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경 - 2500년 독서 잠언의 집대성
공자.주희 외 지음, 장밍런 엮음, 김명환.김동건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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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경 讀經

2023.4.26.()

중국의 교육자 장밍런(張明仁)1940년에 고금명인독서법을 엮었다. 2,500년 중국 역사에서 독서란 무엇인가에 답한 공자와 주희 등 290여 명의 글을 모았고, 이를 번역한 책이 讀經이니 2500년 독서 잠언을 집대성했다는 광고가 허언은 아니다.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나는 을 배운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책을 읽는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의 의미는 오히려 과 가깝다. 또 하나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을 대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구술문화 시기엔 암송이 의 전부였다. 문자문화 시대에서 암송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칠 백 구십여 쪽 분량의 본문에서 수많은 현자의 견해를 만났지만, 讀經이전에 접한 思而不學則殆, 學而不思則罔을 으뜸으로 본다. 공자와 주희가 남긴 잠언을 비중있게 다룬다.

 

청대까지 은 암송을 전제로 하므로 꾸준하게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암송하기를 강조한다. 죽간을 맨 끈이 닳도록 혹은 백 번, 천 번 소리 내 입에서 귀를 거쳐 마음으로 전해질 때 암송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렇게 하면 아둔한 사람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경험을 나열한다. 글자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암송하기 위해 써보라 한다. 요즘 유행하는 필사가 구술문화 시기 공부법과 맥락이 닿아 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독한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도 강조하는 방법이다. 독서 노트, 독후감, 서평 등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책을 읽고 공부한 내용을 자기의 언어로 요약하여 두는 일은 문자문화 시대에는 더욱 필요하다.

송대 이전에는 암송해야 할 책의 양이 적어서인지 어떤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글이 많다. 넓게 읽으려 하지 말고 정해진 몇 권을 암송하면 다른 책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밝힌 견해는 뒤에 옮기려 한다. 이치를 깨달으면 다른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格物致知라는 단어가 이를 표현한다. 서적의 종류가 많아진 송대 이후에는 넓게 하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명, 청대에 이르면 博學多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의 범위가 넓으면서 깊이도 심오해야 함을 강조한다. 演繹에서 歸納으로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공자나 맹자의 글이 짧은 것에 비해 후대로 갈수록 을 논하는 글의 길이가 길어진다. 쉽게 설명하려는 뜻이 있으리라 여기지만, 讀經에서도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논리 절약의 원칙을 볼 수 있다. (이하 생략)

 

알지 못하면서 창작하는 자가 있는데, 나는 그런 일이 없다. 많이 듣고 그 가운데 좋은 것을 택해서 본받고, 많이 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알고 난 다음 일이다.” 여기서 지기록하다이다. 어떤 곳은 이를 述而不作이라고 한다. 할 때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마음을 비운다는 이미 품고 있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니, 그것을 비어있는 상태()라고 한다. 현대 교육 방법론 중에 오수벨의 유의미학습에서 선행조직자가 있어야 새로운 정보를 포섭하여 의미있는 학습이 된다는 이론과 다른 대척점에 있다. 이것도 대척점이라고 보기보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공부()할 겨를이 없다라고 말하는 자는 비록 겨를이 나더라도 공부할 수 없다.

군자는 널리 배우면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할까 근심하고, 익히고 나면 실행할 수 없을까 근심하며, 실행할 수 있으면 겸손할 수 없을까를 근심한다. 한서를 쓴 반고는 기예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정립되고, 명성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겨울, , 장마철이 한가한 때이니 공부하라는 동아시아 몬순의 특성에서 나온 경험치다. 질문이란 자신이 배웠으나 깨닫지 못한 일에 관해 간절히 묻는 것이고, 근사(近思)란 자신이 미칠 수 없는 일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다. 뜻을 세우지 않고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성취할 길이 없다.

 

()나라 때 갈홍이 말하기를 내가 여러 책에서 필요한 것만 베껴서 엮고 그 요점을 뽑으니, 공들인 것은 적으나 거둘 것은 많았고, 생각은 번거롭지 않았으나 보는 시야는 넓어졌다.” 독서 노트를 쓰는 습관은 하는 데 필수적인 방법이다. ‘마음에서 배우려는 뜻이 없으면,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들어도 들리지 않고 책을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학습태세에 관한 교육학 이론과 같다. 학문을 익히고 문장을 논하는 것은 봄의 꽃이요, 자신을 수양하고 행동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가을의 열매로 비유한다.

 

송대 독에 관한 문장을 요약하면, 사람의 재주와 학문은 적절하게 사용할 때 귀해진다. 많이 배우고도 활용할 수 없다면 배우지 않은 것과 같다. 이는 존 듀이의 프래그머티즘에 닿아 있다. 배움에는 자득自得보다 귀한 것이 없다. 자득한다는 것은 외부에 달린 것이 아니므로 스스로 터득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백 권의 책을 두루뭉술하게 읽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정밀하게 읽는 것만 못하다. 여력이 있는 이후에 여러 책을 보게 된다면 여러 편을 섭렵해도 또한 그 정밀함을 얻을 수 있다. 글짓기는 억지로 할 수 없고, 일을 겪어야 지을 수 있는 일이다. 반드시 가득 채운 나머지에서 드러내고 흠뻑 젖은 후에 흘러야 최고점에 이를 수 있다. 이른바 가득 채우고 흠뻑 젖는 것은 반드시 학문이 해박한 가운데 오는 것이다. 독서할 때는 많이 읽는 것에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되고, 항상 자기 역량이 남아 있도록 해야 한다. 정독이냐 다독이냐의 문제로 고민하는 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이다. “천하의 일에는 이익과 손해가 서로 절반씩 있는데, 완전히 이익만 있고 조금의 손해도 없는 것은 오직 책뿐이다. 귀함과 천함, 가난함과 부유함, 늙음과 젊음을 따지지 않으니, 책 한 권을 보면 곧 한 권의 보탬이 있고, 하루 동안 책을 보면 하루의 보탬이 있다. 그러므로 완전히 이익만 있고 조금의 손해도 없다는 송대 예사의 말이다. 독서할 때는 출입법을 알아야 한다. 열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것이 책에 들어가는 법이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책에서 나오는 법이다.

주자는 6가지 조목으로 독서법을 정했다. 순서점진順序漸進 : 순서에 따라 점차 나아간다. 순서를 따르는 것이 근본적인 기초를 쌓는다 방법이다. 숙독정사熟讀情思 : 익숙하게 읽고 정밀하게 생각한다. 허심함영虛心涵泳 : 마음을 비우고 깊이 몰두해서 읽는다. 절기체찰切己體察 : 절실하게 여겨 체득하고 살펴야 한다. 착긴용력착緊用力(책에 착을 로 표기 하고 있고, 착은 아래 한글에서 찾을 수 없다) : 빠듯하게 힘을 쏟는다. 읽는 기한을 넉넉하게 하되 독서 과정을 빠듯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푼다. 거경지지居敬持地 : 에 처하여 뜻을 유지한다. 몰입해야 함을 말한다.

 

원대의 독에 관한 글을 요약하니, 뜻에 정해진 방향이 없으면 끝없는 바다를 둥둥 떠다니며 머무른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그렇게 하고도 망령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이 뜻을 세우는 것(立志)을 가장 우선시하는 까닭이다.

명대의 독에 관한 글을 모아 본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깨닫는 바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그때마다 기록해 놓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어 막히게 된다. 책을 읽어 자신의 마음을 단속하는 것은, 약을 먹어 병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배움은 의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이라는 것은 깨달음의 핵심이다. 배움은 꾸준함이 중요하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은 꾸준함과는 다른 것 같겠지만 꾸준함은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다. 학문이 두루 통달한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 때는, 자기의 견해와 합치되면 옳게 여기고 자기의 견해와 어긋나면 그르다고 여기니, 마치 남쪽의 배를 기준으로 북쪽의 배를 비웃고, 의 정강이가 긴 것을 기준으로 오리의 정강이가 짧음을 미워하는 것과 같다. 책을 볼 때 많이 읽기를 탐하거나, 일 할 때 빨리하기를 구하는 것은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많이 읽기를 탐하면 정밀해지지 않고, 빨리하기를 구하면 오류가 많아진다. 책을 읽지 않으면 어리석음에 가로막히고, 독서만 하면 문자에 가로막힌다.

 

이제 청대의 을 살핀다.

학문하는 것은 젊었을 때 해야지, 나이가 들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이가 들더라도 노력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독서에는 죽도록 열심히 하는 공부는 있어도 즐겁게 하는 공부는 없다.’는 위제서가 한 말이다. 독서는 반드시 정밀함과 익숙함을 귀하게 여겨야 하니, 빨리 읽으려고 하는 것이 독서의 가장 큰 변이다. 이는 현대에 들어 정보량을 핑계로 속독법을 강조하는 강사들에게 청대의 학자가 일침을 놓는 격이다. 중용에서 말하는 지식을 깊이 추구하는 길은 널리 배우기(博學), 자세히 따져묻기(審問), 신중히 생각하기(愼思), 분명하게 분별하기(明辯)으로 독서라는 말이 없다. 독서는 지식을 깊이 추구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모든 일이 지나치게 각박하게 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나, 독서와 같은 것은 철저히 해야 한다. 모든 일이 욕심 내는 것은 마땅치 않으나, 책을 사는 일은 욕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을 읽을 때 철저하게 읽지 않으면, 많이 읽어도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많이 읽지 않고 철저하게 읽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은 해가 나올 때의 빛과 같고 장성해서 배우는 것은 촛불의 빛과 같으니, 비록 배움이 늦은 자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지 않는 자보다는 낫다. 학령기와 서구 조기 교육의 개념과 같다. 독서를 잘 하는 자는 항상 부족하다고 여겨 지혜롭게 되고, 독서를 잘 못 하는 자는 항상 자만하여 어리석게 된다. 청대 저명한 학자인 황본기는 항우본기項羽本紀가 사마천의 가장 숙련된 문장이라고 평한다. 일반적으로 독서할 때는 반드시 과정을 세우고, 아침에 이 책을 읽었으면 아침마다 이 책을 읽어야지 저녁으로 옮겨서 해서는 안 되고, 저녁에 이 학업을 익혔으면 저녁마다 이 학업을 익혀야지 아침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일정한 시각과 일정한 과목을 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순서대로 점차 나가야 한다. 현대 교육학의 위계학습, 프로그램학습에 닿아 있는 문장이다. 공부방(가숙)의 과정에는 훑어보기(), 읽기(), 베껴쓰기(), 글짓기()을 주요 목표로 산는다.

 

讀經을 읽으며 배움, 독서, 교육을 생각할 때, 近思錄이 위대한 책임을 다시 확인한다. 근사록은 여러 판본이 있지만, 2004년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내놓은 近思錄이 가장 좋다. 역자 서문만 읽어도 격하게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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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
조우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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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3.4.16.()

출간 전이라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짧았던 관리자 기간에 읽고 활용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평범한 리더가 어떻게 조직을 장악하고 자기를 단련시켜 나가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풀어준다. 한비자를 탐독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다. 아직 현직에 있는 친구와 후배들에게 권해야 한다.

 

법과 술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군주에게는 반드시 권세가 필요하다가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이루는 핵심이다. ‘은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한 지혜인 통치술을, ‘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나 권력으로 결코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

 

은 공평하고 엄격한 원칙의 힘으로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조건이다. 비바람이 불어야 어느 나무의 뿌리가 깊은지 알 수 있다. 마음속 깊이 군주를 사랑하는 신하는 없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맹상군 열전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사의 본모습이라 본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직원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어떻게 해야 서로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집중해야 한다. 그릇된 일을 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게 우선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부하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를 형명참동(形名參同)이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상필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책임을 피하고 자리를 유지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침묵은 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조직의 역량도 발휘된다. 보이는 대로 믿지 말고 항상 의심하라. 남면과 북면의 차이, 즉 바라보는 방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권한(상과 벌)을 올바르게 쓰는 것도 리더의 의무다. 상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아야 한다. 예의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법이다. 엄격함과 모욕을 주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나쁜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는 생존 본능이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다시 배신할 수 있다. 이익을 기대하는 사람은 끝까지 믿지 마라. 직원들의 역량은 리더의 피드백에 따라 성장한다. “잘못이 있는데 처벌받지 않고, 공이 있는데 상을 받는다면, 비록 망한다 해도 이상한 것이 없다.” 또한, 인기에 영합하는 리더십은 위험하다.

 

(통치술)은 인재를 지혜롭게 쓰는 기술이다. 하나의 유능함이 열의 지혜를 이길 수 없다.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여기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쓸 줄 알았던 사람 잠들다)이 증명한다. 리더의 경청이 직원을 일하게 한다. 자신만의 사고의 틀일 수 있는 판단, 탐사, 충고, 해석은 공감적 경험을 방해한다. 경청은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게 해준다.

주변의 평판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패거리 문화는 교묘하게 리더의 눈과 귀를 닫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을 품앗이하듯 하는 경우엔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다. 우선, 상대의 처지가 아닌 심의(인간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설득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입장과 욕구를 분리하라는 것이 1970년대 하버드 협상론의 핵심이다. 다음으로 리더의 말은 부드러워야 한다. 기분이 상하면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논쟁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없다. 지혜와 말재주보다 호감이 먼저다. 끝으로, 아부는 당신은 내게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상대의 마음을 여는 마법같이 작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인재를 들일 때는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 기존의 인력이 성과를 낼 기회를 주었나? 기존 인력에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는가? 외부 인재와 기존 인재가 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를 점검한다.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조언하는 사람의 의도를 세밀하게 파악하라. 조언을 경청해야 한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칼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일의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보아야지 화려한 결과와 대안에 현혹되지 마라. 외부의 조언은 조직의 상황에 부합해야 가치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가 판단한 명검 요시모토의 칼 이야기를 기억하자.

작은 지혜(미봉책), 작은 충성에 매달리지 마라.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마라. 작은 충성이 큰 충성을 해친다. 오기 장군의 예처럼, 크게 베풀면 부하는 충성으로 보답한다. 은혜를 베푸는 것도 통치술이다. 여기서 유가와 법가의 생각이 다르다. 리더는 풀을 저절로 눕게 하는 바람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리더를 지켜보고 있다.

 

는 권한과 책임에 대한 통찰이다. 리더의 권한과 책임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두 사람이 말을 부릴 수 없다. 권한을 위임하되 비본질적인 권한만 위임하라. 리더는 홀로 결단해야 하는 고독을 감당해야 한다.

리더가 가지니 정보는 곧 힘이다. 리더의 입은 무거울수록 가치가 빛난다. 텅 빈 옥 술잔과 질그릇 중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질그릇이다. 비록 훌륭한 지혜가 있더라도 그 술수를 다하지 못하는 것은 누설 때문이다.

리더는 자기 생각을 반드시 이해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말아야 한다. 리더와 부하가 미래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세종이 한글 창제를 비밀에 부치고 진행한 까닭을 생각한다.

사소한 월권행위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융통성이 빛을 발한다. 변칙이 원칙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협력, 협조하고 있다는 착각이 조직을 갉아 먹을 수 있다.

리더는 무슨 말이든 웃는 낯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 고통일지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와 성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그래야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리더의 역량은 좋은 조언을 듣는 사람의 탁월함에서 나온다. “무릇 간악한 신하란 군주의 마음에 순응하여 신임받고 총애받는 태세를 취하는 자다

리더는 두려움을 쉽게 내색해서는 안 된다. 리더의 감정은 조직 전체로 퍼진다. 위기 상황일수록 두려움을 드러내지 마라. 리더의 내공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군주의 근심은 다른 사람을 믿는 데서 생기는바, 다른 사람을 믿으면 그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 원수진 이가 쏘는 화살은 피하기 쉽지만, 은혜를 베푼 사람이 던지는 창은 막기 어렵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버리면서까지 헌신하지 않는다. 영원한 충성, 조건 없는 충성은 없다.

조직 내 갈등은 반드시 독이 되어 돌아온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일 공산이 크다.

강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일이 안 되는 때가 있는 법이다. 리더는 성과 못지않게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작은 조짐을 꿰뚫어 보는 통찰의 힘이 필요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라. 현재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 현실 속에 불변의 정답은 없다. 조직의 생존력은 리더의 생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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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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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2023.4.8.(토)

책을 읽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전문성을 키울 지식을 얻거나, 위로를 받거나, 재미를 찾거나, 남이 읽으니까 따라가는 경우 등.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목적이 독자의 독서 목표라면, 「공간의 미래」는 선택할 필요가 없다. 방송에서, 강연에서 마주한 저자의 말에 끌려 선택하니 이런 느낌을 받는다. 책보다는 그가 출연한 알뜰신잡류의 토크쇼에 어울린다는 판단을 한다.

관계는 사람 간 거리를 결정한다거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있는 사람이 권력을 쥔 자라거나, 공간구조가 바뀌면 권력의 구조가 바뀐다는 문장은 건축가의 시선이다. 서문은 공간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코로나 시대 이후 어떤 공간을 만들어 어떤 사회를 만들까 하는 주제를 풀어보겠다고 밝힌다.

책의 앞부분은 줄여서 쉽게 쓴 건축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를 중산층 주택을 살펴본다. 중산층 주택의 크기는 85 제곱미터(26평)가 기준이고, 침대는 공간을 낭비하는 공간적 사치로 본다. 발코니 확장법은 소비를 확대하고 제조업을 활성화한 공간적 촉매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교외화라는 건조환경에 대한 투자가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아파트에서의 삶을 자연과 격리된 가택 연금 상태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를 제안한다.

서양 건축물의 구조가 벽식 구조라면, 동아시아 건축은 기둥식 구조라 정의한다. 기둥식 구조가 층간 소음이 적고 변형이 쉬운 친환경적인 건축구조라 한다. 건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건축재료에 있는데 대리석과 나무에서 콘크리트와 철골을 거쳐 3D 프린트와 목구조로 건축재료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파트의 5원칙으로 발코니, 소셜믹스 공원, 기둥식 구조, 복합구성, 친환경적 목구조를 제시한다.

공간과 권력의 메커니즘이 잘 드러난 분야를 종교로 보고, 벽과 계단을 만들어 생긴 높이를 통해 권력을 과시한다고 읽어낸다. 불교와 기독교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나머지 장을 읽어가며 메모한 내용을 옮겨보면,

‘책을 읽는 것은 정보 습득 외에 책 속의 정보를 통해 내 생각을 만드는 것’이라는 문장은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와 같은 표현이지 싶다.

도심에 공원을 만들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정방형 공원보다 선형공원으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지론은 풍화될수록 체적이 증가하는 것과 같다. 월세를 21세기 소작농으로 비유하며 작더라도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 자주와 독립을 이루는 방법이라니 집은 빨리 사는 게 좋다는 말이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프랙털 지수는 1.4란다. 하얀 종이는 1. 검은색 바탕이 2이고. 이는 적당한 불규칙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획일화, 정형화된 아파트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주거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재능 기부에 대한 저자 생각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물론 내가 재능이 있는지 모르지만,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은 기부해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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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질문의 책 27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 오월의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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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원제 : BIG BUSINESS AND HITLER
2023. 4.1(토)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블랙 호크 다운,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위워 솔저스, 라인언 일병 구하기 등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손에 꼽는 영화다. 역사는 왕조사, 경제사 문화사가 주류겠지만 미시사에 주목하는 연구도 있다. 밀덕이 선호하는 영화나 미시사 연구는 ZOOM IN의 관점으로 전쟁과 역사를 본다. 나태주의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 표현처럼 ZOOM IN 하여 세상을 보는 것이 ZOOM OUT 하여 보기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ZOOM OUT 한 책은 비교적 각주와 참고문헌이 방대하다.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라는 60여 쪽이 달하는 주와 참고문헌으로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영화가 다룬 것과 다른 차원의 관점을 보여 준다. 거대 기업가, 금벌(金閥), 재계로 부를 수 있는 자본은 전쟁에서 수익을 크게 얻기에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종전보다 전쟁의 지속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전쟁을 만든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면 스매들리 버틀러가 서술한 “전쟁은 사기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밑줄 치고 메모한 내용이 많은 까닭은 기존의 관점과 다른 각도, - 2차대전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와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는 전체주의 파시즘과 나치즘의 대결, 혹은 식민지를 갖지 못해 산업화의 한계에 직면한 독일과 이탈리아의 도발이 빚은 거라는 –에서 서술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문맥상 자본주의의 속내를 까발리는 내용이 적지 않아 이데올로기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장 폴 샤르트르가 “부자들이 서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 그로 인해 죽는 이들은 빈자이다”. 라 말한 것도 이 책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대 자본가들은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 평화라는 이상을 위해 노력한다. 전쟁을 통해서 더 높은 수익이 생긴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숭배할 것이다. 미국 자본은 초기 단계에 히틀러를 지원했다. 미국 기업들의 공급이 없었다면 히틀러의 전격전은 결코 실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포드는 쾰른에 있는 포드-베르케라는 자회사에서 자동차를 생산 공급했다. 미국 자본가들은 독일 자본가들이 나치스에 협력했던 사실을 용서하고 또 망각함으로써, 자신들이 협력했던 사실 또한 스스로 용서하고 은폐했다. 전쟁이 미국의 대기업과 대형은행에 믿을 수 없는 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저자는 지구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미국 재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서문에서 독일과 미국의 기업과 은행, 즉 양국의 재계가 히틀러와 맺은 관계를 고찰한 것이라고 밝힌다.
~~~~ (여기까지만 읽어도 주제는 파악할 수 있음) ~~~~
열등 민족이란 용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진화 심리학」,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에서 밝힌 사실이다. 우생학은 미국에서 독일로 수출된 개념이다. 히틀러가 유대인과 집시를 상대로 갖은 비극을 저지르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히틀러의 재무장 프로그램은 수익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한 것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클라우스 가울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들은 1933년에 주당 평균 42.9 시간을 일했지만, 나치가 통치하던 1939년에는 47시간 이상을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전쟁 기간에는 56~58시간 정도 일해야 했다(p. 138) 2023년 한국 주당 69시간이란 정책변화 조짐은 어떤 의미인가?
독일 재계가 히틀러의 집권을 도운 것은 사회주의 노동당 당수라는 벼락출세한 천박한 인간에게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기득권층, 가톨릭교회, 공산주의에 대한 우려를 한 사람들이 판단 주체였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 1930년대~40년대 유럽대륙 모든 나라의 대자본가들은 파시즘에 매혹되어, 파시스트의 집권을 돕고, 파시스트 정권이 추진한 퇴행적인 사회, 경제 정책, 범죄, 전쟁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달려들었다.
미국은 1차대전 기간 은행과 기업 금고에 산더미처럼 쌓인 자본을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미국 언론은 다수의 미국인을 상대로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히틀러의 비난은 정당하다는 식으로 독일 친화적인 관점에서 보도했고, 독일과 미국 자본의 상호 진출 규모는 방대했다. 대다수 미국인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혐오했으나 미국 재계의 주요 인사들은 파시즘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산 진영애 맞서는 자본주의 진영의 부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헨리 포드, 듀폰 가문, 록펠러 가문’ 등 수많은 미국 기업가에게 심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히틀러의 재무장 프로그램은 기업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었고 미국 기업의 독일 자회사도 노다지를 공유할 수 있었다. 히틀러가 전쟁을 준비하며 비축한 석유의 상당량은 미국 석유 트러스터가 공급했다. 포드의 포디즘을 통한 트럭 생산, 고무공급, 여러 기업의 엔진 부품, 크랭크축, 자동 조종장치, 자이로스코프 나침반, 대공 방어용 기술 등의 장비가 판매되었다. 미국의 대공황을 끝낸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p. 241)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성공 결과가 아니란다. ‘루스벨트(독일식 로젠 펠트)보다 히틀러’라는 소제목을 달아 미국 기업가들이 히틀러를 좋아하고 높이 평가한 이유는 헨리 포드의 지독한 반유대주의, 미국의 우생학적 조치, 미국 재계의 반사회주의, 반유대주의, 반마르크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쟁에 필요한 많은 차량과 비행기는 제너럴모터스와 포드의 독일 자회사에서 생산되었다. (p.258) 통신장비, 기관총도 독일 내 미국 자회사에서 생산하였고, 필수 원료인 석유와 고무의 비축도 지원했다. 미국의 조력이 없었다면 히틀러가 원했던 전쟁 기간에 필요한 탱크, 비행기, 트럭을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기대여법(LEND-LEASE)에 따라 미국은 영국에 전쟁 물자를 신용으로 제공할 수 있었고, 영국은 이 막대한 빚은 2006년 12월 29일에야 완전히 갚을 수 있었다(P.269) 역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일본의 배를 채워주는 일임이 명약관화하다. 미국 대기업과 은행가들은 히틀러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계가 원한 것은 전쟁이 가능한 한 오래 지속하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지켜보며 쉽게 끝나지 않을 거로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은 1941년 11월에 소련과 무기대여 협정을 체결했다. 저자는 ‘소련의 승리는 미국의 대규모 원조 덕분이다’에 대한 논란을 제기한다. 미국의 원조는 소련의 전쟁 물자 총생산량의 4~5%에 불과했고, 이것도 전쟁 후반기에 영향을 미쳤으며 소련은 이미 경화기와 중화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소련군이 2차대전에서 가장 많이 죽어간 것은 사실이다.
히틀러가 1941.12.11.(진주만 기습은 1941.12.7.) 미국에 선전포고했다. 미국 기업들의 독일 내 투자는 어떻게 되었나? 상식에 반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미국 기업들이 독일 내 해당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실제로는 나치스가 미국 기업의 지사 공장을 몰수한 적도, 미국 본사가 통제권을 완전히 잃은 적도 없단다. 미국 기업들은 포르투갈, 스페인, 스위스 등 중립국 내 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를 유지했다. 전쟁 기간 내내 사업을 평시와 다름없이 진행했다(p.285)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은 적국 영토에 있는 자신의 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관리자의 적절한 관리를 받고 있으며, 전쟁이 끝나면 온전하게 반환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나치스도 국제자본주의 체제의 성문율과 불문율을 존중했다. 어릴 적 마셨던, ‘환타’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내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시럽을 수입할 수 없자 1942년 노란색 청량음료를 만들었고, 한 영업사원이 ‘환타’라는 이름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 기업의 독일 내 자회사들은 전쟁 중 엄청남 수익을 실현했고, 이 수익은 나치가 아니라 미국에 있는 소유주와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여기에는 포로를 활용한 강제노동력,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원천이 되었었다.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는 “전쟁은 서로 잘 알면서 서로를 죽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살육하는 사건”으로 정의한다.
루스벨트는 적국이나 적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립국에서 사업활동을 벌이는 것을 허용하는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독일 내 미국 자회사가 경영하는 기업의 공장은 연합국의 폭격에서 제외되었고, 오히려 전쟁 종료 후 독일 내 자회사들은 소소한 피해에 대해 보상금을 받았다. 트루먼은 스탈린에게 미군이 점령한 독일지역에서는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이 독일의 배상금과 관련해 소련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이 소련과 기나긴 냉전을 시작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대가로 영국, 미국, 소련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합의가 깨지면서 일어난 일이니, 국제 정세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맞는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독일 내 최고 수준의 과학자, 기술자, 관리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동부 독일의 브레인들) 수천 명을 서부로 이주하도록 강제했고, 최소 1,600명을 미국으로 이주해 정부 기관이나 대학,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기업에서 일하도록 배치했다. 이로써 미국은 패전국 독일의 가장 중요한 지적자원을 손에 넣은 것이다.
히틀러와 협력한 기업들로는 포드, 제너럴 일렉트릭, 아이비앰, 아이티티, 코닥, 코카콜라 등이 대표적이다. 파시스트 독재 정권이 수익을 창출하는 탁월한 도구라는 관점은 전후에도 미국 정부가 스페인, 그리스, 터키, 이란, 대만, 필리핀, 아르헨티나, 칠레, 남베트남 같은 국가의 독재 정권이나 그와 유사한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도 언급된다. 책의 결론은 “돈이 말한다(MONEY TALKS)”라는 격언을 언급한다. 독자는 돈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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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23.3.25.(토)
누구는 성취하는 삶을 살고, 누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누군가의 삶은 굴곡이 심하다. 때로는 루저로 보이는 삶을 살기도 한다. 똑같은 삶은 없어 제각각의 삶이 아름답고 의미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정재찬은 “정답이 있다거나 고통이 전혀 없는 인생은 재미와 가치가 없는지도 모른다”라고 쓰고 있다. ‘양변을 여의라’라는 육조단경의 말씀만으로 살아가기도 벅찬 것이 인생이 아닌가.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과정과 결과를 일곱 가지로 나누어 그에 잘 어울리는 시를 읊어가며 인생을 성찰한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다. 차례를 훑어보다가 ’어른, 이제 진짜 공부할 때‘, ’상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 눈에 들어와 읽는다.
나쁜 일은 깡패처럼 몰려다닌다는 설상가상을 풀어쓴 문장이고,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마의 크기는 온기를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누군가가 내 이마를 짚어본 기억과 내가 누군가의 이마를 짚어본 기억이 없음에 온기를 나누지 못한 삶을 깨닫는다. The color of Snow, The Taste of Tears로 표현된, 밥벌이의 대가를 소환하는 이야기에 표현의 힘을 본다.
아흔을 넘긴 엄니의 발톱을 깎아 드릴 때의 느낌을 저자도 공유하고 있다. 어릴 땐 돌봄을 받고, 성장해선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귀를 열고 입은 닫는 것이 건강에 좋으며, 꼰대의 의미를 오만과 올드의 합성어로 본다.
탐식의 즐거움과 절식의 미덕 사이에 방황하는 모습을 그리며 건강을 이야기한다. 에세이에서도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문장을 발견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들 밑에서 일하던 수많은 요리사가 혁명으로 인해 길거리로 쫓겨나와 개업하기 시작하면서 레스토랑이 유행(p.118)하게 된 거란다. 근대사회 대중문화의 풍요는 평등도 가져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이 대신 보낸 존재가 엄마란 표현은 이 책에도 나온다. 건강과 관련지어 결심이란, 살아온 나에 대한 부정이고, 살아갈 나에 대한 긍정으로 풀어본다. 인생은 클로즈 업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롱 숏으로 보면 희극이다. 대상에 대한 적당한 거리와 시간의 간격이 필요하다.
선재의 붕어빵이란 에피소드와 예수의 기적인 ‘오병이어’를 연결해 배움을 이야기한다. 관찰은 세계의 숨겨진 질서와 감춰진 비밀을 바로 보는 일이자 삶의 경이를 일깨우는 힘이다. 힘들수록 즐거울 수 있는 것이 工夫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조선 문장가 유한준의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퍼뜨린 유홍준과 같은 맥락이다. 창의성이란 ‘준비된 우연’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며, 하브루타를 한두 번 강의로 전달하고 익히려는 교직 사회의 시도는 헛수고 임을 확신한다. 창의성은 지식을 토대로 발휘될 수 있다. 스캠퍼, 시냅틱스 기법이니 육색 사고 모자 기법, 자유분방, 양산, 비판금지, 결합과 개선이란 브레인스토밍, PMI는 방법일 뿐이다. 어른, 이제 진짜 공부할 때다. 장자의 양생주편을 들어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으나 앎에는 끝이 없다’를 노력하라는 해석과 위태롭다는 해석을 병치해 두고 있다.
관계에 관하여,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라며 서로 안아주자 말한다. SNS의 공감은 순기능이다. 성찰은 자기 변혁의 조건이고, 자신의 페르소나를 인지해야 한다. 페르소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충실히 하기 위한 마스크, 삶의 기준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
지난날은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 한 번 맺은 인연은 끊을 수 없는 거다. 정말 가치 있게 써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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