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 인생에 대한 짧은 문답
김원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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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신호등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멈춰, 위험해, 안전해, 조심해,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 그대로 쭉 가도 좋아.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격하게 공감했던 여주인공의 나레이션이었다. 살다보면 이런 생각을 한 두 번 하게 되는 게 아니다. 삶이란게 참... 뜻대로만 되지 않는데다가, 지금 내가 잘 가고 있나 한 번씩 의문이 들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사랑이든 일이든 그 어떤 일이든)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하고, 그런데도 멈출 수는 없고, 용기를 낼 용기는 없고, 어찌 어찌 떠밀려서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씩은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다. 그게 제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라도 예외없이 한 번씩은 말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인생에서 청춘이라 불리는 시기가 아닐까. 아무래도 모든 것이 낯설고 정신없는 사회에 내던져진 청춘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 필연을 갖추고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의 대한민국처럼 청춘이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청춘들. 어딘가에 기대서라도 현실을 이겨내고 싶은 연약한 청춘들. 그런 청춘을 닮은 푸른 색의 표지가 나를 반긴다. 책장을 넘기면 책의 제목이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인 이유인 듯 보이는 글귀가 손글씨로 등장한다.

 

봄꽃에겐 스펙도 없다. 그저 먼저 피어나온 놈이 최고인거다. 그것은 마치 운동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꽃들은 마치 달리기 선수처럼 죽자고 앞을 향해 달린다. 봄꽃들은 왜 그토록 환장하게 피어나는가? 무엇을 위해서 꽃은 피는가? 꽃들은 저자신을 위해서 피지 않는다. 꽃들은 제 종족을 위해서 핀다. 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을 위해서 핀다. 그것이 꽃들이 영원한 이유다. 우리들의 봄날이, 우리들의 청춘이 그러하듯이.

 

꽃이 피는 이유는 영원을 위해서라고. 봄이 오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어 치열하게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내일의 나를 위해서. 저자는 이제 막 세상이라는 곳에 피어난 청춘들은 꽃과 같다고 생각한 듯 하다. 연약하고 아름답지만 봄이 지나면 내일을 위해 지는 꽃 같은 청춘. 책은 그런 청춘들이 물어온 질문에 대해 청춘을 이미 보낸 선배가 건네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사실, 기존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헌데 이렇게 하세요,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됩니다,라는 식의 글이 아니라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면서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하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고 있자면 설교 같은 것을 듣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친한 선배와 오랜만에 앉아서 툭 하고 던져 놓은 물음에 선배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느낌. 아무래도 <문답>이라는 형식을 빌려와서겠지만, 훨씬 받아들이기가 편안하다. 게다가 저자는 '보통의 멘토'들과는 다른, 괴짜 성질이 다분한 사람이라서 평범하지만은 않은 답들도 속출했다.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고, 내가 격하게 공감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한 질문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였다.

 

 

 

# 아직도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못 찾았습니다.

아직도 제가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제가 가고 싶은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26쪽)

 

 

 

 

 

이건 내가 한 질문인가.. 했던 질문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건지. 지금 잘 가고 있는 건지 너무 막막한 느낌일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런 내게 가장 와 닿았던 건 '눈 앞에 나타난 그 길을 걸어가라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좀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이 길 저 길 닥치는 대로 걸어가 보라고. 걷다보면 새로운 길이 나타날거고, 지금까지 걸어온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길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그렇게 계속 선택을 하면서 걸어가는 그 길이 <나의 길>이 되는 거라고 말이다.

그 선택이 바로 <나의 길>이 되는 것이죠. <나의 길>은 내 앞에 놓인 길을 꾸준히 걸어감으로써 찾게 되는 거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나보다 훨씬 먼저 길을 걸어갔던 언니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그 언니들도 내게 해 주는 이야기는 저자와 다르지 않았다. 망설이지 말고 뭐든 다리를 뻗어보라고. 그래서 일단 거기로 가 보라고. 그러면 다른 길이 보일 거고 그와는 또 다른 길도 보일거라고. 아직까지 꽤 주춤주춤 하고 있는 내게는 많이 와닿는 이야기들이다. 꾸준히 걸어감으로써 찾게 되는 <나의 길>. god의 노래 가사에도 나오지 않나.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 지 그곳은 어딘지 알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그래도 걸어가야만 하는 거라면 이젠 주춤거리지 말고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질문.. 나 말고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조금 위안을 얻었다. 나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거니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막막할 때, 고민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나 혼자 뒤쳐지는 느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주저주저 하고 있는 사이, 나와 동일선에 있던 사람들은 저만치 먼저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초조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안 순간 묘하게 안도감이 밀려왔다. 사실은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지만, 마주하고 보니 정말이구나 싶은 진실로의 안도. 흔들리는 것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 그래서 이 책은 청춘들이 읽기를 권한다.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사랑에 아프고 현실에 힘들고 아픈 그런 청춘들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손글씨로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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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행 - Travel Essay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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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삶이 미치도록 힘이 들 때, 도망가고 싶을 때, 무료할 때,

즐거울 거리를 찾고 싶을 때, 날이 너무도 좋아서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때.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를 붙잡는 건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라는 명목들이다.

사실 이런건 핑계에 불과하고 용기가 없는 것 뿐이지만.


낯선 곳에 나를 던지는 건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는 아직 해외 여행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하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난생 처음 가보는 곳에 혼자서 걸어다니면서 이것저것을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도 한 몫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내게는 모험심 같은 건 탑재되어 있는 것 같지 않고.. 그런데 작가는 199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이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곳의 일들을 기록했다. 새삼, 1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용기를 가진 작가에게 무언의 박수부터 보내면서 책장을 넘겼다.


여러가지 시선으로 담긴 사진들로 인해 예쁜 책이다.

눈이 자꾸 가는 사진들이 있어서 자꾸 책장을 멈추게 된다. 보고 또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사진들. 아마 작가도 나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뷰파인더로 비추어 본 세상이 예뻐서 셔터를 눌렀을테고, 찍어 놓고 보니 실제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또 달라서 또 들여다 보게 됐을 거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 책을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꿈이지 않을까 싶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더불어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또 다른 느낌들이 합쳐지니까. 책을 보면서 혼자서 하는 여행은 어쩌면 철저히 혼자가 되는 여행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들을 많이 카메라에 담았는데, 아마도 '사람'을 통해서 느꼈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싶어서가 아닐런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작가는 무조건 떠났다고 적었다. 그리고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얻은 것도 많다고 적었다. 정말 그럴까.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용기가 없는 나는 작가의 그 '무작정' 갈 수 있는 모든 게 부럽고 부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예쁘고 좋은 것들과 센치해지는 것들과 몇 줄의 감정들이 함께 있는 책.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짧게 풀어 쓴 읽기 쉬운 책이라,

여행이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도 잘 들어있고..

무엇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는 것.

하지만 오늘도 용기가 부족한 나는 조금 뒤로 여행을 미루고 책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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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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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 책의 표지는 마치 담벼락에 A4 용지를 붙여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그 안에는 '알아서 기지 맙시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합시다'라는 문장들이 들어가 있다. 마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던 그런 느낌이 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표지의 글이다. 그래서 위에 제목으로 적게 되었다.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정상인걸까. 이 책에 대한 대부분의 리뷰를 살펴보면서 느낀건데, 젊은 층들(특히 대학생들을)의 거의 모든 이들이 리뷰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다'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겠지. 정치에 관심이 있건 없건간에 행동하지 않는 젊은 층이 많이 있다는 것 말이다. 관심이 없으니 외면하는 꼴. 근데 이 책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무관심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겐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나는 이철희 소장을 "썰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하게 됐다. 사실 매번 뉴스에서 보는 내용들을 다루는 앞쪽 이야기들 보다는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는(지금은 그 거침없음이 좀 덜한 듯 하지만) 뒷쪽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보기 시작했었다. 근데 보다보니까 앞쪽의 내용들이 뒷쪽의 내용들보다 흥미롭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선택과 집중- 뉴스에서는 다루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이야기를 해 줘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더불어서 한 가지 이슈에서 뻗어나오는 다양한 정치 관련 이야기도 나와서 요즘은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 여기서 나와 생각이 많이 비슷한 이철희 소장을 발견했다. 늘 강용석 변호사와 티격태격 싸우면서 입씨름을 하고는 있지만, 늘 나는 이철희 소장의 이야기에 더 호감을 느낀다. 그는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없기 때문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일했으면서도, 책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꽤나 객관적이다. 인간적인 면과 정치적으로 걸어온 미래 지향적인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향은 높게 평가했지만, 그가 잘못 시도했던 정책들에 대해서는 '조광조'와 빗대어서 설명하면서 하나하나 꼬집어 놓았다. 박근혜 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그녀가 어떻게 정치를 했는지, 2012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냉철한 분석을 해 놓았다.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김대중에 대한 평도 실려 있다. 안철수에 대한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현실과 잘 들어맞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놀랍다. 역시 정치 연구소 소장의 심미안.

 

이철희 소장은 현재의 진보는 사분오열 되어서 똘똘 뭉쳐 있는 보수를 이길 힘이 없다고 본다. 진보가 보수를 이길 수 있는 힘은 확실한 민생 중심 정책을 내 놓아서 미래를 제시하는 것. 보수는 조선시대 사림으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아주 뿌리깊은 조직이다. 친명이었던 그들이 일제시대에는 친일로 있다가 이승만 정권때 권력을 잡았고, 그 이후로도 우리나라는 보수가 우세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진보는 미래를 위한 뜬구름을 잡지만 보수는 현실을 위한 이야기들을 하니까.

 

진보가 나아갈 길은 꽤 멀어보인다. 하지만 그들도 어떤 구심점을 이룰만한 리더를 잘 만난다면 정권 교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 정치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해도 어딘가에 글을 쓰거나 성토하거나 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조금 생각을 바꿨다. 가장 많이 와 닿았던 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담화문 중 책에 발췌된 부분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 안하면 됩니다.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면 힘이 커집니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됩니다. 하려고 하면 너무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는 길도 있습니다. 탄압을 해도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맙니다. 보고만 있고, 눈치만 살피면 악이 승리합니다. 투쟁에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비폭력 투쟁을 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을 동원하되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p.39

 

 

 

 

나는 한 페이지 정도에 써 있는 이 글을 옮기고 싶었다. 구구절절, 이철희 소장이 책에서 하고 싶은 내용이 축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제대로 알고, 똑바로 쳐다보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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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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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채 펴 보지 못한 꽃인 것만 같은 이름 김광석. 짧은 생을 살다가 갔고, 그러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김광석은 김광석이라는 이름만으로 울림을 주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가수이다. 그의 목소리는 삶에 지친 현실의 누군가에게 언제나 위로가 되어 주었고, 아마도 훗날의 누군가에게 또 위로를 주고 있을테다. 나는 그가 활동했던 시기를 같이 보내지는 못했다. 그때 나는 고작 어린 아이였던 걸. 하지만 그의 노래는 안다.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안다. 그의 노래와 그의 목소리는, 참 따뜻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만든 노래조차 자신의 이야기로 소화해서 부르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의 '서른 즈음에'나 '이등병의 편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모두가 김광석 본인이 쓴 가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모든 이야기는 김광석을 거침으로써 나에게도 와닿는 이야기가 된다. 그의 깊이 있는 목소리는 일반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일반화 시켜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는 묘한 마법을 부린다. 노래를 깊숙히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내 살아생전 또 볼수나 있을런지.

 

 

 

가끔씩 우리의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도대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사랑이라 말하지만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는 거지.

남지 않을 그 무엇이어도 좋다.

우리는 미워하며 사랑을 배우는가.

27쪽. <흐린 마음>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의 끝은

끝없는 관념 속의 바다 그 심연을

오르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다.

118쪽. <심연>

 

 

 

 

<미처 다 하지 못한>이라는 김광석의 에세이는 김광석이라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책 구석구석, 왜인지 김광석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저 짤막하게 적어놓은 일기와 메모들을 모아 놓았을 뿐인데, 그 글들이 묘한 울림을 준다. 나는 일기에 저렇게 누군가가 읽으면 울림을 받을만한 글들을 쓴 적이 있던가. 괜스레 내 일기와 비교해보게 되면서 나를 반성하게 된다. 그의 글들은 불안한 청춘들의 마음이 실려 있다. 아픈 사랑의 상처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실려 있다.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들도 실려 있고, 늦은 밤 술에 취해 두서없이 던진 말들도 실려 있다. 근데 왜인지 이 책은 김광석의 예의 그의 노래들처럼, 그냥 마음에 와 닿는 바가 크다. 설사 그게 별 말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가 적은 글들을 보고 있자니, 그가 너무 일찍 간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의 생각을 잠시나마 들여다 본 것만으로 느껴지는 바가 꽤 있는데, 그가 나이를 먹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었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줬을 거란 말인가. 나는 아쉽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적 없다는 것이 말이다. 목소리를 들어봤다면 이 글들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렸을 테니 말이다.

 

 

 

 

 

 

 

너를 만난 세상

우연 속에서 잊히지 않는

너의 모습 그리며 우네

긴 세월 흘러간 줄 알았는데

모두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이 밤 또 다가와 내 마음을 울려요

 

꿈처럼 흘러간 줄 알았는데

흔적 모두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지나는 가로수 잎새마다 이슬이

눈물처럼 다가와 마음처럼 흘러요

206-207쪽. <무제 21>

 

 

 

 

책에는 미처 발표되지 못한 미완의 가사들이 실려 있다. 5집을 준비하다 세상을 떠난 그이기에 그가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곡과 함께 앨범에 실렸을지도 모를 그런..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가사는 노래의 일부분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의 글들은 모두 가삿말 같았다. 피식 웃음 나는 글들도, 툭 던진 말로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글들도, 미처 완성되지 못한 가사들도 모두 다.

 

조금더 그와 공감할 수 있을 무언가가 있다면 좀 더 깊숙히 내게 다가왔을테지만, 왜인지 겉면만 핥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인지 그를 더 알고 싶은 마음만 커져서다. 아쉽다. 좀 더 일찍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지금 이 책이 참 소중했을텐데. 아저씨는 왜 그렇게나 젊은 나이에 간거예요, 도대체!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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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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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에도 역시나 내가 선택했던 책이 도착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나 내가 선택한 책들은 채택되지 않는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6개월째라서 그런지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 없이 받아든 최인호 유고집 <눈물>. 따끈따끈하게 도착한 택배박스를 뜯어서 책을 받아들고 첫 책장을 넘겼을 때 조금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첫 장을 넘겼을 때 본 사진이 띠지에 새겨져 있던 묵주여서다. 설마, 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인 입장은 갖고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책이면 아무래도 낯설고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최인호 작가의 글은 읽기 쉽고 편한 글인데,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던 걸 보면 내게는 조금 힘든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모든 상황을 이기고 꽤 진득하게 읽은 <눈물>은, 암선고를 받고 투병하는 기간동안 작가가 편지형식으로 쓴 글이다. 받는 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여러 편의 편지를 통해 구구절절 간절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신앙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그래서 생각한게, '뼛속까지 개그맨'을 지칭하는 요즘말 '뼈그맨'이 있듯이 최인호 작가는 '뼈작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글을 쓰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아픈 와중에도 열정을 가지고 소설 하나를 2개월만에 탈고 해 냈으니 말이다. 강한 항암제때문에 손톱과 손가락에 진물이 나와 연필을 잡을 수도 없을만큼 힘들었지만, 손에 골무라도 끼고 집필을 마무리했다던 그의 이야기는 일반 범인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열정이었다. 물론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작가의 글들로 인해 죽음이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만들었지만, 그보다 내게 더 많이 다가왔던 것은 '열정'이라는 한 단어였다. 나는 언제 이리도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던가, 아니 그보다 먼저 죽는 순간까지도 놓고 싶지 않은, 내가 평생에 이렇게나 열정을 바칠만한 일을 찾을 순간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들로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 책을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한다. 잘 가는 방법, 혹은 이별하는 방법 등등. 하지만 내게 죽음보다 열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열정이라는 단어가 죽음보다 더 가까운 나이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요즘의 무던하고 답답한 상황들에 대한 자기 반성이기 때문에.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죽.고.싶.습.니.다. 33

 

천주교의 성서 이야기들과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고백 사이, 제일 와 닿았던 그의 글 한 구절. 죽는 그 순간까지 작가이고 싶었던 그의 열정이, 금새 포기하고마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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