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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보급판, 반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시련에 직면한다. 시련의 크기는 각자가 느끼기에 따라 다르지만, 누군가는 시련을 이겨내는 반면에 누군가는 굴복하고 만다.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아예 삶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상반된 결과를 만드는 걸까? 바로 '삶의 의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련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다. 하루도 견디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시련을 견디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시련에 무릎 꿇는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출신 신경정신과 교수이자 정신요법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 박사는 2차 세계대전 도중 나치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시련을 맞딱드린 그는 엄혹한 강제수용소 생활을 하며 위에서 언급한 부분을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지금부터 프랭클 박사가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와 느낀 점을 소개한다.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 다시 말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심지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를 제공한다. 그 삶이 용감하고, 품위 있고, 헌신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이와는 반대로 자기 보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동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힘든 상황이 선물로 주는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그리고 이 결정은 그가 자신의 시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122~123p
"수감자들을 치료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든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목표-를 얘기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 더 이상의 느낌이 없는 사람, 이루어야 할 아무런 목적도, 목표도 그리고 의미도 없는 사람이여! 그런 사람은 곧 파멸했다." -137p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138p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이것이 개개인마다 다른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 때로는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이 그에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행동에 들어갈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어떤 때에는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 각각의 상황들은 각각 그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는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단 하나만 있는 법이다."-138~139p
"나는 아직도 두 개의 자살미수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두 사건의 성격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두 사람 모두 자살 동기를 털어 놓았다. 그 동기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내세우는 것, 즉 삶으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 두 사람에게는 인생이 그들로부터 여전히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그들이 인생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141p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사랑으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나, 혹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된 사람은 자기 삶을 던져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142p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라는 니체의 말에는 이런 예지가 담겨 있다."-174p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수감자 중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쓴 또 다른 사람들도, 그리고 일본과 북한, 북 베트남의 포로수용소에서 실시한 정신치료연구조사도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175p
"아무리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잠재력은 한 개인의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186p
위의 문장들은 빅터 프랭클의 저서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담긴 내용으로, 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저자가 직접 느끼고 깨달은 것에 기초하고 있다. 이 문장을 읽는 동안, 나는 프랭클 박사가 '나는 이런 것까지 겪었음에도 이겨냈다. 내 경험에 비해 당신이 겪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 견뎌라.'라는 일종의 훈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지옥 같은 현실 속에도 존재하는 삶의 의미와 희망을 통해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팁을 진솔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서 밝혔듯 사람마다 겪는 시련의 크기 등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의미도 각각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에 상관없이 어려움을 견디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시련 속에서 찾아내는 고유한 삶의 의미다. 그래서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신만이 지닌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전적으로 본인 자신뿐이다.
끝으로 이유야 어떻든 지금 이 순간에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이 아무리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지라도, 이들이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이를 발판 삼아 앞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프랭클 박사가 이 책을 쓴 궁극적인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