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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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과학 원리를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을 함께 나누고픈 저자가 어른을 위한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를 펴냈다. 과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재미있고 글이 맛깔진 느낌이다. 저자 심혜진님은 대학 시절 전공 필수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학점을 교양 과목으로 채워서 '교양의 여왕'이라고 불렸다는데, 아마도 그때 쌓은 폭넓은 교양이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과학을 알면 일상이 재밌어지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니, 저자의 안내에 따라 나의 일상에도 과학을 허하노라! <일상, 과학다반사>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가득하다. 뼈속까지 문과임을 자처하는 내가 과학적 질문들에 이렇게 마음이 끌릴 줄은 몰랐다. 아무튼 책은 맘에 드는 질문들만 골라 읽어도 좋을 것인데, 내 경우에는 전체 분량의 3분의 2를 그렇게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뜻.



연탄을 왜 구공탄이라 불렀는지 알게 되었고, 오이를 못먹는 사람은 유전적 이유로 쓴맛을 100배 이상 민감하게 느낀다고 한다. 뱃살이 무럭무럭 자라는 건 빙하기와 북쪽 지방의 추위에서 내장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적응해 온 인류의 유전자 때문이란다. (그럼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 복부 비만은 자연히 해결되는 건가? ㅎㅎ)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은 채집경제 시대 인류의 식량 획득 과정에서 독을 피하기 위한 자기 보호 기제와 연관되었다니 옛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겠다.



<일상, 과학다반사> 책을 읽으며 신기하고 재밌는 과학적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비가 오기 전 허리가 쑤시고 날이 흐릴 때 기분이 울적해지는 건 보일의 법칙 때문이었다.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마시면 안되는 이유는 김장할 때 배추를 절이는 것과 같은 원리인 삼투압 현상 때문이었다. 사람 몸무게에서 무려 3kg이 세균의 무게라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마찰력 없는 우주의 빙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법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 앞에서 무게 잡고 아는 척 한번 해보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으리라. ㅎㅎ


책의 곳곳에서 세상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과학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통찰이 묻어난다. 일상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알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삶과 세상과 생명에 대한 진중하고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호기심 천국과 가슴 울리는 감동을 오가게 된다. 이렇게 일상의 사연에서 과학과 삶의 통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책이라니 참으로 멋지다!


해가 떠있는 곳만 바라본다면 결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없다. / 눈 결정은 그 어떤 것도 같은 모양이 없는 세상 유일의 형태이다. 저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와 조건이 있다. / 생명계에는 늘 변종이 존재하니 이는 비정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양성'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건 오직 인간 뿐이다. / 진화의 세계에서 더 우월한 동물은 없다. 각자 환경에 적응하며 살 뿐이다. (이곳저곳에서 발췌)



태생이 문과생이라는 핑계로 오랫동안 멀리했던 과학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과학의 보슬비로 한바탕 샤워를 한 느낌이다. 샤워 후 찾아오는 개운함은 물론 마음마저 따뜻해지니 과학책을 읽고 이런 감상을 갖게 되는 건 내 인생 최초인 듯싶다. 과학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저자인 심혜진님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신간을 기대해도 좋으리라~.


세월호를 바다 위로 올리기로 결정한 날, 하늘에 노란색 리본 모양의 구름이 나타났다. (중략) 그 구름이 권운이라는 건 지극히 맞는 과학적 '사실'이다. 그런데 (중략) 많은 이들에게 그 구름은 단순히 권운 따위가 아니다 유가족의 절절한 슬픔과 그리움, 진실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그리고 아이들과 희생자들이 보낸 메시지다. 눈부신 과학의 시대에도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전설은 이렇게 탄생한다. 그래서 전설은, 진실이다. (19~20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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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렌즈 방콕 - 20’~21’ 최신판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 1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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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노란책으로도 불려지는 중앙북스의 '프렌즈' 시리즈는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새롭게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를 런칭했는데, 프렌즈 시리즈에서 내용을 가려뽑아 보다 알차고 편하고 가볍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각 여행지에서의 최고(best)만을 가려뽑아 실었다고 하니 그래서 '베스트 프렌즈' 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베스트 프렌즈 방콕> 최신판 '20-~'21은 아시아 전문 여행작가이자 <프렌즈 방콕>의 저자 안진헌님이 직접 선별한 핵심 정보만을 수록했다네요~ 저자는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 다수의 동남아시아 여행서를 펴낸 분이기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 그럼 책 속으로 방콕 여행을 떠나봅니다~^^



'방콕 미리보기' 챕터에서는 방콕 최고의 볼거리, 먹거리, 쇼핑스폿, 나이트라이프와 스파에 대해 알려줍니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 펼쳐지는 좌우의 2면을 이용해 사진과 정보를 실었기에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좋더군요. 저는 아직 방콕을 가보지 못하고 이렇게 책으로만 만나보고 있기에 더욱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것 투성입니다.


'여행 설계' 챕터에서는 방콕의 축제와 공휴일, 현지 물가 등 기본 정보들이 빼곡히 실려 있습니다. 쑤완나폼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교통 수단, 그리고 수상 보트 및 지하철 정보는 방콕 여행이 처음인 사람에겐 더없이 유용한 정보입니다. 2박 3일에서 4박 5일까지 제시되는 5가지 추천 일정은 짧은 시간에 방콕의 다채로운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제안합니다. 방콕 시내에 머물면서 여행할 경우에는 쑤쿰윗 지역에 있는 호텔이 좋다고 하니 체크하시구요~



'지역 여행 정보' 챕터는 <베스트 프렌즈 방콕>의 본편으로 전체 분량의 2/3 정도를 차지합니다. 볼거리, 먹거리, 쇼핑, 숙소 등 다양한 정보가 압축적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2018년 완공된 방콕 최고 높이의 빌딩인 킹 파워 마하나콘의 야외전망대와 스카이워크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왓 프라깨우, 왓 포, 왓 아룬은 가장 앞에 나선 빅3입니다. 짜오프라야 강과 강 건너 왓 아룬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쌀라 라따나꼬씬에서 맛난 태국 음식도 먹고 싶구요. '아시아 베스트'로 선정된 씨로코&스카이바의 63층에서 방콕의 스카이라인과 시내 모습을 굽어본다면 가슴마저 상쾌해질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방콕 여행 준비' 입니다. 여권과 출국수속 등 기본적인 내용도 있지만,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지도입니다. 보트 노선도, BTS·MRT를 비롯한 지하철·공항철도 노선도는 물론 방콕 각 지역의 상세한 지도가 실려 있구요. 지도에는 주요 스폿들이 번호로 표시되어 쉽사리 찾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Index가 있어서 빠르게 여행 정보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의 편의를 배려했습니다.


한층 얇고 가벼워진 컴팩트한 사이즈는 휴대의 편의성을 극대화하였고, 곁가지를 손질해 핵심 정보만을 선별했기에 여행의 정보는 더욱 알차게 실렸습니다. 두껍고 무거운 가이드북은 들고 다니기 싫고, 방대한 여행정보는 오히려 선택을 헷갈리게 만들지요. 그러한 여행객의 고충과 새로운 니즈를 발빠르게 반영해 나온, 작지만 충실한 방콕 가이드북 <베스트 프렌즈 방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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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 강의만화 1 : 전근대편
최태성 지음, 김연규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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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간되는 신간책들을 보노라면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이 있음에도 왜 계속 새로운 책이 나오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같은 대상이라도 더 쉽고 울림있게, 참신한 기획과 남다른 시각으로 읽는 즐거움을 배가하는 좋은 작가와 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때론 산뜻하고 경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중후하고 진지한 맛과 멋을 가진 새로운 형식의 한국사 만화와의 만남이 반가운 이유이다.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1권 전근대편은 구석기 시대부터 19세기 세도정치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2권으로 나올 근현대편은 흥선대원군으로 시작하리라 짐작된다. 최태성(강의와 글)과 김연규(글과 그림) 둘의 케미는 환상적이다. 둘의 합작이 계속된다면 보나마나 다음 책도 멋진 작품이 될 것이므로 2권의 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최태성 선생의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은 초중고 한국사 교과서를 바탕으로 각종 시험의 출제 포인트를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내신과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한국사의 수준으로 쓰여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를 마스터한 수준이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2급을 받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에 이 책은 일반 성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책은 한국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각 챕터의 제목에 붙은 부제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중단원 명과 거의 일치한다. 만화로 그려진 그림은 대충이나 허투루 그려진 것 하나 없이 각 인물과 세력 또는 사건의 성격과 역할에 맞추어져 있어서, 텍스트 없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이해가 된다.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역사학습만화에서도 보지 못한 정교함과 친절함이다.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1권 전근대편은 한국사의 큰 흐름을 잡기에 효과적이다. 흥미를 잃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우리 역사를 접근할 수 있어서, 역사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많이들 힘들어하는 제도사와 경제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에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대간의 역할로 나오는 간쟁·봉박·서경이라는 어려운 용어도 이제는 이미지화되어 기억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19. 외침을 이겨낸 불굴의 고려'엔 한 컷의 그림으로 거란-여진-몽골-홍건적·왜구로 이어지는 고려시대 대외관계의 큰 맥을 짚어준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게 왕위를 넘길 수 밖에 없었던 공양왕은 '공손히 양보할게요' 라는 대사를 외친다. 문화사를 다루는 파트에서는 실사에 버금가는 정교한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니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 관심 많은 청소년,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교양으로 한국사의 지식을 쌓고 싶은 일반인 등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BS 스타강사 출신의 큰별샘 최태성의 명강의야 이미 정평이 나있는 것이고,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는 이는 글과 그림을 맡은 김연규 만화 디자이너이다. 그가 맡은 것은 단순히 만화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최태성 선생의 강의원고를 해석해 이를 글과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만화에 실린 글은 김연규 님의 재창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각색이, 음악은 편곡이 중요하듯 책은 번역이 원작만큼이나 중요하다. 학습만화도 강의원고에 맞추어 어떻게 글을 취사선택하고, 본래의 뜻과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림을 어찌 그리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김연규 님은 에필로그를 통해 의인화, 상징, 드립, 센스의 4가지 MSG를 이용해 더 쉽고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강의를 생생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뿌린 감칠맛 나는 조미료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기쁨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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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쏙 세계사 1 - 인류의 탄생과 고대 문명 한눈에 쏙 세계사 1
김일옥 지음, 이은열 그림, 박소연 외 감수 / 열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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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세계사는 가라~! 한눈에 쏙 들어오는 즐겁고 재미있는 세계사가 여기 있으니, 이름하여 <한눈에 쏙 세계사>이다. 스푼북의 어린이책 브랜드인 '열다'에서 새로 나온 이 책은 현재 3권까지 나와 있는데, 지금 읽은 1권 인류의 탄생과 고대 문명정도의 퀄리티가 계속된다면 마음에도 쏙~! 들 수 있겠다.


'~했어'로 끝나는 친근한 느낌의 구어체 문장은 부드럽게 읽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어려운 단어와 용어가 나올 때는 책 날개의 여백을 이용하거나 남녀 학생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보충 설명함으로써 이 책의 주독자층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배려했다.



풍부한 사진과 지도, 그림 등 화려한 도판은 우리의 눈을 호강시킨다. 학창 시절에 이런 교과서로 배웠으면 내 세계사 점수가 10점은 더 오르지 않았을까? ㅎㅎ 특히 깔끔하고 해상도 높은 사진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역사적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차탈회위크의 키벨레는 풍요를 기원하는 석기 시대 사람들의 깊은 소망을 보여준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내용은 대홍수와 방주의 이야기가 기독교 성경 만의 독점물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의 북한강과 남한강이 그러하듯 이집트의 나일강도 백나일강과 청나일강이 함께 만나 흐른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함무라비 법전보다 300년이나 앞서는 인류 최초의 법전 우르 남무 법전도 있었고, 인도의 모헨조다로 유적에는 잘 설계된 하수도 시설은 물론 심지어 정화 시설까지 있었다. 메소아메리카의 올메카 문명과 몬테알반의 사포텍 유적은 마치 잉카와 아즈텍의 문명을 보는 듯했다. 역사라는 게 이렇게 다양하고 풍성한 재미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역사 속 상식 쏙'과 '역사 속 재미 쏙'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분량도 그리 적지 않아서 본문을 읽는 도중 즐거운 휴식이 되었고, 상식 쏙도 재미 쏙 만큼이나 읽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상이집트가 하이집트를 정복해 나일강 전역을 통일했던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나르메르(메네스) 왕의 화장판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나스카 지상화는 그 비밀의 일부가 풀렸다고 한다. 100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방법이 최근 밝혀졌고, 지상화 중 유명한 새 그림은 페루의 숲에 서식하는 은둔벌새라는 사실이 2019년 바로 올해에 밝혀졌다고 한다. 이 책 <한눈에 쏙 세계사 1인류의 탄생과 고대 문명이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세계사가 한눈에 쏙!' 코너에서는 해당 챕터의 주요 내용을 몇가지 주제로 나누어 2~3문장으로 요약 정리했다. 단원 정리와 학습 정리로 유용하지만,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것이 조금 아쉽다. 도표나 개념도, 그림이나 만화 등을 활용해 좀더 다양한 형태로 제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분량에 풍부한 그래픽 자료는 읽는 이의 마음을 가볍게, 눈을 즐겁게 해준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역사적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펴게 해준다. 세계를 상대로 더 큰 꿈을 꾸고 당찬 포부를 가져야 할 아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듯하다. <한눈에 쏙 세계사 1인류의 탄생과 고대 문명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세계사 입문서로 추천한다.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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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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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북스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시리즈는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서 몇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자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이미 해당 시리즈의 윤리 편과 정치 편을 저술했고, 이번 철학 편이 세번째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것도 자신의 아들과 또래 청소년들을 위해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책이라면 제목에서 풍기는 가벼움과는 달리 상당한 진정성과 무게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책 읽기를 마친 소감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서양 철학의 오랜 지적 여행을 이렇게 쉽게 풀이한 책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만큼은 '명실상부'라는 것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믿는데 이 책은 그 기대를 잘 충족시켜 준다. 누구나 손을 내젓는 어려운 철학을 이리 재미있고 요령있게 소개했다면 저자 사바테르가 쓴 윤리 편과 정치 편의 다른 책들도 충분히 믿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데 무슨 신분증이나 졸업장이 필요한 건 아냐. …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철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세상에 대해 고찰했어. 그 사람들의 삶과 세상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많은 것들이 변했어. … 과학은 사물의 기능을 설명해 주긴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 말해 주진 않아. (299~301쪽에서 발췌)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하여 중세 기독교 시대의 철학, 그리고 르네상스와 근대의 철학을 거쳐 20세기 한나 아렌트와 마리아 삼브라노의 철학까지 다루고 있다. 철학자들의 삶을 그들이 살았던 당대의 역사적 상황과 연결지어 설명함으로써 철학자들이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펼쳐 나갔음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부드럽게 읽히는 텍스트와 마치 소설을 보듯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는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쾌락주의'로만 알고 있던 에피쿠로스 철학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진실하고도 매력적인 철학이었다. 진정한 현자에겐 증오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깨닫게 되었다. 내 젊은 날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여겼던 사르트르는 다시 봐도 존경스러웠고,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러셀의 삶은 지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모범적이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고향 땅을 벗어난 적이 없던 칸트가 '철학계의 뉴턴'으로, 인식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것은 이성과 사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 날개를 편다"는 헤겔의 말은 철학은 역사를 되돌아보며 정신과 이념을 파악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부엉이는 마르크스에 의해 일찍 날개짓을 하며 새벽을 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흥미로운 토막지식들이 있다. 플라톤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지만 몸이 크고 어깨가 넓어 편평하다는 뜻의 플라톤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flat 이라는 영어를 생각하면 된다. 경험론의 대가 베이컨은 영국의 대법관을 지냈는데 뇌물수수죄로 쫓겨나 감옥에 갇힌 적이 있고, 평소 관찰과 증명을 강조한대로 죽은 닭이 부패하지 않고 얼마나 견디는지 알아보다가 감기에 걸려 죽었다고 한다.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를 읽으며 궁금해진 책과 영화도 생겼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의 지혜>와 <자서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장미의 이름>이다. 특히 러셀의 <서양의 지혜>는 지은이가 철학을 공부하며 살게 되는데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이었다. 그것도 어린이를 위한 그림이 많은 철학책이라니 자못 기대가 크다.



책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우리들의 철학 논쟁'이라는 코너를 두고 있다. 알바와 네모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것은 해당 챕터의 핵심 테마를 다시 한번 짚으며 이를 곱씹는 기회를 제공한다. 친한 친구들끼리의 일상적 대화이듯 편안하게 읽히는 텍스트지만,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으며 본문보다 더 인상 깊은 구절도 종종 등장한다. 철학적 사유와 논쟁의 본질을 재미있는 대화로 엮어 정리한 이 책의 소중한 매력이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철학서가 있었을까! 딱딱하고 건조한 철학적 개념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어깨에 힘을 빼고 일상의 언어에 비유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 쓴 글은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어떻게 밀리언셀러의 저자가 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뛰어나고 친근한 철학 교양서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p.s 102쪽 세번째 문단 세째 줄에 '파르테논'이 나오는데, 이는 아무래도 '판테온'의 오기인 듯하다(로마의 만신전 이야기이므로). 이것이 원작의 오류인지 번역의 실수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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