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와 페소아들 제안들 6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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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가 그를 믿기를 바랐다면,
당연히 내게로 와서 말을 걸었겠지" - P61

시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으로 쓰였기 때문에 사랑의 시라고 하는 것이다. 시인은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했지, 사랑이란게 존재했기 때문에 사랑한 게 아니었다.

- P109

현대에 들어서서야 새삼스럽게, 우리는 볼테르가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있다면 지구는 우주의 정신병 환자 수용소일 것이라고 한 말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사실은 다른 행성에 생명이 있든 없든 간에, 우리는 정말로 하나의 정신병 환자 수용소이다. 우리는 이미 정상에 대한 감각은 전부 잃어버린 삶을 살고 있고, 건강이 질병의 허락을 받아 사는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 P132

사물을 볼 때마다 거기에 있는 것 말고 뭔가 다른 것을 보는 사람은 그 사물을 볼 수도, 사랑할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무언가를 "신"이 창조했다는 이유로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그것이 그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떠올리는 가치만 부여하는 것이다. 그의 눈은 그 사물을 바라보고 있을지 몰라도, 그의 생각은 어딘가 다른데에 있는 것이다. - P136

그리고 결국 그들이 저지른 그런 행동을 보고는, 스스로 의문스러웠다. 행동하는 게 고통스럽다면, 난 뭣하러 그렇게나 많이 생각했던가? - P174

나는 나를 둘러싼 것들, 혹은 한때 나를 둘러쌌던 것들에 불만이 없다. 아무도, 어떤 방식으로도 나를 잘못 대한 적이 없다. 모두가 나에게 잘 대해줬다, 단, 거리를 두고. 나는 곧 그 거리가 내 안에 있다는 걸, 내게서 비롯됨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착각 없이, 늘 존중받아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애정, 아니면 사랑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나는 오늘, 그럴 수 없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훌륭한 자질도 있었고, 강렬한 감정들도 있었고 ㅁ도 있었지만 -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지지 못했다. - P174

"나는 불수라서 살기 위해 창문가에 있어야 하죠. 내가 살기 위해 가진 것이라고는! (…) 난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신이었고, 그 후로는 내내 슬펐죠. 대체 누가 나 같은 걸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지만, 결국 아무도 못 찾겠어요, 상상 속에서조차도."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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