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SM LDG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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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가 '언론의 주된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받는 사람마다 다른 답을 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권력에 대한 견제·비판' 아닐까? 실제로 이는 언론의 사명이기도 하며, 전 세계의 수많은 언론인이 이를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언론의 본령과 이를 위해 땀 흘리는 언론인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6년 미국. 당시 미국 국방장관의 수하로 베트남에 파견된 적이 있는 댄 엘스버그(매튜 리즈)는 베트남에서 미군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과 전쟁에 관한 미국 정부의 발표가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된다. 이에 댄은 베트남전쟁에 관한 미국 정부의 문서,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복사한 후 이를 갖고 떠난다. 5년 후인 1971년 워싱턴. 캐서린 그레이엄(매릴 스트립)은 사주였던 아버지와 남편의 사망으로 <워싱턴 포스트>의 신임 사주가 된다. 부임 이후, 캐서린은 회사의 주식 상장을 맡게 된다. 큰 임무를 맡게 된 그녀는 남성들의 세계인 언론계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한편 포스트지의 경쟁사인 <뉴욕 타임스>는 댄의 보고서를 토대로 베트남전에 관한 진실을 기사화한다. 이 기사는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이에 자극받은 포스트지 기자들이 보고서를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특종 경쟁에서 뉴욕 타임스에게 번번이 패배한다. 그런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두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추가보도금지명령을 내린다. 정부의 훼방으로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주춤해지자, 댄은 포스트의 기자인 벤 백디키언(밥 오덴커크)에게 연락해 보고서를 넘겨준다. 벤은 보고서를 입수하자마자 편집장인 벤 브랜들리(톰 행크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다음 날, 벤 브랜들리의 집으로 기자들이 모여들고, 그들은 4천 장에 달하는 보고서를 하나하나 검증하며 기사 작성을 준비한다. 이 소식은 회사의 이사진과 캐서린에게까지 전달된다. 이사진은 기사를 발행할 시 막 주식 상장에 성공한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벤 브랜들리는 언론의 사명을 언급하며 이사진에 맞선다. 이들의 설전이 고조되면서 결국 선택은 사주인 캐서린의 몫이 된다. 무거운 짐을 지게 된 캐서린, 과연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2018년 국내에서 개봉한 '더 포스트'는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메릴 스트립) 부문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 중 하나인 베트남전의 진실과 이를 보도하려는 언론인 및 언론사 사주,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권력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다루며 언론의 본령을 정확히 짚는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잘 구현한 시대상, 긴장감 넘치는 전개 덕분에 116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로 흡인력 있는 이 영화에서 크게 두 가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장면은 기사화 직전에 생긴 문제로 캐서린의 집을 찾아간 벤 브랜들리에게 캐서린이 던진 질문이다. 캐서린은 벤에게 "기사를 내보내도 미군 병사들에게 해가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라고 묻는다. 이에 벤은 "100% 확신합니다."라고 답한다. 두 번째 장면은 대법원 판결에서 승리해 모두가 기뻐하는 와중에 포스트의 한 여 기자가 읊은 대법원 판결문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였다. 이 두 장면을 보면서 영화가 한 사회와 사회 구성원을 위해 진실을 토대로 권력을 비판 및 견제해야 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특정 사회 구성원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언론의 본령을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이 명장면들이 언론의 본령을 넘어 존재 이유까지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언론인들이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들은 '더 포스트'가 보여준 언론의 본령과 존재 이유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때로 그들을 찾아오는 생명의 위협까지 무릅쓰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더 포스트'를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이미 언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모두 한 번쯤은 봐야 하는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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