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라도 사람이다 - 논픽션 전라도 1000년
정남구 지음 / 라의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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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 무렵 책이 나올 때부터 사보자 했던 책이다.

내 삶의 터전이 충청도 공주다. 삼남길에 있어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이 사랑하던 이몽룡이 과거 급제후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목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러 전라도로 내려가던 길목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거리가 소백산맥 너머보다 가깝고, 차를 갈아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인지거리도 멀지 않다. 어떤 지방에 대한 불쾌한 기억은 없다. 멍청도, 뺀질이, 감자바위, 문둥이, 개땅쇠가 비하하는 단어란 정도만 인식하고 산다.

안암동에서 최영준 교수가 강의 시간에 문둥이의 어원이 文登이로 보이며, 이는 과거 급제를 통해 중앙 권력에 들어가려는 성향을 품은 말이고, 개땅쇠란 開土者(는 놈, ), 이는 해안 저습지 간척을 통해 땅을 얻고 살아가려던 성향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영남대로><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을 내놓은 존경하는 분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그렇다. 전라도는 천대받은 땅이다. 차별받은 사람들의 땅이다. 그래야할 이유는 없었다. 전혀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중략) 하지만, 빼앗은 자들은 상대를 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양심을 달래고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테니까. 전라도에는 빼앗아갈 것이 너무 많았다. 전라도가 폄훼를 당한 진짜 이유가 이것이다.”라고 전라도 사람의 아픔을 적어두었다.

독자로서 해 줄 수 있는 위로는 나는 차별하지 않습니다. 속상해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산업화가 가져온 환경오염의 폐해가 다른 지방보다 적고, 언젠가 신문 기사와 통계는 산업화된 지역보다 효와 가족 유대가 강한 성향이 남아있다는 부러운 내용이 있었음을 말 해 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논리적으로 글을 써서 왜 차별하고 있는가를 소리치지 않고, “전라도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구만이라고 생각해 주길 기대한다.

독자로 나는 그래요. 언제 어디서나 권력을 쥔 기득권자들의 근거 없는 부정적 인식이 폭력으로 나타난 것일 뿐 입니다. 헬기에서 광주 시민에게 기총소사를 명령한 놈들이 사람이 아니지요.”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각 장마다 66, 40, 49, 40, 75, 58, 57, 60 합계 445개 각주를 달아 근거를 밝히거나 보충 설명한다. 미처 알지 못했다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옮겨둔다.

1장 코 없는 사람 :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전라도 상황을 중심으로 왜의 침입과 패주과정을 설명한다. 선조의 무능함과 논공행상에 대한 평에서 명의 지원만 강조하고 조선 내의 관군과 의병에 대해서 저평가하는 모습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진주성이 포위된 날 한산도로 진영을 옮긴 이순신의 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라 쓰고 호남을 지킨 상황도 마찬가지다. 호남의 곡창을 지킬 수 있었기에 왜의 공격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2장 불이문(不二門) : 조선 초기 보우 스님의 역할과 전횡과 유학자의 연기설 비판, 왜의 침입에 승려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초의선사, 진묵대사의 이야기는 양념이다.

3장 신선 : 허균과 전라도의 인연, 여러 선사들의 이야기다.

4장 땅 : “곡식이 익지 않은 것을 기라 하고, 채소가 익지 않은 것은 근이라 한다.” 백제 시대의 기근, 조선조 정전법(자 모양으로 땅을 구등분, 유교에서 이상으로 삼은 토지제도), 벽골제, 눌제, 활등제 등 전라북도 저수 시설의 규모와 세금, 소출을 역사 자료를 갖고 소개한다. 유형원의 <반계수록>은 부안에서 살면서 지은 것이라.

5장 선비 : 조선조 전라도 선비들의 이야기로 저자는 이인좌의 난(1728, 무신난)’이 호남 사족들이 권력의 중심부에서 완전히 밀려난 시기로 파악한다. “이후 권력은 조선이 일본에 합병될 때까지 기호 노론 세력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p.265)

영조 때 고창사람 황윤석(1729~1791)53년간 일기를 썼다. “집권 사대부들은 호남의 고을 수령으로 부임하는 이들에게 호남의 풍속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주입했고서울에서 편견과 차별을 마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한다. 역적은 한성에서 많이 나왔고, 이인좌의 난만 하여도 삼남에서 일어났고, 끝까지 저항한 곳이 영남인 것으로 보아 권력자들이 전라도를 반역의 기운 있다고 한 것은 호남인을 등용하지 않는 핑계거리라고 적었다. 독자가 판단하기에 선비장은 책의 핵심이다.

6장 혁명 : 삼정의 문란, 18세기 조선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 변화(조선 군인과 일본 군인의 비교와 조선 왕이 일본의 노비가 될테니 살여달라고 애걸하는 장면이 포함된 극장 공연, 신공황후의 삼한 정벌 극 공연 등), 전봉준과 보국안민을 기치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이야기한다.

7장 개벽 : 강증산, 차경석, 박중빈 등이 만들고 이끌어간 신흥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차경석은 고려 광종과 조선 세조, 대한제국 고종만이 지냈던 고천제를 지냈다. 이는 일제 초기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고 핍박받던 사람들에 대한 부응이었다. 강증산은 해원상생을 목적으로 했다. 강증산의 후계자 차경석이 이끈 보천교는 한 때 신도가 수백만이었다는데 본소(경복궁 근정전에 버금 가는 규모로 대들보를 만주에서 3년에 걸쳐 가져옴)가 정읍에 있었다. 흔적이 남아있는지 가봐야겠다. 보천교도들이 독립군과 임시정부에 자금을 대주었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친일세력(시국대동단)으로 평가 받았고, 일제에 의해 세가 급격히 약화된 보천교 정보는 인터넷에서 조작으로 떠다니던 정보로 들던 바이다. 1920년대 개벽은 천도교 잡지였고, 이에 대응하려고 보천교는 보광을 창간했다. 김규식, 여운형이 모스크바 세계약소민족회의에 참석하고, 김좌진 장군이 무장하고, 조만식 선생의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는 데는 보천교가 지원했다. 이시기 원불교가 만들어졌다

8장 밥 : 장성의 하서 김인후가 정조 대에 문묘에 배향되었으니 호남의 대표 유학자다. 1900년대 초 호남의 지주들이 토지를 확대한 과정을 다룬다. 개항이후 일본인들이 전라도에 들어와 토지를 사들여 대농장을 경영했던 사레들도 제시한다. 논문을 쓰며 봤던 불이흥업을 만든 일본인이 후지이 간타로다. 암태도 소작 쟁의와 해방후 미군정, 대한민국의 토지 개혁을 파악할 수 있다.

 

책 뒤표지 전라도에는 빼앗아 갈 것이 너무 많았다!‘는 잘 뽑은 카피다.

<나는 전라도 사람이다>는 한겨레신문 정남구 기자가 쓰고 20181015일 라의눈에서 본문 470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논리는 딱 떨어지지 않지만, 저자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전라도를 이해하는 책이라는 가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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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칭찬 -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지요?
이창우 지음 / 모아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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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 교직에 있을 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칭찬만 받아 버릇이 나빠졌다.’는 논란거리였다. 실험으로 칭찬과 긍정의 말이 가진 힘을 소개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크냐는 호소는 밀물처럼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하는 많은 강사의 소재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실천은 부족하다. 왜 그럴까?
칭찬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부터 원칙이란 단어로 칭찬을 내면화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칭찬이 바꿔놓은 기적’, ‘칭찬의 힘’, ‘상황별 칭찬법’등을 쉽게 설명한다. 쉬운 글로 쓴 문장이라 뒤에 남는 게 없는 점이 아쉽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 것인지 장마다 tips로 요약문을 달아 놓았다.
기억하고 실천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유순함을 가르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나에게 조심성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나에게 자립심을 가르쳐 준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못하는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하는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가? 좋은 인간관계의 조건은 존중, 배려, 공감, 경청이다. 잘못된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먼저 변하라 한다.
존중은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것이다. (고객보다 직원을 존중한 스타벅스 전 회장 하워드 슐츠)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저자는 유재석을 예로 드는 데 잘 모른다)
공감이란 남이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거나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오프라 윈프리)
경청은 몸을 기울여 잘 듣는 것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듣고 마음의 소리까지 이해하는 것이다. 대화의 출발점은 경청이다. 네 가지가 몸에 배어야 한다.
잘 나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에는 좋은 습관을 꾸준히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성공학 이론에 따르면,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즐기고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선다. 끌리는 사람에게는 칭찬의 비밀이 있다. 유머의 본질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다. 위트와 해학, 풍자, 농담은 사람의 마음과 상황 전체를 알아야 한다. 웃길 자신이 없다면 내가 웃으면 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남을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남을 자기와 동등한 인격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있다.”(괴테)
인간은 습관상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저자는 칭찬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유교 문화, 지속적인 학습과 교육부재, 자기애적 성향, 물질만능주의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내가 먼저 변하는 것이 빠르다. 칭찬의 목적은 내적 동기를 높이는 데 있다.
“밥을 먹여 주면서 사랑을 주지 않으면 돼지를 키우는 것과 같고, 사랑만 주되 존중하지 않으면 짐승을 키우는 것과 같다.”(맹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있다.(실제는 아내의 불평을 들어주는 데 남편들은 지친다.)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 장수, 수면, 맛있는 음식, 돈, 미래의 행복, 만족스러운 성생활,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등을 소망한다. 이들 대부분은 대대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지만 오로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만은 혼자 힘으로 해낼 수가 없다.”(데일 카네기)
칭찬 거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과 해석에 따라 만들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이요,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요,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탈무드)
부모는 항상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법이 잘못된 것일 수는 있어도. 말이 변해야 사람이 변한다. 목소리만 조절해도 몸값이 달라진다는데, 빠르기, 크기, 높이, 길이, 쉬기, 힘주기를 다양하게 사용하라.
<최고의 칭찬>은 모아 북스에서 본문 268쪽 분량으로 2019년 7월에 내놓았다. 강의를 잘하려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부모라면 읽어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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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교육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만들기
박하식.임호순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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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세 시간 동안 흥에 겨웠다. 마약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떠난 교직에 대해 아쉬움은 잊었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내가 기획하고 행동하고 참여하는 것처럼, 그래서 뿌듯한 성취를 느꼈다. 기업형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인 충남삼성고등학교가 개교해서 자리 잡기까지 4년의 노력과 성과를 담은 책이 <미래를 여는 교육>이다. 박하식 교장과 개교 TF 팀의 일원이었던 임호순의 분투기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삼성고등학교는 성인의 세계로 들어갈 단순한 준비의 시기가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갈 준비를 하는 시기로 만들어주겠다.” 다짐한다. 이런 교육철학이어야 한다. MSMP(Miracle of Sixty six day Melting Pot ; 66일간의 신입생 교육 초기 적응화 프로그램)은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라면 벤치마킹할 프로그램이다.

 

분투기인 까닭에

1: ‘교육 불모지에 뿌리내리다.’에서 명문고 프로젝트나 귀족학교가 아니며, 몸집만 큰 나이가 아닌 예비 성인을 기르기 위해 대학을 넘어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고, 공부만이 아니라 미래를 가르치기 위해 33무 학교, 교직원 회의 문화 개선의 사례를 만날 수 있다.

2: ‘66일 기적의 용광로에 열정을 태운다는 이론과 실천이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신입생들은 66일간 기숙사 생활을 통해 휴대폰, 인터넷, 군것질, 게으름, 불규칙한 생활습관, 저질 체력을 극복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준비를 마친다.

3: ‘체력을 바탕으로 예술의 혼을 심다<운동화 신은 뇌>를 읽은 전 교사가 체육 선생님과 함께 모닝스파크를 운영한다. 모닝스파크는 아침 620분부터 40분간 기숙사생 모두가 참여하는 체력 증진 프로그램이다. 유도, 검도, 태권도 중 하나를 배우고, 악기를 배워 콘서트를 연다.

4: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만든다는 세계에서 인사를 가장 잘하는 학교, 전교생 이름을 외우고 불러주는 교사, 80시간 봉사활동, 품격있는 학생이 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5: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한다는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자기주도 학습에 의한 명품수업이 이루어지고, 적게 가르치고 많이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가는 사레를 볼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11능도 주목된다.

6: ‘꿈을 찾아 내 삶을 설계한다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려는 15, 진로교육, 위인 페스티벌, 17시간 진로 직업 체험 프로그램, 진학과정별 디플로마를 배울 수 있다.

 

독서노트에 여러 가지 창의적인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내용, 효과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책을 읽어보고 가능하다면 학교 방문도 해보면 좋겠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학교장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분투기다. 교육은 머리띠 두르고 떼를 지어 소리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미래를 여는 교육>은 글로세움에서 20194월에 본문 271쪽 분량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연산중학교  교장 선생님께 큰 고마움을 드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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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의 정신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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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인가? 나는 잘 팔리는 책과 좋은 책은 다르다고 본다. 팔리고 안 팔리고는 시장과 돈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걸음 물러나서, 좋은 책과 많이 읽는 책도 다르다고 본다. 좋은 책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카프카의 말대로 의식을 깨우치게 하든, 지식을 얻든,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독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좋은 책이다. 페이스북에서 좋은 글(때로는 감춘 슬픔이 보여 안타까운)을 보고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분의 책이다. 이미 그의 글에서 <본성과 양육>,<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사 읽었다. 좋은 책을 추천하는 안목을 믿고 강창래님이 2013년에 내놓은 <책의 정신>을 읽는다. <책의 정신>은 메타북이다.
"책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 행위는 무엇인가, 책에 담긴 생각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다룬 책"이 메타북이다." 강창래님의 말이 글로 남아있다. 쉽게 말하자면 메타북이란 ‘책에 관한 책’이다.
졸저 <독서로 말하라>는 독자가 책을 읽으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그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간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실천 기록이다. 이런 독서의 기쁨을 느끼기에 <책의 정신>은 독자에게 좋은 책이다. 저자의 말대로 ‘커피 한잔 마시며 읽어 교양과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가 말한 달콤한 독서라면 세 가지를 충족하여야 한다는데, 두 번째 ‘독후감을 끝낼 때’가 책을 제대로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 ‘공유’의 정신에 공감한다. 첫 번째 ‘즐겁고 행복한 일’은 그렇기도 하고, 배우려 정독할 때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소설과 프랑스 대혁명’에서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보다 그의 연애 소설 <신 엘로이즈>가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계급과 상관없이 섹스가 ‘호환’되는 것이라면 지배계급 역시 하층민과 같은 종류의 인감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귀족들만이 천부적인 특권을 가진다는 사회제도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p.57) 이런 걸 알고 세계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몇이나 될까? 나는 교직을 떠났으니 다행이다. 푸르노그라피의 역사와 계몽사상가 테레즈, 포르노그라피의 긍정성에 대한 글도 재미있다.
두 번째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서는 “어떤 종류의 고전은 원전 읽기보다 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p.104)고 말한다. 루터의 경직성, 갈릴레오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 토마스 아퀴나스의 역할, 번역의 중요성, 노이즈가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을 담았다.
세 번째 이야기, ‘고전을 리모델링 해드립니다’에서는 고전은 ‘소크라테스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크라테스의 문제’란 소크라테스의 글이 남아 있지 않고, 해석이 남아있어 생기는 문제를 말한다. <논어>도 소크라테스의 문제를 지닌다. 고전은 시대에 맞는 것에 편집자의 의도가 담겨 있기 쉬움을 주의하자고 한다. 예로 이 땅에서 ‘악법도 법이다.’가 악용된 사례를 보여 준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보다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를 더 읽었으니 다행이다.(알려진 소크라테스는 제자 플라톤의 기록에서 존재하고, 크세노폰이 기록한 소크라테스가 덜 알려졌음을 예로 들었다.) <논어>가 싱겁다는데, <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로 그 맛을 알아보려고 주문한다.
네 번째 이야기,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는 <책의 정신>에서 약 50% 비중(20개 챕터 중 9개다)으로 다룬다. 본성과 양육이란 역사적 갈등과 교육, 심리학, 사회과학에 미친 영향을 정리한다. 양육이 대세인 시대(사범대학, 82학번)에 배웠으니 강창래님이 소개한 <본성과 양육>은 정독하며 흩어진 퍼즐을 맞춰보는 기쁨을 느꼈다.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윤리 도덕 교사, 세계사 교사뿐만 아니라)이라면 읽어 보길 바라는 책이다. 베스트 셀러였던 리처드 디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그리고 <진화 심리학>은 물론 최재천 교수의 번역서인 <통섭>까지도 본성에 치우쳐 있음을 알게 된다. <본성과 양육>을 읽지 않았다면, 앞 네 권의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하거나 모르고 지날 수 있다.
마지막 이야기,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은 이야기 제목에 딱 맞는 이야기다. ‘책은 지혜이지만 적의 책은 두려움이다’는 관점에서 책의 학살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21세기에도 진행되는 일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방화는 서구에 의해 윤색됐을 거라는 이야기, 17세기 이전의 문맹과 책의 권력화, 20세기 책의 학살, 도서관은 감옥일 수 있다는 는 이야기 등을 담았다.
다섯 가지 이야기가 저자의 혼자 생각을 풀어놓은 것이 아니다. 모두 관련된 책을 읽고, 근거를 대며 쓴 글이다. 저자 이력(1995년에는 <전문가가 투표로 선정한 한국 최고의 대중문화기획자-출판부문>에 선정되었으며, )을 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 너무 늦게 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책의 정신>은 알마에서 2013년 12월에 본문 375쪽 분량으로 세상에 나왔다. 광주에 사시는 S태동 선생님이 독서노트를 보시고 읽어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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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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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

2019.7.16.

 

17세기 프랑스 모랄리스트 프랑스아 드 라로슈코프의 잠언과 성찰을 번역한 책이다. 시공간이 달라서라고 말할 수 없다. 성경의 잠언과 솔직한 그라시안,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글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시공간을 떠나 울림이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이 기준에 비출 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는 부족하다. 인간의 심성에 대한 사색과 성찰의 결과가 염세적이라는 역자의 평가 보다, 독자의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504개의 잠언 중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를 골라본다.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우리 마음대로 생명을 연장할 수 없듯이 열정도 그렇다. 철학은 과거의 불행과 미래의 불행을 그럴듯한 이유로 극복하라고 설명하지만, 현재의 불행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한다. 우리에게 의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의 정신력이 있다. 따라서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우리에게 결점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결점을 보고 그렇게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욕심에 눈이 머는 사람도 있지만 욕심에 새로운 눈을 뜨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다. 행동에 품위가 있어야 하듯이 생각에는 상식이 있어야 한다. 침묵은 자신 없는 인간이 택하는 가장 안전한 방책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기억력의 부족에 투덜대지만 판단력의 부족에 대해서는 불평하지 않는다.

 

인간과 일은 각기 고유한 관점을 갖는다. 올바른 판단을 위하여 가까이에서 보아야 할 것도 있지만, 멀리 떨어져야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상대에게 아첨하는 일이 절대 없다고 일부러 말하는 것 역시 아첨하는 것이다. 속임수에 넘어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자신이 누구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이다. 강이 바다에서 모습을 감추듯이 미덕도 이익 앞에서는 사라져 버린다. 장차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행을 미리 염려하는 것보다 당장의 불행을 참고 견디는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 더 낫다. 이미 손에 넣은 명예는 앞으로 명예롭게 처신해야 한다는 담보물이다. 선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지만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은 악인이 의외로 많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사랑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에게 가하는 학대는 사랑하는 상대의 매정함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라면 무작정 비난해 댄다. 우리는 온전히 백지상태로 새로운 연령층을 맞는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세월을 살았어도 새로운 연령층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법이다. 재주를 지닌 어리석은 사람은 있어도 판단력을 지닌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게으른 것은 육체가 게으른 이유도 있지만 정신이 게으른 이유가 더 크다. ”

 

<인간 본성에 대한 풍자>는 나무생각에서 2003년 초판이 나왔고, 나는 2016년 재판 1쇄를 읽었다. 본문 252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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