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 인생에 대한 짧은 문답
김원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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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신호등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멈춰, 위험해, 안전해, 조심해,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 그대로 쭉 가도 좋아.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격하게 공감했던 여주인공의 나레이션이었다. 살다보면 이런 생각을 한 두 번 하게 되는 게 아니다. 삶이란게 참... 뜻대로만 되지 않는데다가, 지금 내가 잘 가고 있나 한 번씩 의문이 들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사랑이든 일이든 그 어떤 일이든)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하고, 그런데도 멈출 수는 없고, 용기를 낼 용기는 없고, 어찌 어찌 떠밀려서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씩은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다. 그게 제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라도 예외없이 한 번씩은 말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인생에서 청춘이라 불리는 시기가 아닐까. 아무래도 모든 것이 낯설고 정신없는 사회에 내던져진 청춘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 필연을 갖추고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의 대한민국처럼 청춘이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청춘들. 어딘가에 기대서라도 현실을 이겨내고 싶은 연약한 청춘들. 그런 청춘을 닮은 푸른 색의 표지가 나를 반긴다. 책장을 넘기면 책의 제목이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인 이유인 듯 보이는 글귀가 손글씨로 등장한다.

 

봄꽃에겐 스펙도 없다. 그저 먼저 피어나온 놈이 최고인거다. 그것은 마치 운동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꽃들은 마치 달리기 선수처럼 죽자고 앞을 향해 달린다. 봄꽃들은 왜 그토록 환장하게 피어나는가? 무엇을 위해서 꽃은 피는가? 꽃들은 저자신을 위해서 피지 않는다. 꽃들은 제 종족을 위해서 핀다. 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을 위해서 핀다. 그것이 꽃들이 영원한 이유다. 우리들의 봄날이, 우리들의 청춘이 그러하듯이.

 

꽃이 피는 이유는 영원을 위해서라고. 봄이 오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어 치열하게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내일의 나를 위해서. 저자는 이제 막 세상이라는 곳에 피어난 청춘들은 꽃과 같다고 생각한 듯 하다. 연약하고 아름답지만 봄이 지나면 내일을 위해 지는 꽃 같은 청춘. 책은 그런 청춘들이 물어온 질문에 대해 청춘을 이미 보낸 선배가 건네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사실, 기존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헌데 이렇게 하세요,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됩니다,라는 식의 글이 아니라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면서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하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고 있자면 설교 같은 것을 듣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친한 선배와 오랜만에 앉아서 툭 하고 던져 놓은 물음에 선배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느낌. 아무래도 <문답>이라는 형식을 빌려와서겠지만, 훨씬 받아들이기가 편안하다. 게다가 저자는 '보통의 멘토'들과는 다른, 괴짜 성질이 다분한 사람이라서 평범하지만은 않은 답들도 속출했다.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고, 내가 격하게 공감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한 질문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였다.

 

 

 

# 아직도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못 찾았습니다.

아직도 제가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제가 가고 싶은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26쪽)

 

 

 

 

 

이건 내가 한 질문인가.. 했던 질문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건지. 지금 잘 가고 있는 건지 너무 막막한 느낌일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런 내게 가장 와 닿았던 건 '눈 앞에 나타난 그 길을 걸어가라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좀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이 길 저 길 닥치는 대로 걸어가 보라고. 걷다보면 새로운 길이 나타날거고, 지금까지 걸어온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길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그렇게 계속 선택을 하면서 걸어가는 그 길이 <나의 길>이 되는 거라고 말이다.

그 선택이 바로 <나의 길>이 되는 것이죠. <나의 길>은 내 앞에 놓인 길을 꾸준히 걸어감으로써 찾게 되는 거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나보다 훨씬 먼저 길을 걸어갔던 언니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그 언니들도 내게 해 주는 이야기는 저자와 다르지 않았다. 망설이지 말고 뭐든 다리를 뻗어보라고. 그래서 일단 거기로 가 보라고. 그러면 다른 길이 보일 거고 그와는 또 다른 길도 보일거라고. 아직까지 꽤 주춤주춤 하고 있는 내게는 많이 와닿는 이야기들이다. 꾸준히 걸어감으로써 찾게 되는 <나의 길>. god의 노래 가사에도 나오지 않나.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 지 그곳은 어딘지 알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그래도 걸어가야만 하는 거라면 이젠 주춤거리지 말고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질문.. 나 말고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조금 위안을 얻었다. 나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거니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막막할 때, 고민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나 혼자 뒤쳐지는 느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주저주저 하고 있는 사이, 나와 동일선에 있던 사람들은 저만치 먼저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초조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안 순간 묘하게 안도감이 밀려왔다. 사실은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지만, 마주하고 보니 정말이구나 싶은 진실로의 안도. 흔들리는 것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 그래서 이 책은 청춘들이 읽기를 권한다.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사랑에 아프고 현실에 힘들고 아픈 그런 청춘들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손글씨로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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