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머리 영어 독서법 - 영어가 만만해지고 좋아지는
최근주 지음 / 라온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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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의 기술적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생각으로, 애초부터 정보 습득의 목적이 강한 책 읽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재미가 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가끔은 육아서나 부모교육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저자의 진정성이 매 에피소드마다 느껴져 읽는 동안 마음이 흐뭇해진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이다.


<생각머리 영어 독서법>은 엄마표 영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책은 무엇을 선택해 어떻게 읽어야할지, DVD와 영상자료는 어떻게 활용하는게 효과적인지, 그리고 추천 자료 리스트까지 '엄마표 영어의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준다.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도 참 좋지만 그것보다 더욱 좋은 점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공들여 소상히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영어교육에 종사하는 저자와 주변인의 경험, 여러 학자의 글과 책을 인용하며 제시하기에 상당한 믿음을 준다. 책은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에 대한 상담집 내지 Q&A 모음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저자 최근주는 <크라센의 읽기 혁명>의 "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 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그리고 아이가 행복한 영어교육이 바로 다독에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4가지 원칙이 있는데 ① 좋아하지 않는 책은 그만 읽는다 ② 재미가 없으면 효과도 없다 ③ 좋아하면 몰입하고, 몰입하며 모국어처럼 습득한다 ④ 초반 레이스에 힘 빼지 말자 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공부에 행복한 기억을 가진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영어 안에서도(ex.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외우기, 유추하기 등) 각자 다른 장점을 드러낸다. 그러니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기보다 잘하는 부분을 칭찬해주고, 예전보다 더 잘하게 된 것을 격려해 주면 계속 영어를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영어 공부의 핵심은 '밥먹듯이 Reaing하라'는 것이다. 그냥 맛있게 매일 밥을 먹다보면 어느새 키가 커져 있듯이, 그저 재미있게 매일 영어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영어책을 술술 읽게 된다는 것! 단 어려서부터 한글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야만 그림을 관찰하고 전후 사정을 생각하며 스토리를 이해하는 훈련이 되고, 그 힘이 영어책 읽기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파닉스는 언제 할지, 모르는 영어 단어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북퀴즈나 워크북보다 가장 좋은 독후 활동은 아이가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영어책을 구해주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많이 읽으면 언젠가 잘 쓰게 되니 라이팅에 조바심을 내지 말라고 한다. 때가 되면 자연히 알을 낳을 텐데 '황금알을 넣는 거위'의 어리석은 농부같은 잘못을 범하지 말라는 것.


리딩과 라이팅은 영어 독서로, 리스닝과 스피킹은 영어 DVD로 기른다. 영어책과 DVD의 비율은 1:2가 적당하되 기질과 성향에 따라 조절한다. 영어 DVD는 살아있는 영어를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데다 그 과정이 쉽고 재미있어 좋다. 어릴 때 시작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은데, 그것은 정신 연령과 책(또는 DVD)의 레벨이 맞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지 못해 반복 학습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한글책을 읽음으로써 한글 실력이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처럼, 아이들도 영어책을 읽음으로써 영어 실력이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다. 영어 실력 자체를 목적으로 조바심 내지 않아도 건강한 과일나무가 때가 되면 열매를 맺듯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도 그 열매를 내놓을 것이다." (72쪽) "그래서 기다려야 하는 순간까지 기다릴 것이고, 틀린 것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잘한 점을 찾아서 아이에게 알려줄 것이다."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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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를 키우는 가족 놀이 100 - 최신 교육과정에 따른
이진영 지음 / 유아이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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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학부모들이 주로 고민하고 물어보는 내용을 중심으로 놀이를 엮었다. 그러나 단순히 고민과 놀이를 대응시킨 것은 아니다. 현재 초등 1,2학년에 적용되는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국어, 수학, 통합교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관된 놀이 활동을 배치한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한다고 한다.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기본생활습관을 형성하며 합리적 문제해결능력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결국 놀이와 학습, 그리고 교육과정을 통해 키우고자 하는 핵심역량은 모두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 미래의 슈퍼맨과 엄친딸을 꿈꾼다면 놀이에 관대해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놀이 활동은 인지 놀이, 신체 놀이, 사회 놀이, 정서 놀이의 네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자녀의 걱정스런 부분에 해당하는 놀이 활동을 찾아 실행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걱정거리의 교정보다 함께 노는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또는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골라 해보고 있다. 곱셈구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읽어야 가능한 '손가락을 펴요' 놀이와, 포스트잇에 애정 표현 미션을 적고 주사위를 던져 도착한 곳의 내용을 수행하는 '사랑 마블' 놀이가 괜찮았다.^^*



놀이는 초등 저학년인 1, 2학년에 맞춘 활동이라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그림으로 놀이 방법을 설명하고, 그 옆에 놀이 과정에서 오갈 대화와 팁을 배치해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놀이 대화의 마지막 대사를 특히 유념할 것을 저자는 당부하는데, 아마도 놀이 활동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과 심리적 보상을 주는 것이기 때문인 듯하다.



각 챕터의 앞부분에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신체적·사회적·심리적 특징 등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어 아이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초1이 알고 있는 단어수는 무려 7800개에 달한다는 것, 지칠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힘의 근원은 운동선수와 비슷한 탁월한 근육회복력에 있다는 것, 남아들은 여아에 비해 소근육 활용이 낮아 글쓰고 오리는 활동에서 낑낑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등이다. 초딩 아들과 함께 할 놀이를 알고자 책을 본 것인데 부수적으로 이런 고급 지식까지 얻게 되니 뿌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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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은 날 - 까칠한 열네 살을 위한 토닥토닥 책 처방전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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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사서교사인 저자 권희린 님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가진 선생님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며 책을 통해 함께 공감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책은 기본적으로 십대 청소년들을 독자로 삼고 있지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가기 싫은 날>의 문장은 톡톡 튀고 감칠맛이 난다. 어깨에 힘을 빼고 무게 잡지 않은 글은 쉽고 편안하다. "세상 모든 부모님의 잔소리를 모두 적어 내려가면 그 종이는 지구 두 바퀴를 돌고도 남지 않을까 싶어."(66쪽) 이처럼 유머와 위트가 배어 있는 문장은 읽는 이의 기분을 즐겁고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엄마의 잔소리야 하루이틀 듣는 게 아니지만, 유독 잔소리를 듣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꽁꽁 눌러두었던 화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올라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날이 있지. ( 중략) 정말 이런 날은 이불 꽁꽁 싸매고 방에서 나오기 싫은 날이야."(37쪽)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에피소드 하나에 한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책은 현재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에세이가 주를 이루지만, 곧 있으면 고전의 반열에 들어설 것 같은 비교적 최근의 성인 대상 책들도 들어 있어 폭넓고 다양하다.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그림책과 영화로 추가 팁을 제공하고,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는 책의 부드러움을 더한다.



인생은 고통 콘테스트가 아니야. 성적 하락 같은 생활 기스로 미래에 대한 엉터리 각본을 쓸 이유는 없어. 어차피 인생은 주관식이야.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아. 양치기 소년은 외딴 곳에서 혼자 일하며 느꼈던 소외감을 거짓말로 드러낸 걸지도 몰라 등등. 책은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유쾌하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저자의 밝음에 자연스레 동화되어 자기 안의 작고 소중한 씨앗을 움틔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공부하기 싫을 땐 책을 읽자고 권한다. 어리둥절한 얘기 같겠지만 학창 시절의 내가 실제로 그러했다.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그랬던 듯하다. 공부가 싫어서 딴짓을 하고 싶을 때의 책은 저자가 말하듯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어차피 그 책도 내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이니 재미는 보장된다. 아프리카에 산다는 스프링벅의 이야기는 충격이었고, 어릴 때 봤던 <꽃들에게 희망을>은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의 깊이에 놀란 문장이 있어 인용해 본다.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야. 대학부터 가고 보자. 다른 길에 대한 가능성은 공부 때문에 처음부터 차단당하지. 공부와 병행한 꿈은 지원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꿈은 포기부터 하게 만드는 거야.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일찍부터 새로운 길을 탐험하려는 용기를 잃고, 시도하지도 못한 일에 대한 '실패와 '좌절'을 배우게 되지." (75쪽)


공부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정말 멋져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선택도 100점이 될 순 없다. 하나의 선택지 밖에 가질 수 없는 인생이기에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필연적이다. 그러니 도전하고 결과를 만나보자. 미래는 고민하고 두드리는 자만이 열 수 있다.



<학교 가기 싫은 날> 책을 모두 읽고난 뒤, 지금 난 <그리스인 조르바>와 <공중 그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고 영화겠지만, 인생의 방향타를 점검하고 현실에 지쳐 힐링이 필요한 우리네 성인들에게도 훌륭한 처방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십대 청소년에게도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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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 10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이임숙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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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책이다. 십대의 자녀를 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는 20년 넘게 아동청소년상담을 맡아 온 저자의 내공과 경험을 온전히 드러낸 책이다. 1부는 청소년 문제의 사례와 현상, 2부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의 5가지 심리적 특성, 3부는 아이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5가지 실천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4부는 두가지 사례를 통해 앞서의 내용을 적용한 종합 정리 편이다.


책은 두루뭉술하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정면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한다. 청소년과의 대화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그 실제 사례와 대사(예시)를 직접 보여준다.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바로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얘기 없이 손에 잡힐 듯한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십대 자녀를 둔 부모의 실전 대화&행동 매뉴얼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고 감탄하며 읽었다. 마음에 새겨야 할, 꼭 기억해 둬야 할 내용이 많아 메모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노트는 몇 페이지를 훌쩍 넘어가 있었다. 책장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아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내용을 곱씹으며 부모인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마음에 콕 들어온 것만 정리해도 끝간데 없이 내용이 길어질 것이기에 몇 가지만 두서없이 적어보겠다. 앞뒤 맥락 없이 써서 감동이 덜하겠지만 이건 저자의 글 때문이 아니라, 이를 전하는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① 청소년기 아이가 충동적이고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아이의 마음과 의지가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기 뇌 성장의 물리적 특징이다.


② 부모의 잔소리는 십여년 동안 변함이 없었으나 아이는 하루하루 자라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더구나 청소년기라는 특별한 특성과 정체성의 격변기에 있기에, 부모가 예전과 똑같이 대했어도 아이의 반응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③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 아동청소년의 전전두엽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2015년 피츠버그, UC버클리, 하버드 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잔소리는 자녀의 이성적 사고를 멈추게 하고, 부정적 감정만 열어놓아 감정적 대응만 하게 만든다. '생각을 심는 백곰 실험'은 부정적인 말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반면에 웃음은 기억력과 면역력을 높이고 전두엽의 활동까지 증가시킨다.


④ 청소년기에는 성취해야 할 3가지 발달 과업이 있다. 신체적 성장(키/몸무게), 지적 성장(공부/체험), 그리고 마음의 성장(정체성)이다. 여기에 무엇이 우선이고 더 중요한가의 우열은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서울대 재학생의 46%, 전국 대학생의 43%가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거나 우울증을 갖고 있다. 무엇이 중헌디?


⑤ 아이의 태도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고,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차라리 아무래도 상관없는 척하는 것뿐이다. 덩치만 컸지 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것은 울며 떼쓰는 유아기의 아동과 같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온몸과 마음으로 보내는 구조신호로 접근하자.


⑥ 청소년기 부모는 상담자 역할을 해야 한다. 밥먹어, 밥먹자, 밥차려놨어 이 3가지의 차이점을 알자.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아무 때나 들이대면 스토커와 다름 없다. (사회에서 알게 된 관계가 불편한 사람에게 아무 때나 대화하자고 덤비는 사람은 없다!) 대화가 가능한 적절한 때를 찾는게 먼저다.


⑦ 어떤 (문제적) 상황에도 아이의 긍정적 의도가 있다. 책상에 앉아 집중하지 못하고 한 시간이면 끝낼 숙제를 계속 붙들고 낑낑대며 짜증내고 있는 아이는, 그래도 숙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의도를 알아주고 믿어주면 아이의 행동이 변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는 것은 경험적 진리이다!



p.s. 서평 이벤트로 보게 된 책은 웬만하면 '추천'이라는 말을 자제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읽고 난 후 참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는 책에 한해서만 추천한다는 말을 쓰는 게 나 혼자 정한 나름의 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너무나,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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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 부모가 모르는 십대의 속사정
김지혜 지음 / 미디어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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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의 뇌는 뇌간(생존의 뇌)과 변연계(감정의 뇌)는 빠르게 발달하는 반면, 대뇌피질(사고의 뇌)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행하기 쉽다고 한다. 가끔씩 우스개소리처럼 회자되는, 사춘기 십대의 사고와 행동은 파충류와 그것과 같아서 그들을 사람으로 보면 안된다는 얘기도 이런 특징을 지적하는 것일 게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책에서도 십대의 뇌 사용 특징을 설명하며 정보를 해석할 때 성인은 전두엽을 사용해 논리적 의미 파악에 중심을 두지만, 십대는 편도체를 사용해 감정에 중점을 둔다고 지적한다. 또한 십대의 끊임없는 기분 변화와 판단력 결여는 전전두엽 피질의 미성숙으로 인한 청소년기의 특징이라고 한다. 더구나 십대의 뇌는 아직 말랑말랑하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변덕을 부리고 계획은 작심삼일에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다. 이것은 뇌의 발전 과정에서도 당연하고, 십대에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부모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는 17년간 교단에서 사춘기 아이들과 부대끼며 성장해 온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교실 현장에서 직접 마주치는 십대 청소년의 고민에 대한 공감과 위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것이 저술의 동기이다. 개인적 생각으로 '대안'은 좀 약하지만 공감과 위로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여러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고 있어 페이지를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책의 내용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언젠가 한번쯤 반드시 부딪치게 되는 주제들을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목차만 봐도 이를 금방 알 수 있어서 기획 단계부터 잘 짜여진 책임을 느낄 수 있다. 책은 대체로 저자가 지도했던 학생들의 사례를 먼저 제시한 후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저자 자신의 구체적 경험에 기댄 조언을 풀어놓고 있다.


저자 김지혜 선생님의 조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십대들은 부모의 조언을 자기를 통제하는 잔소리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어 부모의 보호와 인정(그리고 애정)을 받고 싶어한다. 그 이중성을 인정하고 출발하는게 중요하다.


부모로부터 '간섭과 관리'라는 예방주사를 자주 맞을수록 아이의 면역력은 약해지고 점점 말문을 닫고 본심을 숨기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항 또는 돌발행동으로 폭발한다. 십대 자녀는 자신에게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괴리감에 부모와 대화를 끊는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힘인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도 결국 주위의 인정과 격려이다. 그러니 부모는 간섭과 관리보다 격려와 지지, 공감과 응원을 해야 한다.


꿈은 있지만(또는 공부는 잘하고 싶지만) 노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작고 사소한 것의 힘과, 목표를 잘게 잘라서 하나씩 꾸준히 이루어나가는 그릿(GRIT)에 대해 알려주자. 그것이 진정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인지, 무엇보다 꿈을 실패할 용기가 있는지를 확인할 것. 몇달 전 어느 책에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려고 자료를 만들어 아내에게 프리젠테이션 했다는 저자의 사연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를 십대 자녀에게도 적용해보면 오버일까? '너의 꿈을 프리젠테이션해봐~!'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십대는 자기편에서 공감해주기를 원한다. 스스로도 잘못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지적과 훈계보다 하소연을 듣고 보듬어주는 게 필요하다. 자녀가 힘들 때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안락의자가 되어주자. 문제를 해결하고, 지도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라.



조언과 충고를 할 때에는 비교 대상을 두지 말고 자녀 본인에게만 충실할 것. 비교는 절대 자기 아이보다 못한 아이와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 입장에서는 비교당한다는 것 자체가 칭찬받을 일이 없고 자존감만 묵살되는 일이다. '학부모'가 되는 순간 '부모'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겠다.


p.s. 책을 읽기 전에는 무언가 손에 잡히는 구체적 해결책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물론 그런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문제라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책 하나로 십대 사춘기 자녀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수많은 청소년 관련 도서들이 왜 필요하겠는가? 부모인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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