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일상에서 과학 원리를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을 함께 나누고픈 저자가 어른을 위한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를 펴냈다. 과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재미있고 글이 맛깔진 느낌이다. 저자 심혜진님은 대학 시절 전공 필수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학점을 교양 과목으로 채워서 '교양의 여왕'이라고 불렸다는데, 아마도 그때 쌓은 폭넓은 교양이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과학을 알면 일상이 재밌어지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니, 저자의 안내에 따라 나의 일상에도 과학을 허하노라! <일상, 과학다반사>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가득하다. 뼈속까지 문과임을 자처하는 내가 과학적 질문들에 이렇게 마음이 끌릴 줄은 몰랐다. 아무튼 책은 맘에 드는 질문들만 골라 읽어도 좋을 것인데, 내 경우에는 전체 분량의 3분의 2를 그렇게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뜻.



연탄을 왜 구공탄이라 불렀는지 알게 되었고, 오이를 못먹는 사람은 유전적 이유로 쓴맛을 100배 이상 민감하게 느낀다고 한다. 뱃살이 무럭무럭 자라는 건 빙하기와 북쪽 지방의 추위에서 내장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적응해 온 인류의 유전자 때문이란다. (그럼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 복부 비만은 자연히 해결되는 건가? ㅎㅎ)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은 채집경제 시대 인류의 식량 획득 과정에서 독을 피하기 위한 자기 보호 기제와 연관되었다니 옛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겠다.



<일상, 과학다반사> 책을 읽으며 신기하고 재밌는 과학적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비가 오기 전 허리가 쑤시고 날이 흐릴 때 기분이 울적해지는 건 보일의 법칙 때문이었다.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마시면 안되는 이유는 김장할 때 배추를 절이는 것과 같은 원리인 삼투압 현상 때문이었다. 사람 몸무게에서 무려 3kg이 세균의 무게라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마찰력 없는 우주의 빙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법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 앞에서 무게 잡고 아는 척 한번 해보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으리라. ㅎㅎ


책의 곳곳에서 세상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과학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통찰이 묻어난다. 일상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알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삶과 세상과 생명에 대한 진중하고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호기심 천국과 가슴 울리는 감동을 오가게 된다. 이렇게 일상의 사연에서 과학과 삶의 통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책이라니 참으로 멋지다!


해가 떠있는 곳만 바라본다면 결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없다. / 눈 결정은 그 어떤 것도 같은 모양이 없는 세상 유일의 형태이다. 저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와 조건이 있다. / 생명계에는 늘 변종이 존재하니 이는 비정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양성'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건 오직 인간 뿐이다. / 진화의 세계에서 더 우월한 동물은 없다. 각자 환경에 적응하며 살 뿐이다. (이곳저곳에서 발췌)



태생이 문과생이라는 핑계로 오랫동안 멀리했던 과학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과학의 보슬비로 한바탕 샤워를 한 느낌이다. 샤워 후 찾아오는 개운함은 물론 마음마저 따뜻해지니 과학책을 읽고 이런 감상을 갖게 되는 건 내 인생 최초인 듯싶다. 과학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저자인 심혜진님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신간을 기대해도 좋으리라~.


세월호를 바다 위로 올리기로 결정한 날, 하늘에 노란색 리본 모양의 구름이 나타났다. (중략) 그 구름이 권운이라는 건 지극히 맞는 과학적 '사실'이다. 그런데 (중략) 많은 이들에게 그 구름은 단순히 권운 따위가 아니다 유가족의 절절한 슬픔과 그리움, 진실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그리고 아이들과 희생자들이 보낸 메시지다. 눈부신 과학의 시대에도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전설은 이렇게 탄생한다. 그래서 전설은, 진실이다. (19~20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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