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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 - 현대의 주요 분쟁들로 이해하는 세계사, 2024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ㅣ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 풀빛 / 2024년 6월
평점 :

최근 미국 대통령 후보 트럼프의 발언 한마디는 미국은 물론 한국 반도체주들에게 최악의 하루를 선사했다.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와 대만 반도체에 대한 적대적 입장 및 방위비 분담 발언 때문이었다. 중국과 대만(타이완), 즉 양안 문제는 미·중 갈등의 주요 테마였는데 여기에 대만 vs 미국의 상황까지 더해지는 것인지...
대만의 TSMC 주가는 물론 도쿄일렉트론과 ASML도 폭락했다. 미국이 일본의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의 ASML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FDR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다.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이러한 조치는 제국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열강의 제국주의적 팽창은 세계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그때 뿌려진 씨앗은 분쟁을 잉태하였고 오늘날 더욱 격화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는 이러한 국제 분쟁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2024년 현재 분쟁의 현 상황을 설명한다.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부터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인도 vs 파키스탄, 중국 vs 대만을 비롯해 13개의 국제 분쟁을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영국이었고, 그 불씨를 키운 것은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역시 영국의 식민지 분열 통치에 원인이 있으나, 사태를 더욱 키운 것은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의 서로에 대한 공격과 보복이었다.

9.11 테러를 빌미삼아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운운하며 거짓된 전쟁을 일으킨 미군은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탱크를 앞세운 채 들어와 유물을 약탈해 갔고, 심지어 지구라트에 군사기지를 만드는 반문명적 야만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중국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눈물겨운 저항은 소신공양의 분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 분쟁은 마치 한·일 간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연상케 하면서도, 언제든지 중-러 vs 미-일의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오싹한 현실적 위협이었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로힝야족에 대한 살육과 폭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탈출한 이들조차 바다에서 떠돌다 죽기 일쑤였다.
책은 '현대의 주요 분쟁들로 이해하는 세계사'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다 역사'는 풀빛 출판사에서 '보다 쉽게, 보다 재미있게, 보다 특별하게' 를 모토로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 도서 시리즈의 이름이다. 그에 맞추어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를 책의 본제목으로 삼고, 이런 부제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책에 실린 분쟁들을 보면 역사적으로 연원이 짧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다양한 사건이 중첩해 교차된다. 해결의 단초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적과 인종, 민족은 서로 다르지만 세계 각 지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진 끔찍한 참상들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마저 들게 만든다.
하지만 '땅에서 쓰러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말이 있듯이, 희망은 결국 사람들로부터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고, 평화적 해법을 돕고 모색하는 이들이 있으며, 국제적 공조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송영심이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분쟁의 원인을 분석해 낱낱이 드러내고, 그를 통해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 그리하여 고통받는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보낼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이 책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