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こんとん
유메마쿠라 바쿠 / 偕成社 / 2019년 1월
평점 :
신비로운 생명체 こんとん(혼돈)이 있다. 어디가 앞인지, 무얼 먹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있다, 혼돈이.
발은 여섯 개, 날개가 여섯 개 달린 혼돈은 눈도 귀도 코도 입도 없는 모양새다.
그래도 혼돈은 눈도 없고 입도 없지만 분명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인간들은 혼돈에게 만들어 주기로 했다. 눈과 귀와 코와 입을.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콧구멍을 만들어 주고 일곱 번째 구멍을 만든 순간...!
<음양사>로 유명한 유메마쿠라 바쿠가 환상의 생명체 '혼돈'을 이야기한다. 이미 만화의 지평을 넓혀 예술로 승화시킨 마츠모토 타이요의 그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도 견주어 볼 수 없다. <철콘 근크리트>, <핑퐁> 등 뛰어난 작품이 많지만 <죽도 사무라이>에서 보였던 발군의 창의력이 돋보인다. 환상의 세계를 다루면서 일본의 시대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사실 이 혼돈은 원형이 있다. 중국 신화의 제강(帝江 )이 그것이다.
『 제강(帝江)은 즉 혼돈(混沌)의 신이다. 호문환도설(胡文煥圖說)에서 말하기를, "천산(天山)에 어떤 신이 있는데, 형상은 가죽 자루처럼 생겼으며, 등 위쪽은 불그스레한 것이 불꽃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가 있으며, 한 덩어리로 되어 있어 얼굴과 눈이 없다. 본디부터 가무(歌舞)를 안다. 이름은 제강이라 한다."라고 했다.『장자(莊子)ㆍ응제왕(應帝王)』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故事)가 실려 있다. 즉 남해(南海)의 임금[帝]을 숙(書)이라 하고, 북해(北海)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混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자주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은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깊은 호의에 보답하려고 상의했다. 그들은 생각하기를, 사람은 누구나 눈ㆍ귀ㆍ코ㆍ입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오직 이 혼돈에게만 없으니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날마다 구멍 하나씩을 뚫어주었는데, 7일째에 구멍을 뚫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래된 우언(寓言)으로, 분명 오래된 신화를 근거로 했을 터인데, 제강은 바로 오래된 혼돈신의 원형이다.』
- 출처 : 고본산해경도설 上
이러한 혼돈을 거쳐 세상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탄생설화의 함의를 담고 있다.
이 그림책에서는 하늘에서 놀던 혼돈이 지상으로 내려와 지내다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옛날이야기처럼 정감 있으면서도 함축적인 그림이 신비로운 혼돈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냥 있는 것도 아니야
혼돈은
이름이 아니야, 여태껏 이름이 아니었으니까
이름이 아니니가 누구도 아니야
누구도 아니니까 누구도 아니라서 누구도 아니게 된 거야.
그게 혼돈'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와 환상적인 그림의 조화가 독자를 빨아들인다.
혼돈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