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 ㅣ 포이에시스 1
전종호 지음 / 중앙&미래 / 2023년 7월
평점 :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
2024.9.18.(수) 16:00
시를 잘 쓸 수 없기에, 번역된 연애시만 외웠기에 시는 나와 거리를 두고 산다. 주변에 시를 짓는 선배와 동료가 있지만 시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시집을 보내주면 고맙다는 말 인사로 그친다. 수년 전엔 『김수영 전집 1 시』와 『김수영 전집 2 산문』을 공부하듯 읽다가 시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로 소장품이 돼버렸다.
더구나 문학보다는 비문학 쪽이 취향에 맞아 읽고 있고, 감정선은 말라비틀어졌다. 시에서도 깨우침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에 시를 가까이 하지 못한다.
추석 연휴 독서 목표에 시집 읽기를 넣어 두었다. 미루어 두었던 전종호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를 일고 감사하려 애쓴다. 이어폰을 귀마개 삼아 잡음을 줄인다. 눈으로 읽기, 낭송하기를 번갈아 가며 오후 시간을 채운다. 일흔네 편 시를 감상하며 메모한 것을 모아 보니 비문학에 관심을 둔 경향성이 드러난다.
- 첫 시 ‘길을 찾아서’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시라 느끼며, ”하늘이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 비바람이 몰아쳐야 비옥한 땅이 된다. 인생은 오디세이 서사“‘라는 평소 생각과 연결한다.
”시간이 되면 누구나 떠나야 하고
이제 우리의 차례가 되었으니 잘 가시게
한세상 구김 없이 잘 살다 가노라 친구여
곧 새털처럼 가볍게 그대를 따를 것이다“
낡은 배낭을 버려야 할 때 시인은 이런 마음을 가지니, 쓰레기로 여기고, 딱지를 사다 붙이고 분리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는 사람과 차원이 다름을 시인해야 한다.
-”장마가 지나고 모처럼 갠 날
맑은 하늘 한 첩 안으로 글일까 하여
맨발로 운동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해밀‘이란 순우리말이 떠오르고 해밀을 넣어 이름지은 학교를 만든 가수 인순이가 뒤를 따라온다.
- ’캐슬 공화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커가는 시대를 살며, 모른 체 할 수 없는 시인의 마음이 캐슬과 캐틀을 견줌이 아프다.
”큰 산과 인물은 곁에서는 바로 알 수 없어“
선지자는 가족과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 선문답에서 ”장광설은 아니다 짧고 명확하다“
’오컴의 면도날‘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지역을 차별하지 않고 적용할 수 있음이다.
산막이옛길에서 ”숨 고르며 하루씩 빼기 하는 사람 중에서“로 나이 듦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한다.
P.S. 2000년대 초반에 KERIS에 드나들며 교육 정보화를 배울 때 잠시라도 함께하던 이낭희 선생님의 글을 볼 수 있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