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 동양고전 슬기바다 16
장자 지음, 오현중 옮김 / 홍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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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는 중국의 전국시대(B.C 403 ~ 221)에 만들어진 텍스트지만 오늘날 전해지는 판본이 완성된 것은 서진시대(A.D 265 ~ 316)다. 이 사이 수많은 판본이 존재했지만 모두 소멸되고 곽상(A.D 252 ~ 312)이 정리한 판본만이 유일하게 전해진다. 곽상은 《장자》를 내편, 외편, 잡편으로 크게 세 파트로 나눴다. 여기서 《장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내편인데, 내편 중에서도 <1편 소요유>, <2편 제물론>이 책의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됐다. 내편은 외편과 잡편에 비해 사용되는 단어가 단순하고, 주제의식이 명료하다. 반대로 외편과 잡편은 내편보다 주제의식이 떨어지지만 내편보다 훨씬 광범위한 부분들을 다루기에 '사상의 확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내편 리뷰에서 잠깐 언급했듯, 《장자》는 인간이 규정한 모든 가치기준을 부정하고 자연이 돌아가는 섭리를 따를 것을 주장한다. 자연이 돌아가는 섭리는 도가에서 도(道)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장자》는 정치와 사회, 그리고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도(道)를 따른다면 세속의 번잡함을 극복하며 참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장자》와 함께 도가사상의 쌍벽을 이루는 《노자》는 이를 은유와 비유를 섞어 직설적으로 주장하며, 궁극적으로 위정자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노자》는 개인보다는 집단, 정치적인 성격에 치우쳤으며, 마치 돌직구와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도가의 사상을 설파하고 있다. 《장자》는 어떨까? 《장자》에도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 있지만, 《노자》처럼 치우치지 않았다. 특히 외편에서는 개인에 대한 내용이 유독 많이 나온다. 집단과 정치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개인의 자유와 해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장자》는 《노자》처럼 돌직구를 날리지 않고 여러 가지 우화를 통하여 완곡하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춘추전국시대에 태어난 제자백가 사상은 소유층이 기본적으로 지도층이나 군주로 설정됐다. 노골적으로 말해 제자백가 사상은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올바른가?'라는 주제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 탈속을 상징한다는 도가사상의 원조 《노자》 역시 다분히 정치적이다. 공자의 유가는 어떤가? 유가는 대놓고 입신출세를 지지하며 바람직한 지도층을 군자라고 설정하며 권장한다. 최초의 좌파 철학이라는 묵가 역시 마찬가지다. 노비와 신민 계층을 두둔하며 평등과 겸애를 주장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유토피아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인 군주를 교육하고 설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묵가도 정치적이다. 법가나 병가 종횡가는 노골적으로 약육강식의 정치를 주장하고 있는 학파이기에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장자》 역시 춘추전국시대의 산물이므로,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의 입장에도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입장. 이점이 나는 여느 제자백가와 다른 《장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외편은 내편보다 내용의 깊이, 주제의식은 떨어지지만 내편보다 훨씬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장자》의 개인적 색채가 더해진 것은 후대에 덧붙여진 외편과 잡편의 영향이 아닐까도 생각을 해 봤다. 앞에 언급했듯 《장자》를 편집한 곽상은 서진시대에 활동한 사상가다. 중국의 사상사는 나라의 흥망과 같이 분리와 일원화를 반복했다. 춘추전국시대는 여러 사상이 흥기했다가 서한시대 한무제의 '유학 일원화 정책'으로 다양한 제자백가 중 유가가 으뜸으로 격상된다. 이후 동한이 멸망할 때까지 유가는 사상의 주류로 군림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했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여러 군웅들이 할거하며 천하가 셋으로 나뉘는데 그 유명한 《삼국지연의》의 배경인 '삼국시대'가 개막됐다. 사상계 역시 고루한 유가의 폐단에 반발하여 자유분방하고 탈속적이며, 풍류, 심미, 현학적인 추세로 나아가는데 여기에 중심되는 사상이 바로 도가였다. 그래서 삼국시대와 이를 통일한 서진시대에는 현학적이면서 자유분방하고 탈속적인 흐름이 도가와 결합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곽상은 《장자》를 편집한 것이다.

 

 《노자》, 《장자》와 함께 도가삼서를 이루는 《열자》도 이 시기에 정리, 편집되는데, 《열자》는 도가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장자》 외편과 잡편과 마찬가지로 잡다한 범위를 다루고 있다. 《열자》 역시 우화로 구성된 고전인데, 《장자》외편, 잡편과 느낌이 비슷하다. 아마도 비슷한 시대 자유분방한 학풍의 영향을 받은 결과가 아닐까.

 

 몇몇 분들은 《장자》에서 내편 중요하기에 외편과 잡편은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편이 뿌리라면, 외편과 잡편은 줄기와 가지에 해당된다. 뿌리와 근본은 무척 중요하지만 줄기와 가지가 없으면 나무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좋은 나무는 뿌리가 깊고, 줄기가 튼튼하며 가지가 풍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편이 사상적 응축을 보여준다면, 외편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부분에 확장하는 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얼마 전부터 공식적인 면접을 보거나 발표를 할 때 강조하던 것이 '스토리텔링'이었다. 스토리텔링이 무엇인가. 핵심은 이야기(스토리)다. 주제와 내용을 스토리로 만들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 마치 《장자》에서 도가의 철학을 특유의 스토리로 만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떠오른다. 특히 외편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동양 스토리텔링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외편과 잡편의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장자》라는 사상의 저변을 넓히고 대중화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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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내편 동양고전 슬기바다 15
장자 지음, 오현중 옮김 / 홍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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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3대 사상을 꼽아보자면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라고 할 수 있는데 도교는 도가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오늘 리뷰할 책은 도가사상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책인 《장자》인데, 이 책은 《노자》와 더불어 도가사상을 대표한다. 유가에 공자와 맹자가 있다면, 도가에는 노자와 장자가 있다. 유교사상을 공맹이라고 한다면, 도가사상은 노장으로 통칭한다. 그렇기에 《장자》는 세상에 난 이래로 줄곧 주목을 받았으며, 오늘날 우리에게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고전이다.

 

 동양의 여러 고전들을 섭렵해왔지만 《장자》에 대한 리뷰를 쓴 적은 없었다. 《노자》에 대한 리뷰는 무려 네 번이나 남긴 반면 《장자》에 대한 리뷰는 한 번도 남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장자》 역시 숱하게 읽었던 책인데, 왜 리뷰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집에 있는 《장자》의 완역본이 여럿 있는데도 불구하고 리뷰를 선뜻 쓰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자》와는 다르게 《장자》는 여러 가지 우화로 구성됐다. 《노자》가 직설적이고 철학적이라면 《장자》는 우회적이고 해학적이다. 비유해 보자면 《노자》가 '엄진근 - 엄격, 진지, 근엄'이라면, 《장자》는 '해학, 풍자, 가벼운 접근'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에 나온 번역본에서 《장자》만의 해학적, 풍자적인 뉘앙스를 오롯이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학과 풍자는 문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그렇기에 《장자》를 번역하는 데에는 철학적 사유를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센스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데, 기존의 번역본은 철학적인 측면에 기운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나마 내가 마음에 들었던 번역본은 글항아리에서 나온 《장자》인데, 기존의 역본과는 다르게 의미 전달을 최대한 신경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새롭게 《장자》가 번역된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해 보니, 고전 대중화에 큰 획을 그은 홍익출판사의 슬기바다 시리즈의 신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출판사를 무척 애정 한다. 홍익출판사는 인문학 열풍이 불기 전 1990년대 중반부터 세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고전들을 발굴하여 출간했고, 이들을 묶어 시리즈화하였는데, 출간된 책들의 대부분을 구해 읽었었다. 당시는 전문가 외에는 고전을 읽지도 않았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저조했기에 지속적인 출간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홍익에서 나온 고전들(슬기샘총서) 덕분에 나의 유년 시절은 무척 행복했다. 2000년대 초반,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발간 이후 인문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꾸준하게 높아지면서, 홍익출판사의 슬기바다(슬기샘총서를 리뉴얼한 시리즈) 시리즈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졌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쉬운 번역이고, 두 번째는 적절한 가성비다.

 

 고전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가독성이다. 고전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성을 탐구하고 정리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전을 읽는 이유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습성과 모습을 알고 교훈을 얻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전은 당대의 언어와 사유로 표현된 문헌이기에 받아들이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려운 고전을 읽을 때마다 나는 알밤을 수확하던 추억을 떠올린다. 알밤은 무척 맛있지만 먹기 위해서는 가시 주머니를 밟아서 깨야 하고 두꺼운 껍질을 까야 한다. 그래야 밤알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전도 마찬가지다. 인간 보편성의 고찰이라는 알밤이 있지만, 이를 먹기 위해서는 당대에 관념으로 서술된 문체와 언어를 극복해야 한다. 좋은 고전 번역본이란 가시를 제거하고 껍질을 까서 알밤을 독자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먹여주는 책이다. 기존에 나온 홍익의 슬기바다 시리즈 번역본들이 이와 같다. 원전의 중심 내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독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번역한 책들이 대부분이라 지인들에게 추천도 많이 했었다. 또한 종래의 고전은 가격이 비싼데, 슬기바다 시리즈는 보급판, 한정판 등의 가성비를 고려한 세트 구성으로 몇 번 출시됐으며, 일반판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홍익출판사의 고전들은 '고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슬기바다 시리즈에서 새롭게 출시된 《장자》는 총 세 권인데, 각각 내편, 외편, 잡편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편이다. 내편의 핵심 내용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가치기준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며, 자연적인 섭리를 따를 것을 강조한다. 그럼 자연적인 섭리란 무엇인가. 인위와 대변되는 자연적인 섭리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내편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고 에둘러 우화를 통화여 간접적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를 것을 은근하게 권고한다. 도가사상에 의하면 세상이 돌아가고 생물이 살아가는 데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존재하는데, 이를 도(道)라고 표현했다. 《장자》 내편 역시 마찬가지로 인간이 설정한 인위를 극복하고 절대적인 자유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을 도(道)에 순응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만물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태도로 표현한다.

 

 내편은 외편과 잡편에 비해, 우화의 내용이 명확하고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다. 그리고 문자가 간결한 것으로 봐서 외편과 잡편보다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남회근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장자》의 내편은 장주(장자)가 직접 저술했으며, 외편과 잡편은 장주를 계승한 후대의 문인들이 썼다고 주장했다. 읽어본 바 확실히 내편은 외편과 잡편과 비교해 볼 때 그 논리와 논조가 치밀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내용 역시도 명료하다. 또한 외편과 잡편이 유가 사상에 대해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뉘앙스를 가진다면, 내편은 반대로 유가와 묵가 사상에 대해 베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즉 내편은 외편과 잡편에 비해 주제의식이 명료하고, 타 사상에 대한 베타적인 시각이 강하다. 그렇기에 《장자》에서 가장 중요하며,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를 음미하며 읽느라 예상보다 독서 기간이 훨씬 길어졌다. 슬기바다에서 새롭게 나온 《장자》 내편은 종래에 출간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번역이 무척 친절했다. 내편의 철학적인 부분을 해설에서 명료하게 설명했고, 문학적인 비유와 해학, 풍자도 맛깔나게 번역했다. 편집에도 무척 공을 들였는데, 원문을 포함하는 것을 넘어서 중요한 한자 어구들을 해설하고 번역이 이어진다. 번역 뒤에는 친절한 해설이 뒤따르는데, 주로 우화에 깃든 철학적인 내용을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너무 디테일한 해설은 독자의 사유를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책의 해설은 포인트만 짚어주고 자세한 사유의 폭은 남겨두었으니 이 역시 독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또한 종래의 번역은 은퇴한 노학자들이 진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젊은 분이 번역하셔서 그런지 기존 역본에서 볼 수 없었던 생동감 있고 신선한 문구가 돋보인다. 아직 내편밖에 읽지 않아서 성급한 일반화를 할 순 없겠지만 《장자》라는 텍스트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친절한 역본이 아닐까 싶다. 책은 외편까지 출간됐는데(잡편은 출간예정), 이어서 외편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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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간의 탄생 - 체온의 진화사
한스 이저맨 지음, 이경식 옮김, 박한선 해제 / 머스트리드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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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의 1도만 올라도 면역력이 대폭 높아진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문구이며, 이를 자세하게 고찰한 책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체온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몸과 면역체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얼핏 봐서는 책의 내용이 무척 진부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은 체온조절, 즉 따뜻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따뜻함의 추구'는 물리적인 따스함뿐만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유대관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스스로는 혼자서 산다고 자위하더라도 개인의 삶 속에는 좋건 싫건 여러 유대관계가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다. 애완동물들은 자신의 주인에게 애정을 표시할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내는 행동이 바로 몸을 부비는 것이다. 동물들도 자신들의 유대를 갈구할 때, 신체를 비비고 체온을 나누는 행위를 보여준다. 인간은 여기서 나아가 관계에 있어 심리적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복합적으로 추구하며 유대감을 강화했다. 그런 유대감의 핵심은 '따스함'이었다. 대부분의 생물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따스함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과학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당위의 검증이다. 누가 봐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증명하고 확인하여 정리해야 한다. 따뜻함을 추구하는 생물의 본성도 이런 당위적인 영역에 속한다. 저자는 체온조절에 대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실험을 실시했고, 이를 통하여 생물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따스함을 추구하며 진화했다는 결론을 검증한다. 두꺼운 책은 저자의 열정 어린 실험과 진지한 담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동물의 예를 비롯하여,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결정에 이르기까지 따스함이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났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수학의 검증 문제를 푸는 느낌을 받았다. 답은 알고 있지만, 왜 이런 답이 도출되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과정. 그 과정이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즐거움이 '지적인 유희'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인문사회학적 취향을 가진 문돌이 입장에서 과학 관련 서적은 탐탁지 않은 '어딘가 불편한' 존재다. 과학은 예시가 많고 실증적인데 반해, 인문 쪽은 실증보단 주관적 통찰과 직관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여느 과학책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그 이유를 곱씹어 보니 저자가 다루고 있는 분야는 과학뿐만이 아니라 사회, 집단, 개인의 심리 등등 사회학에서 범주로 다루는 부분들까지 확장하고 있어서 골수 문과생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개별 학문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2000년대 이후를 기점으로 간학문적인 활동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이 책도 과학(진화론), 사회학(관계), 심리학 등등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두꺼운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다. 오늘날 지구촌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대면접촉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따스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면 언택트 시대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일까. 아마도 간접적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추구해야 할 것인가. 이 역시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유례없는 비극을 맞이했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따스함을 잘 유지하며 이어왔듯, 우리 세대도 분명 잘 극복하여 따스한 온기를 꺼트리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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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 읽다보면 역사의 흐름이 트이는 조선 왕조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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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도서 시장에서 '조선'이라는 콘텐츠의 위용은 절대적이다. 조선을 다룬 역사 책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흐름에서 출간된 신간 도서다. 삼국이나 고려 등 다른 시대보다 조선시대는 왜 많이 다뤄지는 걸까? 아마도 전해져 내려오는 사료의 양 때문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문헌은 제한적이고 부족한데 반해, 조선을 다룬 문헌은 비교적 풍부하다. 이렇다 보니 시대를 조망하기에도 용의하고, 다양한 각도로 사건사고를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비단 도서 시장뿐만 아니라 사극이나 시험에서도 조선은 무척 중요하게 다뤄진다.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사극 중 70%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도 조선시대가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자격증이나 시험, 그리고 수능도 마찬가지다. 사료가 많다는 것은 출제할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에서 치러지는 역사 시험은 조선과 근대가 70%를 차지한다."라는 속설도 공공연하게 떠돈다.

 

 조선을 다룬 책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나왔는데, 2000년대 초반에는 조선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치사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 가지 대표작을 살펴보자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박영규의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이한우의 《조선 군주열전 시리즈》, 박시백의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 등등이 있다. 위의 책들의 공통점은 고전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여 출간된 책 들인데 하나같이 정치사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다. 정치사는 시대의 흐름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미시적, 사회사에 대한 시각의 결여로, 당대의 하층민의 삶을 간과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흥미롭게도 요즘 역사 트렌드는 정치사보다는 미시사, 테마사, 사회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저서를 하나 꼽아보자면 김시덕 교수의 《일본사 이야기》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정치사보다는 사회사 문화사에 치중하여 15세기 이후 에도막부를 다루고 있는데, 정치 중심의 도서와는 지향하는 결이 다르다. 읽으면서 이런 시각으로 조선을 분석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이하 조선 365) 가 이를 만족했다. 조선을 단권화한 이 책은, 말 그대로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도록 구성되었는데, 중요한 정치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정치에만 편중되지 않고 당대의 사회 분위기나 민초, 노비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은 현직의 역사교사가 집필했다는데, 약력을 살펴보니 활자의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공부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방향은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전에 집필한 책의 이름이 《방구석 역사여행》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조선사 365》도 역사 특유의 딱딱함을 버리고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다. 편집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해시태그를 첨부하는 등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 단점을 꼽아보자면 방대한 조선의 흐름을 한 권에 단권화하다 보니 활자가 작은 편인데, 나이가 드신 분들은 읽기가 힘들 수 있겠다. 그 점 외에는 특별한 단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조선사에 대해서 가볍게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분들이나, 수험생의 교양 도서로도 안성맞춤이다. 이 책으로 조선사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커다란 흐름이나 중요한 사건들은 빠짐없이 정리되었으니 여기 있는 내용만 잘 소화하더라도 어디서 조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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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구매대행으로 평생 돈벌기 - n잡러시대 부캐로 방구석에서 투잡하기
이준열.기대원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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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불황과 코로나의 영향으로, 본업 하나로 '존버'하며 살아가기엔 힘든 시대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재테크에 몰두하거나,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며 본업 외 부가적인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 책 역시 n잡러 시대에 부수익을 올리는 해외 구매대행을 다루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이라 큰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된 책이었다. 예전 마케팅 팀장직을 맡을 때, 시중에 나온 비슷한 부류의 책은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는데, 성의 없이 쓴 책이 대부분이었다. 검색 조금만 해도 나올법한 그런 사소한 팁들을 분량을 늘려 짜깁기하여 만든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책들과 비교해서 쓸만한 알짜 팁을 많이 담고 있었다.

 

두루 훑어본 바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1. 해외 구매대행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정리되어 있다.

2. 스마트스토어의 활성화와 마케팅에 대한 지식도 잘 정리됐다.

 

책 제목은 해외 구매대행에 대한 내용이지만 내가 주목한 부분은 스마트 스토어에 대한 내용이다. 생각보다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분석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는데, SEO(알고리즘), 키워드, 마케팅을 비롯하여 스토어에 대해 전반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를 전문으로 다루는 책들과 비교해봐도 내용이 뒤지지 않기에, 해외 대행뿐만 아니라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개론서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특정 사업을 다루는 책들은 사업의 장점만을 부풀리고, 위험성이나 단점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온라인 구매대행의 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균형적인 시각이 돋보였다. 해외 직구를 비롯하여 온라인 스토어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 단점은 무엇일까.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쉽게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접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온라인 사업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특히 CS(각종 문의)가 문제인데, 진상 고객을 비롯하여 별의별 문의를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초보 셀러 입장에서는 상품 등록을 비롯하여, 마진율 따지기, 이미지 파일 꾸미기, 키워드 잡기, 송장 관리 등등의 업무도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물론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CS를 제외하고 한 시간 내외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이런 수준까지 오르려면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을 참고하여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외 구매대행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책에서 볼거리는 많다. 앞서 말했듯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내용도 그렇고, 요즘 세대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부업을 하는지, 사회적인 트렌드나 마케팅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으니 두루두루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런 부류의 실용서는 시대적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받기에, 최신 업데이트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다행히 이 책은 내용이 달라졌을 경우 QR코드 스캔을 통해 내용 업데이트를 약속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메일 주소를 공개하여 책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 혹은 사업을 하다 막히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물어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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