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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뭐라도 합시다> 이 책의 표지는 마치 담벼락에 A4 용지를 붙여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그 안에는 '알아서 기지 맙시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합시다'라는 문장들이 들어가 있다. 마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던 그런 느낌이 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표지의 글이다. 그래서 위에 제목으로 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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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정상인걸까. 이 책에 대한 대부분의 리뷰를 살펴보면서 느낀건데, 젊은 층들(특히 대학생들을)의 거의 모든 이들이 리뷰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다'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겠지. 정치에 관심이 있건 없건간에 행동하지 않는 젊은 층이 많이 있다는 것 말이다. 관심이 없으니 외면하는 꼴. 근데 이 책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무관심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겐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나는 이철희 소장을 "썰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하게 됐다. 사실 매번 뉴스에서 보는 내용들을 다루는 앞쪽 이야기들 보다는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는(지금은 그 거침없음이 좀 덜한 듯 하지만) 뒷쪽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보기 시작했었다. 근데 보다보니까 앞쪽의 내용들이 뒷쪽의 내용들보다 흥미롭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선택과 집중- 뉴스에서는 다루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이야기를 해 줘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더불어서 한 가지 이슈에서 뻗어나오는 다양한 정치 관련 이야기도 나와서 요즘은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 여기서 나와 생각이 많이 비슷한 이철희 소장을 발견했다. 늘 강용석 변호사와 티격태격 싸우면서 입씨름을 하고는 있지만, 늘 나는 이철희 소장의 이야기에 더 호감을 느낀다. 그는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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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일했으면서도, 책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꽤나 객관적이다. 인간적인 면과 정치적으로 걸어온 미래 지향적인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향은 높게 평가했지만, 그가 잘못 시도했던 정책들에 대해서는 '조광조'와 빗대어서 설명하면서 하나하나 꼬집어 놓았다. 박근혜 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그녀가 어떻게 정치를 했는지, 2012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냉철한 분석을 해 놓았다.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김대중에 대한 평도 실려 있다. 안철수에 대한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현실과 잘 들어맞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놀랍다. 역시 정치 연구소 소장의 심미안.
이철희 소장은 현재의 진보는 사분오열 되어서 똘똘 뭉쳐 있는 보수를 이길 힘이 없다고 본다. 진보가 보수를 이길 수 있는 힘은 확실한 민생 중심 정책을 내 놓아서 미래를 제시하는 것. 보수는 조선시대 사림으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아주 뿌리깊은 조직이다. 친명이었던 그들이 일제시대에는 친일로 있다가 이승만 정권때 권력을 잡았고, 그 이후로도 우리나라는 보수가 우세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진보는 미래를 위한 뜬구름을 잡지만 보수는 현실을 위한 이야기들을 하니까.
진보가 나아갈 길은 꽤 멀어보인다. 하지만 그들도 어떤 구심점을 이룰만한 리더를 잘 만난다면 정권 교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 정치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해도 어딘가에 글을 쓰거나 성토하거나 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조금 생각을 바꿨다. 가장 많이 와 닿았던 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담화문 중 책에 발췌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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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 안하면 됩니다.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면 힘이 커집니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됩니다. 하려고 하면 너무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는 길도 있습니다. 탄압을 해도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맙니다. 보고만 있고, 눈치만 살피면 악이 승리합니다. 투쟁에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비폭력 투쟁을 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을 동원하되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p.39
나는 한 페이지 정도에 써 있는 이 글을 옮기고 싶었다. 구구절절, 이철희 소장이 책에서 하고 싶은 내용이 축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제대로 알고, 똑바로 쳐다보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