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행 - Travel Essay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삶이 미치도록 힘이 들 때, 도망가고 싶을 때, 무료할 때,

즐거울 거리를 찾고 싶을 때, 날이 너무도 좋아서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때.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를 붙잡는 건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라는 명목들이다.

사실 이런건 핑계에 불과하고 용기가 없는 것 뿐이지만.


낯선 곳에 나를 던지는 건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는 아직 해외 여행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하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난생 처음 가보는 곳에 혼자서 걸어다니면서 이것저것을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도 한 몫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내게는 모험심 같은 건 탑재되어 있는 것 같지 않고.. 그런데 작가는 199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이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곳의 일들을 기록했다. 새삼, 1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용기를 가진 작가에게 무언의 박수부터 보내면서 책장을 넘겼다.


여러가지 시선으로 담긴 사진들로 인해 예쁜 책이다.

눈이 자꾸 가는 사진들이 있어서 자꾸 책장을 멈추게 된다. 보고 또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사진들. 아마 작가도 나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뷰파인더로 비추어 본 세상이 예뻐서 셔터를 눌렀을테고, 찍어 놓고 보니 실제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또 달라서 또 들여다 보게 됐을 거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 책을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꿈이지 않을까 싶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더불어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또 다른 느낌들이 합쳐지니까. 책을 보면서 혼자서 하는 여행은 어쩌면 철저히 혼자가 되는 여행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들을 많이 카메라에 담았는데, 아마도 '사람'을 통해서 느꼈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싶어서가 아닐런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작가는 무조건 떠났다고 적었다. 그리고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얻은 것도 많다고 적었다. 정말 그럴까.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용기가 없는 나는 작가의 그 '무작정' 갈 수 있는 모든 게 부럽고 부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예쁘고 좋은 것들과 센치해지는 것들과 몇 줄의 감정들이 함께 있는 책.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짧게 풀어 쓴 읽기 쉬운 책이라,

여행이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도 잘 들어있고..

무엇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는 것.

하지만 오늘도 용기가 부족한 나는 조금 뒤로 여행을 미루고 책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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