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 강의만화 1 : 전근대편
최태성 지음, 김연규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출간되는 신간책들을 보노라면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이 있음에도 왜 계속 새로운 책이 나오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같은 대상이라도 더 쉽고 울림있게, 참신한 기획과 남다른 시각으로 읽는 즐거움을 배가하는 좋은 작가와 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때론 산뜻하고 경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중후하고 진지한 맛과 멋을 가진 새로운 형식의 한국사 만화와의 만남이 반가운 이유이다.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1권 전근대편은 구석기 시대부터 19세기 세도정치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2권으로 나올 근현대편은 흥선대원군으로 시작하리라 짐작된다. 최태성(강의와 글)과 김연규(글과 그림) 둘의 케미는 환상적이다. 둘의 합작이 계속된다면 보나마나 다음 책도 멋진 작품이 될 것이므로 2권의 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최태성 선생의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은 초중고 한국사 교과서를 바탕으로 각종 시험의 출제 포인트를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내신과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한국사의 수준으로 쓰여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를 마스터한 수준이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2급을 받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에 이 책은 일반 성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책은 한국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각 챕터의 제목에 붙은 부제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중단원 명과 거의 일치한다. 만화로 그려진 그림은 대충이나 허투루 그려진 것 하나 없이 각 인물과 세력 또는 사건의 성격과 역할에 맞추어져 있어서, 텍스트 없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이해가 된다.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역사학습만화에서도 보지 못한 정교함과 친절함이다.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1권 전근대편은 한국사의 큰 흐름을 잡기에 효과적이다. 흥미를 잃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우리 역사를 접근할 수 있어서, 역사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많이들 힘들어하는 제도사와 경제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에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대간의 역할로 나오는 간쟁·봉박·서경이라는 어려운 용어도 이제는 이미지화되어 기억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19. 외침을 이겨낸 불굴의 고려'엔 한 컷의 그림으로 거란-여진-몽골-홍건적·왜구로 이어지는 고려시대 대외관계의 큰 맥을 짚어준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게 왕위를 넘길 수 밖에 없었던 공양왕은 '공손히 양보할게요' 라는 대사를 외친다. 문화사를 다루는 파트에서는 실사에 버금가는 정교한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니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 관심 많은 청소년,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교양으로 한국사의 지식을 쌓고 싶은 일반인 등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BS 스타강사 출신의 큰별샘 최태성의 명강의야 이미 정평이 나있는 것이고,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는 이는 글과 그림을 맡은 김연규 만화 디자이너이다. 그가 맡은 것은 단순히 만화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최태성 선생의 강의원고를 해석해 이를 글과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만화에 실린 글은 김연규 님의 재창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각색이, 음악은 편곡이 중요하듯 책은 번역이 원작만큼이나 중요하다. 학습만화도 강의원고에 맞추어 어떻게 글을 취사선택하고, 본래의 뜻과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림을 어찌 그리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김연규 님은 에필로그를 통해 의인화, 상징, 드립, 센스의 4가지 MSG를 이용해 더 쉽고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강의를 생생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뿌린 감칠맛 나는 조미료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기쁨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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