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경제학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지음, 신은주 옮김 / 김영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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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경제학

2022.1.4.()

경제학의 줄기는 애덤 스미스, 케인즈, 밀턴 프리드먼을 통해 자유방임주의, 정부의 개입(재정정책), 신자유주의로 이어진다.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하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고 본다. 케인즈는 수요를 유발하는 정책으로 경제 공황을 극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재정정책의 한계를 인식한 밀턴 프리드먼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케인즈의 주장을 계승한 이론을 재정주의, 밀턴 프리드먼의 학풍을 통화주의라 한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자유방임주의는 어떻게 생산력을 확대하고 부를 증가시키며 어떻게 부를 분배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측정하는 가치를 노동에 두는 노동가치설을 토대로한다.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두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사회적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국가가 무역을 통제하던 중상주의를 무너뜨렸다. 맬더스, 리카르도가 이런 류의 학풍을 따른다.

케인즈 경제학은 총수요가 경기순환을 결정하고 경기 순환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지출과 총생산이 균형을 이룰 때 케인즈적 균형이라고 한다. 공교육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선진국은 애덤 스미스의 영향을 계승한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입김으로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경제학이 주류인 듯하다. 그러나 케인즈 경제학이 몰락한 것은 아니다. 금융거래에 과세하는 징벌적 세금인 토빈세를 주장하고, 주식투자에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말라로 설명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주장한 제임스 토빈에 의해 케인즈의 생각은 아직 유효하다.

 

메인 스트림에서 비껴있는 아마르티아 셴과 경제지리학을 개척한 폴 크루그먼도 주목받아야 한다. 미국과 영국이 자본주의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고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제인을 전제로 국가 경제의 성장과 불황을 다루는 주류의 경제학의 입장에서 인도인 아마르티안 센은 출신국 뿐 만아니라 후생 경제학으로 부르는 빈곤, 기아, 불공정한 분배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다루기에 비주류이다.

폴 크루그먼은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을 제치고 수확체증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공간을 경제에 포함 시켰다. 경제지리학을 개척한 것이다. 내 전공에서 언급되는 학자이다.

이밖에도 게임이론으로 전쟁과 인간사회를 읽어 낸 로버트 아우만과 토머스 셸링, 인간은 합리적 의사결정만 하는 게 아니라는 심리실험연구로 경제학의 지평을 확대한 대니얼 카너먼 등도 현대 경제학을 이해함에 필요하다.

 

길게 잡아도 20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경제학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학문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경제교육에서 애덤 스미스와 케인즈 까지가 다루는 경제학의 범위이다. 경제학은 심리학, 지리학, 실험경제학, 행동경제학 등의 학문과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또한 우리의 실제적 삶과 깊게 연관되어 있으니 커리큘럼이 확대되어야 할 듯하다.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이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의 이론과 이어져 있음도 확인한다. <세상을 바꾼 경제학>은 아홉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 대해 쉽게 풀어쓴 교양 서적이다. 서구형 자본주의가 가장 뛰어난 경제 시스템이라는 전제에서 수여하는 상이기에 경제학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마르크스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는 학교폭력 업무를 다루는 교사에게 유의미할 것이다. 폴 그루그먼과 함께 <공간이론의 사상가들><현대 공간이론의 사상가들>을 통해 경제학과 지리학의 접점을 늘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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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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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圖力
2021. 12. 11(토)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와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은 젊은이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김이재의 「地圖力」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PART 1 권력의 지도는 세계사를 배우는 중3 수준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PART 2 부의 지도는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PART 3 미래의 지도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희망한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이 겨울에 사서 읽게 해야 한다. 독자가 지리를 배워서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뉴스에서 만나는 기자와 관료의 지리盲을 보며 답답 해왔다.

P.76에서 저자가 지적한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은 영국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21세기 세계정세를 알기 쉽게 풀어 쓴 교양서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지 않고 고등학교만 마친 저자가 평범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책이라는 한계도 분명해 보입니다. (중략) 미국이 현재의 넓은 영토를 확보하는 과정 자체를 간과하는 시각이기도 하고,”라고 언급한 부분은 대니얼 임머바르가 지어 <글 항아리>에서 내놓은 「미국, 제국의 연대기」를 읽으면 풀린다.

P.86~87에서 소개하는 영국의 지리학에 대한 언급에서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지리학과가 존재하는데, 지리학은 인문,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지역연구 등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는 원조 ‘통섭’ 학문, 다양한 지식과 배움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공간적 관점이 중시되고, 지리학자들이 미술관 건립, 환경 정책 뿐만 아니라 보건, 복지, 의학, 특히 정신 의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역 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활자로 남기기 쉽지 않은 “방구석에서 책만 읽고 컴퓨터 화면만 보던 사람이 위대하 리더, 창조적 혁신가가 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일갈한다. 저자의 경력 덕분에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개방적인, 그래서 아시아에서 새로운 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언급은 의미있다.

북한이 개방하고 방향을 틀면 어떤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술적으로 낙후되었던 나라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디지털 세계로 들어서면 선진국(경로의존성 때문)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립프로킹(leapfrogging) 현상’이라고 한다. 저자는 동남아시아가 그럴 것이라 예견한다. 코로나가 안정되면,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보르부르도 불탑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카르타 시내를 걸어보리라. 「地圖力」을 읽은 독자가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Ⅰ,Ⅱ,Ⅲ」을 함께 익으면 가슴이 더 뜨거워질 것이다.

2018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디지털 환경 보고서에 15개 도시가 소개돼 있다. 1위가 벵갈루루, 이외에도 뭄바이, 뉴델리가 인도에 있다. 지카르타가 8위다. 서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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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 2000년 사유의 티핑포인트를 읽어야 현대 중국이 보인다
미조구치 유조 외 지음, 조영렬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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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2021.12.6.(월)
“Ha! 은주가 찐하게 위진남북조에서 수당이랑 송원명청했다더라.” 독자가 중국 왕조를 쉽게 외우려고 암기용으로 만든 문장이다.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배운 게 적어 아직 공자와 맹자, 주자학에서 왜 그토록 하은주 시대를 숭앙하는지 의문이다. 사마천의 사기 본기 중 오제 본기, 하 본기, 은 본기, 주 본기를 읽어도 풀리지 않는다.

학창시절 배운 동양사의 맥락은 유럽인의 개념이나 틀, 혹은 유럽화된 일본이 바라본 관점이 대부분이다. 라이샤워와 페어뱅크의 동양 문화사도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은 일본 학자들이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중국 내부의 시각에서 중국사상사를 조망하려는 의도로 집필한 책이다. 이런 까닭에 선개념이나 상투개념에 비껴나 있는 관점을 볼 수 있어 안목을 넓혀준다.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삼재(天․地․人) 사상을 처음 외친 것은 순자다.
도가의 ‘자연’은 문법적으로 부사였고, 뜻은 만물․백성이 자기 힘으로 자율적, 자발적으로 존재, 변화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 이래의 학문은 농담의 차이가 있긴 했으나 모두 시대의 움직임에 충실한 실천적인 사상이었다. 중국의 사상은 학문이란 형태를 취하며 자기를 표현 한 것이다.
당 태종대 정관 연간에 만든 오경정의는 오늘날로 보면 국정교과서였다.
송대 사대부들이 주자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소유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인쇄출판이란 기술혁신이 있었다. 이전에 경서나 주해는 기본적으로 암송해야할 대상이었다. 상업출판이 인쇄본의 주류가 되어 오늘날로 전해진다.
낙서란 1에서 9까지의 수를 3×3의 마방진(갈 세로 대각선, 어는 쪽으로든 합이 15기 된다)에 배치한 것
주자학에서 사서는 중급자용이고, 오경학습으로가는 단계에 불과 했다. 과거시험에서 사서는 필수, 오경은 선택필수라는 제도가 사서 편중 경향을 사회적으로 초래했고, 양명하기 취한 경전 경시 태도가 증폭시켰다. 맹자가 경서로 인정받은 것은 송대였단다.
왕양명이 말하길 “요순은 무게 1만의 황금, 공자는 무게 9천, 범인은 한 냥이다. 하지만 순수한 금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견주어 못하지 않다.”(보는 방식을 바꾸면 두 가지로 읽힌다)
중국의 황제질서는 예에 의한 통치로 서양식 정치학의 논리로 보면 ‘전제인데도 자유’라는 기묘함이 있다. 이와 관련해 「공자와 세계 1,2,3,4,5」를 보면 흥미진진하다.주자학의 등장이후 왕권이론은 천명을 받은 혈통에서 자기 수양으로 바뀐다.
화이사상은 송나라가 요에 대해 가졌던 굴절된 우월의식을 형성한다. 세계제국이었던 당나라는 화이를 구별함에 엄격하지 않았다. 당나라 사람들에게 호(胡)나 이(夷)는 이국적인 어떤 것으로서 인기를 누렸다. 그에 비해 서방이나 북방에 영토를 소유하지 못하고 남방으로 밀려나 있던 송나라는 자타를 엄정하게 구분한다. 서하도 당나라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국은 요를 이적이라 여기고 자기를 중화라 여겼다. 국력이 찌그려져가는 일본이 혐한론을 부추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자학은 ‘심’논리가 자기의 마음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심을 두는 것을 양명학이 비판한다. 양명학은 행위의 타당성을 동기 차원에서 판단한다(“산 속의 적을 무찌르는 일은 쉽고, 마음 속의 적을 무찌르기는 어렵다.”)
주자학 양명학이 주목한 향리공간을 체계화한 것은 「주례」였다. (경복궁을 짓는데도 주례 동관 고공기를 참고했다니 주의 영향력은 시공간을 너머선다.)
중국 역사의 변화가 왕조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의해 왕조가 규정된다(이 문장이 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송나라 이후 균분 상속의 역사(부조가 1000무의 토지를 소유할 때 자식이 둘 이라면 500무씩 나뉘고, 그 자식에게 다시 자식 두명씩 있다면 500무는 250무, 3대째는 4분의 1이되고, 자식이 다섯 명씩이라면 손자 대에는 25분의 1이다)에서 가난은 3대로 이어지지 않고, 부도 3대를 이시 못한다는 말이 생긴다.
송대에 도교, 불교에 대해 유교를 우위에 둔 관료들이 도덕을 수양하는 학문으로 변화시킨다.
명말 청초에 가장 이르게 사(욕망)를 긍정한 것은 이탁오다.(이탁오 평전 참고)
명나라 홍무제가 반포한 교육칙어인 육유에서 황제에 대한 충성이나 국가, 관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가문과 향리를 둘러싼 도덕을 중시한다.
당송 전환기 오대라는 분열과 할거는 신해혁명후 1949년 재통일까지의 시기와 함께 대전환기의 하나에 견줄만한 커다란 혁명이었다. (일본이 그 사이에 침략할 수 있었던 것은 대변혁의 혼돈에 편승했기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중세 서양의 봉건과 중국의 봉건이 다르듯이 중궁의 향치와 서양의 지방자치도 다르다. 중국의 향치는 “지방의 공사는 지방의 손으로”라는 차원에서 이뤄진 지방자치로 재벙이 자맂ㅂ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라고 해도 실은 대부분 관과 향신, 백성이 합동으로 운영에 참여했느는 점이다. 태평천국군을 제압한 향신의 상군이 이와같은 맥락이다.
“만물이 가지런하지 않은 것은 물의 자연이다. 백성에 빈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수명에 장단이 있는 것과 같아 조물주도 어찌할 수 없다.”
균전제, 정전제가 명청대에 이르러 인구의 증가로 실현가능성이 멀어지고 중국동맹획가 토지국유를 주장한다.
중국 지식인들이 중국문화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1915년 무렵이다. 천두슈(진독수)에 따르면 종족제는 반개화, 봉건시대의 도덕으로 가장 먼저 비판해야 할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형제는 타인의 시작이다”(일본에서 쓰는 관용구)

이미 알고 있는 바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 전한 말기(기원전 1세기) 무렵에 유교가 국교화 되었다.
- 공자는 천과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도덕과 정치를 중심으로 한 인간사회와 인간의 힘 저편에 있는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이법(理法)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 유가는 종교적 의례였던 예를 세속화해 가족 도덕을 세우고 사람의 귀천과 상하를 구별하는 계급질서로 재구축한다. (맹자가 삼년상을 ‘효’의 구현이라 평가)
- 유가와 묵가가 제자백가의 앞에 있다.
- 도가의 ‘물을 물로 여기는 자는 물이 아니다’(물을 물로 여기는 자란 만물을 물로 여기고 존재 변화시키는 주재자를 가리키며, 물이 아니라는 것은 그것을 행하는 자가 물이 아니고 도라는 말이다.)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은 글항아리에서 본문 365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내용과 제목이 따로인 듯하다.


#중국제국을움직인네가지힘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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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관하여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2
예자오옌 지음, 조성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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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자오엔 소설집 : 화장실에 관하여


밖에는 찬 바람이 겨울을 데려오고 있다.
복층 유리는 바람만 막아주니 햇살은 부엌까지 밀고 들어온다.
해가 쉬러 간지도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어도 안에서는 추위를 잊는다.
간서치 이덕무처럼 햇볕을 따라 앉은뱅이 책상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다.

루쉰 전집 이후 오랫동안 이어놓지 못한 중국 근현대 소설을 읽는다.
예자오엔 소설집은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두 번째로 내놓은 번역소설이다.
「연가」, 「화장실에 관하여」, 「추월루」, 「대추나무 이야기」를 제목으로 묶었다.
「연가」는 중국 대학생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생활까지의 ‘감정의 변주’(번역자의 표현)를 다룬다. 독자의 학창 시절 연애와 결혼 생활과 닮아있다. 학창 시절 연애해서 결혼한 과커플(80년대엔 이렇게 불렀는데 요즘은 CC라고 한단다)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그저 평범하게 그려서 심장이 벌렁이거나, 야한 장면이라곤 없다.

「화장실에 관하여」는 눈이 크고, 백자터럼 흰 피부에 연지빛 혈색이 도는 양하이링이 주인공이다. 공장 노동자인 그녀가 직장 동료들과 상하이를 방문했다가 화장실은 찾지 못해 바지에 오줌을 싸는 내용이 소재다. 시골과 도회의 풍물을 비교하고, 외국의 화장실 사정을 소개하는 구성과 내용에서 김훈의 필법이 보인다.

「연가」와 「화장실에 관하여」는 중국 현대(아마도 문화혁명이후 즈음)가 시대 배경이다.
「추월루」 20세기 초 일제의 핍박을 받던 시기를 배경 삼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추월루」에서 청말, 중화민국, 일제 강점기를 통과하는 선생 가문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떠올리면 읽으면 배경을 가시화하기 쉽다. 일본의 난징 침략 시기에 친일하지 않고 의를 지키려 한다. 자신이 지은 누각에서 내려오지 않고 기거한다. 누각에서 내려옴은 의를 져버리는 것이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나라가 망해갈 때 한 사람의 마음과 노력은 힘이 되지 못한다.

「대추나무 이야기」는 1970년대가 시대 배경이다. 얼웅, 바이렌, 슈윈 중 전설적인 투사인 얼웅, 비적이자 항일투사의 몫을 해낸 바이렌, 얼웅의 형수이자 바이렌의 내연녀였던 노파의 회고를 토대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시대를 옮겨가며 모지이크화된 구성이다.
「화장실에 관하여」를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본문 346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네 편 중에서 「추월루」가 제일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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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 생활 속 지리 여행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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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20.12.23.()

부여에 가 부서산성을 오를 때면 상가 간판에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를 본다. 유홍준의 안목이 우리에게 이 말을 전해 준 이후의 일이다. 부동산업자는 땅값이 오를만한 지역을 쉽게 구분해 낸다. 길치라 부르는 사람은 공간 감각이 떨어져 낯선 곳에서 헤매기가 쉽다. 지리학자는 일상을 그의 눈으로 어떻게 볼까? 이경한 교수의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모범 답안을 보여 준다.

 

자리 잡기의 미학, 갈등을 넘어 공존 모색하기, 장소 속의 의미 찾기, 모양의 원리 알아보기, 바람과 온도의 미학, 돈벌이의 질서로 이름 지어 6개의 장에 일상에서 만나는 지리학의 개념들을 풀어 넣는다. 쉽게도. 하여 지리학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책을 읽다보면 지리학이란 것이 이런 안목을 갖게 하는구나 생각하게 할 수 있다.

 

극장에 좋은 자리가 있고, 납골당에도 로열층이 있다며 입지의 개념을 풀어간다. 네비에이션이 공간감각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 메타세콰이어 길과 관방제림, 아테네 회랑처럼 갈등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자고 한다. 새만금 간척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과 비오톱(biotope)은 자연신탁제를 통해 최대한 남기자 제안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의 침식을 바라보며, 지역 행정에 지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참여하지 못해 일어나는 아쉬움을 느낀다. 벽골제를 통해 갯땅쇠의 의미와 개척정신을 소개한다. 문등이(文登伊)를 배운 문화지리학 강의를 소환한다. ‘갯벌은 단위 면적당 생산성에서 논보다 30배나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객관성을 문자화하였다.

구하도, 갯벌, 평탄면, 풍화혈, 부석, 산사태, 심층풍화와 차별풍화, 천정천, 사구, 두부침식과 분수계, 삼각점을 통해 독자들이 지형 경관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스콜, 꽃샘추위, 작물의 북한계선, 식생의 수직구조, 편향수와 방풍림, 열섬과 높새바람으로 지리학에서 다루는 기후 현상을 일상에서 불러낸다.

원시 어업, 집적이익, 전후방연계, 상권 다툼, 프랜차이즈, 유역변경식 발전, 지리적 표시제, 공간적 상호작용 등의 지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지리학은 암기과목이라 오해하는 학생에게 안목을 갖게할 안내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터, 지리를 배우는 초심자에게도 배워가는 과정을 체크해 보는 계기가 될 내용이다.

 

큰 이익을 보지 못함에도 지리학 관련 서적을 내주는 푸른길이 고맙다. 본문 204쪽 분량이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에 인용한 예자오엔의 소설 화장실에 관하여가 집에 도착했다. 품절된 책이라 온라인 중고매장을 통해 구입한 소설이다. 루쉰 전집이후 만나는 중국 소설이다. 중국 당대문학 걸작이라니 재미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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