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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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렵지 않았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열다섯 살에 내 아픔을 끌어안았다

P33 나의 현실 세계는 녹아 사라졌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현기증 나는 무(無). 나를 에워싼 벽과 바닥과 천장조차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명백한 무.극심한 공황이 몰려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가, 어른이, 내 손을 잡고 데려가 침대에 눕혀 주길 바랐다 내 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길 바랐다 내일이 올 것이고, 이어서 또 그 다음 날이 올 거라고, 그러면 결국 내 삶은 얼굴을 되찾을 거라고, 내게 말해 주길 바랐다 피와 공포는 옅어질 것이라고

P52 그 분위기, 질의 얼굴에서 보이는 그 분위기는, 그 애가 아니었다 피와 죽음이 느껴졌다 어떤 짐승이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그 짐승이 이제 질 안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91 나는 시작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했다 계획에 따라 굴러갈 사건들을 상상하는 시간, 새로운 것들이 분류 센터의 소포처럼 제각각 벨트 컨베이어를 따라 우리에게 도착하면 적절한 곳으로 분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

P111 그 여름은 시작되었을 때처럼 그렇게 끝났다 죽음에 이르는 기나긴 고통. 그 끝에 이른다 하더라도 고통이 덜어지진 않을 걸 알면서도, 나는 마지막을 기다렸다

2017년 첫 번째 단편 <아마룰라>로 라페데라시옹발로니브뤼셀상을 받았고 2018년 첫 장편소설 <여름의 겨울>로 벨기에의 공쿠르상이라 불리는 빅토르로셀상, 로망프낙상 등 14개 문학상을 받았다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고루 받고 영화화될 예정이다
사냥과 Tv 뉴스와 위스키에만 정신을 쏟는 아버지, 아버지의 폭력에 두려워하는데에만 정신을 쏟는 어머니 친칠라에서 고양이로, 고양이에서 강아지로 분노의 대상을 찾는 동생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아야하고 안전해야 할 가족 사이에서 노출되는 폭력의 상처는 잊을 수도 치유될 수도 없다 어머니처럼 약하지 않았던 아이는 삶을 방향을 바꾸어 줄 길을 스스로 찾아내는데...
진짜 삶을 시작한 소녀의 경이로운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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