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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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은 난중일기에 대한 연구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노승석 님의 번역본이다.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때 자문 위원을 맡았던 그는 이 분야의 당대 최고 전문가이다. 《충무공유사》 전편을 해독하여 새로운 일기 32일치를 발굴해 소개했던 그는 난중일기 교감역주본과 교감완역본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쉽게 풀어 쓴 대중 보급판이다.


책을 읽다보니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정작 한산도대첩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군데군데 빠져있는 날짜가 있는데 쓰지 못하신 것인지, 전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첫 해전인 옥포해전과, 대첩과 다름없는 부산포해전에 대한 일기도 없었고,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는 시기의 일기도 없었다. 이에 저자는 옥포해전 이야기, 한산대첩 이야기 라는 제목의 글로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쉽게 보는 난중일기》는 임진왜란의 주요 해전을 날짜를 밝혀 지도를 통해 소개하고, 난중일기와 관련된 유적지의 사진을 일괄해서 책 앞부분에 실었다.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장소를 살펴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 말미에는 장군의 연보를 자세히 실었고, 난중일기의 출간과 번역,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소식까지 알려준다.


일기는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도 급박한 전란 중에 일기를 남겼다는 걸 보면 이순신 장군은 꽤나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듯싶다. 하루의 기록은 날씨부터 시작이다. 수군 장수에게 날씨와 바람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망군(망 보는 군사)의 보고는 며칠 간격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병법의 기본에 충실하다.


권율의 진중으로 백의종군하라는 명을 받고 가던 도중 장군은 어머니의 부음을 듣게 된다. 게바위로 달려가 흐느끼던 장군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심정을 억누르지 못하여 통곡하고 밤늦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꿈에 아들 면이 죽던 모습이 보여 울부짖는 모습도 나온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늘이 어찌 이처럼 인자하지 못한 것인가" 라며 원망하는 모습이 영화 속 장면과 오버랩된다.



명량해전에 대해서는 다행히 일기가 있었다. 적의 규모에 겁을 집어먹고 대장선만 앞세운채 수하들이 따르지 않는 급박한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장군도 이날의 승리를 천행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유일기는 같은 날짜를 다룬 두 개의 기록이 함께 전해지는데 그 차이도 흥미롭다.


명량해전 직전 장군은 꿈을 꾼다. 첫 기록에는 "밤의 꿈에 이상한 징조가 많았다"라고 된 부분이 두번째 기록에서는 "이날 밤 꿈에 어떤 신선이 가르쳐 주기를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지게 된다고 하였다"라고 쓰여 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하며 전의를 불태우던 장군도 왜군과의 압도적인 병력 차이를 걱정하며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리라.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을 읽다 보면 조선 사회의 세밀한 모습도 눈에 띈다. 어떤 승려(중)는 이순신의 본영에 머물며 유격별장으로 활동하였고, 이순신의 시종을 든 사내종은 장군이 전사할 때 임종을 하였다니 해전이 벌어질 때도 배에 동승했음을 알 수 있다. 계사년의 일기에는 전선의 건조와 운반에 필요한 인원이 나온다. 여기서 전선이란 곧 판옥선을 의미할 것인데 목수가 214명에 운반에 209명이 동원되고 있다.


다음에는 《난중일기 유적편》을 보고 싶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순신 관련 유적지 3백여 곳을 답사해 현장 사진을 담아 난중일기 본문에 일일이 수록했다고 한다. 《쉽게 보는 난중일기》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모름지기 나라의 리더와 관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는 그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할지 생각한다면 지금 이 책을 펴 이순신과 난중일기를 읽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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