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자끄 엘륄 총서 9
자끄 엘륄 지음, 김은경 옮김 / 대장간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수는 참 하나님이요 참 사람이다. 그러나 이 교리를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해하기 힘든 이 교리로 인해 초대 교회 때부터 많은 오해와 이단들이 발생했다. 오늘날에는 적어도 교회 내에서는 이 교리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없다.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신앙인이라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 교리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 예수님이 참 사람이요 참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고백하지만, 우리의 이성이 한계로 인해, 예수를 신적인 측면을 더 크게 바라보던지 혹은 인간적인 측면을 더 크게 바라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소위 자유주의 신학 계통해서는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더 크게 부각한다. 인간이 따라야할 모범으로서의 예수의 삶과 인격을 강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 예수를 강조하게 된다. 반면에 복음주의 혹은 개혁주의 전통에서는 예수의 신성을 훨씬 더 강조하게 된다. 그 이유는 죄악으로 부패한 인간 실존의 위기에서 구원할 이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신 예수여야 하기 때문이다. 구원자 예수를 강조하다보니 당연히 신인 예수를 강조하게 된다.
복음주의가 강할수록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모습이 약화되기 쉽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복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크엘륄의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은 이러한 문제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오늘날 교회는 ‘인간으로 오신 예수’가 가진 풍성한 의미를 놓쳐버리고 있다. 엘뢸은 인간으로 오신 예수의 모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드러내 주고 있다.
특별이 이 책은 예수님이 공생애 시작 전 광야에서 받으신 3가지 시험을 통해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죄와 부패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예수가 받은 3가지 시험은 모든 인간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죄의 유혹을 대표하고 있다. 즉 예수가 받은 시험은 인류가 받은(혹은 받고 있고, 받게 될) 모든 시험을 대표해서 받는 것이며, 따라서 예수가 받은 이 시험은 바로 철저히 한 인간으로서 받은 시험이다. 엘륄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비록 예수가 인간으로 이 시험을 받았다할지라도, 예수가 과연 이러한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서 탐구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신학과 엘륄간의 미묘한 딜레마와 긴장이 있다. 엘륄은 인격적인 사단(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예수의 3가지 시험은 인간 내부에 있는 유혹의 상징인데, 예수 안에 어떻게 이러한 유혹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복음주의 신학에서는 이 시험이 사단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엘륄은 사단(인격적인)의 존재를 믿지 않고, 사단은 인간 내부의 악의 상징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기에, 어떻게 예수의 인격안에 이런 악이 자리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몰론 엘륄은 성공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성경에서 언급되고 있는 사단은 반드시 인격적인 악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엘륄의 말대로 우리 속에 있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상과 생각들을 지칭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격적인 사단의 존재 역시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두 사이에 균형 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창세기 3창의 뱀의 유혹과의 관련성을 볼 때, 예수를 시험한 자는 인격적인 존재라고 보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시험한 것이 사단이 아니라 인간의 인격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악(혹은 악의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예수의 시험을 고찰한 엘륄의 결론은 (인류의 대표로서 받은) 예수의 시험에 대한 보다 탁월하고 심오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예수의 인간되심”이 가지는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종교적 매너리즘에 빠져들기 쉬운 오늘날의 신앙 환경에서, 엘륄의 외침은 우리의 신앙을 깨워주는 경고의 나팔 소리라 할 만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