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역습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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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29.() 12:10

이런 식의 책은 드물다. 전문화되는 학문의 경향에 벗어나 신화, 철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적, 법의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논지를 펼친다. 더욱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학, 철학, 의학의 결과를 사례로 들고 있으며, 놀라운 점은 서구 학문의 결론 부분이 공자의 기소불욕 물시어인으로 맺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사람집>에서 책을 보내올 때 인문 서평이란 범주로 좁혀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증오의 역습은 네트워크상의 증오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선언하며, 증오는 왜 생기느냐는 뿌리 찾기와 어떤 결과를 표출하는가에서 출발한다. 증오에 관해 알아야 하며 증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심리학에 뿌리를 둔다. 서론에서 증오란 경멸의 가장 파괴적 형태, 오직 파괴를 지향하는 성향으로 정의하고, 이성과 감정을 장악하기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증오는 독성을 지닌 침묵, 거친 언사를 동반한 폭력, 사회 갈등, 차별과 집단 폭력, 범죄와의 전쟁 등으로 표출된다. 증오는 분노, 격분, 질투와 다르다. 이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증오는 그렇지 않고 자신에게까지 고통을 유발한다. 여기에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에리히 프롬의 생각을 담고 있다. 책은 우리는 누구나 증오를 느낄까?” 자문하는 등 15가지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제 질문을 따라가 보자.

증오는 어떻게 우리 안에 살게 되었을까?” 티에스테스와 아트레우스 이야기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증오의 뿌리를 찾고, 진화는 증오를 누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본다. 아들러는 열등감에서 증오의 원인을 찾는다. 증오는 계획적 사고다. 증오는 공격성을 띤 감정이다.

증오의 씨앗은 무엇일까?” 긍정적 공감의 결여, 소통의 부재(침묵의 소리), 실망과 모욕이 증오의 싹을 틔운다. 특히 모욕은 가장 강력한 증오의 기폭제이며, 방어기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괴롭힘이 증오의 원인임을 묘사한다(p.64)고 말한다.


우리 영혼의 치부에 시기, 질투, 탐욕, 복수심이 있다는 것을 카인과 아벨의 예를 들어주고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에서 시기를 악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비교에서 시기가 시작된다며, “시기는 언제나 비교에서 비롯된다. 비교가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는 시기도 없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의 눈매는 날카롭다. 증오의 눈매는 더 날카롭다. 가장 날카로운 눈매는 질투다. 질투는 사랑 더하기 증오이기 때문이다.”는 아람 격언을 소개한다. 불교에서 증오, 무지, 탐욕을 삼독으로 여긴다. 탐욕은 증오를 부채질한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복수와 맞물린 증오의 심리 묘사를 잘 다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나를 보호하던 보호견이 내 영혼을 물어뜯었다.”며 두려움이 증오를 만들고, 무력감에 사로잡힐 때 증오의 힘은 터져 나온다. 세뇌와 선동은 증오를 키운다. 집단의 비호를 받는 개인의 증오는 폭력성이 커진다. 증오는 천천히, 계획적으로 자라난다. 증오의 발작적 분출은 이성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장으로 증오의 역습을 설명한다.

파괴의 근원에 숨겨진 진실은 증오라며 오랜 철학적 고찰, 최신 과학의 연구, 심리 치료의 임상경험을 종합할 때, 증오의 주요 특징은 파괴적 공격성, 공감의 배제, 섬세한 감정과 생각의 무시와 왜곡, 사악한 생각에 주력함, 잔혹함,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집요함이라고 한다. ‘잔혹함의 예로 김정은이 장성택과 측근을 굶주린 개 120마리가 물고 뜯게 했고 지켜봤다(p.122)고 한다. 사실인지 독자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 분노, 경멸, 혐오는 증오와 친척이라며, 경멸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차갑기 그지없는 감정으로 우월한 지위를 과시할 때 드러난다고 한다. 증오는 뜨거운 감정으로 사회적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증오의 얼굴에서 증오는 편집증(성인의 1.4%에 나타남), 나르시시즘, 자아 중독으로 표출된다. 심리학에서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를 검은 3형제라고 하며, 사디즘(남의 아픔을 즐거워함)을 포함해 검은 4형제라고 한단다. 사디즘은 경험이 없어 모르겠다. 서구인의 사고와 우리가 달라서 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투쟁부분에서 자기혐오와 심리 장애, 몸매 상실을 보는 두려움, 자해까지 이를 수 있는 자기혐오, 실패한 자아 최적화, 자기 자신을 겨눈 극한의 공격성이 내용은 평범한 삶을 사는 독자가 수용하기 쉽지 않지만, 히키코모리 현상은 알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끔찍한 사이가 되었을까?”라는 남녀의 증오를 다룬다. 애증은 사랑과 증오다. 두 감정의 공통점은 열정이라는 밀도 높은 감정을 담고 있다. 서구 사례에서 인셀 운동’(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불만에서 시작돼 이성을 간절히 원함에도 독신으로 사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혐오, 낙인, 페미사이드, 인셀등에서 결국 불태워지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 말한다. 재물손괴 뒤에 증오가 숨어 있다며, 탈레반의 바미얀석불 파괴, 분서갱유, 독일에서 유대인 박해, 마야 고문서 소각 등을 혐오의 사례로 제시한다. 최악의 증오 범죄로 묻지마 살인, 학살, 테러를 예로 들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키르케르고, 헤르만 헤세를 데려와 설명한다.

디지털 분노는 인종 차별과 성적 모욕으로 폭력을 자극하며 가상공간에서 증오가 늘어간다고 우려하며 자존감의 결여를 원인으로 상정한다. 이를 막기 위해 형사 처벌과 심리적 전략을 말한다. 유머,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경고, 공감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략으로 열거하며 공감에 호소가 가장 성공적이라고 한다.


파괴의 도구들은 증오의 수단으로 책임전가, 욕설과 비방으로 창피를 주기, 가스라이팅, 인간성 말살로 정리해 사례를 들어준다. 해밀턴의 작품 가스등에서 가스라이팅이 유래되었음을 소개한다. 인간성 말살의 사례로 히틀러와 괴벨스의 말, 르완다 투치족 학살을 언급한다.

증오 극복의 10단계”(P.253)는 나를 모조리 태워 버리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단계로 소개한다.

증오로 얼룩져 가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법에서 유념해야 할 것들을 소개하지만,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으로 맺고 싶다. 끝으로 공감 능력을 장려하는 일이야말로 증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애정을 작고, 성세하게 배려하며, 길게 보자고 한다.

 

증오란 단어로 280여 쪽 분량이란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폭넓은 앎, 지식이 있어 통찰할 수 있어야 가능한 글이다. 학문에 치우치지 않고, 가볍지도 않고, 서로 공감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책을 통해 글을 쓸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여러 개 감정을 다뤄 스피노자가 에티카, 강신주가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썼던 것과 다르게 증오에만 집중하고 있다. 서두에 말한 통섭은 전문화를 토대로할 수 있다는 역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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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개정판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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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징 지음

 

중국 여류 소설가 다이허우징이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둘러싸고 이와 관련된 인간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때는 문화대혁명을 전후로 20여 년간, C대학 중문학부 동급생들이 세상을 사는 관점과 적응 혹은 도태하는 모습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판단해 보자고 한다. 소설은 11명의 등장인물이 1인칭 관점에서 서술하여 쉽게 읽을 수 있다. 500쪽이 넘고 등장인물의 비중에 따라 다른 분량으로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다이허우징의 페르소나인쑨웨다.

 

소설의 이해를 위해 문화대혁명에 관련된 용어를 정의하고 간다.

문화대혁명 : 1960년대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일부 채용한 류사오치 등의 정책이 실혀를 거두면서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진 덩사오핑이 일으킨 반 우파 운동. 마오쩌둥은 학생들을 부추겨 우파를 적으로 돌리고 자신에 반대한 세력을 모두 숙청하였다.

사인방 : 문화대혁명에서 실권파로 마오쩌둥의 사망후 실각한 장칭, 장춘차오, 왕흥원, 야오원위안을 가리킴

보황파 : 황제(당시 기득권 세력이었던 당관료들을 의미)를 보호하는 무리라는 의미, 주인공 쑨웨는 당위원회 서기의 첩이라는 모욕과 함께 혁명당시 규탄을 받았다.

주자파 : 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실권파의 준말

조반파 : 문화대혁명 때 주자파를 몰아내자는 구호아래 생긴 군중 조직, 조반은 중국에서 모반을 이르는 말로 조반파는 당대 기득권 세력이었던 당관료들까지도 주자파로 몰아 공격하였다.

수정주의 :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적 요소를 수정하고 자본주의 체제와 타협하련느 태도

공청단 :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의 준말, 공청단은 중국 공산당이 지도하는 공산당 산하의 청년당 조직으로 14세부터 28세까지 연력의 단원들로 구성되어있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교육, 선정해 중국공산당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자오전환 : A성일보 기자로 소설에서 44회 생일을 맞는다. 조반파가 아니었음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학창시절 허징푸를 연적을 생각했다. 고향 친구이자 동급생인 쑨웨와 결혼 5년 만에 이혼한다. 쑨웨는 훌륭하나 자기와 가정에 소홀하고 이상을 쫓는다고 판단한다. 쑨웨는 보황파로 활동할 때 아내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펑란샹을 소개하고 두달 만에 란샹은 임신한다. 자오전환은 조반파였던 왕이의 협박에 이혼하게 된다. 자오전환은 쑨웨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쑨웨가 규탄받는 상황에서 비열하게 행동하고 편지를 통해 이혼을 요구했다. 이런 과정이 쑨웨에겐 큰 상처로 남았다. 훗날 자오전환은 뒤늦은 후회를 한다. 한달 전 펑란샹과 별거를 하게 됐고, 자신을 되찾기 위해 쑨웨를 만나러 왔다가 허징푸의 집에서 친구들의 심판을 자청한다. 딸 쑨한과 부녀지간을 편지로 이어간다.

 

쑨웨 : 자오전환과 허징푸 사이에 갈등하다가 캠퍼스 숲속에서 허징푸에게 고백하려 했으나 하지 못했다. 허징푸는 우파 쑨웨는 좌파였다. 자오전환과 결혼후 떨어져 살아야 했다. 한창 두 번째 공격을 받고 있을 때 자오전환은 기를 쓰고 이혼을 재촉해왔다. 자오전환의 이혼 요청에 미안해 한다. 쑨웨는 행위에 있어서는 충실한 아내였으나 정신에 있어서는 나 자신에게 충실했을 뿐이라며 이것이 이별의 씨앗이 되었다고 편지에 쓴다. 자오전환과 펑란샹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이혼하더라도 펑란샹을 멀리하라는 편지를 남겼다. 현재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대학에 근무하면서 총지부 서기로 활동한다. 쉬헝중은 쉽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마치 운명이 타인의 손에 쥐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연약하다. 허징푸는 이에 비해 주체적이다라고 쑨웨는 판단한다.

소설 중반 이후 쑨웨는 리이닝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 놓는다. 자오전환의 참회, 쉬헝중의 프러포즈, 허징푸의 태도, 한이의 조숙함에 관해 이야기하며 괴로워 한다. 리이닝은 쑨웨에게 현실(생활)과 정신을 분리시키라고 조언하지만 쑨웨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쑨웨는 허징푸의 심장을 먹는 꿈을 꾼다. 꿈은 기대해도 되는가? 반대일까?

어제는 허징푸에게 구애하지 말라고 했지만, 오늘은 그러지 말기를 원한다. 자오전환에 대한 증오와 허징푸에 대한 사랑을 감추어 두고 산다. 인생이란 멋지지도 무서운 것도 아니다. 인생은 인생일 따름이다.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것이 인생의 매력이다.

당위원회의 출판 중단 결정을 알리러 허징푸을 방문한다.

 

쑨한 : 본래 이름이 환이었으나 한으로 바꾼다. 15세로 조숙한 한은 허징푸를 좋아한다. 아버지 자오전환에 관한 전모를 엄마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알게 되어 아버지를 원망한다. 쑨한이 아버지를 만나러 허징푸의 집에 왔으나 자오전환은 편지를 남기도 떠났다.

 

시류 : 당위원회 서기로 쑨웨가 보기에는 성실한 사람이다. 공개 비판 후 시류의 아내는 죽고 조반파에게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다고 비판받아 쫓겨나 10여 년 고통을 겪었으나 현재의 권력을 쥐고 있다. 천위리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공개되자 쑨웨는 시류의 편에 서지 않겠다고 각오하는 계기가 된다. 허징푸의 <마르크스주의와 휴머니즘> 출판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소설 후반부다. 유뤄수이를 통해 책의 수정주의 편향을 정리하게 한다. 이에 비해 아들 시왕은 허징푸의 글에 동조한다. 허징푸는 책에서 인위적으로 계급투쟁을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야말로 국가를 저해한다고 본다. 당위원회에서 검토해 출판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

 

천위리 : 남편과 이혼 후 시류와 결혼한 시류의 두 번째 아내다. 쑨웨에 대한 열등감에 허징푸와 쉬헝중에게 쑨웨가 접근한다고 시류에게 보고한다. 시류는 아내인 천위리보다 쑨웨가 윗길이라고 본다. 시류는 학생에게 인기 있는 허징푸에 비판적이다. 이를 갖고 당위원회 확대회의를 연다. 천위리는 심리학 수재였으나 시류가 당위원회 비서로 만들고 언제나 동행하자 장위안위안이라는 여교수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시류는 지식의 힘을 경시하고, 인민, 게급투쟁, 당이 역사를 추진한다고 믿는다.

 

유뤼수이 : 시류가 데리고 다니는 부하로 조반파 고참 간부로 덩샤오핑을 비판한 전력이 있으나 현재 당위원회 사무국 주임으로 시류의 지시를 따라 행동한다. 내 머리는 사상을 낳지 못한다. 언제든지 반대파에 붙는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 허징푸의 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쓰려하나 아내가 만류하고, 시왕도 찾아와 만류한다. 시왕이 아버지 시류는 유뤄수이가 없으면 비판하지 못한다며 만류한다.

 

시왕 : 10살 때 엄마가 사망하고 소설에서 대학 2학년이다. 아버지와 정치적 견해가 반대다.

 

쉬헝중 : 쑨웨와 동급생이며 동급생이었던 아내가 유언으로 쑨웨에게 아들 쿤을 보살펴 달라 요청하고, 쑨웨는 천으로 쿤의 신발을 만들어주는 등 충실하게 약속을 지킨다. 쉬헝중도 쑨웨를 좋아했다. 쑨웨와 같은 학부 교수로 사인방 문예노선을 비판한다. 조반파로 <허징푸를 반박한다>는 대자보를 게시한다. 대자보의 내용은 편집장이 쓴 것을 베낀 것으로 훗날 자신의 이기주의와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허징푸 : 쑨웨에 구혼했으나 거절당한 후 쑨웨에 대한 애정을 일기로 남긴다. 셰군의 출국 귀향 요구에 대한 시류의 잘못된 처사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시한다. 쉬헝중의 대자보로 비판받고 일기가 몰수된다. 대자보의 내용에 쑨웨도 동의했으나, 후일 쑨웨는 자기를 비판한다. 우파분자로 단죄 당해 10년간 전국을 유랑한다. “인간을 사랑할 힘만 있다면 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중단했던 일기를 다시 쓰고 훗날 대학 중문학부로 복귀한다.

허징푸의 가족사는 비극이다. 아버지의 담뱃대가 유일한 유품이다. <마르크스와 휴머니즘>이란 책을 쓴다.

쑨웨의 병문안을 받는다. 허징푸와 쑨웨는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서러가 마음을 열기를 기다린다. 서로가 끌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애정은 느끼는 것이지 말하는것이 아니다. 사람이 꾸민 듯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 본심을 감추기 위해서다.

쑨웨를 찾아온 자오전환을 자신의 집으로 들이고 대화한다. 자오전환은 영혼을 악마에 맡기고 둥근 자갈처럼 살아왔다고 본다. 쑨웨를 데리러 갔다가 사랑한다고 말한다. 쑨웨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가. 허징푸는 백지이고 자신은 회색이기 때문이라며...... 독신으로 살기로 다짐한다.

 

리이닝 : 중학교 교사이자 쑨웨의 친구다. 그녀는 쑨웨를 혁명을 위해 막대한 희생(청춘, 애정, 가정)을 치렀다고 평가한다. 리이닝은 7살 연상인 동급생과 결혼하려 했으나 유부남이었기에 고통스러웠다. 2번째 결혼한 남편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리이닝을 배신하자 충격을 받는다. 이혼후 자살할 때 구해 준 학생의 오빠 이신과 결혼한다. 남편은 리이닝보다 8살 아래지만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생활인으로 살고 있다.

 

소설가 : 이름은 장리짜오다. 문화국 비서로 활동중이다. 쉬헝중에 대해 평가하기를 탈속한 범속, 민감한 마비, 모든 것을 통찰하는 우매함, 전진하는 후퇴, 추구하지 않는 애정, 애정없는 행복과 같이 무수한 대립물의 통일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최종 통일점은 실리. 동급생들이 쑨웨의 집에 모여 이상과 현실에 대해 토론한다. 함께 배웠다 하여 끝까지 같은 길을 것는 것도 아니며, 길이 다르다고 하여 반드시 다른 목적지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우춘 : 남자다. 간호사를 만나 일주일만에 가정을 꾸리고 11녀를 두어 만족한 생활을 한다. 일주일 만에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티베트에 배속된 후 무장공작원으로 활동해 저축해 둔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쑤슈전 : 성적은 낮았어도 귀향하여 현위원회 선전부 감사를 거쳐 무역국 부국장으로 지내니 신분은 높고 지위는 우아한 셈이다. 남편을 잘 만났다.

 

리제 : 군인 약혼자는 리제가 혁명당시 규탄 대상이 되자 리제와 인연을 끊었다. 약혼자 부대 사병이었던 농사꾼과 결혼해 살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하여 중국인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을 골라 본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모순되는 것들이 통일하여 이룬 산물이다. 나무가 수풀보다 빼어나면 바람이 그것을 쓰러뜨리고, 행동이 타인보다 고아하면 대중이 그를 비방한다. 인정은 묽기가 물과 같고 관계(官界)에 정의는 없다. 태항산 험한 길이 수레를 깨뜨려도 인심의 험악함에 비하면 탄탄대로요, 무협의 세찬 강물이 나룻배를 뒤집어도 인심의 험악함에 비하면 잔잔한 강물이로다. 좋지 않은 일들은 한꺼번에 찾아온다. 인간이 자기 어깨 위에 올려 놓은 것은 반드시 자기 머리라고 할 수 없다. 비는 가늘어도 옷을 적시고 말은 적어도 급소를 찌른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은 의무이지 희생이 아니다. 선비는 헤어진 지 사흘이면 서로를 괄목할 만하다(p. 394) 예나 지금이나 글은 역경 속에서 나온다. 바람에 날리지 않는 먼지는 없다.

 

1991년 번역본 초판이 나온 작품으로 34년 전 중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낡았다. 진리는 시간이 가도 사라지지 않듯이 그녀의 소설은 아직도 인간 삶을 이해하기에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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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 포이에시스 1
전종호 지음 / 중앙&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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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

2024.9.18.() 16:00

 

시를 잘 쓸 수 없기에, 번역된 연애시만 외웠기에 시는 나와 거리를 두고 산다. 주변에 시를 짓는 선배와 동료가 있지만 시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시집을 보내주면 고맙다는 말 인사로 그친다. 수년 전엔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전집 2 산문을 공부하듯 읽다가 시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로 소장품이 돼버렸다.

더구나 문학보다는 비문학 쪽이 취향에 맞아 읽고 있고, 감정선은 말라비틀어졌다. 시에서도 깨우침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에 시를 가까이 하지 못한다.

 

추석 연휴 독서 목표에 시집 읽기를 넣어 두었다. 미루어 두었던 전종호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를 일고 감사하려 애쓴다. 이어폰을 귀마개 삼아 잡음을 줄인다. 눈으로 읽기, 낭송하기를 번갈아 가며 오후 시간을 채운다. 일흔네 편 시를 감상하며 메모한 것을 모아 보니 비문학에 관심을 둔 경향성이 드러난다.

 

- 첫 시 길을 찾아서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시라 느끼며, ”하늘이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 비바람이 몰아쳐야 비옥한 땅이 된다. 인생은 오디세이 서사“‘라는 평소 생각과 연결한다.

 

시간이 되면 누구나 떠나야 하고

이제 우리의 차례가 되었으니 잘 가시게

한세상 구김 없이 잘 살다 가노라 친구여

곧 새털처럼 가볍게 그대를 따를 것이다

낡은 배낭을 버려야 할 때 시인은 이런 마음을 가지니, 쓰레기로 여기고, 딱지를 사다 붙이고 분리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는 사람과 차원이 다름을 시인해야 한다.

-”장마가 지나고 모처럼 갠 날

맑은 하늘 한 첩 안으로 글일까 하여

맨발로 운동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해밀이란 순우리말이 떠오르고 해밀을 넣어 이름지은 학교를 만든 가수 인순이가 뒤를 따라온다.

 

- ’캐슬 공화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커가는 시대를 살며, 모른 체 할 수 없는 시인의 마음이 캐슬과 캐틀을 견줌이 아프다.

 

큰 산과 인물은 곁에서는 바로 알 수 없어

선지자는 가족과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 선문답에서 장광설은 아니다 짧고 명확하다

오컴의 면도날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지역을 차별하지 않고 적용할 수 있음이다.

 

산막이옛길에서 숨 고르며 하루씩 빼기 하는 사람 중에서로 나이 듦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한다.

 

P.S. 2000년대 초반에 KERIS에 드나들며 교육 정보화를 배울 때 잠시라도 함께하던 이낭희 선생님의 글을 볼 수 있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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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팡세 포이에시스 2
전종호 지음 / 중앙&미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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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팡세

2024.9.18.() 10:00

산을 좋아해 집 근처에 있는 산에서 시작해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해내며 열흘 간의 오르내린 이야기를 시, 사진과 함께 엮었다. 걷는다는 것은 인생과 같다.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라고 곧기도 하고 구불거리기도 하고, 계곡과 삭도를 걷기도 한다. 특히 히말라야는 고도가 높아 고산병과 눈사태라는 복병이 있고, 무엇보다 기상 상태의 변화가 중요하다. 온갖 히말라야 트레킹의 어려움은 셀파, , 롯지의 주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안내, 눈부신 풍광과 신비로운 절경, 범접할 수 없는 설산을 보는 기쁨으로 상쇄한다.

히말라야 팡세는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구별해 보는 데, 저자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빚을 져 절망적인 상황을 잊으려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이 보이니 걷는 것, 산에 오르고 내리는 것이 행복이라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이다. 행복은 고통을 이겨냈을 때 참 행복이다.

히말라야에 가보지 못한 처지에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와 트레킹과 등반을 기록한 책을 메모로 남긴다. 안나푸르나(ABC), 랑탕, 쿰부 히말라야(EBC)3대 트레킹 코스다. 저자는 안나푸르나와 랑탕 코스를 다녀왔다. 거칠부의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신한범 <일생에 한 번은 히말라야를 걸어라>, 임현담 <히말라야 있거나 없거나>

 

시 산문집이기에 본문에 소개한 시를 한 편 일부 옮긴다

 

눈길

-툴레샤브르

 

걷는 길은 보이는 길과 같지 않다

보기에 마을은 지척인데

계곡을 끼고돌고 돌아

산을 오르락내리락

걸어가는 길은 몇 시간이다.

 

사는 일 또한 이와 같아

삶의 길은 항상 단순하고 명쾌하나

살아가는 일은 쉬이 길에서 비끼고

걸음은 자꾸 한 자리에서 맴돌 뿐

뻔한 목표에도 닿기가 쉽지 않다

 

눈 덮인 먼 산은 높아도 부드럽고

소란한 세상도 눈 내리는 날은

한없이 평화로운데

홀로 고개 넘어가는 눈길

마음은 바쁘고 자꾸 발은 빠진다

 

우리네 지난 날 같이

빠지고 넘어지고 잘못 드는 길에

오늘도 귀를 때리는 눈이 내린다

(마지막은 구름을 밀어낸 바람이 해를 데려온다고 쓰고 싶다)

 

P.S. 속표지에 202310. 31일 친구이자 미래드림진로센터 대표(CEO)가 선물한 책이다. 너무 늦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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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전쟁 가일스 밀턴 시리즈 1
가일스 밀턴 지음, 손원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향료 전쟁(NATHANIEL’S NUTMEG)

2025. 9. 16() 22:00

NUTMEG는 육두구라는 향신료다. 17세기에 동남아시아 몰루카 제도의 여러 섬에서만 생산했다. 고기를 주로 먹는 유럽인에게 향신료는 중요했고, 흑사병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말에 수요가 늘어났다. 중세 시대에 아라비안 상인과 콘스탄티노플 상인을 거쳐 베니스 상인의 손아귀에 들어온 향신료(육두구, 정향, 후추, 계피)는 유럽에서 고가에 팔렸다. 가일스 밀턴의 NATHANIEL’S NUTMEG는 향료 전쟁으로 번역한다. 향료 전쟁은 향신료를 구하는 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에 에스파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각축을 벌이는 과정을 다룬다. 각 나라들은 자국 항구를 떠나 2~3년씩 걸리는 향신료를 구하는 항해에 도전한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자본이 투자됐다. 그럼에도 계속된 몰루카 제도로 향하는 상선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가와 상인들의 욕심을 반영한 것이다.

 

베니스 상인의 수익에 탐이 난 유럽 여러 나라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건너는 항로를 이용했고, 항로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던 시기라 북극해를 통해 동양으로 가려는 시도도 반복했으나 많은 사람이 죽었음에도 실패한다. 북동항로를 찾으려는 노력은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흥미를 갖고 투자한다. 네덜란드는 상인들을 주축으로 3회에 걸쳐 항해에 나서 바렌츠해까지 도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네덜란드 지도 제작자 메르카토르가 제작한 최신지도가 있었다. 영국은 카라해까지 가봤지만 실패했고, 일부는 얼음에 갖힌 배에서 탈출하여 모스크바를 거쳐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에 시베리아의 오브강까지만 가면 오브강을 따라 바다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고 믿었다. 이를 거쳐 남을 인도까지 갈 수 있다고 여겼다.

 

몰루카 제도로 가는 일반적인 방법은 유럽 항구를 떠나 카나리아 제도, 시에라리온, 세인트헬레나섬, 희망봉, 마다가스카르 혹은 모리시어스, 소카트라(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오늘날 소말리아), 니코바르 군도, 수마트라의 아친, 자바의 반탐, 런섬에 이르는 항로를 이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적도를 지날 때 무풍지대가 있어 괴혈병과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선한 과일을 섭취해야 괴혈병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자카르타를 바타비아로 이름 지은 까닭은 네덜란드에 처음 정착한 부족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와 영국은 방위조약(Treaty of Defence)을 맺고 네덜란드가 먼저 진출한 몰루카에서 영국이 3분의 1의 권한을 갖되 스페인과 포르투갈로부터 이 지역을 방어하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약조하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일본인 용병을 데리고 동남아시아 제해권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었고, 실제 전투에서 일본인 용병이 활약하였다.

 

몰루카 제도 중에서 런섬만 영국이 장악해 원주민과 협력하여 육두구를 유럽으로 실어 날랐다. 여라 정황 속에서 네덜란드는 영국 무역상과 기지를 몰아내는 전쟁을 벌였다. 런섬에서 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여건 속에서 영국 무역상 대표였던 나다니엘 코트호프는 인간성과 용기, 담대함과 충성심으로 3년을 버텼으나 1656년 겨울 영국 동인도회사는 몰루카 제도에서 손을 들고 말았다. 대신 영국 동인도회사는 인도 대륙에서 화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과 실크 수입에 중점을 두며 현대적인 회사로 거듭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런섬을 둘러싼 전쟁에 대한 배상 문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을 했지만, 결말을 보지 못했다. 이후 영국 선단은 대서양 건너 맨해튼을 공격하고 네덜란드에 항복을 제의했고, 결국 1667년 영국은 몰루카 제도의 런섬을 되찾는 대신 맨해튼을 취했고, 네덜란드는 맨해튼을 내주고 런섬을 계속 지배한다. 나다네일 코트호프의 런섬에서 치렀던 외로운 전투와 저항은 영국의 역사에서 잊혔다.

 

<()생각의 나무>에서 본문 560쪽 분량으로 2002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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