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세상, 길을 만납니다 - 숲꽃에서 만나는 치유의 삶
김준태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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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를 땐 그냥 땅만 보지 마시고요. 주변에 풀 나무와 인사하고, 숲새 노래 바람 소리에도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으뜸으로 요청하는 문장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관찰(觀察)과 경험(經驗)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야 한다는 믿어 과학을 강조하였다. 이후 인류는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를 이루어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약소국을 착취했고, 20세기에 화학이 자연에 끼친 폐해가 밝혀져 인류의 생활방식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으로 문을 열고 앨 고어, 크레타 툰베리로 이어지는 환경 보호 움직임은 자연은 인간의 정복 대상이 아니라는 사고를 확산하였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은 어딘가가 잘못된 것이고 위험하다는 충고다.

 

관찰과 경험으로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를 냄으로써 작가는 헤겔 논리학의 고유한 체계인 변증법, 정반합(正反合)에서 합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실천한다. 작가의 합에는 생물학과 인문학이 함께하여 통섭을 지향한다.

작가는 산에 오른다는 표현을 숲에 간다고 한다.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도시에서 살거나 경쟁 사회에서 살다 보니 자연에 눈길을 보내고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산에 오르는 일은 체력을 측정하는 수단이란 역할을 한다.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이야기로 꾸민 책에서 숲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야기를 담았다. 50 개의 숲꽃을 사진과 글로 풀어낸 이야기를 읽어가며 자신의 삶 방식과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독자라면 프롤로그에서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챌 수 있다.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를 통해 작가는 숲꽃에서 의지, 배려를 찾아 소개한다. 문장으로 만나기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고, 알 수 없던 지혜다.

 

서로의 삶터를 존중하고 꽃 피는 시기를 달리해 경쟁을 피합니다. 작은 꽃들은 함께 뭉쳐 큰 꽃을 이루고 서로 의지하면서 역경을 함께 헤쳐 갑니다. 꽃에 형형색색 무늬도 만들고 냄새도 풍겨 곤충이 잘 찾아오도록 배려합니다. 암술 수술 길이를 다르게 하고, 꽃가루 익는 시기와 암술머리 열리는 시기도 달리하여 다른 개체와 화합합니다. 수정이 끝나면 꽃색을 바꾸고 꽃잎도 떨어뜨리지요. 미처 짝짓지 못한 이웃들에게 곤충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자기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본문을 펼치면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은 봄, 여름, 가을 순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글로 만난다. 여러해살이풀과 한해살이풀은 무엇이 다른가? 처녀치마란 숲꽃은 땅에 납작 붙어 피는데 왜 그럴까? 두 가지 물음은 뿌리와 씨앗, 지구복사에너지로 답한다. 꽃이 피고 난 후에 잎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새봄을 알리는 주역이랄 만한 꽃은 제비꽃이다. 현호색에 관한 작가의 해석(혼자로는 연약하니 여럿이 뭉쳐 큰 덩치를 흉내 낸. 큰 변고가 생겨 작은 꽃 몇 개가 손상을 입더라도, 남아 있는 꽃으로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에 수긍하게 된다. 대부분 꽃은 꽃잎이 앞으로 젖혀지는데 꽃잎이 뒤로 활짝 젖혀져 있는 얼레지는 꽃말이 바람나 처녀란다. 그럴듯하다. 산을 오를 때 내려오는 마음으로 오르자는 뜻은 성취적인 삶의 태도를 보인 사람에게 주는 조언이다. 소나무가 독야청청할 수 있는 여건에는 송진과 같은 화학 성분이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작용으로 풀어간다. 모데미풀로 우리 식물 이름에 일제 강점기의 상처가 있음을 알아채고 안타까워한다. 꽃며느리밥풀, 동자꽃, 쑥부쟁이에 담긴 슬픈 사연에 코끝이 찡하다. 제우스의 유혹을 견뎌낸 시녀에게 헤라가 준 선물로 무지개 여신이라 불리는 아이리스는 붓꽃이다.

 

다음은 작가가 오랜 기간 소백산, 점봉산, 덕유산, 지리산, 계룡산 등 전국 숲을 관찰한 경험과 지식이 만든 문장들일 것이다.

 

까치수영은 꽃이 아래부터 차례차례 피고 지기 때문에 여름철 내내 볼 수 있는 꽃이다. 한꺼번에 피지 않고 왜 이렇게 꽃이 피는 것일까? 작가는 자연재해에서 한꺼번에 모두 잃는 참사를 피하려는 전략이다. 숲꽃은 하얀색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빨강과 노랑이 많이 보인다. 파랑에서 보라꽃이 상대적으로 드문데, 이들이 가을에 많이 보인다

 

20242월 신간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를 추천한다. 2019년 출간된 나무의 말이 좋아서도 좋은 책이다.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산을 숲으로 여기게 하고 숲으로 오라는 입문서 격이라 볼 때,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는 한 걸음 숲에 다가선 책이다.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나 김준태의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는 통섭(統攝)을 시도한다. 이런 부류의 책을 읽을 수 있음은 작가가 진테제(synthesis)를 찾거나, 최소한 대화가 지향하는 방향의 질적 변화를 일구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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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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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은 하루에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을 같지 않아 다르다.

하루를 공간으로 보면 아침과 저녁은 같은 공간에 있고, 시간으로 보면 다른 시간이다.

 

소설의 주인공 요한네스의 아버지 올라이가 아내의 진통과 요한네스의 출산을 지켜보는 과정은 신의 은총과 사탄의 악을 동시에 느끼는 불확실 상황이다. 이분법적 사고와 생각한다라는 술어를 반복하며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요한네스의 출산은 성공한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등장이 할아버지인지 아들인지는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아버지 올라이가 살던 외딴 섬에서 덜 외로울 수 있는 부두로 나와 바다를 배경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친구 페테르, 구두 수선공 요제프, 막내딸 싱네, 요한네스가 좋아했던 여인 등 지극히 적은 사람이 등장한다. 요한네스의 관점에서 주변 인물과 가족, 친구를 평한다.

바다에서 육지의 삶으로, 생산자에서 연금생활자의 삶으로 변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며, 루어(낚시에 쓰는 인조미끼)가 일 미터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일은 바다가 더 요한네스를 받아들이지 않음을 은유한다.

 

소설이 초반을 지나며 이분법은 사라지고 삶과 죽음이 나뉘지 않고 함께 존재함을 서술하려 한다. 주인공이 던진 돌은 친구인 페테르, 망자의 몸을 통과한다. 망자와 대화하고 거닐고 추억한다. 막내딸 싱네가 매일 들렀던 아버지의 방문이 없자 요한네스가 누운 채로 삶에서 죽음의 세계로 떠난 것은 발견하고 요한네스는 이 과정을 살펴본다. 친구 페테르가 머리칼을 길레 늘어뜨리고 요한네스를 찾아온 것은 죽음으로 데려가려는 뜻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고 멀리 있지도 않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만이 있는 곳이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나는 곳이라며 삶과 죽음을 구별하지 않은, 이분법을 벗어난 죽음을 그린다. 사람은 가고 사물만 남을 뿐이다.

 

삶과 죽음은 아침 그리고 저녁처럼 함께 존재한다. 아침에 저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삶은 죽음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아침 그리고 저녁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법이 독특한 것이지 진한 감동을 기대할 수는 없으나 초연한 삶의 자세를 본다.

 

P.S. 모탕(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받쳐놓는 나무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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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 (핑크 에디션)
최대호 지음, 최고은 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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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乖離)

2004.1.28.()

다른 생각과 태도를 볼 수 있다. 이해하고 싶다.

 

도전하는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용기 있는 삶의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망설이며 시도하지 않는 루저의 이야기다.

성취하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로하는 말뿐이다.

삶의 좌표나 지적인 호기심을 풀어줄 내용은 1도 없다.

다시 읽을 일은 없다.

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평범함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열심히 살고는 없다.

 

VS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겠다.

 

양장본(한정판 핑크 에디션)195쪽 분량으로

책을 읽는데 채 한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한쪽엔 그림 다른 쪽엔 SNS에 올림 직한 짧은 글

초판 36쇄이니 출판사는 수익이 많을 듯하다.

취업하려고 애쓰는 젊은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위로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아픈 마음을 잠시 달래줄 듯하다.

작더라도 실패가 쌓여 지친 사람에게 선택받을 수 있겠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거나

자기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이라면 잠시 머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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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지라 뭐라도 남기려 고른 문장은

 

당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면

난 이복이 많구나가 아니라

나도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세요”(P.149)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맞춰

살고 있나요?”(P.176)

 

배울 점이 있는

모습

갖춘 사람을 만나세요

 

가르치려는

말투

있는 사람 말고”(P.45P.186에 실은 내용이 똑같다. 실수인지 의도인지, 의도로 생각해두려고 한다)

 

P.S. 2024. 1. 28() 오전 544분에서 619분까지 읽고 메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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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1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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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6.()


오랜만에 마빡에 땀나도록 몸을 움직여 일한다.

퇴근하자마자 땀을 씻으려 더운물을 틀어 놓는다.


아직 퇴근한 아내를 맞을 준비로 샤워를 한 것은 아니다.

쌀을 씻어 불려 놓는 일은 아내를 위한 일이지만

 

압력밥솥에서 쌀이 불도록 기다리는 시간에

아내를 앉혀 놓고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펼쳐 읽어 준다.

읽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웃음보를 터트려서 아내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다.

 

당일치기로

가보고 싶구나

천국에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그게 병명이냐

시골의사여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동창회

식후에는

약 설명회

 

심각한 건

정보 유출보다

오줌 유출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출판사 광고에 나온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는 본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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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일이 많지 않다

실제는 거의 없는 나날인데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P.S. 퇴근하면 한 번씩 읽어야겠다.

 

센류와

하이쿠가 다른 모양인데

알아볼 과제가 생겼네

 

하이쿠 : 하이쿠(일본어: 俳句)는 일본 정형시의 일종이다. 각 행마다 5, 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인 기고(季語)와 구의 매듭을 짓는 말인 기레지()를 가지는 단시(短詩)이다 <위키백과>

- 하이쿠에 관한 블로그 글 : https://blog.naver.com/brucelee55/220185696352

 

센류도 하이쿠와 마찬가지로 하이카이를 기원으로 하는 5, 7, 5의 정형시이다. 하지만, 하이카이렌가의 홋쿠가 독립한 하이쿠와는 달리, 센류는 홋쿠의 특징을 계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이쿠와는 대조적인 특징을 가진다. 이를테면 센류에는 기고나 기레가 없다. 또한 센류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위키백과>

- 기고 : 기고는 한국에서는 '계절어'로 통용된다.

- 기레 : 하이카이에서는 처음에 읊어지는 홋쿠는 후에 이어지는 구의 동기가 될 필요가 있다. 그때문에 홋쿠에는 다음 구절에 의존하지 않는 완결성이 필요했다. 거기서 태어난 기술이 기레이다. 잘 끊어진 홋쿠는 '기레가 있다'(れがある)라고 평가받아 중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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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 -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
래너 미터 지음, 기세찬.권성욱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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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

2024.1.20.()

한국의 독립과 관련해 카이로회담에서 조선의 독립을 주장한 고마운 존재가 장제스다. 황태연의 갑진왜란과 국민 전쟁에서 자세히 다룬다.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에 장제스를 추모하는 공간은 타이완 사람들의 몫으로 여겨왔다. 장제스를 다룬 전기를 보지 못했다. 이에 견주어 공산국가인 중국의 마오쩌둥이나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시진핑에 관한 언급과 책은 많다. 역사가 승자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까닭이다.

마오쩌둥이 옌안 장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농촌에서 공산당 세력을 확장해 중국을 통일한 사실이 정설이다. 인도계 영국인 사학자인 중일전쟁 1937~1945의 저자 레너 미터는 찰머스 존슨의 농촌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권력:중국 혁명의 등장 1937~1945’(1962)과 마크 셀던의 중국 혁명 시기 옌안으로의 길’(1971)에서 각각 공산주의 발흥의 비결을 항일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중국공산당의 역량’, ‘사회 혁명보다 자급자족하는 경제 모델로 묘사한 고전적 연구의 결과라고 본다.

중일전쟁 1937~1945의 저자는 수정주의 시각에서 진정한 항일의 주역은 누구였는지, 내전에 승리한 중국공산당이 그동안 중국 인민들과 전 세계 사람들을 어떻게 기만했는지라는 문제의식에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장제스를 추모하는 타이베이 중정 기념관에 다시 가봐야겠다. 장제스가 이끈 국민당 정부, 마오쩌둥이 이끈 중국공산당, 국민당 일원이었으나 장제스와 대립하며 중일전쟁 발발 후 난징에 친일 괴뢰 정권을 세웠던 왕징웨이가 책의 중심에 있다. 왕징웨이 정권은 양조위와 탕웨이기 주연한 영화 색계에서 양조위가 활동하던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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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 1937~1945이 다루는 핵심은 무엇인가? 419개 장으로 구성한 내용은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의 정치, 군사적 격동을 다룬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64천 킬로미터의 철도를 건설하고 70만 톤의 선박을 건조해 근대화된 국가를 만들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세계 식민지 약소민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1차 아편전쟁이 패배에 따른 굴욕적인 항복은 중국에 굴욕의 100년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기독교는 신교육과 근대 의술로 많은 중국인을 개종시켰다. 태평천국의 난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군 지휘권을 이양하여 군벌이 만들어지는 토대가 되었다. 20세기 초 중국의 개혁 엘리트들은 일본이 어떻게 산업화와 군사화를 실현했나에 주목하고 유학을 떠났다. 이 시기 엄복이 스펜서의 책을 번역한 천연론은 사회 다원주의로 불리며 마오쩌둥에게 영향을 끼쳤다. 1921년 광저우에서 쑨원은 혁명 정부를 수립하고 유럽 열강의 원조를 얻으려 노력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대신 볼셰비키 혁명에 성공한 소련과 동맹을 맺는다. 장제스의 북벌 소련의 자금 지원을 받아 동맹을 끝내기 어려웠다. 옌안으로 가는 대장정은 중국공산당의 영예로운 탄생 신화로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절망적인 퇴각이었다’(p.78)

 

1937년 류거우차오 사건(노구교 사건)은 중일전쟁의 시작이다. 화북지방을 정복해 오는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고민하던 장제스는 중국 공산당에게 독자적인 군대를 가져도 된다고 허락한다. 국공합작의 대가였다. 마오쩌둥은 항일을 빙자해 세력확장에 나서는 전형적인 기회주의를 보였다. 마오는 ‘721 방침으로 7할은 공산당 역량 강화, 2할은 국민당과 합작, 1할은 항일에 써야 한다며 공산당 세력을 키웠다. 일본의 상하이, 난징 점령으로 충칭으로 공장을 이전한 국민당 정부의 처지는 중국 공업의 덩케르크였다고 언급된다. 아사카노미야 야스히코(1887~1981)는 난징 전투에서 모든 포로를 죽이라고 지시했고 이로 인해 난징 대학살이 자행되었다. 트루먼 정부의 황족 불기소 방침에 따라 면죄부를 부여받아 천수를 누렸다. 옌안 장정에 비해 충칭으로의 철수는 패자의 기록이라 공식기록에서 말살되었다. 쓰촨성에 도착한 피난민이 920만 명이나 되었을지라도. 중일전쟁은 중국인들이 갑작스럽게 국가를 인식하게 했고 국민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국민당 정부군이 항상 일본군에게 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38타이얼좡 전투는 국민당군이 일본군을 패퇴시킨 전투다. 병참선을 차단한 국민당군은 8,000명의 일본군을 사살했다. 1938년 우한이 함락된 후 1941년 말 진주만 공격까지 장제스는 외국의 원조 없이 홀로 싸웠다. 진주만 공격 이후 외국의 지원을 크게 받은 것도 아니다. 중국 남부와 중부를 차지한 국민당, 북부의 공산당, 동부의 일본군은 분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방어전을 펼치는 교착상태로 보였다.

1939년 소련의 괴뢰 국가 외몽골에 주둔한 소련군과 만주에서 출동한 일본군은 노몬한에서 싸웠고, 6만의 소련군과 4만의 관동군이 싸운 결과는 일본의 완패였다. 이로 인해 소련과 일본은 불가침 조약을 맺는다. 장제스가 가졌던 중소동맹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여기까지가 중일전쟁의 전간기라 할 때 이후로는 미국, 영국 등 2차대전 중 연합국과의 동맹에 따른 중국 국민당의 상황을 독이 된 동맹이란 장 제목으로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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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맹이 필요했던 장제스는 연합국과 동맹을 맺은 대가로 인도미얀마중국 전역의 미군 총사령관 ‘’조지프 스틸웰4년에 걸쳐 대결해야만 했다. 지원을 받기보다는 버마 전선에 정예 국민당군을 보내야만 했고, 중국 본토에서 일본군에 저항할 군대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저자 래너 미터가 가진 중국사에 관한 수정주의 시각이다. 이런 판단에는 비밀로 유지되던 각종 군사, 정치 기밀의 보안이 풀리며 알게 된 자료로부터 내린 것이다.

1941년 주미대사 후스와 루스벨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루스벨트는 진주만 공격과 미국의 참전에 대해 중궁이 시끄럽게 축하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이런 요구에 장제스는 미국과 영국이 우리를 경멸하는 것이며, 구태의연하다고 여겼다.

1942년 일본군이 버마를 침공했다. 장제스의 참모장이자 미군 총사령관 스틸웰은 중국부대를 지휘할 권한을 가졌다. 25천의 중국군, 영국-인도군 1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일본군 사상자는 45백에 불과했다. 버마에서 패한 스틸웰은 버마에 파견한 중국군을 중국이 아닌 인도로 퇴각하라 지시했고, 장제스는 경악했다.

1942허난성 대기근은 허난성 인구의 약 10%300만 명이 아사했다. 이는 미국인의 동정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혐오감을 부추기고 루스벨트 행정부의 편견에 일조한다(p.332 옮긴이의 견해) 마오쩌둥은 민주집중제를 내세워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강요했고, 반대 목소리를 오로지 종파주의자로 몰아 숙청하거나 공포와 위협을 통해 입을 다물게 했다(p.346) 민주집중제는 1990년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사용하던 민주주의를 가장한 회의 방식이었다.

194311월 카이로회담에 참여한 장제스의 중요한 목표는 만주와 타이완, 펑후 열도의 회복, 한반도에 독립 국가를 세우는 것, 대중 배상의 일부로서 중국 점령지 내 모든 일본 소유 공장과 선박의 인도 등이 있었다. 신장성을 소련이 탐내는 것을 걱정했고,”루스벨트는 전후 일본 점령을 중국군이 주도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아주 의미심장했다.” 장제스는 이렇게 언급했다. “그러나 나는 당장 가부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p.384)

1944년 일본이 마셜 제도를 상실하자 최후의 대규모 일격을 준비했다. ‘우고 작전85천의 병력으로 버마 북부에서 인도로 진격하는 것이고, ‘이치고 작전은 중국 중부에서 철도로 이어진 남부를 점령하려는 대대적 공격이었다. 일본의 이치고 작전은 중국 중부를 관통하면서 파멸적인 길을 휩쓸고 있었다. 이때 장제스의 최정예 부대 태반은 여전히 버마에 남아 있었다. 1944헝양이 하락되자 장제스는 절망하였고, 이런 상황은 일본 때문이 아니라 동맹국들 때문이다라고 썼다. (p.421)

1944년 윈난성 쿤밍에 미군 16백여 명이 주둔했고, 19458월에는 6만 명이 주둔했다. (미군이 중국에서 직접 싸우지 않았으나 이들을 유지하는 비용은 중국에 큰 부담이었다)

1945루스벨트는 43일 장제스가 군대를 충동시키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원조를 기대하지 말라고못 박았다. 스틸웰(그리고 마셜)까지 압박하자 장제스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장제스는 4만 명의 병력을 버마 전선으로 출동시켜야 했다.” 중국 동부에서 국민정부군은 스틜웰이 맞주하는 적군의 여섯 배에 달하는 일본군과 싸워야 했으나 스틜웰은 무관심했고, 원난성에 비축한 원조 물자의 방출을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정부군은 버마의 미치나를 얻었지만, 중국 동부 전체를 잃게 되었다. 연합국은 장제스가 동맹국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허구를 강요함으로써 미중관계를 갉아먹었다. 가치가 의심스러운 버마를 되찾으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장제스가 제한된 자원을 중국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쪽이 휠씬 합리적이었을 것이다.(p.434) 이 점이 저자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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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의 토지 개혁 성공은 국민당이 결코 해내지 못했던 진정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p.414)

스탈린의 참전 조건 : 쿠릴 열도와 남부 사할린섬의 지배권 요구, 만주에서의 다양한 군사적, 수송상의 권익 요구, 외몽골의 현상유지(국민당은 몽골 전체에 대한 소유권 주장), 이와 같은 내용을 중국 지도자와 협의하지 않고 동의해 달라고 요구, 그 대가로 유럽 전쟁이 끝난 뒤 90일 이내에 대일전쟁에 참전키로 약속.

국민당은 전쟁 동안 400만 명의 병력을 유지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다론 곳으로 보내졌을 50만 명 이상의 일본군을 묶어놓는 데 이바지했다. 일본군이 인도나 호주를 침공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는 역할이 중국의 몫이었다.

중국의 항전 노력과 희생을 세계에 널리 알렸던 쑹메이링 여사와 국민당 외교관들의 노력이 있었다.

상하이를 두고 3개월간 지속한 싸움은 만주사변 당시 중국군의 나약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으며 오합지졸들을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낙관했던 일본군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중국의 항전 중심에는 장제스가 직접 키워낸 중앙군이 있었다. 장제스 정권의 역량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어왔다. 8년 전쟁 동안 장제스가 대일 항전의 구심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자 위험한 비행코스로 알려진 히말라야산맥의 험프 루트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직접 건너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솔선수범에 있다.

루스벨트 정부는 진주만 공격을 일본을 혼내주는 대신 유럽 전쟁에 끼어들 기회로 삼는 쪽을 선택했다. 중일전쟁 과정에서 가장 큰 불행은 스틸웰의 부임이었다. 후방에서 군대를 훈련, 조직하는 업무에는 유능했으나 실전 경험 없고, 야전 지휘관으로 무능했고, 전략가로는 빵점이었으며 외교관으로서는 최악이었다”(p.503)

 

장제스와 마오쩌둥을 비교한다

마오쩌둥과 공산당은 결코 항일의 주역이라고 너스레를 떨 자격이 없다. 오히려 공산당의 항일은 기회주의적이었으며 일관성이 빠져 있었다. (p. 506)

중국공산당은 19533월 스탈린이 죽은 뒤에야 소련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대일 항전 기간 중 옌안은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였다. 수시로 최일선을 돌아보았던 장제스-쑹메이링과 달리 마오쩌둥은 8년 항전 내내 단 한 번도 옌안의 동굴을 나간 적이 없었다. 이치고 작전에서 국민정부군이 대패했을 때 옌안에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 사람은 마오쩌둥이었다.

국민정부군은 상장급 10, 집단군 사령관 2, 군단장 7, 사단장 22명 등 고위장성이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중국공산당 핵심 간부 중에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사람은 거의 없다. 공산당 지도부는 젊은 간부들이 흘린 피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항일을 하고 있다라는 득을 보았다. 마오쩌둥은 집권 내내 중일 양국의 우호를 강조했고 일본의 전쟁 범죄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일은 엄중히 금지하였다. 오늘날 중국 정부가 일본을 압박할 때마다 들고나오는 난징 대학살의 기억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마오쩌둥이 죽고 덩샤오핑이 집권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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