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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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괴물 망겔의 끝내주는 이야기. 문학을 총망라하는 해박함 사이 촌철살인은 덤. 곰돌이 푸의 애착 꿀단지마냥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줄어드는 책장이 너무 아쉬워서 손을 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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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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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도 결국엔 사람. 괴롭고 힘들고 싫은 것은 매한가지다.


한 장의 원고를 위해 네댓 장의 파지가 나온다. 식구들에게 언성을 높인다. 몸을 돌보지 않은 무리한 집필 탓에 건강을 해친다.

꾀병을 핑계 삼고, 책상 정리에 진을 빼고, 술로 시간을 허비한다. '싫다, 싫어, 안된다, 안돼' 하면서도 아무튼 써보려 애를 쓰는 모습은 측은하다.


'쓸 수 없다. 아아~ 그래도 써야 한다.'

이렇듯 작가가 갈팡질팡하며 괴로움에 치를 떠는 사이, 어느새 내 귓가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이 자동 재생된다. 한순간에 교차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작가의 고뇌가 생생히 그려진다. 그래서 이 책은 몸부림에 가깝다. 작가 내면의 양가감정과 자기 비하, 내적 갈등의 몸부림이 산문, 편지, 시, 일기, 그리고 대화 형식으로 담겨있다.

가볍게 읽고 미소 짓게 하는 글도 있으나 대부분은 '쓸 수 없다'와 그런 자신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있다. 대문호의 자아비판에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이다.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읽어야 할 것 같다ㅋ;)


그래도, 그래도 결국은 쓰게 되리라.

쓸 수 없다면 쓸 수 없는 이유라도 쓴다. 글 쓰는 재주밖에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그거라도 글로 옮긴다.

문학에 대한 애정과 뼈에 사무치는 가난이 작가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덧,

『달콤한 배의 시』 -오구마 히데오

(부분)

...

"예술은 땀을 흘리는 일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달콤한 즙은 굳건히 흐르고 껍질과 살을 떼어 내려

내 이는 쐐기와 지레가 되어 배의 살을 푹 베었다.

내 잇몸은 터지고 배는 피투성이

그래도 배란 녀석은 즙을 뚝뚝 흘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

이런 태도로 현실에도 달려들어 물고 싶다,

한 방울의 즙도 흘리지 않고 탐욕스럽게,

배처럼 현실을 두 손으로 꽉 잡고.



덧2,

『매문 문답』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약해보자면ㅋ)


편집자 : 써 주세요.

- 작가 : 무립니다.

아무거나 쓰면 돼요.

- 양해해 주세요.

당신 이름만 있으면 됩니다.

- 욕먹어요.

작가 책임이니 괜찮아요.

- 그럼 더 싫어요.

한두 번 망한다고 큰일 안 나요.

- 농담 마세요.

독자 생각도 해주세요.

- 헛소리 마쇼.

팬입니다.(태세 전환)

- 속 보여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편집자의 대화는 실로 창과 방패의 대결, 이 책의 묘미로 꼽을 만하다.

'쓸 수 없다 vs 써 달라'의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기싸움은 마치 무림 고수의 정신적 대결을 보는 것 같다. 육탄전은 없지만 정신이 약한 쪽이 지고 만다. 그러면 패자는 엄청난 대미지를 입게 될 것이다. 이거야말로 운명이 걸린 필생의 전투이다ㅋ



덧3,

편집자놈(?!)도 보통이 아니구나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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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ang1001 2021-07-14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고뇌가 실려 있을 것 같아서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ollC 2021-07-14 13:45   좋아요 1 | URL
부디 thkang1001님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 대단하신 작가분들도 결국엔 매 순간 나약한 마음을 다잡는 미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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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우라」못지않게 「나 자신을 읽고 쓰기에 관하여」도 매력적이다. 매혹적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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햣키엔 수필
우치다 햣켄 지음, 홍부일 옮김 / 연암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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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햣켄 선생 수필집.

<노라야(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를 읽고 호기심이 생겼다. 햣켄의 백미는 수필이라는 소문을 들은 까닭도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내용인데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다. 재미없다.


이런 식의 당황스러움이 생기면 원인을 나로 돌리게 된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혹은 집중해서 읽지 않아서 등등등...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재미없게 읽은 책은 재미없다는 감상만 있을 뿐이다. 햣켄의 <노라야>가 마음에 쏙 들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
'나는 알려 받은 길로 들어가 그 집을 끝까지 확인하고서...' (98쪽)

'술집에서 알려 받은 모퉁이를 돌자...' (171쪽)

'...구역소에 들러서 알려 받은 대로...' (181쪽)


'알려 받은'이라니...???


"언제 동물원에 데려가 줘."
"어제 데려가 줄게."
"어제라니 언제?"
"어제는 엊그제의 다음 날이야."
"그럼 벌써 지나 버린 거잖아."
"아아 알겠다." 하고 누이가 끼어들었다. "오늘 데려가 주시고서 자고 일어나면 내일의 어제가 되겠네요." - P93

"난 거짓말은 해도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아." 하고 그가 말했다. 방침을 세워 두고서 거짓말을 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 P95

결국 백 세까지 살고서 관을 덮은 후 남은 친구들의 소회는 둘로 나뉠 것이 분명하다. 하나로 말하자면, 햣키엔 선생은 괘씸하다.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떠나 버렸다. 둘로 말하자면, 햣키엔 군 망설이지 말고 떠나시게. 돌아오면 안 되네. 어차피 언제까지 살아있든 빌린 돈은 갚지 못했을 테니 지금까지 빌린 건 탕감하기로 하지. 앞으로 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이쪽에겐 횡재일세. 나무아미타불. - P156

‘나‘라고 함은 문장상의 ‘나‘입니다. 저자 자신이 아닙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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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후는 작업이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 - P67

그는 글을 쓰는 순간에만 그렇게 자신이 사는 거주지의 한계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작은 것이 커졌고, 이름들은 힘을 잃게 되었으며, 도로의 동그란 머릿돌 틈새에 있는 밝은 모래는어떤 모래 언덕에서 뻗어 나온 것이었다. 하나하나의창백한 풀줄기는 사바나의 일부였다. - P38

마치 거기서 길이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거울에 비친 상에는 계절이 없었다. 하늘의 눈은 떠다니는 씨앗일 수 있었고, 땅 위의 눈은 떨어진 꽃잎일 수 있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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