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P68 자녀를 위해 부모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부모를 위해 자녀가 존재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평생 부모에게 줄 행복을 자녀는 어린 시절에 이미 다 준 셈이고, 부모가 남은 생애 그 빚을 갚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부모들은 억울할 겁니다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렀으니까요 엄청난 시간과 노고와 근심과 걱정, 그리고 자본을 들이지 않았습니까 대부분은 과싱투자라 여길지도 모릅니다 적정한 시점에서, 가령 사춘기쯤 해서, 손절매했어야 옳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자녀가 태어났을 때, 아니 뱃 속에 들어왔을 때로 돌아가봐야 합니다 우리가 그 아이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기다렸는지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 압니다 문제의 원인이 우리 아이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사춘기에도 죄가 없습니다 다만 아침부터 자녀를 깨워 전쟁터로 내모는 데 부모들이 지쳤을 뿐입니다
사춘기는 그가 거듭나고 있다는 증거. 이때부터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다양하게 달라지며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세워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다시 태어나는 사춘기 소년들을 보며 우리가 할 일은 뱃속에서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기다려주는 일뿐입니다 인생은 호르몬입니다 호르몬을 이길 의지는 없습니다 호르몬이 쏟아져나와 얼굴에 여드름이 생기고 못생긴 오리가 되는 그 시기를 잘 넘겨 우리 아이들이 백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P151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으로 알려진 말입니나 들을수록 참 근사한 말입니다 그런데 번역도 그럴싸하지만, 원래의 영어 문장이 더 재밌습니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직역하자면 이렇습니다 "인생은 클로즈업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롱숏으로 보면 희극이다"
그렇습니다 영화처럼, 영화의 카메라처럼, 우리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겁니다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멀리서 보니까요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 우울해집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분만 돋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니까요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너무 낙관 일변도로 교만하게 살고 있지 않나 싶을 땐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밀고 자신의 삶을 구석구석 성찰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대상에 대한 적당한 거리와 시간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너무 일비일희하는 것은 마음 건강에 해가 됩니다 자중자애 할 수 있도록 여유를 부여해줘야지요
목표가 이끄는 삶, 그래서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매일 결심과 각오를 새로이 하며 사는 인생도 훌륭하지만, 그저 과정에 충실하고 결과에 감사한 삶이면 가히 족하고 남습니다 어차피 희극도 있고 비극도 있는 삶, 긍정도 하고 부정도 하는 삶이지만, 그래도 내가 헛것에 빠지지 않고, 뭔가를 욕심낸 바람에 내 삶이나 주위 사람들을 희생하는 일도 없이, 기왕이면 선한 말, 칭찬하는 말 많이 베풀며 이냥저냥 살아가는 내 마음이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인생의 중요한 것들인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등에 관한 지혜 그에 맞는 시를 찾아 풀어 준다 시는 어렵다는 생각에 잘 읽지를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깊은 시의 통찰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왜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추천했는지 알겠다
삶의 고비의 순간마다 큰 힘이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