가 그 을 잡으라)心學의 기반에 둔다.

진덕수의 심학과 정복심의 심학도는 人心道心을 가르고, 인심을 유의 제어하여 도심을 함양해나가는 것을 心學의 요점으로 정의하고, 그 방법으로 지속적 을 제시했다.’(p. 28) 경을 중심에 두고 심학의 훈련 방법으로 알인욕(遏人慾)’ 라인에 중용의 신독, 논어의 극복, 대학의 심재, 맹자의 구방심, 대학의 정심, 맹자의 부동심을 배치하였다. ‘존천리(存天理)’에는 중용의 계구(戒懼), 맹자의 조존(操存)과 심사(心思), 양심(養心)과 진심(盡心), 논어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를 배치했다. ‘알인욕(遏人慾)’은 차단해야 하고, 존천리(存天理)는 발양에 중점을 둔다.

 

정복심의 心學圖를 두고 퇴계(68)와 율곡(33)가 벌인 논쟁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수년 전에 퇴계의 <성학십도>를 읽을 때는 심학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형조의 해설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퇴계는 심학도를 그린 정복심(원 인종 때의 인물)의 의도를 수용하는 자세로 공부했고, 율곡은 大人心, 求放心, 心在心思의 위치를 놓고 퇴계를 해명을 요구하거나 비판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를 읽는 것 같은 분위기다. 21세기를 살면서 우리는 퇴계, 율곡, 고봉이 편지로 나눈 논쟁의 멋을 절대 느끼지 못하고 사는 불행한 사람이다. 조선 지식인의 품격을 당쟁이란 범주에 넣고 비난만 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퇴계와 율곡은 사단칠정에서만 아니라 심학의 텍스트를 보는 안목과 해석의 방식에서도 매우 다른 노선을 걸었다."(p.34) 율곡의 본심은 공부를 알인욕존천리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단칠정론에서 理發-氣發을 인정하지 않고 氣發만 인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율곡은 퇴계와 달리 人心道心도 하나라고 본다.

정리하면 퇴계는 인간의 마음에는 인심과 도심이 있어 기원에서 인심과 도심의 갈림길을 찾는다. 理氣二元論/主理論이다. 율곡과 고봉은 인간의 마음은 하나로 본다. 인심과 도심의 갈림은 추후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理氣一元論/主氣論 이다.

 

<심경>에 대한 퇴계의 평가 심경을 얻은 이후에야 비로소 심학연원과 심법의 정미함을 알겠다.”, “초학이 공부하는 바탕은 이 책보다 절실한 것이 없다.” (p.65) 이처럼 조선유학사에서 이황에 의해 <심경>이 성리학의 주요 학습서로 인정되었다. 17세기에 <심경>은 조선 학계와 정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책으로 떠 올랐고, 중반 이후에는 <심경석의>를 지은 서인 송시열과 남인의 당쟁에서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심경>의 핵심은 으로 불교의 禪定에 대체할 만한 것이었다.(p.108)

권오영은 조선 사회가 궁극적으로 富國을 이루지 못해 근대화에 실패한 이면에는 이같이 天理를 보존하고 을 확충하기 바란 반면, 人欲을 막고 이를 멀리하는 <心經>理學 지향의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p.112) "주자학의 본체론이 한 글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공부론은 한 글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p.116)

 

무위란 작위하는 바 없음으로 주체도 없고, 대상도 없고, 행위도 없다.

거울은 미래에 대한 기대, 과거에 대한 집착 없이 늘 텅 비어 있어 다가오는 물들을 비출 수 있다. 거울 같은 무위, 무심, 무욕, 미발의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다.

공부, 경 수행에 정제엄숙(整齊嚴肅)’이 첫 번째다.

- 선불교의 일화 : “자네는 아직도 젊은 여인을 업고 있나? 나는 강을 건너자 업은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 도가의 일화 : 공자가 묻기를 물에서 헤엄치는 데에도 도가 있는가?” “없다자신이 헤엄치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 주자의 분석 : 조금이라도 상황과 사물에 얽매이면 마음이 곧 동요하고 만다. 일이 생기기 전에 마음에 두거나, 일을 마치고 가슴속에 두는 경우, 일에 응할 때 뜻이 한 곳으로 치유치는 경우가 사물에 얽매이고 속박당하는 것이다.

 

敬聽한다는 것은 진지함, 주의 깊음, 사려 깊음, 공감하고 동정하고, 타인 속으로 향하며 부드럽게 침투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듣는 것

 

주자학의 마음 훈련 매뉴얼이란 부제가 붙은 <심경>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57쪽 분량으로 2009년 초판을 내놓았고, 나는 2012년 인쇄본을 읽었다.< 심경>의 해설서라고 봐야 한다. 카피처럼 마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수양해야 하는가를 알려면 <심경>보다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심경> 본문은 분량이 원주를 합쳐도 28장뿐이라 너무 간략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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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평하다 한국고전선집
김창협 지음, 송혁기 옮김, 최채기 감수 / 한국고전번역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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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과 8월에 독서 시간을 줄여야 할 일로 마음이 급하다. 어제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책 읽기를 독서 노트로 남기며 매듭을 짓는다. 김창협의 글을 모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내놓은 <농암집>을 이틀에 걸쳐 읽고 새긴다. <농암집>을 통해 조선 시대 사대부가 지녔던 정신의 깊이와 품격을 만날 수 있었다. 김창협은 후학이 정암 조광조, 율곡 이이, 퇴계 이황과 더불어 격을 견줄 수 있다고 평한 17세기 정통 유학자다. 논변, 편지글, 제문, 상소 글, 묘지문, 학문하는 방법에 대한 글 등을 담았다.

하나, 학문하는 방법에 대한 글에서 율곡 이이의 이기일원론과 퇴계의 이기이원론을 조목조목 평가한 글에서 후학들이 김창협의 수준을 율곡과 퇴계 못지않게 평한 까닭을 알 수 있다. “유가의 도를 앞장서서 밝히고 학문이 순수하고 덕을 갖추었으며 성현의 깊고 은미한 뜻을 드러내 후세를 열어 준 공으로 말하자면 정암, 퇴계, 율곡, 농암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p. 322) 이는 18C ~19C초 오희상이 평한 것이다.

, 문장에 대해서 김창협의 시를 읽으면 마음속이 영롱하고 투명해져서 양생 양생할 만할 뿐 아니라 무병장수하기에도 충분하다. 속세의 때가 낀 오장육부를 깨끗이 씻어내어 세속의 명리를 제거해 줌은 말할 나위도 없다.”(p. 325)

 

6개 장으로 편집된 <농암집>김창협은 누구인가로 시작한다. 김창협은 병자호란 척화파 대표인 김상헌의 후손으로 숙종에게 아버지와 스승 송시열을 잃었던 서인 계열의 유학자다. 이후 처사의 삶을 살았으나 정교한 사유와 치밀한 논리, 섬세한 언어 구사로 주자학의 단계를 한 단계 심화시켰다고 평가된다. 일제 이후 근대 학문의 시각에서 사라진 17세기 이후 주자학 발전은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성과라 한다. 또한 문장가였고, 탁월한 비평가이기도 하여 18세기 동아시아의 지적 수준의 최고봉에 있었다고 평가된다. 가족사는 슬픔의 연속이어서 부친과 스승은 사약을 받았고, 두 아들과 두 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굴곡진 김창협의 삶에서 정치적 좌절과 개인적 슬픔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산수와 학문의 즐거움 덕분이었다.”(p.19) 好學했던 공자와 농암의 삶에서 우리가 취할 것은 평생 공부다.

 

덧붙인 雜多 :

장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는 것은 근대 교육에서 상정하지 않는다.

책선해 주는 벗이 있어 : 책선 責善이란 잘못을 지적하고 좋은 일을 권하는 것, 부모와 자식 간에는 해서는 안 되고 절교가 가능한 벗 사이에서나 해야 한다.

시험에 떨어진 동생에게 : 분발은 용기를 끌어 내고 실패는 성공의 계기가 된다. 분발하지 않으면 용기를 북돋을 수 없고, 실패해 보지 않고서는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갖추지 못한다.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버들잎은 백발백중할 정도로 치밀하게 공부한 이들과 비교한다면 어림없는 실력이다. 평가 기준에 좌우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실력을 넉넉하게 키우고 결과에 대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야말로 인을 행하는 자세이며, 과거 시험 공부는 그런 자세를 기르는 과정으로 의미를 지닌다.

성악설 비판 :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맹자를 직접 만나 토론할 기회도 없었고, 또 시대를 내려와 그와 동시대를 살며 설을 듣고 자신의 오류를 철회할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금강산 유람기 :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건 이내 몸이 이 산 안에 있어서라네. (蘇軾)” 금강산을 보고서 반평생 보아 온 산은 모두 흙무더기나 돌덩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다. 18세기 후반 몇몇 가문을 중심으로 증가한 금강산 유람은 18세기 이후 유행한 풍조였다.

환경을 탓한 것인가 환경을 바꿀 것인가 : 처지를 한탄하고 근심하는 것은 뜻을 어떻게 갖는지 달려 있을 뿐이다.

고관 자제의 곤궁한 은거 : 자신이 선택하고 나서 또 그것 때문에 후회한다면, 목욕하는 자가 젖기를 꺼리고 불 쬐는 자가 뜨거움을 꺼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부귀와 빈천 역시 그저 거기에 맞춰 적절하게 대처하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이를 편안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이다.

나귀를 빌려주어 고맙네 : ‘건네준 솜옷만도 따스하다’- 범저와 수가의 고사

자신의 깨달음이 없으면 : “사람의 마음은 잠시도 놓아서는 안 되니, 욕심이 일어날 때를 만나면 반드시 철저하게 이겨 내야 한다. 이는 뱃사공이 배를 젓다가 험한 여울을 만나면 반드시 온 힘을 다해 저어 올라가야지 조금도 밀려서는 안 되는 경우와 같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바로 수백 수천 보를 떠내려가 다시는 위로 올라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이곳을 지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 93)

祭亡妹文 : 네가 오래 살고 복을 누리리라는 것을 마치 어음 가지고 가서 꿔 준 돈 받는 것처럼, 좋은 곡식 심어 두고 가을걷이 기다리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하게만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 : 평소에 제대로 가르치고 양성하지 않으면서 나이가 차기도 전에 관례를 올리고서는 관례만 끝나면 바로 어른으로서의 덕이 완성되기를 바라니 이렇게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른이 사라지고 어른다움의 의미도 퇴색해 가는 오늘.

慶筵講義 : 임금이 질문하지 않는 것에 관하여. Q: 왕의 학문이 높아 남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어서? A: 안연의 유능하면서도 무능한 이에게 질문하고, Q: 신하의 학문이 보잘것없어서 질문할 가치가 없어서? A: 종을 두드리면 두드리는 대로 소리가 나듯 자꾸 던지다 보면 그래도 그것이 촉발하여 깨닫는 실마리가 있을 수도, Q: 애초에 의문점을 보지 못해서? A: 만약에 의문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의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문점을 아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일 뿐, 만약 이와 같다면 매일 경연을 한다 해도 끝내 학문의 진보가 없을 것.

어리석은 뒷집 부인의 충고 : ~. 그러나 ~. 하지만 ~. 이제 ~.

아버지의 묘표를 스승에게 부탁하다 : 김창협은 사약을 받은 아버지의 묘표를 제주도에 유배되었다가 한양으로 압송 중이던 때에 작성하고, 송시열은 장성에서 묘지문을 지었다. 닷새 뒤 송시열은 정읍에서 사약을 받았으니 김수항의 묘지문이 송시열의 마지막 유작이다. 평상심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김수항, 그리고 자신 역시 죽음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먼저 간 동지의 묘지명을 써 주는 송시열의 모습에서 오늘날 쉽게 만나기 힘든 거대한 인간상을 마주한다. (p. 171)

마음을 잠재우다 : 그림자를 없애고 거울에 비친 상을 없애고 싶다면 잠들어서 피하는 방법밖에 없다.

폭포를 찾아서 : 아름다움이란 본디 사람에게 쉽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모양이다.

벼슬할 수 없는 이유 : 엄정한 형식과 치밀한 논리를 갖추면서 감정의 절절한 토로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기가 조화를 이룬.

아버지 대신 지은 동생의 묘지명 : 어떤 슬픔은 더 큰 슬픔 앞에서 차라리 즐거움(슬픔이 한없이 증폭된다)

조선의 문장을 평하다 : 구상에 기초하고 구조를 수립하며, 제재를 연결하고 수식을 덧붙이며, 마지막으로 법칙과 규례에 엄격하게 맞추었다.

시 벗 아들을 잃다 : 내 모습이 가지 없는 썩은 나무 같고, 불기 없는 재와 같다. 이런 삶에 무슨 즐거움이 있었겠냐? 그런데도 배고프면 밥을 찾고 추우면 옷을 찾고 병이 들면 약을 찾으면서 구질구질하게 수명을 연장해 왔으니, 나의 무딤이 이다지도 심하단 말인가? 지나치게 슬퍼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생각이야 어찌 안 할 수 있겠느냐? 천명과 인사는 본디 어쩔 수 없는 것

덧붙일 말을 잃을 만큼 슬프다.

퇴계와 율곡을 넘어서 사단과 칠정을 논하다 : p.283~291에서 이이와 이황을 보완하다,

청의 지배와 중화 문명 : 가문이 척화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청나라가 이적의 나라라고 해서 그 학술 문화마저 무시하고 아예 보지 않으려는 편협하고 경직된 시각을 넘어서서, 오히려 우수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찾아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의식을 가졌다.

조선의 학자를 평하다 : 허심탄회하게 이치를 보지 않고서 다만 先儒의 설로써 남을 압도하여 입을 열지 못하게 한다면 강학은 해서 무엇하겠는가?

 

<농암집>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20168월에 338쪽 분량으로 새 옷을 입혀 내놓았다

"사람의 마음은 잠시도 놓아서는 안 되니, 욕심이 일어날 때를 만나면 반드시 철저하게 이겨 내야 한다. 이는 뱃사공이 배를 젓다가 험한 여울을 만나면 반드시 온 힘을 다해 저어 올라가야지 조금도 밀려서는 안 되는 경우와 같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바로 수백 수천 보를 떠내려가 다시는 위로 올라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이곳을 지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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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 세계 질서의 붕괴와 다가올 3개의 전쟁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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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가 돼 간다. 수업을 끝내라는 종이 울리자, 한 학생이 “미제는 물러가라!”라고 소리치며 복도로 나갔다. 아버지는 농민회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교 2학년이 무엇을 알아서 미제는 물러가라’라고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미국, 아메리카...... 오십이 넘어가며 원망과 고마움이 함께 하는 나라다. 가쓰라-데프트 밀약과 분단의 원인이자 두 차례나 쿠데타를 묵인한 점에서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냉전 시기 각종 원조 제공과 군사적 보호막이 돼 주었고 브레튼우즈 체제 덕분에 수출로 이만큼 먹고살게 된 배경을 생각하면 원망보다는 고마움을 생각한다. 앞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이자 한반도 통일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박에 없는 상황이다. 결자해지! 38선을 그었으니 통일에도 제 몫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 보수 진영의 입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라고 한다. 『The Absent Superpower』는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의 입을 통해 미국의 국제외교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지정학은 “결국 선택지들과 제약들 사이의 균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 나라의 지리적 여건이 대체로 그 나라가 직면하는 취약점들과 그 나라가 쓸 수 있는 방편들을 결정한다.”(p. 406)

차례를 살펴보면 1부는 ‘셰일이 창조하는 신세계’로 셰일은 너무나 미국적인 에너지라며 석유가 에너지의 지위를 점하는 세계에서 셰일의 가치를 살펴본다. 2부 ‘무질서’에서 셰일의 등장은 ‘구세계의 종언’과 미국의 전략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게 되고, 유럽과 러시아의 가상 전쟁,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가상전쟁, 동북아시아의 중국, 한국, 일본, 타이완의 석유를 둘러싼 각축을 예상한다. 3부 ‘미국의 역할’에서는 미국의 가용 수단을 살펴보고, 동남아시아와 중남미가 여러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개편될 새로운 세계에서 낙관적이라는 미국의 시각을 보여준다. 피터 자이한은 석유를 둘러싼 동북아 각축전에서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 중 어느 한편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일본 편이 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본다. (피터 자이한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았고, 중국을 과소평가했다. 지정학적 평가는 지리학과 다른 각도에서 내리니 눈여겨 볼만하다. 그럼에도 페르시아 만의 혼란은 석유를 100% 수입해야만 하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생각할 때 뼈아픈 지적이다.)

제1부 - 세일이 창조하는 신세계
2007년~2014년간에 셰일의 에너지 특성과 미국 셰일 산업의 진화로 미국의 에너지 체계를 변화시켰다. 미국은 더는 페르시아 만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셰일 생산의 효율성 증대가 셰일 산업의 성공을 이끌어 미국의 산업 기반을 개조하고 있다. 소비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세일 유정은 가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 낮은 가격, 안정적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셰일 가공 부문과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된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세일 덕분에 가정의 소비지출이 절감되고, 풍요로운 소비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미국은 지질적으로 지리적으로 최대 셰일 매장지역이고, 기술 인력도 풍부하다. 더구나 지하 광물권을 토지 소유 민간인에게 부여하는 나라라 사익 추구를 위해 개발에 노력한다. 세계적 금융대국으로 자본 공급이 수월하고, 트럭 운송비의 1/10 수준인 파이프라인을 100만 마일 이상 깔고 있다. 아직 미국 말고는 셰일 산업을 발달시킬 역량이 있는 나라가 없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세일 혁명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대단히 미국적인 사건이다. 세일 혁명으로 미국은 더는 세계 에너지시장과 엮여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세계에 어떤 모습인가?

제2부 - 무질서
미국은 망하려고 발버둥 쳐도 망하기 힘들다. 미국은 2차대전 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세계의 경제와 군사동맹을 유지해 왔다. 인구구조의 변화 등의 요인으로 앞으로 미국은 수입국의 지위를 버려 세게 무역 체제의 외곽으로 물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를 자급하게 된 요인의 비중이 크다. 1973년부터 2007년까지 자국의 석유 수입을 위해 석유 시장의 안전과 유통망을 관리하던 미국이 흥미를 잃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로부터 손을 떼는 과정에 있다. 그 증거로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 타국과의 무역 연관도가 최소 수준이다. 21세기 석유의 주요 소비지는 동북아시아다. 세계 석유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주요인을 셋으로 분석한다. 유럽과 러시아의 대립,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동북아시아의 석유를 둘러싼 각축전인 유조선 전쟁이다.

러시아 국경선은 12,000마일이다. 러시아는 인구구조상 인구 급감이 예상된다. 이 여건에서 유럽과 전쟁을 시작한다면 지구전이 되고 러시아가 이기든 러시아에 저항하는 연합국이 이기든 러시아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피터 자이한이 예상하는 러시아의 유럽 침공은 1단계 우크라이나 침공은 쉽게 달성하고, 2단계로 스칸디나비아를 침공할 것이며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필사적 저항은 러시아 해군을 궤멸시키고 영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수행할 것이다. 3단계로 폴란드를 침공하나 독일의 저항에 직면하고 4단계로 코카서스를 침공할 텐데 터키는 저항 능력이 있고, 터키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러시아는 터키를 잡아 두려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것이다. 러시아와 유럽 간 지구전에서 미국은 어찌할까? 직접 개입할 명분과 실익은 없지만 저항국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다.

페르시아만은 미국의 전략이 작동하게 하는 핵심지역이었다. 카타르에 미중부사령부가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과 에너지 자급은 미국을 페르시아만에 엮어 두었던 논리를 구성하는 연결고리를 끊어가고 있다. 미국이 발을 뺀다면 40여 년간 이 지역에 존재해 온 전략적 평형상태는 봄날 강 표면의 얼음 갈라지듯 깨진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결이 예상된다. 둘 다 문화적 자부심이 높다. 사우디의 전략은 이슬람주의자 전투원을 수출해 저항운동을 양산하고 돈으로 이란의 대리자들을 매수해 동맹을 맺으려 할 것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을 폐쇄할 것이나 장기적으로 봉쇄하기에는 역부족하고 되레 이란의 석유 수출이 곤란해질 것이다. 이란의 페르시아만 봉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나라는 일본, 중국, 한국, 타이완뿐일 거다. 현재 해군 역량의 순위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호주>한국>타이완 순이다.
이란은 정보 체계의 우수함을 이용해 사우디내 소수 민족을 부축이고 사우디도 이란의 쿠제스탄 민족봉기나 아제르바이잔 봉기를 유도하거나 지원할 것이다. 두 나라의 전면전을 가상할 때 이란이 승리하려면 사우디로 진격하는 길의 인프라가 부족해 지체될 것이다. 이라크의 바스라를 점령하고 가야만 한다. 쿠웨이트로 점령해야만 사우디로 진입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이란의 병참 능력이 안 된다. 탱크, 공군 등 군사장비가 구식이다. 이란이 지형적으로 침략당하기 어렵지만 침략을 강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개입을 꺼린다. 이라크 국경에서 이란을 제압하거나 공군력을 동원할 수는 있다. 이란, 사우디 간 전쟁은 지구전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고 중동 여러 나라의 산업 기반, 전력 공급 시설, 농업 기반 시설을 망가뜨릴 것이다. 전쟁 후 누가 이기든 중동은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피터 자이한이 분석하는 일본의 힘은 세다. 2016년 현재 내수 중심 경제를 운영 중이며, 필요한 에너지를 전량 수입해야 하나 바닷길을 구축하고 관리할 해군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해양 능력은 탁월하다. 미국보다 10년 앞선 1922년 세계 최초로 특수 목적용 항공모함을 건조했었다. 일본의 주요 도시는 독립적이다. 도시마다 독립적인 인프라를 갖고 있어 어는 도시의 에너지 문제는 지역의 문제일 뿐이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00일 만에 전력 에너지의 충격을 흡수했다. 사할린이라는 에너지 자원에 접근성이 높다.
이에 비해 중국은 취약하다.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절대량으로 보면 일본의 두 배다. 개방된 바닷길을 이용ㅎ야 한다.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체제를 구축, 유지할 군사적 역량이 없다. 중국은 갇혀있다. 에너지 공급 경로를 열어 줄 해군 역량이 없다. 중국은 답을 석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 간 전쟁이 벌어지면 타이완은 일본 편을 들 것이라고 본다.(한국 독자의 생각과 크게 다른 지점이다) 캄란만, 수빅만, 나투나해가 격전지가 될 것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 미얀마에게 동북아의 유조선 전쟁은 돈을 벌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자원 부국으로 중국과 일본에 양다리를 걸칠 것이다. 태국도 cash-carry 프로그램(현금 수수후 구매 당사국이 물자 수송을 알아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돈을 벌 거다. 인도의 사략선(私掠船: 민간무장선, 해적선)도 예상할 수 있다. 피터 자이한이 보기에 한국의 경우 인구구조나 군사력 면에서 걱정스럽다. 한국은 미국 시장 개방 덕분에 성장했는데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지면 가장 잃을 것이 많은 나라다.

슈페메이저(엑손모빌, BP아마코아코, 토탈피나엘프, 코노코필립스, 셰브론텍사코)와 셰일 에너지 기업은 다르다. 슈퍼 메이저의 손익구조는 셰일과 다르다. 셰일 기업은 협력을, 슈퍼 메이져는 담합이라는 관행을 우선한다. 유럽-러시아 간 지구전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거다. 아마도 과거 식민지와의 관계를 복원해 지구전의 피해를 줄여가려 할 것이다. 미국이 철수한다고 미국인이 자취를 감춘다는 것은 아니다.

제3부 - 미국의 역할
미 해군은 미국이 고립시키려는 나라나 지역에 경쟁국이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은 특수작전단과 드론, 항공모함을 이용해 자국이 관여하고 싶은 어는 경쟁지역이든 원하는 대로 틀을 짤 수 있다. 이는 군사 경쟁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 경쟁 지역에도 해당한다. 미국의 소비 시장은 인구구조상 세계에서 앞으로 유일하게 성장할 대규모 시장이며, 수출 주도 성장을 하려는 나라는 어떤 나라든 미국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대체로 세계 에너지 상황에 무관심할 것이나, 미국 기업이 성장할 기회가 있거나, 경쟁 상대를 전략적으로 방해할 필요가 있다면 개입할 것이다. 세계 해양, 세게 무역, 세계 에너지를 장악한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안보에 관심이 없다. 미국의 군사 역량은 국가의 보조 기구이자 기업의 보조 기구도 된다.

동북아시아 유조선 전쟁에서 지리적 약점이 강점을 이길 수 있다. 중국과 일본 중에서 누가 이기든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에 대항할 경쟁자는 없다.
중남미는 미국이 먼로주의를 적용하는 지역으로 지리적으로나 정치적 조건이 열악하다. 전쟁 걱정이 없고, 미국과 가깝다는 것은 장점이다. 미국이 원하는 쪽으로 협상에 응해야만 할 것이다. 중남미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써먹을 지렛대가 없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트리니다드토바고(천연가스 정제력 우수), 콜롬비아, 페루, 카리브해 연안국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중남미 지역에서 반미 정서가 마연한 까닭은 과거에 미국이 이 지역을 자기 놀이터 취급을 한 적이 있다.”(p. 498)
피터 자이한은 미국은 과연 의도적으로 세계에서 손을 뗄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손을 떼게 될지 지켜보라 한다. 자이한은 동남아시아는 전망이 밝지만 중남의 전망은 더 밝다고 본다. “나머지 지역은 어디든 각자도생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단다. (앞 문장처럼 본문 544쪽 분량에 번역자 홍지수의 걸쭉한 재치가 보인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는 김앤김북스에서 2019년 1월 초판을 내놓았고, 나는 3월 3쇄 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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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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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니 나는 어떤 현상이나 사회 문제를 나름의 관점을 갖고 본다. 관점은 내 경험이 이성, 감성이 그때그때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법으로 결정했던 과거의 기억이 만든 것이다. 직접 경험은 일부일 뿐이고 독서, 인터넷과 TV,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간접 경험이 대부분이다. 인터넷과 TV는 언론이다.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 청취자의 호기심과 흥미를 얻어야 하기에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주나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만 않아도 다행일 정도다. 페이크 뉴스도 넘쳐난다. 하인리히 뷜의 <카타리나 블룸의 명예>가 언론의 비도덕적인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소설로 알려주었고, JTBC라 국정농단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한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언론을 탓할 수만은 없다. 나의 의도하지 않은 편향적 사고와 전문가들의 말이라면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의존적 사고도 문제다. 현상과 문제를 이해하고 결정하고 해결하는데, 내가 가장 문제인 거다.

 

사실에 근거해서 이해하고 결정하고 해결하려 노력하자는 책을 만난다. 스웨덴 겝마인더재단 공동설립자인 한스 로슬링과 아들, 며느리의 공동작인 <팩트풀리스>.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근거도 있으나 정확한 사실 파악을 위해 저자가 고안한 물방울 도표 디자인‘Dollar street'는 멋진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좌표의 원점으로 갈수록 수치가 커지는 그래프 방식은 탁월하다. 그래프에서 사실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미래를 보라 한다.

<팩트풀니스>10가지 본능적 반응을 정의한다. 저자의 실수, 실패한 경험에 알 만한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으려 비판적으로 사고하라 제안한다. 데이터를 들이대며 주장하니 설득력이 있다. 독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13개 문항에 답해야 한다.(참고로 나는 6개만 맞추었을 뿐이다. 대부분 응답자가 침팬지의 응답 수준인 정답율 33%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침팬지 수준보다 높았다고 자위할 수 없었다.)

 

한스 로슬링은 사람들이 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오해를 한다고 지적한다.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본능 탓이다. 이것이 간극 본능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나누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간극이란다. 세계는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분할하기보다 완만한 다양성을 갖고 있다. 앞표지의 물방울 도표 디자인을 보면 단박에 공감할 수 있다. 왜 그런가? 과거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문장이 FACTFULNERR의 제안 출발점이며, 공감한다) 어떤 현상과 문제가 극과 극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평균 비교를 조심하고, 극단 비교를 조심하며,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야가 왜곡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한다.

 

우리는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이 있단다. 세계의 여러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하지만, 조용하게 발전한다고 보라 한다. 극빈층의 비율이 1800(85%), 1966(50%), 2017(9%)으로 감소한 데이터를 제시한다. 부정본능을 버리려면 평균은 분산을 숨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대상을 미화한다. 보도는 선별적이다. 긍정적 변화는 훨씬 흔하지만, 그 소식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긍정적으로 발전한다.

 

인구증가 그래프를 통해 직선 본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아동 인구는 균형을 이루고 성인 인구 증가가 채움 현상을 통해 더는 폭발적이지 않으리란 거다. 인구 성장을 멈추는 유일하게 증명된 방법은 극빈층을 없애고 교육과 피임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거다. 직선 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 다양한 곡선이 존재함을 기억하라.

 

공포에 떨면 상황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공포본능을 억제하려면 위험성을 계산하라. 실행하기 전에 공포가 진정될 때까지 결정을 유보하라.

 

어떤 수가 크든 작든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봐야 한다. ‘크기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해라. 비교해라. 비교하지 않고는 절대 사실을 알 수 없다. 수치에서 80/20을 구분해 중요성을 판단해라. 수치를 나누어라. 크기가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 1인당 수치를 비교해 보라.

(베트남인들이 느끼는 전쟁의 크기 : 중국 > 프랑스 > 미국)

 

일반화 본능 : 어떤 설명이 범주를 이용한다는 걸 알아보고 범주가 오판일 수 있다고 생각하라. 고정관념을 깨려면, 내부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찾는다. (문화나 종교가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른다) ‘다수에 주의하라. %로 파악해야 한다. 다수는 51%~99%까지다. 예외 사례에 주의해라. 내 경험을 일반화하지 마라.(튀니지의 집짓기) 하나의 집단을 다른 집단으로 일반화할 때 주의하라(아기와 군인을 엎어 재우기). 생생한 사례가 일반사례가 아닐 수 있다.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호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운명본능이다. 사회와 문화는 계속 움직인다. 아프리카가 계속 가난할 것이라는 생각은 유럽인의 생각이다.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가치는 바뀐다. 가치가 불변하지 않는다. 더딘 변화는 불변이 아니다. (1%의 성장은 75년 후 2배 성장, 2% 성장은 35년 뒤 2배로 성장한다)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많은 기초 지식은 아주 빠르게 낡아 버린다. 우윤 채소처럼 계속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할아버지와 이야기해 보라.

 

단일 관점 본능 : 하나의 관점으로 보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음을 보고 다각도로 해결책을 찾으려 해야 한다. 특정 생각에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면 그 관점에 맞지 않는 정보를 볼 수 없다. 내 전문성의 한계를 늘 의식하라.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만 전문가임을 기억하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은 없다. 건강한 나라 중 가장 가난한 쿠바(정부가 모두 해결할 수 없다). 부유한 나라 중 가장 허약한 미국(시장이 모두 해결할 수 없다)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하라.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 비난 본능이다.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본다면 비난 본능을 이해한 거다.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영웅보다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교황의 지도력이 침실에 이르지 못한다. 사회를 꾸려나가는 것은 그 나라 국민인 대다수의 사람이다. 토크빌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대통령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요구한다. 사회기반과 기술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다급함 본능에서 사실 충실성이란 어떤 결정이 다급하게 이루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할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두려움에 다급함이 더해지면 어리석고 극적인 결정을 내려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데이터를 신뢰해야 한다. 극적 조치를 경계해라. 우리가 정말 걱정할 일은 세계적 유행병, 금융위기, 3차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이다.

 

11장은 사실 충실성을 실천하자며 세계는 계속 변할 것이고 무지한 어른의 문제는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학교에서 배운 세계에 관한 지식은 졸업하고 10~20년이 지나면 낡은 지식이 된다. 그래서 어른의 지식도 계속 업데이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p. 357)고 말한다.

 

책 앞부분에서 푼 13문항을 다시 푼다고 다 맞힐 자신이 없다. 당장 저자의 제안처럼 내가 변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하나씩 곰곰하게 생각하고 실천해 볼 일이다. 날을 잡아 갭마인더재단을 샅샅이 훑어 자료를 받아두면 여러 프리젠테이션에 도움이 될 듯하다. <팩트풀니스>는 김영사에서 20193월에 초판, 51일에 초판 15쇄를 47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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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이 좋아서
김준태 지음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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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얼음장을 깨듯이 의식을 깨우치는 것이다. 카프카가 생각하는 책이다. 책이란 독자가 배울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고르고 글을 쓴다. 서양에서 소논문을 에세이라고 하고, 우리는 에세이를 수필과 구분하지 않는다. 에세이란 것이 대개는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책을 고를 때 에세이는 순위에 없거나 슈퍼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사지 않는 까닭이다. 내 생각을 고쳐야 할 책을 읽었다. 김준태의 <나무의 말이 좋아서>를 읽고 든 생각이다.
우리는 산에 간다고 말한다. 나무를 보러 가던, 꽃과 숲을 보러 가던 산에 간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운동 삼아 간다.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으리란 기대로 가기도 한다. 모두 산에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등산이다.
나는 지형학을 배운 탓에 산을 조산운동이나 침식작용으로 형성 원인을 파악하고 높이가 얼마인가, 몇 시간이면 오르고 내려오는가로 산을 이해한다. 보통 사람들은 경치가 좋다나 나쁘다는 것으로 산을 판단한다. 저자는 산을 말하며 산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숲으로 본다. 산을 고도의 차이로 보는 사람과 숲으로 보는 사람이 있음을 배운다. 이 책은 산을 숲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저자가 쓴 글이다. 독서가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해야 한다고 할 때,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몫을 단단히 해낸다. 그러니 흔한 에세이가 아니다.
식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책이다. 식물에 대해 알고 있다고 쓴 전문 서적도 아니다. 한두 해 삶을 담아서 쓸 수 있는 책도 아니다. 식물학에 대한 지식이 15년 이상이라는 시간 쌓음 속에서 저자의 삶에 버무려져 있다. 베이비부머로 살아온 과정의 경험치를 숲과 연결하고 문학에도 연결한다. 생각은 언제나 안으로 나를 향하고, 밖으로는 교육과 미래라는 목표에 맞닿아 있다. 게다가 전문 지식(예: 질소와 광합성, 꽃과 나무 이름, 뿌리의 역할, 수피 분류 등)을 쉽게 풀어 독자가 어렵다고 느낄 수 없다.
사계로 구성한 장을 따라가 본다. (에세이를 카프카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따라가다가 저자에게 혼날지도 모른 생각을 한다. 혼이 나더라도 쉽게 버릴 수 없는 나의 독서법이다.)
사람이 예뻐 보이고 내 마음이 넓어지고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면 봄이 가져다준 선물이란 생각은 공감한다. 겨울과 봄이 함께할 때 생강나무에서 봄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자연에서 생명의 섭리, 존재 이유를 배운다. 벚꽃과 목련, 동백의 마지막을 묘사한 부분은 김훈의 에세이를 보는 듯하다. 검불 사이의 꽃, 키 작은 나무, 키 큰 나무의 순으로 잎눈을 연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 꽃은 조르바가 말한 ‘아물지 않는 상처’다. 입 밖으로 내기 어려운 단어가 가장 아름답다.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에서 합스부르크 립을 이어주고 타감 작용에서 계급적 멍에를 연결한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생활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글이다. 다람쥐와 청설모의 공존을 배우면 여름으로 간다.
참숯의 과학을 배우고, 측백나무와 가로등의 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거둔 저자가 자랑스럽다. 독자에게 올여름을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를 구분하지 못한 마지막 해로 만들게 한다. 팽나무의 수관에서 어디서 태어나 누구와 사느냐를 숙명과 연결한다. 덩굴식물, 칡에서 성장과 갈등만이 아니라 멈추기, 나를 바라보기를 배워야 타산지석이다. 숲에서 자신을 만났으니 가을로 간다.
밟히는 도토리 몇 알을 주워 숲속으로 던지는 일은 사소한 일일 수 없다.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독자가 동참하길 저자가 바라지 않을까. 열매에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의 메세지를 골라 부모 수업받지 않아 그렇다는 핑계를 대지 마라 경고한다. 행복을 미끼로 경쟁을 부추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겨울이다.
뿌리와 곰팡이의 공존을 배우니 숲에서 뿌리를 피해 걸어야 하겠다. 저자는 나를 객체로, 대상으로 보려 시도하는 관점을 갖고 있다. 외부와의 접촉을 일시 끊어내고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번 아웃이니 우울을 떨칠 수 있다고 보는 독자의 시각과 연결해 본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고 공존의 원칙이란다. 올겨울에 숲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겨울나무를 올려다보리라.
봄, 여름, 가을의 꽃, 나무, 숲 사진 수십 장. 열매와 수피 사진 수십 장과 상고대 사진의 아름다움을 따로 적지 않는다. 사진 배치와 설명은 둘 곳과 뺄 곳을 알맞게 정해 두고 있다.
사람들이 이 책으로 숲길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응원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도 응원한다.
숲길에서 저자를 만나고 싶다.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김영사에서 2019년 6월 10일 본문 223쪽 분량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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