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국가 -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성장과 배분
김명수 외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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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국가

2025. 5. 31(토)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늘 기준으로 성폭력 발언과 과거 성 관련 비위가 확산하며 완주 여부가 불투명한 후보도 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못지않게 생각할 일은 새 대통령은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가 아닐까? 질문에 관한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숙의나 델파이 기법 등으로 나라의 방향성을 찾는 노력은 많지 않다. 대선 후보들도 국가 미래 방향에 관한 언급이 부족하다.


지난주 모아북스에서 출간한 『선도국가』는 국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13명의 각계 전문가가 각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제시한다. 보다 넓고 깊은 숙의와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가 있어야 할 테지만, 투표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판단할 기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올여름부터 활발하게 전개될 국가가 나갈 방향과 전략, 정책 수립에 참고하거나 점검할 목록으로 쓸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1장 <국가에 관하여>

학창 시절에 배운 <정치 경제> 교과서의 정치 영역을 요약한 듯하다. 국가의 기원과 개념에 부분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묻고 국가의 본질과 역할을 규정하는 국가론을 사상적으로 국가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시즘적 관점에 따라 소개한다. 자유주의는 국가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데서 비롯됨을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으로 풀어간다. 국가의 성립 요건에서 바티칸 시국은 주권국으로 인정되는 데 비해, 대만이 온전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국가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몬테비데오 협약(1933년)으로 설명하니 쉽게 이해한다. 어떤 국가를 가질 것인가에서 홉스는 국가 권력을 비록 리바이어던(거대 괴물)으로 보지만 존재 이유가 있음을 말한다.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는 ‘신체의 소유가 포함된 재산권’이다. 장 자크 루소는 소유의 불평등에서 출발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고, 사회계약론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북유럽 국가들은 전 국민에게 동등하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복지를 실행함으로써 중산층과 부자들의 조세 저항을 무마하고 갈등과 분열의 여지를 없앴다. 우리가 지향할 국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국가체제와 정치체제를 논하며, 다양한 정치 이념과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성장을 분배에 우선하거나 분배를 성장에 우선하는가로 나누어 살핀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따지며 계약을 위반한 정부에 ‘저항’할 수 있다는 로크의 ‘정부론’을 살핀다. 토머스 제퍼슨은 “국민의 생활과 행복을 돌보는 일은 좋은 정부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밝힌다. 핀란드 국민이 우리보다 행복한 이유를 핀란드 사회심리학자 프랑크 마델라는 자기 행복을 과시하거나 이웃과 비교하지 않는 대신 생활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이웃과 나누는 태도, 자연의 혜택을 중시하는 태도, 사회에 대한 높은 신뢰감으로 꼽는다.


『선도국가』의 지향점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 행복은 경제 성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건강, 가정과 일의 균형, 사회적 신뢰, 삶의 활력, 자연환경의 보전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므로 국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사생결단식 무한경쟁과 구조화된 차별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경쟁 사회 패러다임을 공정과 평등, 협력과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p.46)라고 주장한다.


2장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에서

87년 체제에 담지 못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살핀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지닌 ‘책임지지 않는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투표권을 제외하고 주권자가 기득권 정치를 견제할 실질적 장치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탄핵 소추로 유고된 경우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하며 권력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너진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법치주의의 핵심 원리는 법에 따른 지배, 행정 입법 사법의 삼권분립,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법치주의가 법률주의로 왜곡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법률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당성을 잃는다면, 그런 법률은 언제든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이 외치던 자유는 철학자 박구용에 의하면 ‘늑대의 자유’ 일뿐이다.

정치의 복원과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면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 탄핵할 수 있고 국회를 통해 국정을 감시하고 입법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정당은 대화와 타협(정치)을 통해 국민을 이끌어 달라고 명령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살린다고 전제한다.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부당한 노동 착취를 없애 소득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사회 안정과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요점이다.


3장 <도전받는 민주주의선도국가의 방향성>에서

극우세력이 등장하여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 극우의 기반에 한국전쟁이 관련한 레드 콤플렉스, 미국과 연합군의 파견과 원조경제, 한국전쟁으로 급격히 부흥하게 된 일본에 대한 선망과 자격지심이 ‘숭미친일’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에 ‘지위교체’라는 개념으로 파시즘의 성장을 분석한다. 분석의 이면에 ‘IT 업체가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를 하나의 버블 안에 가두는 현상’인 ’필터버블을 언급하고 있다. 탄핵 이후를 전망하며 시민의 염원과 정당의 책무를 강조한다. “제7공화국 체제에서는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와 정치적 다양성 실현으로 극우 파시즘이 번성하기 쉬운 토양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치 시스템과 사회 환경이 시급하다.”(P111)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선도국가로 가는 혁신 아젠다와 민주주의의 과제로 먼저 국회부터 혁신할 것, 극우세력의 온상을 없애기,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 지위’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대외정책, 기후 위기를 극복할 대안의 실행, 분단 체제와 양극화의 극복이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87년 체제의 한계와 선도국가를 위해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다.


저자가 선도국가로 가는 국가 혁신 비전으로 선정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민주적 통제장치의 강화

- 감사원 독립과 검찰청 해체

- 지방자치권 확대와 균형발전

- 경제 민주화와 상생의 생태계

- 과학기술 투자의 지속성과 안정성

-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 공정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재

-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통일을 다룬다. 이 중에서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통일 부분에서 여야간 합의로 헌법에서 영토조항의 삭제를 언급하고 있다. 독자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 공감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들이라며 ‘국민 투표를 통한 헌법 개정의 양면성’, ‘시민의 참여’,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치의 공유’를 다룬다.


4장 <선도국가로 가는 혁신 과제>에서는

혁신의 대안 모델로 북유럽을 상정하고, 정치혁신, 정부혁신, 경제․ 산업혁신, 교육 혁신, 국방 혁신, 조세․ 재정 혁신, 환경․에너지․기후변화 대응 혁신, 언론․정보 혁신, 인구․노동․지역 혁신, 복지 혁신 등 제반 정책 분야를 다룬다. 자세한 내용은 아니고 방향성을 다룬다.

에필로그는 유능한 정부가 유능한 공무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짐작하겠지만, 좌파냐 우파냐의 구분하거나 보수나 진보냐로 구분하기 전에 읽고 함께 고민해 볼 거리가 있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성향에 따라 2025년 6월 4일부터 펼쳐질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이를 위한 전략과 정책으로 무엇이 합당한가를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계엄과 탄핵,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6개월간 정치 관련 책을 몇 권을 읽었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ON BULLSHIT 개소리에 대하여』, 『이재명, 흔들리지 않는 원칙』, 『맹자 사람의 길 上下』,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우리, 다시 사는 길』, 『선도국가』 안목을 키웠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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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이야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오마르 하이얌.에드워드 피츠제럴드 지음,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그림, 윤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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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이야트

2025. 5. 29.()

 

페르시아 니샤푸르 태생의 11~12세기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오마르 하이얌은 오늘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기 시인 피츠제럴드의 <루바이야트>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페르시아어 루바이‘4행시를 뜻하고 루바이야트는 그 복수형으로 ‘4행시 모음을 가리킨다.”(루바이야트 해설 p.153) 피츠제럴드의 번역은 하이얌의 루바이 정신과 정서를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시로 재창조했다고 평가한다. 해설을 옮겨두는 까닭은 1, 0000년 전 페르시아라는 시공간이 현재와 한참 떨어졌고, 영시로 번역된 시를 다시 번역한 시를 감상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지 않은 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개인적 경험 탓에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공감하는 시가 있다. 75편의 시 중에서 공감하거나 와닿는 시 몇 편을 옮겨둔다.

 

그들은 떠나고 여름이 새 꽃들로 장식한 방에서

지금은 흥청거리며 즐거워하는 우리,

다름 아닌 우리가 저 아래 흙 침상으로 내려가

스스로 누군가의 침상이 되어야만 한다네.”

22번째 시. 루쉰이 한 말이 떠오른다. 루쉰은 기성세대는 주검으로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맞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 아직 쓸 수 있는 것은 한껏 써라

우리 또한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흙에서 흙으로, 흙 속에 눕게 될 테니,

술도 없이, 노래도 없이, 노래하는 이도 없이, -끝도 없이.

23번째 시. 내일은 태어나지 않았고 어제는 죽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남긴 까르페 디엠이 유행어가 된 고도성장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 부머에게 하는 말이다. MZ 세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 현자들은 떠들게 내버려두고, 늙은 하이얌과 함께 오라.

인생은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그 한 가지는 확실하다네.

한 가지만 확실하고, 나머지는 거짓이라네-

한때 피었던 꽃은 언젠가 시들기 마련인 법.

 

그들과 함께 지혜의 씨를 뿌리고

내 손으로 애써 키워 보았지만

거둔 수확이래야 오직 이것뿐-

,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네.”

 

26번째 시, 28번째 시는 생명이란 유한함을 읊고 있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하나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이는 동양 사상의 뿌리에 해당한다. 생명의 유한성은 전 존재에 해당한다.

 

지구의 중심에서 솟아올라 제7문을 거쳐

토성의 옥좌에 앉을 때까지

길을 지나오며 숱한 매듭을 풀긴 했지만,

인간의 죽음과 운명의 매듭만은 풀지 못했네.

 

51번째 시. 공자는 천과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도덕과 정치를 중심으로 한 인간사회와 인간의 힘 저편에 있는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이법(理法)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고 도는 하늘에게 소리쳐 물었네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는 제 어린아이들을

인도할 어떤 등()을 운명은 갖고 있는가?”

그러자 하늘이 대답했네- “눈먼 지성뿐이로다!”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이지만, 동물과 다른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을 자연보다 우위에 두려는 사고는 창세기로부터 베이컨의 <신기관>을 거처 산업사회와 자본주의를 추동해 온 힘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발전하고 있는가? 역사는 우상향하는 진보가 아니라 그냥 선일 뿐일지도 모른다. 눈먼 지성이 판단한다.

 

만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 버리는 사막에서의 한순간,

생명의 샘물을 맛보는 것도 한순간-

별들은 지는 중이고, ()의 새벽을 향해

카라반은 길을 나서네- , 서둘러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 그럼에도 오 서둘러라!”는 진취적으로 성실하게 살아가자고 해석하고 싶다.

 

이렇게 노력하고 저렇게 논평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끝없이 찾아 나섰던가?

열매 하나 없이, 아니면 쓰기만 한 열매 찾아 슬퍼하기보다는

차라리 무르익은 포도로 흥겨워하는 게 나으리라

 

쾌락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토아 철학자의 삶과 실존주의자의 삶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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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이희진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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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2025. 5. 25()

19세기 철도가 유럽에 보급되고 산업화가 진행될 때쯤 유럽의 귀족과 철학자, 사상가, 예술가들이 장기간 여행을 다녀와 기록을 남기고 문화를 만들었다. 그랜드 투어라 이름을 붙였다. 김찬삼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해외여행의 꿈을 갖게 했고, 2000년대 초 한비야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시리즈는 패키지여행만 알던 우리에게 배낭여행을 시도하게 했다. 언젠가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였다. 태안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를 시작하며 태안 지역 교사들에게 한비야의 특강을 듣게 하려고 예산을 다루는 법, 강사를 초청하는 예의와 방법을 배웠다. 그녀의 책 8권을 사 읽고 초대하는 메일을 보낸 덕분에 서울에서 태안까지 한비야를 초청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4가지 차원에서 여행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 에세이다. 첫째,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라는 욕구를 일으킨다. 언어 장벽이나 여행지에 관한 정보의 제한, 여행 일정을 짜고 숙박을 위한 사전 준비가 어려운 사람에겐 패키지여행은 쉬운 선택이다. 저자 이희진의 여행 에세이는 수고롭지만 홀로 자유로운 여행을 시도하게 자극한다. 둘째, 여행 에세이에서 풀어내는 내용이 여행지에만 국한 하지 않고 삶과 연결하며 성찰한 내용을 풀어 놓는다. 철학자, 작가, 미술가의 삶에서 건져 올린 아포리즘을 적절하게 섞어 두었다. 셋째,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책 읽기에만 그치지 말고 구글어스나 GEOSNAP을 통해 먼저 확인해 보라고 한다. 넷째,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 인생을 성찰하고 여러 사람이 남겨 준 아포리즘을 연결하고 있는다. 몇 가지는 누구에게나 삶에서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옮겨둔다.

경험을 사는 소비가 행복을 만든다.”(p.66) 여행이 아름다운 까닭은 다시 돌아갈 곳,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니다.” (이해인) “고통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사람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겪는다.”(위고의 말은 맹자의 사상과 다르지 않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신은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실패는 없겠지만 삶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다.” (해리포터의 작가 롤링)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 반드시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궁핍하게 만든다. 이는 그의 의지를 단련하고 참을성을 길러, 마침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게 하기 위함이다.” (p.150) “뒤에서 당신을 욕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마라. 그들이 당신보다 뒤에 있는 이유이다.” (복서 바실 로마첸코, p.157)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에픽테토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것, 의미를 잃은 관계를 놓아버리고 단호리 끊어 내는 것이 내가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일지 모른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분을 얻는 것이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여행관)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독해져라.” (쇼펜하우어) “화가의 질은 그가 지닌 과거의 양에 달려있다.” (피카소)

산토리니는 마을 건축물의 색채, 창문 크기, 건물 높이, 골목길 바닥재, 계단의 형태, 마감재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규제를 따른다. 이는 산토리니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까닭이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헤르만 헤세) “처음에는 왜 하냐고 물을 테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해낸 거냐고 물을 것이다.” (헤밍웨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와 관련하여 33개 도시를 여행한 기록에서 장소감에 공감하고 싶다. 패키지여행 코스에서 볼 수 없는 지역과 장소가 있다.

<스위스 몬타뇰라>, <벨기에 켄트의 제단화>, <암스테르담 중앙역>, <튀르키에 이스탄불 : 대비와 조화>, <슬로시티의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모나코 몬테카를로>, <스페인 세고비아 : 로마 수도교>, <동굴에 집을 지어 도시를 이룬 이탈리아 마테라>, <룩셈부르크 비안덴>, <이탈리아 친퀘테레 : 13시간 하이킹 투어>, <스위스 체르마트>, <포르투갈 포르투>,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공원>, <빈사의 사자상이 있는 스위스 루체른>, <포르투갈 나자레>, <이탈리아 알베르벨로 : 스머프 마을, 원뿔 모양의 전통가옥>, <이탈리아 볼로냐>,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그라나다>, <프랑스 니스>, <몰타 발레타>,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길겐 & 할슈타트>, <시칠리아 팔레르모>,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시베니크>, <영국 런던>, <그리스 미코노스>, <시칠리아 체팔루:시네마 천국 촬영지>, <그리스 델포이>, <포르투갈 코임브라>, <그리스 수니온곶>, <스페인 말라가>, <그리스 산토리니>, <독일 뷔르츠부르크>

 

다녀온 곳을 구글어스나 geosnap에서 찾아보거나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참고할 목적지가 될 듯하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 현재에 깊이 들어가지 않은 덕분에 부담 없이 쉽게 읽는 여행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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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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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2025. 5. 21()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묻고 답을 써 본다.

더해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불평등이 되고 있으니, 국가가 공동체를 살리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진보 쪽이나, 자본주의란 기업의 투자와 기업가의 혁신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면 보수 쪽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해에 태어나 성취적인 자세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의 성장과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살아왔으니 보수 쪽에 서 있다. 부국강병으로 외침을 막을 힘을 가져야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니 보수요, 그래도 남북이 대화로 풀어가다 보면 통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니 진보에 가깝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내 입장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면, 보수냐 진보냐 어느 한 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라의 형편이 좋아짐에 따라, 사회생활과 자녀 양육의 시기에 따라 이쪽을 택할 때가 있고 저쪽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아마도 특별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말도록 요구하는 공무원 생활 태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2024. 12. 3 비상계엄 이후 2025. 6. 3.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누가 봐도 개혁 진보의 편에 서서 말하는 최강욱 전 의원의 말이 말투때문에 가끔 비위가 상하기도 하지만, 주장은 우리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솔직하고 정곡을 찌르며 하지 않고 공영방송에서 뱉을 수 없는 단어를 가끔 섞어 쓴다. 듣는 이는 시원할 수밖에 없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를 사 읽는 까닭이다. 정치 교양서적이다. 저자 인터뷰에서 대학 1, 2학년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나,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웠다면 중학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 쉽게 썼다. 대화를 빌어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고 연원을 살펴 가며 풀어간다.

1<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은 프랑스 혁명사를 토대로 하기에 서양 역사를 알아야 지식을 받아들이기 쉽다.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논쟁은 보수와 진보의 출발점을 이해하도록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2부는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15개 소주제에 7편의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풀어 놓는다.

3<혐오와 배척이 아닌 화합과 연대를 위해>서는 양변을 여의라 한다고 믿는다.

4<이상적인 정치의 모델>에서 독일 총리 메르켈을 보수의 모범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소개하며,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문장으로 책을 내놓은 목적을 밝힌다.

부록에 소개한 <보수 유승민의 가장 진보적인 연설><진보 노무현의 가장 보수적인 연설>은 꼭 읽어볼 일이다. 유승민의 관점이 보수 측에 수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유승민의 생각이 보수에서 자리 잡았다면 12.3 내란이나 6.3 대통령 선거는 없었을 듯하다.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1729~1797)는 영국 정치 사상가로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이 보수주의의 고전이라면, 토머스 페인의 <상식><인간의 권리>는 진보주의의 고전일 수 있다. 버크는 명예혁명을 페인은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 정신을 중시한다. 버크는 에드워드 기번, 애덤 스미스와 교류했고, 페인은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제임스 먼로와 교류했다. 진보에 관심을 둔다면, <이성의 시대 The Age of Reason>를 읽어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되, 조직화한 종교와 성경의 권위를 비판하며, 종교적 광신을 경계하고 이성적인 신앙생활을 다룬다니 읽어볼 일이다. 페인의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은 현대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기본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보수는 현재를 과거의 정점으로 보고, 진보는 현재를 미래의 출발점으로 본다.” 인생에서 올바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쪽은 보수, 올바른 질문을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쪽이 진보다. 시개와 문화가 바뀐다 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를 중시하면 보수이고, 진보는 상대적 진리를 추구한다. 진보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문화 현상과 같은 범주에 담을 수 있다. 보수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불평등을 수용하나 진보는 조건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함께 추구한다.

 

여러 편 소개하는 영화를 찾아봐야겠다. “장벽이 아닌 다리를 지어라.”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이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니 영화 <두 교황>을 메모한다.

2010년 노르웨이의 아그데르대학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공동연구는 전 세계 67개국 46000명을 대상으로 부와 도덕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부자가 더 인색하고 가난한 사람이 더 자애롭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행동과 태도에서 더 도덕적이다 등을 소개한다. 연구 결과를 소개한 문단에서 마지막 문장은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국민일수록,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의 국민보다 도덕성이 강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문장을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건 집중이 아니에요. 해야 하는 일,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걸 집중이라 한다.”(p.203)

앨지비티큐,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의 줄임말이다.

 

저자는 보수든 진보든 극단적인 성황을 가장하여 서로 비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수록 보수가, 안정적이고 평화적일 때는 진보적 접근이 힘을 얻는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가 필요하고, 시기에 따른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다. 전 세계 극우 정당의 최초자양분이 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자동화 사회에서 인간 노동의 가치가 혁명적으로 변할 것이며, 정부의 규제 범위와 공공의료 서비스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달라질 것이고, 바이오 기술의 발달은 윤리적 논쟁을 불어올 것이다. AI와 로봇의 무기화 문제도 보수와 진보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복잡한 세상사, 다양한 인간사 속에서 적어도 우리만큼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를 균형 있게 펼쳐 더 높은 하늘을 마음껏 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맺는다.

 

부록에 실은 유승민의 원고 중에서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습니다.”는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상욱 의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김 의원은 진영보다 기능과 역할을 주문하며 며칠 전 소속 정당을 바꾸었다.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라는 자문에 따로는 보수이고 때로는 진보이기도 하다는 답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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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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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2025. 4. 26.() 아침 67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는 여러 편의 시를 풀어 놓은 앞부분, p.138~223에 만해 연표, p.226~402님의 침묵초본을 수록하여 두었다. 도올 김용옥이 해석한 시를 읽으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의미의 누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앞선 이들이 덧칠한 언어의 질료를 긁어내고, 시의 알맹이, 정수를 찾아내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한다. 여러 참고 자료를 토대로 밝힌 만해의 시에는 ’, 즉 조국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담고 있다. 만해 연표는 구체적 사료를 토대로 전고를 밝혀 저자가 희망하는바, 만해 한용운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연구하려는 사람에게는 값진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수록된 님의 침묵초본 88편은 도올이 해석하지 않은 부분에 다가서라고 권한다.

 

책 읽기를 좋아해 메모를 쓰고, 독서 노트를 만들어 두는 독자는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에서 부끄러움과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내놓은 두 권 책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끄럽게 하고, 도올의 탐구와 연구 결과로 내놓은 책은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목표를 제시한다고 본다. 신변잡기류의 책을 내고 작가라고 불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반성한다.

 

글자를 읽었어도 이해하려면 수고를 해야 하는 문장을 첫 페이지에서 만난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문학사에서 말하는 문예창작으로서의 시가 아니요, 인류의 언어의 역사에 유니크하게 기록될 대승선大乘禪의 증도가證道歌의 화엄이다.”(p.19) 이 문장을 받아들이려면 대승선, 증도가, 화엄을 알아야 한다. 대승선은 치열한 현실경계 속에서 닦아가는 선이나 문장상 증도가는 검색량이 많아 변별하기 어렵다. 화엄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래도 위 문장을 말끔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도올은 만해에게서 자유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어간다. “인류의 역사는 과정이며 노경老境이 없다. 끊임없는 청춘의 노래다. 청춘의 꿈은 항상 비극의 결실을 수확하기 마련이다. 이 우주의 모험은 꿈과 더불어 시작하지만, 항상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수확한다. 이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만해는 자유라고 부른다. 이 민족에게 자유는 해방을 의미하며 일본이라는 사악한 권력의 패망을 사실로서 전제한다.” ‘복종은 실존의 선택이다.

만해가 시 첫 키쓰에서 키쓰라는 동방인에게 낯선 몸의 터치를 불교가 말하는 ”, 즉 깨달음의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다고 도올은 해석한다. 첫 키쓰가 각을 의미한다면, 그 각에 도달하기까지 인간은 끝없는 정과 한에 시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식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학의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나 사람 사이라는 의미로만 쓰였다. 인간은 사람 사이, 혹은 사람 사이의 세상, 그러니까 인간은 ‘man’이 아니라 ‘world’‘society’를 의미하는 것임을 배운다. 논어맹자에도 인간 보편을 말할 때 이라고만 한다. ‘은 타인을 말하며 자기를 말할 때는 라고 표현한다.

 

님의 침묵계월향을 위한 노래라는 시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 활약한 평양의 의기 계월향을 진주성 대첩이 관련된 논개의 비중으로 다룬다. 한국에서 계월향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갈리면서 계월향은 북한의 영웅이 되고 논개는 남한의 여걸로서 나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 풀어간다. 독서로 새로 알게 된 사실과 정황이다.

 

도올은 만해는 시를 통해 역사를 말하였고, 문학을 말하였고, 철학을 말하였다. 만해는 20세기 문··철의 공든 탑이다.”(p.118)라고 평가한다.

 

길이 막혀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렇게 떨려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모아요

오시려 해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P.S. 일본의 정한론에 대한 언급을 보고, 일본이 구축하고 변화하고 있는 외교 국방 정책에 대해 단견이나마 나름대로 의견을 정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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