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 반, 상상 반
조선시대 기록, 소문 등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추렸다. 단 한 줄의 기록이나 풍문일 뿐이라도 가벼이 다루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단편적인 정보를 어떻게 발전시켜 사고의 나래를 펼치는가를 주로 담고 있다. 흥미로운 괴물 이야기에 작가만의 상상력이 유쾌하다. 기록 한 줄로 존재했던 용손이나 강철이 어떤 식으로 상상을 거쳐 확장되어 이야기로 탄생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이 '정보+상상=이야기'의 구성이다 보니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다가다 만나는 인터넷상의 글과 같이 스쳐가는 단편적인 포스팅 정도로 충분한 내용이지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룬 괴물들은 작가의 <한국 괴물 백과>에서 이미 다룬 것들이다.
몇 해 전, 한국 괴물 채집 관련한 책이 붐을 이룬 적이 있었다. 펀딩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후 이에 힘입어 현재도 텀블벅에선 출판 카테고리에서 식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어쨌든 한국 괴물과 관련해서는 곽재식의 <한국 괴물 백과>를 빼놓으면 섭하다. (표지 디자인 때문에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개취의 영역으로 남기고 싶다.)
펀딩계의 전설 <동이귀괴물집>의 출판본(?) <한국 요괴 도감>
할말하않.

어린이일 적 조카님과 함께 재미있게 읽었던 책.
조카님은 <이상한 용손 이야기>에서 몸에 용손의 상징인 비늘을 가진 주인공의 그림을 보고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나는 같은 시리즈로 나온 정세랑 작가의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을 즐겁게 읽었다. 조카님은 예상 밖으로 심드렁했는데, 아무래도 어릴 적 여러 매체에서 씨름을 보고 자란 나의 세대와는 다른 시대인 까닭인 것 같다. 씁쓸하구먼.
오, 세트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