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 - 2019-2020 최신개정판 100배 즐기기
제이민.민고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미 서부 여행의 든든한 가이드북 <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가 튼튼한 비닐커버로 무장한 채 '19-'20 최신 개정판으로 거듭났습니다. 출간 전 저자가 서부 여행을 통해 내용을 검증하며 최신 정보로 보강하고, 네이버 연재에 독자들의 피드백까지 수렴해 나온 최신 미국 서부 여행책입니다. '인사이드 미국 서부'를 여는 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여행 기간과 테마에 따른 맞춤형 추천 일정



책에서 추천하는 일정은 단기 여행자를 위한 도시별 추천 일정과, 중장기 여행자를 위한 5가지 추천 일정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미 서부 여행은 더욱 짜임새 있는 동선이 필요할 것인데요. 특히 그랜드 서클의 추천 일정을 보면 어느 계절에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며 여행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제시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꿀팁 대방출~! 샘플로 제시된 일정은 개별 여행자들의 계획 세우기에도 구체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 타고 미국 서부를 달려보자~!



대도시를 제외한 미 서부의 지역들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명소간 이동에 많은 시간이 들어 자동차 여행이 필수랍니다. 서부의 드넓은 국립공원들을 잘 둘러보기 위해서도 렌터카 이용을 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책은 렌터카를 고르는 법과 예약 방법, 픽업시 고려 사항과 운행시 주의할 점을 자세히 안내합니다. 책의 뒷표지에는 Hertz 렌터카 10% 할인쿠폰도 들어있어요. 부록인 '미국 전도'와 책 속 로드트립 정보, 책 말미의 '미국 교통 정보 가이드'에 실린 교통 법규와 도로 표지판 안내 등은 자동차 타고 미 서부를 여행하는 데 유용한 도움이 되겠습니다.


California Dreamin' -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두 도시의 추천 일정은 지도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제시됩니다. SF와 LA 각 도시에서 활용 가능한 할인 패스와 투어 프로그램의 소개도 충실해요. '한눈에 보는 문화행사'까지 감안한다면 보다 알찬 여행이 되겠습니다. SF의 골든게이트브리지 전망포인트와 LA의 할리우드 사인 뷰포인트 정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시간을 아껴주는 투어 꿀팁과 함께 제시된 할리우드 스튜디오 투어 소개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미식 가이드와 쇼핑 가이드의 페이지를 별도로 두어 두 도시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SF 근교의 나파밸리와 실리콘밸리, LA 근교의 디즈니랜드와 팜스프링스도 가보고 싶습니다~^^


자연의 절경 앞에서 세상을 잊다 - 요세미티, 세쿼이아 국립공원



요세미티는 웅장한 바위와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국립공원입니다. 책은 요세미티의 웅장한 산세와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포인트와 터널 뷰의 포토존을 알려줍니다. 평균 수령이 1800년이 넘고 높이 80m, 밑둘레 12~30m 이상의, 마치 이 세상의 나무가 아닌 것 같은 자이언트 세쿼이아. 킹스캐니언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이 나무의 대규모 군락지입니다. 각 국립공원의 기본 정보와 평균 기온, 주요 지점과의 거리와 가는 방법, 국립공원 내 교통수단과 숙소 등의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 돋보입니다.


미쿡 서부에서는 로드 트립이 예의~^^



태평양을 따라 남북으로 뻗은 캘리포니아 1번 도로는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진 멋진 해안 도로입니다. SF에서 LA 방향으로 주행해야 바다와 가깝고 전망 포인트에서 차 세우기도 편하다니 참고하시구요. 전화와 인터넷이 먹통인 지역도 많으니 숙소 예약 등은 미리 마치라는 'advice' 입니다. 레드캐니언에서 캐피톨리프를 연결하는 도로(UT-12)는 경치가 아름다워 '시닉 바이웨이 12'로 지정되었는데요. 자동차 여행시 내비는 직행 루트로 안내하니, 멋진 절경을 즐기려면 지도를 참고해 메인 도로를 벗어나지 말 것을 'ACCESS' 팁으로 제시합니다. 대형 지도는 여러 비지터 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다네요^^


영화 스타워즈의 현장을 찾아서 - 데스밸리, 단테스 뷰



미 서부는 독특한 자연 풍경을 지니고 있어 수많은 영화가 촬영된 곳이기도 합니다. 백투더 퓨쳐, 포레스트 검프, 미션 임파서블 등 다양한 영화에 나온 모뉴먼트 밸리. 하지만 가장 압권은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인 데스밸리 국립공원입니다. 그 시절 제다이의 광선검은 수많은 남자아이들의 로망이었고, '포스가 함께 하기를~'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죠. 우주 행성을 닮은 데스밸리에서 최고의 전망 포인트인 단테스 뷰는 마치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책은 극한의 환경을 가진 '죽음의 계곡' 여행시 꼭 체크해야 할 주의 사항부터 지도와 추천 일정, 핵심 포인트의 방문 방법까지 꼼꼼하게 짚어줍니다.


모하비의 신기루 라스베이거스를 즐기는 방법~!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라스베이거스는 정말 꿈 같은 도시입니다. 책은 태양의 서커스 등 라스베이거스의 대표 공연과 예매 방법을 자세히 안내합니다.분수쇼와 화산쇼는 무료라니 놓치지 마시구요. 클럽 입장 요령과 카지노 이용 팁도 알려주네요. 호텔 뷔페와 스타 셰프의 맛집 소개는 사랑입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파리의 에펠탑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신기루가 따로 없습니다.


그랜드 서클의 꿈 - 별이 빛나는 밤에



미 서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웅장한 협곡을 자랑하는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그랜드 서클~! 브라이스캐니언, 앤털로프캐니언, 그랜드캐니언 등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입니다. 캐니언의 협곡 위를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타고 날으는 기분은 어떨까요? 인공의 빛이 단절된 자연 속에서 걷는 달빛 산책과 별이 빛나는 밤은 또 얼마나 운치로울까요? <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에는 각 국립공원의 추천 일정과 투어 프로그램, 포토존과 전망 포인트, 그리고 숙소 정보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로키 산맥을 넘어 태평양 북서부까지~



콜로라도의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에서 만년설을 보며 산악열차와 하이킹을 즐기고,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에서는 신기한 화산지형과 간헐천들을 만납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시애틀의 멋진 전망을 누렸다면 스타벅스 1호점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차례입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3곳의 브루어리에서 11종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포틀랜드 맥주 투어를 놓칠 수 없겠습니다. 태평양을 품고 달리는 환상적인 경치의 해변도로 '오리건 코스트'를 즐기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요~


광활한 대륙과 다를바 없는 미 서부의 다양한 도시들과 많은 국립공원들, 그 방대한 정보를 한 권의 책에 알차게 담은 <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 작품 사진과 다를 바 없는 멋진 사진들은 여행의 동기를 자극하고 책에 대한 소장 욕구마저 불러일으킵니다. 깔끔하고 요령있게 정리된 정보는 즐겁고 효율적인 여행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 미 서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와 함께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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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2 - 큰★별쌤 최태성과 떠나는 초등한국사 대탐험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2
최태성.조윤호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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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이 가까워지는 아이를 생각하다보니 영어, 한국사 등 걱정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부담은 주기 싫고, 초등은 학습이 아니라 놀이와 독서라는 생각에 좋은 책을 찾아 권하고 있다. 다행히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터라 글밥이 대부분인 다소 두꺼운 책도 문제없이 읽어낸다.


역사는 종적 시간과 횡적 공간을 동시에 다루고 사회의 모든 분야가 조합되는 학문이다보니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한다. 그 당연함을 어떻게 스리슬쩍 넘어가며 흥미를 일으키냐는 것이 관건일 것인데, 요즘은 학습만화가 그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습만화에만 집중하면 제대로 된 읽기의 힘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늘 경계하고 있다.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2>는 EBS 한국사 강사 출신의 큰별샘 최태성과 현직 초등학교 교사 조윤호 두 분이 손잡고 대본을 썼다. 신재환, 정동호 두 작가로 이루어진 만화팀 도니패밀리가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그림을 맡았다. 1권을 보지는 못했지만 권두에 있는 등장인물 소개 등이 있어 2권을 보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책은 조선 후기, 개항기, 일제강점기의 세 단원 16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매 주제가 끝나는 페이지에는 '끄적끄적 역사노트'가 있어 오늘 배운 내용과 주요 개념을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해당 주제에 등장하는 대표 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 페이지를 별도로 배치했다. '한국사 단톡방'에서는 본문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거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에 대해 카카오톡의 대화로 풀어낸다.



친근한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가 이끄는 이야기는 접근의 부담을 덜어준다. 각 주제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 즉 현실에서 책속 역사로 들어가는 에피소드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고 학습 내용도 적절하게 취사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도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책을 모두 읽었고, 이제는 반복해서 보고 있는 중이다.


흥선대원군을 다룬 페이지에서 '잘한 일'에 대비해 '미움받은 일'을 제시한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못한 일'이라고 썼을 것인데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이기에 이런 세심한 언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책에 대한 믿음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116쪽)

사형 직전 안중근 선생이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는 그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울림이 있었고, 안중근의 의거에 도움을 준 다른 동지들에 대한 소개도 좋았다. '만세 소녀' 유관순에 대한 이야기는 올해 초 개봉한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수감 중에도 날짜를 세어 3.1 운동 1주년을 맞은 1920년 3월 1일에 서대문 감옥에서 동지들과 만세를 외쳤던 장면이 생생한데, 책을 통해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각 단원의 끝에는 '저요! 저요! 풀어봐요'를 배치해 단원의 학습 정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4지선다형의 객관식 문항도 만화로 표현하면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빙고게임 하듯이 역사의 개념과 용어를 찾는 문제도 새로웠다. 우리 세대와는 너무 다른, 더욱 다채롭고 흥미있게 구성되는 학습 교재의 발전에 감탄하게 된다. 초등 자녀를 위한 한국사 탐험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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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후의 지성 면우 곽종석
조홍근 지음 / 아우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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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우 곽종석 선생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건 중학생 때 읽은 한권의 책에서였다. 그때는 영남을 대표하는 거유라고만 알았을 뿐이었다. 좀더 커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다시 선생의 이름을 만나게 되었으니,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유림의 뜻을 모아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는 <파리 장서>에서였다. 면우는 한국 유림의 대표이자 이 장문의 독립청원서의 대표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선생의 성장이나 학문 세계, 사회적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책 <조선 최후의 지성 면우 곽종석>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웠고, 평소 가졌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외숙으로부터 면우 곽종석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인물에 매료되어 꿈속에서조차 선생의 발자취를 좇아 수년간 매진했다는 저자의 사연은 기대를 더욱 부풀게 했다.


면우의 집은 조부 창계공과 부친 도암공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빈한했다. 남의 전답을 빌려 농사를 지었고 산에서 땔나무를 구해야 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삶이었다. 헌종 12년(1846) 태어난 면우 선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 후기 경제적으로 몰락한 양반의 삶의 일단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한번 보면 잊지 않는 뛰어난 머리로 10년 전에 보았던 친구의 병서를 기억만으로 복원해냈다는 면우. 그런 선생도 과거에 두 차례나 낙방했다. 향시에는 합격했으나 회시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과거 제도의 난맥상 때문이겠으나 이후 선생은 등과의 길을 접고 성리학 연구에 매진한다.



주희와 이황의 글을 길잡이 삼아 용맹정진한 면우는 <사단십정경위도>, <심동정도>, <이결> 등을 지어 학문적 명성을 얻는다. 1871년 25세에 한주 이진상을 스승으로 만나게 된 것은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었다. 그는 이진상의 학설을 이어 주리설과 심즉리설을 더욱 확고히 함으로써 한국유학사를 종합 결산한 인물로 평가된다.


1903년 두 차례에 걸쳐 고종 황제와 독대하기도 했던 면우 곽종석은 동시대의 다른 유림과는 여러 면에서 구별되는 모습을 보인다. 먼저 당색과 학파, 지역과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학문적 개방성을 갖고 있었다. 둘째 '서양=이적'이라는 전통의 존화양이론을 부정하고 서양의 우수한 문물과 제도를 적극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셋째 독일의 법학자가 쓴 <공법회통>을 완독하기도 했던 선생은 만국공법에 의거한 외교적 자구책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권세연, 유인석, 최익현 등 여러 의병장들의 제의가 있었음에도 면우가 을미의병과 을사·병오의병에 가담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대신에 선생은 외국공관에 글을 보내 일본을 규탄하며 만국공법에 호소하였고, 을사오적 처단의 상소를 올리고 서울로 상경하기도 했다.


선생이 의병과 같은 직접적인 항일무력투쟁에 참가하지 않았다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기대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았을지언정, 뒷짐지고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방향과 형태의 저항을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 반민족의 길을 걷지 않고 초야에 묻혀 지조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는 다수의 한시와 한적이 인용되어 있다. 고어(古語)투의 문장은 옛 문화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하지만 지나친 한자어의 사용은 글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데, 어떤 독자층을 상정하고 책을 꾸민 것인지 의문이다. 구주했다(말로 아뢰었다), 췌언(군더더기 말) 등도 그렇지만 오랜 친구를 '지구'로, 며느리를 '식부'로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만연체 문장도 그렇다. 한 문장이 4~5줄은 기본이요, 6~7줄도 흔하게 등장한다.


책의 전반부는 곽종석 선생의 가문과 조부,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무려 134쪽까지인데(책은 총 503쪽이다) 이중 선생의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다 나오는 전적과 인물에 대한 보충 설명은 호학(好學)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울 것이지만, 책 읽기의 흐름을 거스를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때때로 오늘날의 세태를 비판하는 언급은 너무 장황해서 위인전이 아니라 시사칼럼을 보는 듯했다.


면우가 스승으로 모셨던 한주 이진상은 28살의 차이가 났음에도 스승과 제자의 수직적 서열을 거부하고 교학상장의 동료로서 면우를 대했다고 한다. 둘 사이에 오갔던 스물 한통의 서신과 열띤 학문적 토론은 퇴계와 고봉의 사칠 논쟁을 보는 듯하다. 1919년 74세의 나이로 돌아가시는 당일까지 면우는 문생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했고, 벽에 기대어 비스듬히 앉은 채 운명하셨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2013년 사월마을에 <파리 장서>에 서명한 137인의 선비들을 기념하기 위한 유림독립기념관이 세워졌다고 한다. 찾아보니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에 있다. 기념관 바로 옆에는 선생의 유허비와 사당이 있는 이동서당 유적도 있다고 한다. 남사예담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지정되었다고도 하니 면우 선생의 자취도 찾을 겸해서 한번 방문해 봐야겠다.


<파리 장서>로 투옥 중 선생이 쓴 한 편의 시로 글맺음을 대신한다. 일본의 엉뚱한 딴지로 무역 분쟁이 일고 있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글이 아닌가 한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수백 년 힘으로 복종 정벌 번갈아 하고

어지러이 빼앗고도 그릇된 줄 모르네.

평화 두 글자 하늘에서 온 울림인데

괴이하구나! 동쪽 이웃 귀 가리고 훌쩍대기만 하네. 

(면우집 연보 권3, 본책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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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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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하게 된 소설이다. 한동안 역사, 교육, 경제 관련 서적만을 읽다가 메말라진 감성에 작은 불씨를 댕겨보고자 소설에 눈을 돌리던 중 알게 된 <최후의 만찬>.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쏠리는데, 몇해 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보고 왔기에 더욱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책은 1791년 신해년에 일어난 최초의 천주교도 박해 사건인 신해사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때 순교한 윤지충과 권상연의 죽음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과 등치되어 임금의 가슴에 남는다. 그런데 윤지충의 집에서 한 장의 그림이 발견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 모사본이다. 이 그림에는 상상치 못할 충격적 비밀이 수수께끼처럼 담겨 있는데...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은 역사적 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들이 섞여 있다. 임금 정조, 실학자 정약용과 박지원, 화가 김홍도와 과학자 장영실, 도향과 6명의 초라니패 등인데, 주인공이 누구인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는다. 소설의 분위기는 환상적이고 스토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난해하기까지 하다.


"만경강 기슭에 당도한 오라비는 여립의 후예들과 언약했다. 달 뒤편으로 해가 숨어들던 밤 버들가지 너머엔 샛강이 흘렀고, 물고기 등짝 위로 은빛 비늘이 보였다. 달빛 한 자락 강물 위에 내리면 건너편 능선은 꿈결처럼 밀려왔다." (97쪽)


문장은 매우 감각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작가의 깊은 사색이 은연 중 드러난다. 책의 주제와 메시지는 머릿 속에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임금과 여섯 초라니패의 입을 빌어 선악의 문제를 끊임없이 천착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 깊게 남았다.


"김혁수에게 칼은 기다림과 같았다. 선과 악은 하나가 될 수 없으나 칼에 스며든 악의 본성으로 선을 일으키고 싶어 했다. (중략) 선을 찾아 나선 그의 칼은 늘 악의 정령이 출렁거렸다. 악을 누르는 힘의 원천은 결국 악일 것이고, 칼로 선을 되찾은들 그 선은 결국 악일 뿐이었다." (174쪽)


<최후의 만찬>을 끝까지 읽었기에 다빈치의 그림 속에 담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는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작가가 풀어놓은 말의 향연과 글의 미로 속에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애써 찾았다해도 찬찬히 더듬어가지 않으면 또다시 환상 속을 헤매게 되는 느낌이다.


노론을 비롯해 당파로 둘러싸인 현실 속에서, 유학과 실학과 서학의 길항 속에서 임금 정조의 모습은 외롭고 애처로웠다. "비선들의 종횡과 실세들의 농단으로 이 세상은 날마다 끓어올랐다." 는 표현에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이념의 칼로 죽은 자의 육신을 가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219쪽)는 정파의 유불리로 사실까지 마음대로 재단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경종처럼 들리기도 했다.


오랜만의 소설 나들이는 즐겁고 흥미로웠다. 철학서가 아닌 문학서에서 사색의 물동이를 쉬이 긷게 되는 것은 이성 만이 아닌 영혼의 울림이 함께 하기 때문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책이었지만 오랜만에 감성 넘치는 문장에 흠뻑 빠져들었고 선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다빈치와 장영실이 그림을 통해 진정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곱씹으며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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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얼토크 : 글로벌 커플스토리로 배우는 리얼 영어회화 - 미국여친편 마이리얼토크 시리즈
스마트챌린지 어학연구소 지음 / 스마트챌린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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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커플스토리로 배우는 리얼영어회화 - 미국여친 편>은 그 어떤 영어회화 책과도 비교되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신개념 영어회화 책이다. 어떻게 이런 신선한 발상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이 책이 나옴으로써 이제 우리는 억지로 지어낸 무미건조한 AB 대화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책은 한국 남친과 미국 여친의 연애 스토리를 인터뷰와 대화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꾸며지지 않은 자연스럽고 생생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16개의 에피소드와 50개의 인터뷰는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커플들의 달콤하고 소소한 일상이기도 하다.



먼저 한 글로벌 커플의 연애 스토리를 재미있게 즐긴 다음에는, 해당 인터뷰 대화에서 뽑아낸 유용한 표현 3가지를 학습하도록 꾸며져 있는 페이지를 만나게 된다. Vocabulary와 미국여친 꿀Tip은 없었으면 아쉬울 유익하고 멋진 덤이다. 다양한 예문과 깔끔한 편집은 공부하기에도 좋아 보인다.



<글로벌 커플스토리로 배우는 리얼영어회화 - 미국여친 편>은 몇 해 전 베네치아에서 만난 이탈리아-프랑스 커플을 떠올리게 했다. 수상버스인 바포레토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어 말을 섞게 되었는데, 각기 다른 나라에 사는 남녀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 결국 다른 얘기만 하고 말았다(주로 이탈리아 남자가 영어로 말하고 나는 듣고 있는...^^). "두 분은 어떻게 만났어요?" 이 문장을 영어로 말하지 못해서다. How did you meet? 이걸 못하다니~ ㅠ.ㅠ



아무리 간단한 영어라도 입에 배어 있지 않으면 밖으로 튀어 나오지 않는다. 책에서 예문을 듣고 큰 소리로 따라하라는 학습 방법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각 에피소드의 끝에 나오는 '표현 확장 연습'은 앞의 내용에 대한 복습 효과 뿐만 아니라 한번 더 기억하고 말하는 좋은 기회이다.



<글로벌 커플스토리로 배우는 리얼영어회화 - 미국여친 편>은 실제 글로벌 커플의 다양한 이야기와 리얼한 상황 속에서 150개의 유용한 영어회화 표현을 익힐 수 있게 되어 있다. 그것은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상황이 아닌, 원어민이 실제 일상에서 쓰는 표현 그대로에서 따온 것이다. '리얼 영어 회화' 라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오래 동안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실린 인터뷰 영상과 예문은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스마트챌린지 홈페이지(https://cafe.naver.com/smartchallenge)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뷰 영상의 경우 영어자막, 한글자막(한영자막), 무자막의 3가지로 제시되어 너무 흡족했다. 회원가입만 하면 전체 예문을 mp3로 다운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BS의 외국어 인강 사이트인 EBSlang 에서는 유료 온라인 강의로도 만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과 독자를 위해 여러 면에서 공 들이고 신경 쓴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한 편의 '연애 리얼리티' 예능을 보는 듯한 느낌의 새로운 영어회화 책의 출간에 큰 박수를 보내며, 재미있고 효율적인 영어회화 교재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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