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1 :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노자, 도덕경 시리즈 1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구 중 하나가 장자 외물편에 나오는 득어망전(得魚忘筌)이다. 득어망전은어떻게 하면 말을 잊은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을까?”로 끝이 난다. 말을 잊은 사람과 함께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이 역설은 말의 효용성과 한계성을 분명히 드러내준다. 말은 의사소통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지만 마음과 마음을 온전히 잇는 방법, 곧 서로를 참되게 이해하는 수단으로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가 된다.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의 저자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책제목처럼 저자는 참된 진리는 일상의 언어로는 전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에 일단 동의하지만, 그의 논지는  한편으로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진리는 일반인이 도달할 수 없고 특별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어떤 신비하고 초월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진리를 종교의 위치에 올려놓고 그의 주장을 절대화시키고 있다. 물론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구도의 자세, 곧 종교적인 색채를 띌 수는 있지만,  모든 진리를 통달한 붓다가 범인들을 향하여 설법을 펼치는 것과 같이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쓰기는 나의 마음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평소 노장사상을 좋아했지만,  사상가로서 노자가 아닌 신적 위치에 있는 노자는 부담스럽고 거부감마저 들었다.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문화우월주의적인 입장에서 노자를 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흠결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서양철학보다 동양철학을 더 좋아하지만, 동양 철학이 서양 철학보다 우위에 있다는 식의 접근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저자는 노자 사상을 절대우위에 두고 나머지 철학들 특별히 서양철학을 지나치게 폄훼하고 있고, 더 나아가 동양 문화가 서양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문화우월주의가 글 전반에 깔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의 도덕경은 여전히 매력적인 책이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지만 내용은 심오하다. 간결한 그 문장 속에는 많은 빈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것이 노자의 매력이 아닐까?  

  그리고 저자는 노자의 이 매력을 십분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나를 조금 불편하게 한 부분이 있었을지라도, 저자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바라보고, 그 달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전해주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다른 노자의 책들보다 장점이 이것이다. 저자는 그 안에 있는 진의를 끌어내어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즉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는 노자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나름대로 장점과 특점들이 있는데, 이 책은 노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노자를 읽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